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코리아의 코다 미네오 대표는 “온라인 게임에 대한 편식이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의 기조 연설을 통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2007 국제게임개발자회의 첫 날을 열었다.


지금으로부터 118년 전 화투나 트럼프를 만드는 공장에서 출발한 닌텐도가 닌텐도DS를 앞세워 일본 및 전세계 게임시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온라인 위주로 시장이 형성된 우리나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닌텐도만의 게임철학은 무엇인지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



[ 한국 닌텐도, 코다 미네오 대표 ]




= 닌텐도의 역사와 일본 게임시장의 침체


먼저 코다 미네오 대표는 닌텐도의 비디오 게임 사업은 약 30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비교적 최근의 비즈니스라고 소개하면서 그러나 언제나 새롭고 독창적인 놀이를 제공했던 정신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서두를 열었다.


1980년도 액정을 삽입한 게임워치, 카세트를 교체함으로써 전혀 다른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던 패미콤 등에 힘입어 단기간에 글로벌 사업체로 변모한 닌텐도는 1985년 마리오를 세계적인 캐릭터로 만들면서 ‘play Nintendo’가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의미가 될 정도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일본의 게임시장은 1997년부터 지속적인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예전만큼 게임을 하지 않게 되었다. 신선함을 느낄 수 없는 비슷한 게임만 나온다. 너무 어려워서 내가 하기는 무리인 것 같다. 최근 게임은 너무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해서 바쁜 사람이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게이머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고.


게임을 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요구되면서 초심자와 숙련자 간의 차이가 벌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게임 하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전체 시장이 축소되는 ‘게임이탈현상’이 일본 뿐 아니라 북미 등 세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닌텐도는 예상했다.


반도체의 성능향상에 힘입어 높은 프로세스 성능을 보여주고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주며 내용을 복잡하게 하는 것이 게임의 진보이고 고객의 만족을 보장한다는 인식이 이런 결과를 불러온 것이라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게임을 하지 않거나 그만두게 된 사람들에게 흥미를 줄 것인지, 폭넓은 연령층의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이 된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 닌텐도의 전략 : 게임인구의 확대


그 때부터 닌텐도는 기본 전략을 ‘게임인구의 확대’로 정하고 5살부터 95살까지 모든 사람이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마이크를 통한 음성인식과 터치패드, 듀얼스크린 등 알기 쉬운 유저 인터페이스를 접목시킨 독특한 구성을 완성시키게 되었다.


처음 이 같은 닌텐도의 제안은 회의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지만, 1년이 지나자 판매량이 급속히 증가해 1천만 대 이상이 일본에 보급되었다. 하드웨어가 보급되자 소프트웨어도 덩달아 판매가 늘어나 과거 일본 게임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소프트웨어의 밀리언셀러 현상도 나타나게 되었다.


게임매장의 모습도 바뀌었다. 어른들이나 젊은 여성들이 게임매장을 찾게 되었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터치제너레이션이라고 하는 비디오게임의 정의를 확장시킨 소프트웨어였다. 강아지를 키우거나 영어를 공부하거나 뇌를 단련하는 등 게임과는 관계가 없었던 테마들이 닌텐도DS 에서는 게임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새로운 게임시장의 블루오션이 된 것이다.


= 한국 시장 진출과 성과


닌텐도의 한국진출은 2년 전 한국개발진흥산업원으로부터 세미나 요청을 받고 결정되었다고 한다. 한국시장은 온라인 게임이 독점적인 위치에 있었지만 게임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고 닌텐도의 현지법인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던 것으로 코다 미네오 대표는 분석했다고.


닌텐도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한국에서 어떻게 사업전개를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검토결과도 마찬가지로 ‘게임인구의 확대’전략. 온라인 게임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도 닌텐도DS는 하고 싶게 할 가능성. 이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로컬라이징이 필수였다.


또 닌텐도가 가지고 있는 마리오, 포켓몬 등 세계적인 프렌차이즈보다는 다른 비디오 게임기와 차별화되는 닌텐도DS만의 특성을 이해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세계적으로 1천만 장 이상 판매된 매일매일DS두뇌트레이닝, 닌텐도DS영어삼매경을 선두에 내세웠다. 특정 타겟층을 대상으로 하기 보다는 폭넓은 세대에 인기가 있는 배우를 모델로 채택했다.


그 결과 일본이나 미국에서처럼 게임매장의 모습이 확 바뀐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고.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회사원, 젊은 여성 등 다양한 고객이 닌텐도 상품매장을 찾고 있으며, 닌텐도 게임의 독특한 가치를 이해시키고 게임에는 관심이 없지만 DS라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이 팔렸나 보다는 어떤 사람들이 DS를 구입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 한국의 개발사와 손잡겠다.


마지막으로 코다 미네오 대표는 우리나라의 개발사에 손을 내밀었다.


연령, 성별, 게임경험을 불문하고 누구나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DS는 아이디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게임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부담이 적을 것이라는 것. 게임 개발에 뛰어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개발사가 닌텐도 플랫폼을 통해 세계로 나가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 게임시장의 또 하나의 해법


코다 미네오 대표의 지적대로 한국 시장은 온라인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일본이 과거 90년대 중반 이후 그랬듯 점점 높은 사양의 고퀄리티 게임, 더 많은 시스템으로 무장한 복잡한 게임, 성공한 게임을 벤치마킹한 게임들이 신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일본 게이머들이 ‘할 만한 게임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게임에서 이탈해야 했던 모습은 지금 우리나라 게이머들에게도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미 게임이탈 현상은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해법을 닌텐도는 독특한 인터페이스를 갖춘 DS 플랫폼과 함께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게임에서 찾았다. 그래서 온라인은 가망이 없으니 닌텐도를 개발하라는 것은 물론 아니다. 요는 어디에 마음을 둘 것 인가이다.


더 그래픽이 뛰어난, 더 많은 시스템을 갖춘, 더 어려운, 더 복잡하고 광대한 게임으로의 진보는 어쩌면 ‘놀이’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과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코다 미네오 대표는 묻고 있었다.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는 부산 해운대 ICON 2007 현장에서...
Inven Niimo - 이동원 기자
(niim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