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샌가 국민 영화가 되어버린 마블 시네마틱 시리즈의 최신작,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한지도 어느덧 일주일 째다. 여태까지 울트론은 수천, 수만번 심장을 뜯겼고 400만명이 그를 보아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다.

'아이언맨' 시리즈로 조금씩 조금씩 우릴 간보던 이 슈퍼 히어로 무리는, 어느샌가 각자 하나씩 명함을 돌리듯 개인 영화를 내놓더니, 결국 '어벤져스'라는 이름으로 한 배를 타게 되었다. 문자 그대로, 같은 배를 탔다. 그 배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물건이라는 특이점이 있지만 말이다.

전작인 '어벤져스' 1편은 우리나라에서만 700만명이 넘는 관객을 기록했고, 이번은 일주일 만에 400만명에 도달했으니, 어쩌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본 슈퍼 히어로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슈퍼 히어로라는 소재는 어느새 우리에게 이렇게 대중적인 문화가 되었다. 물론, 마블 코믹스를 싫어하고 DC 코믹스를 좋아하는, 특히 그린 랜턴을 좋아하는("그린 랜턴은 영화화된 적이 없어!") 팬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패러디를 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제작자 : 트위터 '남대'님)

뭐 어쨌든, 이제 한국에서도 슈퍼 히어로로 영화를 만들면 수백만명의 관객이 보장되고, 코믹북도 번역되어 팔리고 있으며, 관련 게임들도 공식 현지화를 거쳐 속속 나오는 상황이 됐다. 원래부터 인기 캐릭터였던 DC 코믹스의 배트맨은 영화 '다크나이트' 트릴로지 뿐만 아니라 게임 '아캄 시리즈'로 인해 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크게 사랑받는 슈퍼 히어로가 되었다.

이러한 슈퍼 히어로 열풍에 발맞추어, 인벤에서도 '어벤져스2' 의 개봉에 따라 다양한 슈퍼 히어로 게임을 소개하는 기회를 갖기로 했다. 주의하시라. 어쩌면 우리의 추억부터 시작해 다가올 미래의 기대까지 시간 여행에 잠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시티 오브 히어로 - 추억 속 파라곤 시티의 수호자들



2010년 이후가 되서야 국내에 열풍이 불어온 슈퍼 히어로 문화지만, 놀랍게도 이미 우리의 추억 속에 남겨진 슈퍼 히어로 게임이 있다. 바로 '시티 오브 히어로'다. 빌런이 가득한 파라곤 시티, 그들로부터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나타난 히어로들. 유저들은 모두 제각각의 슈퍼 히어로가 되어서 도시의 악당을 물리친다. 정의, 그것이 우리다.

이 게임의 최초를 기억해내려면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자그마치 11년 전이다. 2004년, 엔씨소프트는 '시티 오브 히어로' 라는 깜짝 상자를 공개했다. 솔직히 2004년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DC 코믹스와 마블 코믹스의 차이를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던 시절이었다. 20세기 슈퍼 히어로 영화들의 시발점이었던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나온 것이 2002년이니, 그 당시 사람들이 아는 슈퍼 히어로라고는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의 맨맨 브라더스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이 슈퍼 히어로 게임에 대한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한창 온라인 MMORPG들이 속속 나오던 시기이기도 했고, 오히려 소재의 '생소함'이 더욱 강하게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기존에 있는 슈퍼 히어로가 아닌, 자신만의 슈퍼 히어로를 만들어내야 하는 게임에서 유저들은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초능력자 영웅'에 대한 이미지를 직접 만들어냈고, 강력한 커스터마이징은 거기에 불을 당겼다.

와 무슨 폴 피닉스세요?

사실 게임 내적으로 엄청나게 훌륭한 게임이었다고는 할 수 없겠다.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에 대해 기억 하는 것은 다양한 파워 설정과 코스튬 설정에 그치니 말이다. 그때 우리는 아직은 생소했던 캡틴 아메리카에서부터 시작해 배트맨, 슈퍼맨 같은 기성 슈퍼 히어로를 만들기도 했고, 또 슈퍼 히어로와는 거리가 먼 다른 유명 캐릭터를 파라곤 시티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시티 오브 히어로'는 지난 2012년 공식적으로 전 세계 서비스를 중단했기에, 더이상 찾아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직계 후손, 혹은 옆집 친구 쯤 되는 게임들은 아직 남아있다. 바로 같은 제작사인 크립틱의 '챔피언스 온라인'과 워너브라더스의 'DC 유니버스 온라인' 이다. 기존에 있는 슈퍼 히어로가 식상하다면, 또 십여년 전 자신의 추억이 그립다면, 이 게임들을 찾아보길 바란다.





인저스티스 : 갓 어몽 어스 - 우리 팀은 없다, 모두가 적이다



슈퍼 히어로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는 솔로플레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고독한 영웅의 길은 모든 슈퍼 히어로에게 선택이 아닌 항상 지고 가야 할 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 한 것 같다. 그래도 착한 놈들은 착한 놈들끼리, 나쁜 놈들은 나쁜 놈들끼리 친하게 지내야지. 이 게임에선 그런게 없다. 나 빼고는, 다 적이다.

