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벵기' 배성웅 하이라이트 영상 (출처 : OPLOLREPLAY)


■선수 경력

OLYMPUS Champions Spring 2013 3위
HOT6 Champions Summer 2013 우승
리그 오브 레전드 시즌3 월드 챔피언십 우승
PANDORA TV Champions Winter 2013-2014 우승
2013 대한민국 e-스포츠 대상 LOL 정글 최우수 선수상
리그 오브 레전드 올스타 2014/인비테이셔널 우승
HOT6 Champions Spring 2014 8강 / 빅파일 NLB Spring 2014 3위
HOT6 Champions Summer 2014 8강 / IT ENJOY NLB Summer 2014 우승



■ 동북고의 자랑! SKT T1의 정글러 '벵기' 배성웅


"야! 너희 SKT T1 '벵기' 배성웅 알아? 걔가 내 친구야!"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동북고등학교는 축구부가 유명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고 한국 축구의 희망 손흥민도 동북 고등학교에 다녔다. 만약 손흥민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하고 친구로 지냈다면 국가 대항전에서 손흥민이 골을 기록할 때마다 자랑했을 것 같다.

2013년 늦가을 LoL 경기가 한창인 용산 e스포츠스타디움에 흥미로운 현수막이 걸렸다. 권위있는 세계 컴퓨터 게임 프로그램 대회에서 우승한 '벵기' 배성웅을 응원하는 현수막이었다. 동기들이 배성웅의 리그 오브 레전드 시즌3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배성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동북고 친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게임이 여가 생활 대부분인 고등학생들에게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듣고 함께 축구, 농구를 하던 친구가 프로게이머라면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 당시 배성웅은 핫식스 챔피언스 서머 2013 우승, 리그 오브 레전드 시즌3 월드 챔피언십 우승, 판도라tv 챔피언스 2013-2014 우승 등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세계 최고의 정글러'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배성웅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용산 경기장으로 수차례 직접 와서 배성웅을 응원하고 그의 승리를 함께 기뻐했다.


■ 친구들의 입대. 주눅이 든 동북고의 영웅


대다수 남자는 고등학교 졸업 후 1~2년 안에 군에 입대한다. 배성웅의 친구들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했다. 그래서일까? 언젠가부터 동북고 친구들이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홀로 남은 동북고의 영웅. 배성웅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어느새 그의 경기력을 비난하는 목소리로 변하기 시작했다.

사상 최초 두 시즌 연속 우승, 윈터 시즌 전승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SKT T1 K. 생각해보면 계속 이런 경기력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일이다. 다음 시즌, SKT T1 K의 무패 기록은 형제팀 SKT T1 S에게 깨졌고 근거 없이 일어난 승부 조작 루머가 팀을 흔들었다. SKT T1은 예전의 강력함을 찾을 수 없었고 팀의 부진에 대한 화살은 배성웅에게 돌아갔다.

SKT T1 K의 경기력은 강한 라인전 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배성웅의 빠른 커버에서 나왔다. 배성웅의 역갱킹에 경기를 망친 경험이 있는 상대 정글러는 쉽사리 무언가를 시도하지 못했다. 하지만 '푸만두' 이정현의 공백 등 각 라인의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SKT T1 K의 경기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정글러인 배성웅에게 적극적으로 변수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늘어났고 그의 경기 스타일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전 동료였던 '임팩트' 정언영은 배성웅의 정신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배성웅도 자신을 향한 비난을 의식했고 그의 플레이에도 잦은 실수가 나왔다. 자신의 주특기인 커버 플레이가 한 박자씩 늦기 시작했고 2:2 싸움에서 스킬이 빗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어느새 그는 팀의 진짜 약점이 되어 버렸다.


■ 부활의 조짐. 힘을 내요! 슈퍼 파워


길고 길었던 슬럼프 기간 동안 그가 찾아낸 방법은 약점으로 지적받은 플레이스타일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에 대한 비난을 무시하고 더욱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정글 아이템의 업그레이드보다 시야석을 최우선으로 구매해 팀의 눈을 밝히고 이를 통해 빠른 역갱킹으로 굳히기 운영을 특화했다. 1라운드 GE 타이거즈는 SKT T1과의 경기에서 1세트 배성웅의 누누에게 호되게 당하고 누누를 밴해 버린다.

