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반갑습니다, 기사님. 에페이아 연합의 일원으로 혁혁한 공을 세운 기사님과 동료분들의 명성은 이곳 칼지기 마을까지 널리 퍼져있죠. 하지만 기사님께 한 가지 묻고 싶은게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나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쟁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에페이아 연합군의 명예를 위해 싸운다면 그 에페이아 연합군의 명예란 무엇인가요?

이곳 칼지기 마을 너머 우리의 잃어버린 땅에서 새로운 적이 나타날 것이란 예고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적과 맞서 싸우기 전에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이 전쟁의 진실을, 싸움의 목적을. 지금까지의 전투를 되돌아보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긴 이야기가 될 겁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요?




■ 에페이아와 안테라툼, 기나 긴 전쟁의 시작



에페이아와 안테라툼. 태초의 여신 에바가 창조한 두 세계의 이름입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에페이아의 종족들과 달리, 어둠과 얼음으로 뒤덮힌 안테라툼 대륙의 종족들은 파괴와 지배가 그들의 최고 덕목이라고 합니다.

안테라툼 최고의 지배자 '타이탄 이미르'는 자신의 파괴와 지배에 대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군단을 이끌고 에페이아를 침공하게 됩니다. 평화를 영유하며 지냈던 에페이아의 종족들은 안테라툼의 침공에 대비하지 못했고 궁지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이때 의문의 기사가 나타납니다. 이름도 종족도 알려지지 않은 채 '엘리트로드'라 불렸던 이 기사는 빛의 무기로 이미르를 굴복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엘리트로드 역시 이때의 폭발과 함께 존재를 감추게 됩니다.




엘리트로드의 활약과 희생 덕분에 안테라툼 군단이 혼란에 빠진 사이, 에페이아 각 종족의 대장들과 경비대가 연합군을 형성하여 드디어 반격의 준비를 갖추게 됩니다.

이미르의 죽음으로 세력이 악화된 안테라툼 군단. 이 중 오우거 부대를 지휘하는 '군타라'는 도망칠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를 눈치첸 에페이아 연합군은 아인족과 타챠이 족장을 보내 군타라를 추격케 했고, 카루트족의 공주 '레이아라'와 '아르무' 대장의 지휘 아래 전투 바라탄 요새를 기점으로 앞으로 닥쳐올 큰 전투에 작전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군타라는 몰래 병력을 진군시켜 아인족이 자리를 비운 바라탄 요새를 습격하여 포위하게 됩니다. 성벽을 기어 오르는 오우거 부대를 막아낼 병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하늘에서마저도 오우거 낙하산 부대가 강습해오자 바라탄 요새는 큰 위기를 맞게 됩니다.






■ 바라탄 요새의 위기와 군타라의 도주

여기서부터는 저의 이야기가 되겠군요. 그 당시 저는 일개 훈련병으로 바라탄 요새 내부에서 대기하던 예비 부대에 속해있었습니다. 전쟁 이후에 소집된 훈련병들이라 적의 기습 공격과 같은 전투에서 큰 활약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지휘관들의 판단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성 밖에서 들려오는 전투 소리를 듣고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더군요. 저는 용기를 내어 낙하산 부대의 습격을 저지한 뒤 요새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로 인해 군타라를 뒤쫓던 타챠이 족장과 암살자 부대까지 바라탄 요새로 긴급 복귀하면서 바라탄 요새는 고비를 넘기게 됩니다.


▲ 리안족 타챠이 족장과 암살자 부대의 귀환으로 위기를 벗어나게 됩니다.


리루족을 지휘하는 현자 '리안델'을 통해 군타라가 루멘 골짜기에 결계를 치고 숨어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아직 요새를 공격하는 오우거 무리를 막아내느라 추격대를 보낼 여유가 없었습니다. 결국 낙하산 부대의 공격을 막아내며 능력을 인정 받은 제가 군타라를 추격할 지원 병력을 요청하기 위해 환각의 숲 경비대에 파견됩니다.


▲ 리루의 현자, 리안델로부터 군타라의 행방을 듣게 됐죠.


그러나 이곳 역시 오우거 부대가 바라탄 요새의 성벽을 오르는 것을 막아내느라 상황이 넉넉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이렇게 지체하는 동안 군타라를 놓칠까 걱정되었기에 경비대에게 건네받은 추적기에 의지한 채 혼자서 추격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추적기를 따라가다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부대장 크룽가를 발견했습니다. 크룽가가 이곳에 있다면 군타라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뜻일겁니다. 혼자 어렵게 크룽가의 부대를 처치하고 나서 현자 리안델이 보낸 리니엘의 도움을 받아 결계르 해제하자 드디어 군타라가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군타라와 그의 호위병들을 혼자서 상대하긴 쉽지 않았습니다. 호위병들만 겨우 처치하고 나자 아르무 대장, 타챠이 족장 그리고 현자 리안델이 도착했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군타라에게 치명상을 입히는데 성공했습니다.


▲ 그때가 군타라의 최후가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최후의 순간에 군타라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엽합의 각 대장들은 군타라가 치명상을 당해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사들에게 루멘 골짜기를 샅샅이 조사하라 지시했습니다.

그늘진 골짜기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던 군타라를 발견한 것은 저였습니다. 깊게 생각할 만한 신중함은없었습니다. 쓰러진 군타라를 본 순간 기회라 생각했고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등 뒤에서 가해진 갑작스런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당한 나머지 그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고 의문의 습격자는 쓰러진 저를 비웃듯이 여유롭게 군타라를 데리고 사라졌습니다.

그때 욕심을 내지 말고 지원군을 요청했더라면…. 나의 실수로 군타라를 놓쳤다는 죄책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르무 대장에게 '끝까지 책임지고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군타라를 찾아 떠났지만 그자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잊혀진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아르무 대장의 이름으로 훈련병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과거의 실패를 짊어지고 후회속에서 살아갈 수만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기를 들고 바라탄 요새로 향했습니다. 과거의 실패를 되돌리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