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돋보이게 하는 법은 여러 가지다.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그래픽을 선보인다거나 감수성을 자극하는 OST를 투입시키는 방법도 있다. 혹은 인디 게임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참신한 시스템으로 무장한 작품도 있었다.

디포게임즈가 선택한 방법은 시나리오의 강화였다. 전작 '비행소녀'로 캐릭터 성을 확보한 디포게임즈는 '비행기사단'을 통해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드는 방안을 채택했다. '무사 백동수', '불의 여신 정이'로 이름을 알린 권순규 작가가 힘을 보탰다.

단순히 게임으로 남는 것이 아닌, 자사의 IP를 토대로 하나의 브랜드를 구축하고자 노력 중인 디포게임즈 본사를 방문했다.

▲ 좌 - 박세준 디포게임즈 대표, 우 - 권순규 작가





게임명이 '비행기사단'으로 확정됐다. 전작인 '비행소녀'와 비슷한 이름이다.

박세준 - 비행소녀를 서비스할 때 재미있는 현상을 목격했다. 그때 '상속자들'이라는 드라마가 방영하던 시즌이었는데, 드라마 시간 되면 접속자 수가 쭉 빠지더라. 모바일 게임은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걸 느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의 게임 개발 경력은 부족하지 않지만, 기획자가 쓰는 시나리오보다는 대중과 가장 가까이 있는 드라마 작가의 감각을 가미하는 게 더 나은 방향이라 생각했다. 드라마 쪽의 네임드 작가분이 참여했기에 단순히 게임플레이에서 오는 재미가 아닌, 스토리에서도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스토리 부분에서 '비행소녀'를 넘어서는 흥미를 안겨주리라 생각한다. 게임 내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소설 보기' 메뉴도 따로 만들었다.

작가님이 거의 열 권 정도 되는 소설을 써 주셨다. 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방대하고 디테일하다. 게임을 하다가 쉴 때 소설을 읽는다면 게임에 대한 재미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일반적인 모바일게임에서 보기 어려운 시도 같다.

박세준 - IP를 브랜드화하기 위해 작년 3월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현재 꽤 많은 부분이 구현된 상태다. 조금 목표를 크게 잡는다면, '비행기사단'의 IP가 '파이널 판타지'같은 글로벌 RPG 포지션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굉장히 방대한 세계관을 갖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게임 외 산업으로 진출할 생각도 가졌는지 묻고 싶다. 이를테면 애니메이션이라던가.

박세준 - 술 마시면서 생각해보기는 했다. 단순히 게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완구나 애니메이션 산업 쪽으로 퍼져 나갈 계획은 있다. 다만, 이건 모두 첫단추가 잘 끼워졌을 때 이야기다. 일단 게임이 잘 되어야 한다.


'비행'이라는 이름에 대한 애정이 많아 보인다.

박세준 - 인지하기 쉽고 의미하는 뜻도 많다. 나쁜 쪽의 비행은 아니고(웃음). 딱 게임을 봤을 때 하늘을 날면서 플레이하는 것. 그런 직관적인 느낌도 드는 것 같다. '비행기사단'에는 '비행소녀'의 등장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비행소녀'는 멀리 가기 류 캐주얼 게임이었지만, '비행기사단'은 스테이지 클리어 형태이면서도 시나리오가 두드러진 슈팅 게임이다. 캐릭터 하나하나에 깊이 있는 스토리가 녹아들어 있으니 꼭 확인해보길 바란다.


전작은 횡스크롤 슈팅 게임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하나.

박세준 - 종스크롤 슈팅 게임이다. 그리고 RPG의 성장 시스템이 담겨 있다. '비행소녀'의 키워드는 '변신'이었고, 캐릭터 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횡스크롤을 채용했던 거다. 하지만 유저들이 화면을 인지하기에는 종스크롤이 훨씬 직관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비행소녀'의 경우, 특정 구간에서 유저들의 대규모 이탈 현상이 나오곤 했는데, 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레벨 디자인에도 특별히 신경 썼다. 개별 스테이지마다 목표 전투력을 설정하고, 이걸 넘으면 수월하게 클리어할 수 있다. 만약 전투력이 부족하다 싶으면 이전 스테이지를 반복 클리어하여 자신의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면 된다.

우리가 '비행기사단'을 만들면서 생각했던 핵심은 '쉽고 재미있게'였다. 플레이어가 다소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오랜 기간 플레이하다 보면 언젠가는 클리어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녹아들고, 여기에 성장 요소를 추가하는 방향이다. '비행기사단'은 우리가 2년 동안 모바일 게임을 개발, 서비스하면서 느꼈던 경험의 집대성이라고 보면 된다.


▲ 게임을 직접 시연 중인 박세준 대표


그 말대로 '비행소녀'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모바일게임 분야에서도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꼽는 모바일게임의 핵심이 있다면?

박세준 - 성장이다. 컨트롤에 의해 공정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어린 유저들은 손이 민첩해서 잘 피하고 잘 쏜다. 하지만 나이가 있는 유저들에게 그런 플레이는 쉽지 않다. 게임 하면서 스트레스받고, 고비가 온다면 게임을 접을 것이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종스크롤 슈팅을 만들되, 성장형 RPG의 문법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는 게 핵심이 아닐까.


게임 내 콘텐츠나 시스템에 대해서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박세준 - '비행기사단'은 기본 스테이지, 중간 보스 스테이지, 거대 보스 스테이지로 구분된다. 에피소드 중간에 '전설 모드'라고 불리는 극악 난이도의 스테이지도 플레이할 수 있으며, 높은 수준의 장비를 획득하는 보스전도 존재한다. 이런 메인 스테이지는 현재 80개가 구현된 상태다.