2라운드 KT 롤스터 전. 배성웅은 확 달라진 플레이로 팀의 2:1 승리의 공신이 되었다. 자신의 주특기인 자르반 4세로 매우 공격적인 운영을 통해 팽팽하던 승부의 균형을 기울였다. 승기를 굳히는 운영도 탁월했다. '시야석'을 먼저 구매해 상대 정글을 완벽히 장악하면서 아군의 끊어먹기 운영을 도와 스노우볼을 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랜만에 가진 승자 인터뷰에서 배성웅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했다. 경기에 나서면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고 떨었다고 말했고 자신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기회를 얻은 배성웅의 얼굴에 기쁨이 보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는 배성웅에게 동북고 친구들에 대한 근황을 물어봤다. 배성웅은 "그 친구들 군대 간 지 1년이 넘었네요. 이제 돌아올 때가 된 것 같아요. 다들 군대 가서 외로웠는데.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주변에 가득했던 비난. 응원해준 친구들마저 자리를 비워 배성웅이 많이 힘들지 않았을까? 외로운 시간을 홀로 이겨낸 배성웅. 친구들이 돌아오기 전에 다시 자랑스러운 '프로게이머' 친구가 되어 있으려 노력하는 듯 보였다.



■ 주 챔피언 분석


① 챔피언 : 자르반 4세
② 전 적 : 42전 29승 13패 (승률 69%) KDA 4.4
③ 플레이 :

커버형 정글러의 정점에 있는 선수로 평가받는 배성웅이지만 자르반 4세를 플레이할 때는 유독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 배성웅 본인도 인터뷰를 통해 자르반 4세를 사용할 때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배성웅의 자르반 4세는 점멸, 이동기가 없는 상대 챔피언을 만나면 '깃창 콤보' + '대격변'으로 반갑게 인사한다.

배성웅의 공격성은 3월 6일 열린 2015 스베누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시즌 2라운드 KT 롤스터와의 경기에서 잘 드러난다. 배성웅은 팽팽하던 탑 라인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갱킹과 지체 없는 이니시에이팅으로 공격의 주도권을 챙겼다. 이날 SKT T1은 배성웅의 활약에 힘입어 상대 KT 롤스터에 2:1로 승리했고 배성웅은 경기 MVP로 선정되어 승리의 공을 인정받았다.



④ 아이템 & 스킬트리:

▲ 배성웅 자르반 4세의 KT 롤스터전 아이템 트리

첫 귀환과 함께 '투명 와드'와 '투명 감지 와드'를 구입해 팀의 시야 확보를 도왔다. 이후 '추적자의 검'에 '마법부여 - 용사'를 통해 공격력을 보충하고 갱킹에 힘을 보탰다. 현재 메타라면 대세로 떠오른 '잿불 거인'으로 마법부여를 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럽다.

기동력이 중요한 정글러지만 신발 업그레이드를 최대한 미루고 '시야석', '강철의 솔라리 팬던트' 등을 먼저 구매해 한타 싸움에 힘을 보태는 데 집중했다. 스킬 트리 역시 맥을 같이 한다.

▲ 배성웅 자르반 4세의 KT 롤스터전 스킬트리

Q스킬인 '용의 일격'을 먼저 마스터한 배성웅은 다음 스킬로 '황금빛 방패'를 통달했다. '황금빛 방패'의 사용을 통해 피해를 흡수하고 주변 적의 이동속도를 늦추는 등 한타 싸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빠른 정글링을 위해 E스킬인 '데마시아의 깃발'을 먼저 마스터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여러모로 효율이 높지 않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⑤ 룬 & 특성:

▲ 배성웅 자르반 4세의 KT 롤스터전 룬

'상급 공격 속도 정수' 3개를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패시브 스킬인 '전장의 군가'는 자르반 4세의 첫 기본 공격이 대상 현재 체력의 10%의 해당하는 물리 피해를 입힌다. 전장에 진입한 후 빠르게 패시브 스킬을 툭툭 쳐 주는 게 포인트다.

'상급 재사용 대기 시간 감소 문양'을 6개 사용해 5%의 스킬 타임 감소 효과를 챙긴 것도 눈에 띈다. 이로 인해 전장에서 '데마시아의 깃발'에 '용의 일격'을 이른 시간에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다.

▲ 배성웅 자르반 4세의 KT 롤스터전 특성

일반적인 정글러의 특성과 비슷하다. 핵심은 '주문 연성'과 '무기 연성', '위험한 게임'이다. 스킬과 평타가 조합되어야 강력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자르반 4세에게 '주문 연성'과 '무기 연성'은 꼭 필요한 특성이다. '위험한 게임'은 어시스트 혹은 킬을 기록할 경우 잃은 체력과 마나의 5%를 회복시켜줘 적진으로 돌진하는 자르반 4세의 생존력을 올려주는 매우 고마운 특성이다.





