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법학회 출범을 기념해 마련된 첫 심포지엄에서는 크게 세 가지 주제가 마련됐다.

법학회 회장이자 첫 번째 주제의 좌장을 맡은 최승수 변호사는 "법학회 창립 후 첫 심포지엄 주제로 무엇을 삼아야할지 고민했었다"며 "한국 게임산업의 전반적인 현황들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하겠다 싶어 오늘 주제들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게임산업의 현황'이라고 하면 흔히 매출 규모를 근거로 한 경제적 효과가 떠오른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그것은 산업의 실질적 가치를 논하는 훌륭한 보루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 주제에 대해 발제를 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기존과는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내놓았다.



발제자 :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

- 게임산업의 현황에서 통계로 나타난 수치는 '참 잘했어요'라는 미사여구와 같다.
- 게임에 대한 국민여론 및 사회적 관심은 2~3년 앞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벼이 볼 수 없는 것이 현실.
- 규제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규제로 다가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 이런 이슈가 있을 때만이 아니라,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조명하고 확고히 구축하기 위한 연구를 일상화해야 한다.


이동연 교수는 "조금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법학회를 창립하게 된 것은 문화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을 꺼냈다. 그는 스스로 산업 전반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2013년 발간된 게임백서의 데이터를 주로 살펴봤다고 밝혔다.

2012년 9조 원 이상의 매출. 2013년에는 1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통계 수치로 보면 게임산업이 소위 '잘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동연 교수는 "통계로 나타난 수치는 '참 잘했어요'라는 일종의 미사여구와 같은 것"이라며 "이에 안주하거나 편안하게 생각해버리면 언제 어떻게 산업적인 위기를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당장 게임산업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나 사회적 관심은 2~3년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벼이 볼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 경제적인 현황을 말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콘텐츠의 문화적 가치를 연구하는 사람답게, 그는 게임산업을 둘러싼 문화적 측면의 문제의식과 가치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한 노력이 현재의 게임산업을 위해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의견이다.

한때 유행처럼 퍼졌던 '안녕하십니까' 대자보에서 비판했듯, 게임업계 역시 '안녕하지 못하다'는 이야기. 이동연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 규제가 매우 강한 것이고 업계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게임이 안녕하지 못한 이유는 황당한 처벌조항 때문만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열심히 개발하세요. 우리는 보다 건강한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법안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작 그것은 업계 종사자들에게 규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동연 교수는 과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그는 게임 규제에 관한 환경이 새롭게 갖춰지고 있는 지금, 게임업계의 인식 전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번과 같은 이슈가 있을 때가 되면 문화연구자들에게는 각종 업체와 단체의 연락이 몰린다고 한다. 그러다가 화제가 사그러들고 나면 또다시 조용해진다. 이동연 교수는 이러한 행태에 일침을 날렸다.

이슈가 있을 때만 대응하려 하지 말고, 평소에도 먼저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것. 그는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게임이 문화라는 점을 연구하는데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며, 문화와 사회환원, 교육의 역할을 책임감 있게 가져가는 자세가 앞으로 게임업계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토론자 1 : 엔씨소프트 황순현 전무

- 게임을 포함한 우리나라 IT산업을 바라보는 프레임 자체에 오해가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 이것은 '규제'를 사이에 둔 일종의 문화충돌이다. 여기서 진다면,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가치는 줄어들고 말 것.
- 모바일 게임분야가 강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게임의 유통구조는 농산물 유통구조 못지 않다.
- 문화로서 지켜낼 수 있느냐 없느냐. 이것이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영향력을 결정지을 초석이 될 것이다.


게임업계에 실제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리에 참석한 엔씨소프트 황순현 전무는 "업계와 회사의 입장보다는 개인적으로 생각한 날 것 그대로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이 자리에 더 어울릴 거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먼저 게임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IT산업을 바라보는 프레임 자체에 오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김연아 선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고 해서 글로벌 피겨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게임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흔히 '한국은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황순현 전무는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잘 모르겠지만, '환상'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클래시 오브 클랜'과 '헤이데이'로 알려진 슈퍼셀의 경우 그리 많지도 않은 인원에 수천 억 단위의 매출을 낸다. 국내에서 수백 억 이익을 냈다는 '애니팡 신화'를 이야기하지만, '캔디 크러시 사가'의 킹닷컴은 수 조 원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황순현 전무는 "이것이 냉혹한 글로벌 시장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황순현 전무는 "엔씨소프트라는 회사가 잘 나가는 회사, 돈 많은 회사로 보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대표급으로 거론되는 게임사와의 격차를 생각하면 도저히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이야기했다.