사이드 콘텐츠인 '보스 던전'은 말 그대로 보스만 나온다. 여기에서 장비를 얻고, 모험 모드에서 경험치를 얻어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플레이어의 전투력이 높아진다. 진화, 합성, 강화, 제작 등 게임 내 성장 요소들이 각 시스템에 녹아들어 있다.

또, 순위 모드도 존재한다. 기존의 멀리 가기 개념으로, 순위에 따라 주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 외 PvP 요소로 친구 대전과 무한 대전이 있는데, 친구 대전은 말 그대로 친구에게 도전장을 낸 뒤 한 판 붙는 것이다. 무한 대전은 게임에서 지정해주는 비슷한 수준의 상대와 승부를 겨루게 된다. 경기에 루비나 골드를 건 후, 이기는 사람에게 훨씬 큰 보상이 제공된다.

시나리오는 이미 다 집필된 상태다. 게임은 시나리오를 간추려 풀어낸 방식이라 보면 되고. '몰리'라는 마녀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수정구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화를 그리고 있다. 모험 도중 많은 친구를 만나게 되고, 갖은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간다. 이야기 후반에 반전이 하나 있는데... 물론, 지금 말할 수는 없다. 게임 내에서는 스테이지에 진입할 때 캐릭터들의 대사를 볼 수 있다.



플레이하는 것을 보니 손맛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박세준 - '디젤' 때부터 함께해 온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손맛은 우리 회사의 강점이라 생각한다. 슈팅에 있어서만큼은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권순규 작가는 '무사 백동수', '불의 여신 정이'의 극본을 담당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에 게임 쪽 시나리오를 맡게 됐다. 굉장히 드문 경우다.

권순규 -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계기가 있었나?

박세준 - 사실, 우리 회사 전무와 권순규 작가가 친구 사이다. 사무실 이전할 때 권순규 작가를 처음 뵈었다. 화분 갖고 오셨더라. 인사드리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와 게임의 결합.

권순규 - 아, 그거였구나. 사실 우연이라면 우연인 것 같다. 예전에 '비행소녀'를 플레이해 본 적이 있었으니까. 그 게임의 제목, 그리고 소재가 마음에 들었다. 의외로 우리나라에 '마녀'를 소재로 한 작품이 별로 없다. 판타지는 발전했지만 대부분 마법사를 쓰지, 마녀를 쓰지는 않는다. 주로 여성 작가들이 로맨스를 가미한 이야기 풀 때나 쓰지.

그런데 '비행소녀'에는 마녀가 있었고, 매력적인 캐릭터 위에 멋진 시나리오를 입히면 훨씬 재미있어질 여지가 보였다. 마침 대표님도 내게 제안을 해 와서 흔쾌히 수락했다. 얘기하다 보니 드라마 업계와 게임업계가 비슷한 면이 많더라. 힘든 점도 같아 동질감이 들었고.


드라마 업계는 주로 어떤 면에서 힘든가.

권순규 -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대중과 직접 맞닿아 있다. 망하는 작품 많고, 대박 하나 빵 터지면 편하고 이런 것도 비슷하다. 그리고 도전하는 사람도 무척 많은 업계다.

박세준 - 나도 온라인 게임 쪽에서 일할 때 '드라마 쪽대본'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게임도 대중과 맞닿아 있기에 업데이트가 빨라야 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 같다. 그 와중에 재미 요소를 뽑아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게임 쪽 작업은 처음 아닌가. 드라마 극본을 쓸 때와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권순규 - 디테일하게 보면 다 다르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비교하면 게임 시나리오는 훨씬 간소화되어 나오는 편이다. 다만, 세계관을 구축하는 기본은 같다. 그리고 단계적 성장, 선악 구도가 거의 꼭 들어간다.

그리고 '비행소녀'나 '비행기사단'을 보면서 놀랐던 게 하나 있는데, 슈팅 게임인데도 시나리오에 신경을 썼더라. 이런 게임은 드물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실제 내가 쓴 시나리오보다도 게임 내 구현이 잘 되어 있어 놀랐다. '비행기사단'의 장점 중 하나가 소설이다. 소설은 읽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드라마 작가이기 전에 판타지 소설도 썼다고 들었다.

권순규 - '미르신화전기'라는 이름의 판타지 소설이다. 5권까지 썼는데 이후로 출간을 안 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외부 사정 때문에 못했다는 게 정확하겠다. 지금은 그 문제가 풀리긴 했는데, 시간이 없다. 지금 새로 쓰면, 예전에 썼던 것도 다 고쳐 써야 하니까.


게임은 평소에 많이 하는 편인가.

권순규 - 흔히 말하는 천만 다운로드 게임만 한다. 그런데 최근 한 게임 중 '비행기사단'보다 재미있는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라서 재미있게 작업 중이고, 기대도 많이 하고 있다.


게임은 다른 문화 콘텐츠와 다르게 유저가 직접 체험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비행기사단'을 통해 유저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했나.

박세준 - 도전과 극복. 스토리를 보면 알겠지만, 캐릭터의 개성이 정말 강하다. '아, 이 녀석들이 어떻게 함께 다니지.' 할 정도로. 그런 캐릭터들과 하나하나 만나면서 친구가 되고,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들. 그 자체가 도전과 극복이다.


마지막으로 외국 진출 계획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다.

박세준 - 일단 올해 상반기 목표는 '비행기사단'을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서비스하는 것이다. 외국 진출은 하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실질적인 개선 사항이나 서비스 노하우 등을 더 쌓고 나갈 계획이다. 그 외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내용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