①챔피언 : 누누
②전 적 : 20전 15승 5패 (승률 75%) KDA 4.9
③플레이 :

라인전이 강력한 SKT T1 팀 특성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챔피언이다. 처음 배성웅이 누누를 꺼내들었을때, 팬들은 무슨 저런 챔피언을 하느냐, 비주류 챔피언을 고르다니 주류 챔피언을 다룰 자신이 없어졌나보다 라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누누는 라인전이 강한 팀의 특성을 잘 살려주는 배성웅의 필살기가 분명하다.

빠른 기동력으로 상대 시야를 장악하여 라이너들에게 라인전에서 자신감을 실어준다. 지난 2월 14일 펼쳐진 1라운드 GE 타이거즈와의 경기 2세트에서 배성웅의 상대 정글을 과감히 파고들며 카운터 정글에 성공하였다. 이후 지속적인 시야 장악과 불리한 라인 커버 타이밍으로 팀에 힘을 실어주었다. 눈에 띄게 활약한 것은 'Faker' 이상혁의 르블랑이었다. 그러나 이상혁의 활약은 상대 정글의 동선을 계속 알려준 배성웅의 눈이 있기에 가능했다.



④ 아이템 & 스킬트리

▲ 배성웅의 누누 GE 타이거즈전 아이템 트리

신속한 정글링을 위한 경비대의 길잡이 구매 후 빠르게 '시야석'을 구매해 시야 장악에 힘썼다. 이후에도 팀 파이트에 좋은 '강철의 솔라리 팬던트'를 구매하였고, 다음 아이템으로는 누누에게 좋은 쿨다운 감소 효과와 상대 공격 속도 감소가 있는 '얼어 붙은 심장'을 올렸다.

팀파이트의 팀파이트에 의한 팀파이트를 위한 아이템들을 갖추면서 존재만으로도 한타에서 큰 기여를 하는 아이템들을 구비했다.

▲ 배성웅의 누누 GE 타이거즈전 스킬 트리

최근 추세는 섭취를 3개 정도 배운 뒤 얼음 덩어리 위주로 배우는 반면 배성웅은 섭취보다 우선적으로 얼음 덩어리를 배웠다. 이 스킬 트리 또한 팀원을 믿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카운터 정글링으로 이득을 많이 취하지는 못하지만 뛰어난 개인기로 소규모 교전에 강력한 SKT T1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⑤ 룬 & 특성:

▲ 배성웅의 누누 GE 타이거즈전 룬

표식에는 누누의 패시브 이용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공격 속도를 박았다. 원활한 정글링을 위한 인장의 방어력 셋팅, '끓어 오르는 피'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문양에는 쿨다운 감소를 넣었다. 마지막으로 정수에는 이동 속도 룬을 3개나 세팅하였다. 이는 유틸리티 특성을 21 포인트 찍는 누누와는 다르게 디펜스 트리를 탔기에 부족한 이동 속도를 채우기 위함이다.

▲ 배성웅의 누누 GE 타이거즈전 특성

모든 것이 한타 위주로 맞춰져 있는 배성웅의 특성이다. 보통 누누가 유틸리티 21을 주고 디펜스에 9포인트를 투자하여 빠른 기동력으로 카운터 정글후 도주하는 플레이를 한다. 그러나 벵기는 다르다. 특성에서도 팀원에 대한 신뢰가 묻어 나온다. 내가 굳이 무리한 카운터 정글을 하지 않고, 시야 장악과 적절한 카운터 정글만 하면서 오브젝트 싸움에서 단단하게 버텨준다면 우리 팀이 승리할 것라는 믿음이 보인다.



■ 빛나는 주연 뒤에 아름다운 조연



배성웅은 자신의 커리어와 활약에 비해 많은 비난을 받는 선수 중 하나다. 리그 오브 레전드 시즌3 월드 챔피언십 우승, 리그 오브 레전드 올스타 2014/인비테이셔널 우승 등 그가 가진 커리어와 견줄 수 있는 선수는 절대 많지 않다. 배성웅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실력이 아닌 자신감이다. 이는 정글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며 자신의 움직임과 동선이 팀의 확실한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LoL은 팀 게임이기 때문에 축구, 야구와 같은 특성을 보여준다. 바로 패배의 원인을 향한 맹렬한 비난이다. 팀에 대한 애정의 반증이기도 하지만 때때로 이러한 비난은 선수들에게 큰 정신적 고통을 주기도 한다. 배성웅은 이러한 현상의 피해자 중 하나다. 그리고 많은 선수가 이에 시달리고 있다.

그를 향한 비난 때문에 수면 위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그의 동북고 친구들처럼 배성웅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팀의 주연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페이커' 이상혁 같은 주연이 빛날 수 있도록 돕는 조연 배우가 있다. 배성웅은 묵묵히 계속 와드를 박으며 팀의 궂은일을 해왔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팀을 위해 헌신한 배성웅은 누군가에게는 큰 자랑이자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