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이 키워온 FPS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 되었지만 쏟아지다시피 FPS 게임들이 출시된 것은 FPS 라인업을 갖추기 위한 게임포털들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PlayNC 를 통해 게임포털로의 면모를 강화하려는 엔씨소프트도 예외는 아니다. 1차 클로즈베타를 앞두고 있는 포인트블랭크가 어디까지 진행되었을지 궁금해 엔씨소프트를 찾아갔을 때, 포인트블랭크의 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엔씨소프트 이선주 사업팀장은 지난 2, 3년 동안 검토해보지 않은 FPS 게임이 없다고 회상했다.


결국 엔씨소프트가 선택한 것은 제페토 스튜디오의 ‘포인트블랭크’. 제페토 스튜디오의 전작 ‘불카누스(PSP)’ 개발에 사용되었던 자체 개발 엔진 i ³ (아이큐브)로 제작된 포인트블랭크는 ‘최적의 사양과 충실한 타격감’이라는 점에서 엔씨소프트의 합격점을 받았다.


뒤늦은 9월 태풍의 꼬리를 물고 폭우가 쏟아지던 날 엔씨소프트 사옥을 찾아가 개발 중인 포인트블랭크를 직접 플레이하며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제페토 스튜디오의 권대호 기획실장과 엔씨소프트의 이선주 사업팀장, 김석현 사업팀 대리가 함께 했다.



[ 권대호 기획실장, 이선주 사업팀장, 김석현 사업팀 대리 ]


= 직접 게임을 해보니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도달한 것 같다. 곧 클로즈 베타를 할 것처럼 보인다. 일정은 어떻게 잡고 있나.

최근 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거쳤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엔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임이니 만큼 메가런칭, 지스타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세 가지 일정 안이 있는데, 크게 봐서 10월, 11월 클로즈베타를 하고 연내에 오픈베타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 사양이 그렇게까지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개발은 어느 정도 진척되었고 시스템 요구사항은 어떻게 되는지.

방금 보여드린 것은 어느 정도 클로즈베타 스펙 수준이었고, 현재는 최적화 와 밸런스 작업을 하고 있다. 가끔 오해하시는데 절대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 아니다. 특히 자체 엔진을 사용하고 있어서 FPS 에 맞게 최적화 되어 CPU 등 리소스 요구도 낮다. 최소사양, 권장사양 이야기하는데 최소사양이라는 건 말 그대로 게임이 돌아가기는 하는 수준을 말하는 것 아닌가. 지포스 기준으로 5700 정도면 불편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권장사양이야 앞으로 계속 발전하는 것이니까. 물론 8800 이면 가장 잘 돌아간다.


= 제페토 스튜디오가 온라인 FPS 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이전에는 주로 PSP, GPANG 등 콘솔게임 작업을 했었는데.

처음에는 여러 가지 욕심이 있었다. 불카누스를 온라인으로 만들어볼까 하기도 했었고… 그런데 스튜디오 개발자들의 80% 이상이 FPS 게임을 좋아한다. 특히 노땅들은 콜오브듀티의 광팬이고 신진세력들은 카스를 좋아한다. 다른 게임은 아예 모를 정도였다. 워낙 좋아하는 장르다 보니 만드는 데 의문은 없었다. 이미 레드오션이지만 초기부터 의욕이 강했다.




= 스튜디오 내에 FPS 를 좋아하는 개발자들이 많은 만큼 FPS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딱 2가지를 이야기 한다. 헤드샷이 나오냐. 원샷원킬이 되냐. 이런 부분에서 회사 내부의 대중성을 찾아냈다. 기초적인 부분이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FPS 게임을 3년, 5년 개발할 수는 없다. 스케줄, 인력의 제한이 걸려있으니 FPS 게임에서 변신하거나 어디에 태우거나 하다보면 기본기는 적당선을 탈 수밖에 없다. 당연히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지금으로선 가장 큰 장점이 되었다. 그런데 그 기본이라는 타격감은 쉬운 게 아니다. 애니메이션이 아무리 좋아도 200대 때려야 죽는다면 타격감이 없는 거다.


= 차별화 전략을 들고 나온 FPS 게임들도 많았다. 타격감은 기본 요소 아닌가.