여기에 모바일 게임분야가 강세를 이루고 있는 국내 게임시장의 유통구조도 한 몫 한다. 황순현 전무의 말에 의하면 농산물의 유통구조 못지 않은 수준. 애플이나 구글 등의 마켓 입점 수수료라든가 게임 안에 들어갈 인앱결제 시스템 구축비용 등 중간에 빠져나가는 양이 상당하다. 게임을 만든 주체는 엄연히 개발자이지만, 그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100의 매출에서 20 정도가 될까 말까한 구조.

황순현 전무는 앞서 이동연 교수가 지적했던 '업계의 노력'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스로의 가치를 환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하는데, 그것이 부족했음을 인정하는 것.

그는 앞으로 한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규제를 시도하려는 사람과 그것을 막으려는 사람들의 충돌. 어느 한 쪽이 악의적이라거나 다른 한 쪽이 선의로 충만해있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보다는 향후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가치를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황순현 전무는 뜨겁게 거론되고 있는 규제에 관한 이야기는 어쩌면 게임이라는 신문화를 바라보는 세대 간의 갈등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게임을 문화로 보고자 한다면, 이것을 지켜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매우 중요해진다. 그는 문화로서의 게임을 지켜내는 것이 앞으로 한없이 커질 글로벌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결정지을 초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토론자 2 : 엔트리브소프트 소속 김효정 변호사

- 영화를 볼 때 특정 장면이 문제가 된다고 해서 그 영화 자체를 매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 게임산업의 전체적인 파이는 커졌지만, 그 이면에서 균형적인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
- 오늘과 같은 논란이 나오기 전에 자발적인 절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분명 필요하지 않았을까.
- 1년 2년이 아닌, 10년 20년까지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시점.


엔트리브소프트 소속의 김효정 변호사는 게임회사와 관련된 업무를 이어오는 사람, 게임사의 법무적인 부분을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몇 가지를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업계는 모든 것이 굉장히 빠르게 변한다. 김효정 변호사는 "최근 개인적인 사정으로 몇 개월 휴가를 지내고 오니 적응하기 버거울 정도로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며 업계의 유동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바일 분야에서 유통 플랫폼이 갖는 위치. 그녀는 주위 사람들 중에 원래 카카오톡을 쓰지 않다가 게임을 하기 위해 카카오톡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토록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인만큼, 김효정 변호사는 게임산업을 논함에 있어 이동연 교수가 언급했던 게임의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봐야한다는 데 동의한다는 뜻을 비쳤다. 이에 따라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다뤄야할 과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중독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게임의 본질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효정 변호사의 의견. 우리는 영화를 볼 때 특정 장면이 문제가 된다고 해서 그 영화 자체를 매도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영화의 전체적인 가치를 평가하는 본질적 기준이 어느 정도 잡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확립되어야 하는 이유다. 물론, 매출로서의 평가가 아닌, 콘텐츠적인 가치에 대한 평가가 많아져야 한다.

업계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은 김효정 변호사 역시 재차 강조했다. 핀란드의 온라인 겜블링 회사 Paf 에서는 Responsible Gaming 정책 및 지침 제정을 공표하고, 자사가 제공하는 게임들의 서비스 관련 이슈에 대한 인식을 발표한 바 있다.

유저가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고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는 것이 첫째, 각종 제한 정책을 두고 이에 위배되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이용자를 사전 예방하는 것이 둘째, 이미 문제가 발생한 이용자에 대해 보험을 통해 전문 심리치료사 및 10회의 무료 카운셀링 제공이 셋째다.

이러한 실리적인 노력은 게임회사가 가지는 사회적 책임과 연관된다. 김효정 변호사는 "최근 게임사들의 사회적 공헌 등에 관한 보도를 보며 점차 바람직한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게임산업의 전체적인 파이는 커졌지만, 그 이면에서 균형적인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그녀가 바라보는 근본 원인이다. 짧은 시간 동안 양적으로는 많은 성장을 이뤘지만, 질적인 성장이 그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

또한, 오늘의 논란이 생기기 전에 자발적인 절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분명 필요했을 것이다. 김효정 변호사는 앞으로라도 1년 2년이 아닌 10년 20년까지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이야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