뭔가 이상하다. 슈퍼 히어로물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영웅은 악당하고 싸우고, 악당은 영웅에게 패하는거라고 배웠다. 그런데 이 게임에선 그렇지가 않다. 뭐가 됐든, '내'가 이기면 된다. 어떤 수를 써도 된다. 그게 비록 졸렬하다 지탄 받을 짠발 연타라고 해도 말이다.

잔혹, 잔인, 잔학의 대명사이자 페이탈리티로 유명한 대전격투 게임 '모탈 컴뱃' 시리즈의 개발사 네더렐름은, 워너브라더스 산하라는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DC 코믹스에서 나올 수 있는 히어로는 모조리 빼어들었다. 아 물론, 네더렐름의 상징인 스콜피온도 나온다. 하지만 그 상대들의 면면은 그가 평범해 보이게 만든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필살기들

페이탈리티는 없지만, 이 게임에 등장하는 각각 슈퍼 히어로들의 필살기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대기권 돌파 어퍼컷으로 상대를 성층권으로 보내질 않나, 상대를 앞에 달고 지구 내핵을 뚫고 나와 행성을 한바퀴 왕복하질 않나, 차를 소환해 박아 버리는건 양반일 정도다. 지구에서 가장 끔찍하게 상대를 패는 슈퍼 히어로들이 여기 다 모여있다.

하지만 역시 상대도 상대, 한가닥 하는 히어로와 빌런들인 만큼 쉽게 죽지도 않고, 피 한방울 흘리지도 않는다. 죽은 자를 살려내고 피를 바로 멎게하는 심의등급의 기적이 행해진 결과다. 네더렐름의 괴랄함이 더해진 슈퍼 히어로의 액션을 보고싶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게임은 없을거다. 아, 물론 할리퀸이 정말 무섭고 깜찍함이라곤 없는 괴수같은 누님이라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마블 히어로즈 - 직접 어벤져스를 찍고 싶다면



슈퍼 히어로를 소재로 한 게임들 중에서도, 어쩌면 우리가 영화를 통해 보아온 그들의 모습과 가장 닮아 있는 게임이 아닐까? 일당백의 잡졸과의 싸움도, 막강한 빌런과의 일대일 결투도, 동료 히어로들과 함께하는 나쁜놈 레이드도 다 할 수 있다. 그 어느 게임보다 익숙한 방식으로 말이다.

이 게임을 하는데 필요조건은 딱 두가지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를 봤을 것', '그리고 디아블로 시리즈를 해봤을 것' 이다. 그 조건만 채운다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이 게임을 시작하고 즐길 수 있다. 쿼터뷰 RPG는 익숙하니까. 사실, 실제로 디아블로 시리즈의 제작자가 참여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각각의 히어로 자신이 되서 게임을 플레이 하게 된다. 시스템에서 그렇게 특별한 것들은 없다. 평타가 있고, 스킬이 있고, 스킬 포인트를 찍어 성장한다. 또 추종자처럼 데리고 다니는, 아무리 봐도 사이드킥 같은 팀-업 동료들이 있다. 아이언맨으로 스파이더맨을 데리고 다니며 고통을 줄 수 있는거다.


이 게임에서 유저들이 기대할 수 있는건 새로운 시스템이나 획기적인 재미가 아니다. 바로 영화에서, 만화책에서 보던 슈퍼 히어로들의 싸움을, '토르가 캡틴 아메리카 방패를 쓰리쿠션 쳐서 다 죽이면 쉽지 않을까?' 같은 식의 상상을 자기 손으로 직접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 물론 그렇다고 게임에서 토르로 캡틴을 때리라는 건 아니지만.

사실 기자가 이 게임을 하면서 빠진 부분은 따로 있긴 했다. 바로 이것저것 그 캐릭터에 맞는 코스튬을 입히는 것. 각종 원작에 등장하는 종류별 코스튬이 모두 준비되어 있어, 말하자면 '어벤져스2' 버전 헐크버스터를 입은 아이언맨과 마찬가지로 '어벤져스2'에 나오는 바지를 입은 헐크가 맞붙을 수 있달까.

게임의 특별함은 없다. 하지만 슈퍼 히어로의 특별함은 그대로다. 그게 이 게임에 대한 한줄 평가다. 이 말을 들었을 때 피가 끓는지, 짜게 식는지가 당신의 취향을 보여준다. 마음이 끌리는대로 가라!

코스튬 주세요 코스튬!



실버서퍼와 그 동생들 - 게임... 맞나요? 애석하게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쟁쟁한 면면의 게임들 이야기를 하다보니, 무엇인가를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슈퍼 히어로 게임들이야말로 희대의 괴작들이 쏟아지게 많았던 분야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고심했다. 과연 어느 녀석이 그 '어둠'을 대변할 수 있을지를.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하나로는 부족했다.