기획서는 이만큼 있다. 이런 걸 해보면 좋지 않겠어? 하고 물어보면 개발자들이 ‘정통을 해야죠. 했다. 카스나 레인보우 이야기를 하는 거다. 그런데 게임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서 안드로메다급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이를테면 칼로 싸울 때 특정 조작을 하면 칼로 막고 반격기가 들어가게 하자거나. 나이트비전, 온도감지센서 같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한 건 많다. 그런데 특이한 기능이 들어갈 때는 게임에 녹아들어가야지 아이템 하나 추가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결국 차별화라는 것은 마케팅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FPS 게임은 한 판 해보면 느낌이 오지 않나.


= 개발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을 것 같다.

밀리터리 FPS 는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는 게 한계가 있다. 성장, 커스터마이징 등 모든 개발할 수 있는 것을 다 기획했다. 예로 3개월 동안 총기 커스터마이징 기획을 끝냈다. 나름대로 시스템, 자료조사를 거쳐 체계적으로 기획했지만 막상 게임을 하는 유저들의 2, 3%만 이용을 한다. 여기에 투자할 시간이면 기본기를 하자… 그런데 카스가 10년째 만들고 있지 않나. 기본기를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프로토타입을 3개월 만에 만들어서 처음에는 자만한 적도 있는데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깊이가 있다. 결국 처음에 만들었던 건 다 버리고 새로 만들었다.




= 총기마다 특징이 있는 것 같았다. M4에 스코프가 달려있었는데. 총기 밸런스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다.

AK 는 듀얼탄창 빨리 교체하기, M4는 1.6배 줌이 달려있고, SMG는 소음기를 달 수 있다거나 하는 식인데 ‘익스텐션’이라고 부른다. 사실 각 총기들이 연사력이나 집탄율, 반동 등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긴하지만 AK와 M4의 차이만큼 확연하지 않다. 익스텐션으로 인해 이 총은 이런 기능이 가장 보편화되었고 메인이 되는구나하는 재미를 줄 수 있다. M4를 준스나이퍼라이플까지 쓸 수 있게 되어있다. 줌 상태에서 3점사가 딱 들어가서 잡을 수 있게 되어있다. AK는 반대로 1점, 2점, 3점사 등 조작에 자신 있는 유저들이 쓰는 무기다.

돌격하는 사람들한테 스나이퍼 하라면 안한다. 스나이퍼의 밸런스를 못 잡으면서 무너진 게임도 많이 봤다. 스나이퍼는 캠핑 아니면 순줌 아닌가. 볼트액션과 반자동의 차이는 그 부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쾌적한 스나이핑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밸런스라는 게 카스를 보면 어설트라이플과 SMG는 가격차이다. 돈이 없을 때 쓰는 게 SMG가 되는데 그렇게 사장되지 않도록 활용도를 높였다. 일단 AK 를 들 수도 있지만 SMG 도 많이 쓸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다.


= 맵은 어느 정도 개발되어 있나. 웨어하우스와 비슷한 느낌의 맵도 있었다.

국민 맵은 유저가 만드는 게 맞다. 그렇다고 해서 맵 20개 올려놓고 하나 고르라고 해서는 의미가 없다. 국민 맵이 될 수 있고 기존 FPS 유저들에게 이질감을 주지 않는 맵을 만들어야겠다… 스테이지에 맞게 콘크리트 기둥이 파괴된다거나 컨테이너가 움직인다거나 하는 데서 네트워크 이슈가 많았다. 이런 부분들이 눈에 드러나지 않게 맵의 전략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적이다. 총 8종의 맵을 제작했는데 내부적으로 검증 과정을 거쳐서 1차 클로즈베타에서는 일부만 공개할 것이다.




= 내부 테스트 인원이 꽤 많은 것 같다. 사내 반응은 어떤지.

50명 정도 된다. 3, 4개월 동안 계속 테스트해왔다. 엔씨 QA팀과 개발팀의 대결도 3번 있었는데 모두 QA팀이 승리할 정도였다. 게임회사답게 내부 테스터들끼리 상금을 걸고 대회도 열곤 한다. 물론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은 있다. 하지만 최대한 유저에게 불편을 주고 싶지 않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한다. 공개했는데 버그가 나오면 프로그래머로서 치욕이 아니냐. 플레이스테이션 패키지 작업 경험이 있어서 최종 테스트 과정은 다들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사내 반응은 뜨겁다. 문득 총소리가 나서 보면 어디서 계정을 빌렸는지 게임을 하고 있다. 엔씨에서 서비스한다는 것 때문에 유관부서 협조도 원활하다.


