3박 4일에 걸친 여정이 끝났다. 10살을 맞이한 이번 지스타에는 2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았으며 유료 바이어는 작년 대비 18.5% 증가했다. 유저들을 위한 축제로서도 바이어들을 위한 투자 마켓으로서도 위상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외형적인 규모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대한민국 게임의 저력'을 확인 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블리자드', '워 게이밍' 등이 참여했던 작년 행사와 다르게 올해는 유명 외국 기업이 거의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의 압도적인 물량 공세로 풍성하게 꾸며졌다.

개막 전에 있던 불안감을 일소하고 일반 관람객은 물론 외국 바이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등 각종 규제로 위축됐던 한국 게임 산업이 여전히 희망적이고 역동적임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지스타의 슬로건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를 다시 한 번 곱씹게 되는 부분이다.

특히, 올해 주목할 점으로 모바일 게임이 대약진을 이루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온라인 게임에 주력해 온 게임사들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견코자 모바일 게임에 신경썼다. 지스타에서 비주류로 취급돼 온 모바일 게임의 대규모 공개와 더불어 스마트폰을 이용한 차세대 기술, PC온라인과 실시간 연동되는 모바일 게임 등을 선보였다.


B2C - 관람과 시연, 그리고 PC-모바일 연동

가장 많은 게임을 선보인 곳은 지스타에 앞서 "앞으로 출시되는 게임은 어떤 형태로든 PC와 모바일 동시에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 엔씨소프트의 부스였다.

개막 전날까지도 어떤 게임이 나올지 명확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모바일 게임을 동시에 쏟아낸 엔씨소프트는 모바일에 연동되는 '리니지 이터널' 체험 버전과 함께 '블레이드&소울 모바일', '아이온 레기온즈', '패션스트리트' 그리고 '프로젝트 혼'의 모바일 영상을 대중에게 공개하며 체험과 관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

엔씨 프리미어 행사에 함께 소개된 엔트리브소프트 역시 '팡야 모바일' 시연 버전을 공개함으로써 많은 유저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으며 'H2', '소환사가 되고 싶어'도 선보였다.

▲ 부스 걸만큼 많았던 엔씨소프트의 게임들

▲ 직접 플레이할 수 있었던 팡야 모바일 시연 버전


모바일 게임에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오던 넥슨은 '광개토태왕', '영웅의 군단 레이드' 시연판을 필두로 '도미네이션즈', '프레타', '마비노기 듀얼' 을 선보였으며 기대작 '듀랑고'는 영상 공개만으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스마일 게이트도 '아제라'의 모바일 연동에 긍정적 태도를 보인 데 이어 '프로젝트 퍼피'를 공개하며 라인업의 깊이를 더했다.

이 외에도 많은 부스에서 여러 모바일 게임을 선보였다. PC 게임을 즐기지 않았던 유저도 모바일 게임을 통해 게임 시장의 새로운 구매자로 등장한 시점에서 스펙트럼이 넓은 사용자 경험을 구축해나갈 필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PC와 모바일의 연동도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았다.

현장에서 만났던 넥슨의 관계자는 "아직 지스타에서 모바일 게임이 주류로 올라서지는 못했지만, 온라인과 모바일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온라인을 모바일과 연동하려는 움직임이 계속 시도되면 머지않은 시일에 경계가 허물어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 시연을 위한 대기열이 매우 길었다.

▲ 영상 관람과 더불어 참여할 수 있는 참여형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었다.


대체로 B2C를 통해 대중에 공개된 신작들은 '관람'과 '체험'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했다. E3를 통해 공개하고 GC에서 시연 가능한 버전을 선보이는 북미 시장과는 달리, 한국은 지스타 한 곳에서 모든 것을 경험토록 한 것이 색다르다.

모바일 게임을 온라인 게임과 직접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새로운 먹거리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점에서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다. 이번 지스타는 게임 산업의 변화와 미래를 보여준 현장이라는 의의를 가진다 하겠다.


B2B - 해외 진출의 교두보

모바일 게임에 있어 B2B 관의 열기는 용광로 같았다. B2C에서나 볼 수 있던 부스 걸이 등장하는가 하면 갖가지 이벤트로 바이어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나섰다. 특히 B2C에 참전하지 않은 기업들도 B2B에 참석하여 수출계약에 열을 올렸다.

넥슨을 비롯해 컴투스, 게임빌, 위메이드, 네오위즈게임즈와 골프존엔터테인먼트, NHN엔터테인먼트, 한빛소프트 그리고 네오싸이언 등이 총성 없는 전쟁에 참여했으며 외국 업체들도 다수 참가했다. 영국, 독일, 폴란드 등은 국가단체에서 부스를 마련, 한국 게임 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인력 및 인프라 유치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더불어 모바일 게임 관련 솔루션 B2B 부스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B2B 관에는 B2C 관보다 4배 이상 많은 기업이 참여해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으며 수출 관련 비즈니스에 주력했다. 이는 온라인 게임보다 해외 진출 및 유통이 유리한 모바일 게임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다. 올해 지스타가 B2C 관의 국내 참가업체 수는 줄어든 반면 B2B 관의 규모가 역대 최대로 꾸려진 것도 이러한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 지스타 2014 B2B관 내 게임빌 부스


외부의 시선에서 대한민국의 게임을 볼 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뛰어난 그래픽 품질과 더불어 유저들의 높은 게임 이해도를 장점으로 꼽는다. 게임 이해도가 높은 유저를 만족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게임사들의 노력이 해외 바이어들의 구미를 자극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지스타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눈 서태건 원장은 "해외에서 부산 지스타가 비즈니스하기 제일 좋은 장소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비즈니스의 성장은 앞으로 지스타를 이끌어갈 하나의 축이다."라고 말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활성화되는 B2B. 향후 해외 게임 비즈니스가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스타2015- 모바일, 내년이 기대된다.

올해 게임대상은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가 수상했다. 모바일 게임 최초의 대상이었다. 후보작도 온라인 게임보다 많았다. 이는 모바일 게임이 게임 업계 전체를 봐도 비중 있는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다.

작년 지스타에 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참여했지만, 게임 업계 내의 위상이 미비했던 점을 상기해 보면 일 년 사이에 많은 성장을 이루어 냈다. 스마트 기기 보급이 늘어나고 전반적인 성능 수준이 높아진 것을 배경으로, 모바일 게임시장은 최근 몇 년에 걸쳐 지속적인 순풍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 모바일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들어 레드오션화 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B2B 관에서 직접 확인했던, 활로를 뚫기 위한 비즈니스 현장은 모바일 게임이 게임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온라인 게임의 강국이자 모바일 게임의 신흥 성장국인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미래가 기대된다. 내년 지스타 2015에 참가할 모바일 게임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