'실버 서퍼', '지아이조 : 더 라이즈 오브 코브라', '슈퍼맨 64'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슈퍼 히어로를 소재로 한, 하지만 도무지 게임 같지 않은 물건들이라는 것이다.

앞서 말한 바 있듯, 애석하게도 현재 시장에 나오는 슈퍼 히어로 게임들 중 대다수는 영화나 코믹스 발매에 맞추어 홍보용으로 제작한 게임들이다. 당연히 퀄리티보다는 홍보해야 하는 다른 작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매우 단순하고 평범한 플레이 방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이해해줄 수 있는 작품은 이중에서 단 하나 '지아이조' 밖에 없다. 그럼 나머지는 왜그럴까? 글쎄, 영문을 모르겠다. 그저 이 게임들의 엄청난 퀄리티에 집중할 뿐. 이 세가지 망작의 공통된 문제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다. 내가 총을 쏘는 기계인지 우주 단위의 악당인지, 아니면 지구를 구할 먼치킨 외계인인지 그냥 동전 모으러 다니는 소닉인지 헷갈린다.

이 게임들도 장점이 있긴 있다. 다른 슈퍼 히어로 게임들이 모두 이 게임 같지 않음에 감사하게 하며, 또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 시리즈 영화가 뛰어난 명작으로 보이게 끔 한다. 또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이러한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낭비하지 않았다는 상대적인 뿌듯함을 준다. 이상이다. 당신의 주변에 이 게임들이 있다면, 빨리 불태워 버려라.

내가 잘못했어...



아캄 시리즈 - 우리가 아는 또다른 배트맨



헐리우드의 유명 영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배트맨 비긴즈'로 시작해 최고의 슈퍼 히어로 영화로 부활시킨 배트맨 시리즈는, 이제 '다크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더 각인되어있다. 하지만 게임 팬들에게는 그 못지않게 강렬한 이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아캄 시리즈'다. 첫 작품부터 범상치 않았던 이 시리즈는, 이제 최고의 슈퍼 히어로 게임으로 나아가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 게임을 처음 하게 되었을 때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히어로물 원작의 게임들은 대개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대충 만들어졌거나, 원작 이해 없이 단순히 캐릭터만을 사용해 만들어내는 것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뭔가 범상치 않았다. 인터넷의 정보를 통해 어느정도 알고 있었던 오리지널 코믹스의 조커와 배트맨은 그 당시 유행하던 '다크나이트' 영화와는 또 다른 식의 멋을 주었다. 일단 시작부터 또 사고를 쳐서 배트맨-플레이어를 '빡치게 하는' 조커는 정말이지, 어디선가 주워들어 알고 있는 그것과 똑같았다.

'아캄 나이트' 플레이영상(자막제작 : '리얼보이'님)

'아캄 어사일럼'은 그렇게 비디오 게임 역사상 가장 잘 만들어진 슈퍼 히어로 원작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채 영광스런 데뷔를 했다. 걱정되는 것은 그 다음이었다. 흔히들 말하지 않는가. 1편 만한 후속작은 없다고. 하지만 '다크나이트'처럼, '아캄 시티'는 거기에 콧방귀를 뀌었다. 폭풍이 일어났고 모두는 박수를 쳤다.

'아캄' 시리즈는 '아캄 오리진' 이라는 단 하나의 오점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가장 뛰어난 슈퍼 히어로 비디오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후속작인 '아캄 나이트' 역시, 완전무장한 배트탱크, 아니 배트카를 타고 도시를 질주하는 단단튼튼한 배트맨이 많은 이들의 팬티를 촉촉하게 하기 위해 두 달 뒤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형 간다. 딱 기다려라



슈퍼 히어로 게임들을 조사하면서, 정말 무수히 많은 망작을 마주쳤다. 위에 언급한 평작 이상의 게임이 2라면, 나머지가 8 정도의 비율이었다. 먼 과거 닌텐도 패미컴 시절부터 해서 현재까지도 끝이 없이 나오는 이러한 저퀄리티의 게임들은, 어쩌면 '슈퍼 히어로'가 아닌 '게임'이라는 문화 자체에 대한 인식이겨우 그런 수준일 뿐이라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이런 게임들과 함께 '아캄 시리즈' 같은 명작 슈퍼 히어로 게임들이 나온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그말은 일부에 그치더라도, 슈퍼 히어로물의 원작자들이 게임도 독자적인 완성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최근에는 넷마블게임즈에서 '마블' IP를 활용해 '마블 퓨처 파이트'라는 게임을 선보였으며 30일 글로벌 런칭을 시작했다. 외국산 콘텐츠로 느껴졌던 슈퍼 히어로물이 이제 한국 개발사의 손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넷마블게임즈에서 개발한 '마블 퓨처 파이트']

앞으로 더 많은, 더 멋진 슈퍼 히어로 게임이 나오기를,(그리고 우리가 초능력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Avengers, Assem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