= 최근 FPS 게임들은 어떤 엔진을 쓰고 있는지가 프로모션의 하나로까지 자리 잡았다. 포인트블랭크는 자체 개발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데 어떤 점이 강점인지.

I의 3승이고 아이큐브라고 부른다. 버클리에서 전산학을 공부하신 사장님의 영향도 있는데 I 라는 것이 공학에서는 아주 중요하다고 들었다. 아이큐브의 강점을 꼽으면 최적화와 멀티 플랫폼이다. 예전 조이캐스트 시절에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에서 진여신전쟁 등 한글화 작업을 많이 했다. 그 때 엔진을 만들어서 메모리와 리소스 관리가 최적화되어있다. 물론 게임브리오 엔진처럼 접근하기는 힘들겠지만,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할 수 있어 콘솔로의 이식도 쉬운 편이다. 셀프쉐도우나 라이팅 등 최신 기술도 다 들어가 있다.

자체엔진이라서 좋은 점은 개발 일정이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발자들이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어디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언제까지 완료된다는 게 바로 나온다. 만약 다른 엔진을 수입해서 쓴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기술지원을 요청해야 되고 답변 이메일이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

또 엔진이 공개되어있지 않고 접근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핵 등 치팅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이 좋을 것이다. 엔씨소프트인 만큼 이런 서비스 부분에서도 잘 맞는 점이 있다.


= 엔씨소프트와의 협조는 잘 되고 있나.

애니메이션 팀장님이 동작을 설명하는 데 빗자루를 들고 하는 모습을 보고 바로 일본에서 총을 사와서 지원한 에피소드가 있다. 물론이다. 엔씨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하반기 가장 먼저 출시할 것이고 메가런칭, 지스타 등을 통해서도 대대적으로 알릴 것이다.


= 엔씨소프트의 FPS 를 기대하고 있는 게이머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재밌는 게임 만들고 있다. 재미를 원하는 FPS 유저들이라면 쉽게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타격감 외에도 커뮤니티를 위한 부분들도 착착 준비되고 있다. 많은 기대 바란다. 재미있게 즐겨주십시오.




잠깐이지만 현재 최종 개발단계에 있는 포인트블랭크를 플레이해볼 수 있었다. 전체적인 속도가 약간 빠른 느낌이었던 것을 빼면 기존 FPS 를 해왔던 게이머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을 타격감으로 꼽고 있는 만큼 총을 쏘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각 무기별로 특징적인 바리에이션이 '익스텐션'의 형태로 구현되어 있었고, 돌격총 저격총 뿐 아니라 SMG, 샷건의 활용도도 높게 설정되어 있었다.


특히 컨테이너 박스가 움직이면서 맵의 이동경로가 수시로 변한다거나, 2층 구조로 된 도서관 맵에서 천장의 유리가 깨지면서 떨어지면 대미지를 받는 부분, 영화 매트릭스에서 볼 수 있었던 콘크리트 기둥이 총알 세례에 파편이 휘날리며 파괴되는 연출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유동적인 맵의 구조가 단순히 눈요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점을 이용한 전략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중요했다.


인벤 기자들이 발컨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플레이한 영상을 담아왔다. 상대는 기자가 들어와 있는지 알 리 없는 엔씨의 QA팀. 이미 몇 개월 간 테스트를 계속해왔던 QA팀의 강력한 공격에 쓰러지는 일을 반복해야 했지만 포인트블랭크가 어떤 게임인지 조금은 전달되리라 믿는다.


새로운 무기, 새로운 아이템, 최고의 그래픽, 새로운 시스템으로 무장했다며 차별점을 부각시키는 데 힘써왔던 전반기 FPS 게임들이 줄줄이 낙마하고 있는 가운데, 기본기의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쏟아온 포인트블랭크가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둘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뭐니뭐니 해도 엔씨의 게임 아닌가.


☞ 관련 동영상 : 엔씨소프트의 FPS, 포인트블랭크 최신판 실제 플레이 영상







Inven Niimo - 이동원 기자
(Niim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