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넥슨이 개최하는 게임 개발자를 위한 콘퍼런스, NDC2015(Nexon Developers Conference 2015)가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판교 넥슨 사옥에서 개최됩니다.

작년 NDC에서는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인 전길남 박사가 강단에 서 '인터넷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치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기조강연에는 오웬 마호니 대표와 넥슨코리아 박지원 대표와 함께 김정주 회장이 깜짝 등장하기도 했죠.

특히 NDC2014에서는 송재경과 김학규 등 1세대 게임 개발자들이 대거 발표에 참여하면서 한국 게임 산업의 초창기를 짚고 넘어가는 콘퍼런스로 조명받았습니다.

올해의 키워드는 '패스파인더(Pathfinder)'입니다. 영어단어 의미 그대로 이번 NDC에서는 길을 인도해주는 개척자와 같은 개발자들을 위주로 진행되는데요. 플랫폼과 장르 불문하고 최근 게임산업 트렌드를 짚어줄 수 있는 개발자라면 국내외 구분짓지 않고 신청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올해는 유독 외부 연사나 해외 개발자들이 어느 때보다도 많습니다. 라이엇 게임즈와 블리자드, 엔씨소프트 등 굵직한 대규모 게임사는 물론이며 '클래시 오브 클랜'의 개발사 슈퍼셀도 NDC2015를 방문합니다.

최근 뜨거운 이슈이기도 한 VR과 관련해서는 오큘러스VR의 공동창업주인 '마이클 안토노브'가 강단에 서서 직접 강연을 펼칩니다. 콘퍼런스 장 한편에서는 시연대도 마련될 예정이고요. 귀여운 개복치와 흥미로운 사인(死因)으로 출시 당시 이슈가 됐던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개발자도 방문합니다.

올해 NDC 테마는 무엇이며, 어떠한 점에서 작년과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넥슨 사옥을 방문, 교육문화팀 권도영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내 직원 교육 외에 약 8년 동안 NDC 업무를 수행해 온 그에게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패스파인더(Pathfinder)'의 의미였습니다.

▲ 넥슨 교육문화팀 권도영 팀장




Q. 이번 NDC2015의 테마가 ‘패스파인더(Pathfinder)'인데요. NDC와 개척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작년 NDC의 테마는 '체크포인트(Checkpoint)'였습니다. 레이싱 게임에 보면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체크포인트라는 단어가 보이는데, 체크포인트를 봤다고 해서 게임이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이 단어에는 앞으로 갈 길이 더 남아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넥슨이 지금까지 어떠한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확인해보고자 하는 취지로 '체크포인트'를 메인 테마로 삼았었죠.

게임산업은 계속해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의 수준이나 요구사항은 높아지고 있고, 플랫폼과 장르의 한계도 사라지고 있어요. 정답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에 이제는 '그다음'을 고민할 때입니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1세대 게임 개발자 위주로 강연을 꾸렸다면, 이번에는 앞으로의 길을 논의할 수 있는 개발자 위주로 섭외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줄 분들을 위주로 NDC를 꾸렸고, 메인 테마를 '패스파인더'로 잡게 되었습니다.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국내에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해외 개발자들도 다수 초청했습니다. 작년 NDC 설문에서 해외 연사에 대한 참관객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한 것이기도 하고요.


Q. 작년 NDC 성과는 어떠했나요? 개최된 강연 수와 참관객 수, 관람객들의 반응 등을 중심으로 소개해주세요.

작년은 총 115건의 세션을 개최했고요. 참관객 수는 누적 기준으로 19,600명가량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인기 세션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강연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강연 중에서는 특히 전길남 박사님의 세션이 가장 인기가 좋았습니다. 컴퓨터 분야의 노장이 직접 참여해 이야기해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죠. NDC2014에서의 반응이 마음에 드셨는지, 올해는 먼저 연락을 주셔서 NDC에 참가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전길남 박사님이 직접 관련 학계 10분을 섭외했고, NDC 첫날에 워크숍 형태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작년에 김형태 일러스트레이터가 NDC 현장을 방문했는데요. 당시 그가 왔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서 사인을 받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김형태씨 팬이라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절을 하기도 했죠.

작년에 현장에서 넥슨의 일러스트가 담긴 도록을 배포했는데, 이걸 받기 위해 바닥에서 잠을 자면서 대기하던 분들도 계셨어요. 정말 감사하면서도 너무 죄송했죠. 올해도 도록 배포는 있습니다만, 번호표를 나눠 드려 대기에 대한 부담을 덜어 드릴 생각이에요. 작년보다 수량을 더 많이 늘렸고요.

그리고 판교에서 처음 열리는 NDC인만큼 굉장히 걱정됐었어요. 넥슨 사옥이 판교역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참관객들이 반응이 상당히 좋아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Q. 그렇다면 올해 NDC는 작년과 어떠한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요?

플랫폼이나 주제를 어느 특정 부분에 국한하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모바일, 콘솔, VR 등 다양한 분야의 강연으로 구성했습니다. 이은석 디렉터가 '게임 속 로봇 경제와 내몰리는 인간'이라는 주제로 AI에 대해서 발표하기도 하고요.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지만 강연만 듣고 가는 건 아쉽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저희 사내 문화예술 프로그램 중 하나인 '더 놀자' 밴드에서 게임 노래를 재즈로 편곡해서 즐거운 공연을 선사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시연 부스도 열리는데요. VR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뜨겁기에 오큘러스 '크레센트 베이'와 기어VR 시연대를 마련했습니다. 크레센트 베이가 총 8대, 기어 VR이 2대 비치됩니다.

물론 게임 시연 부스도 있습니다. 넥슨 게임이 2종이고요. 넥슨에서 지원하는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타이틀이 2종. 총 4종의 게임을 시연해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아트웍 전시회도 있습니다. 프로젝트 수는 작년보다 7개 증가한 22개이고요. 총 148점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참관객 편의 차원에서 작년보다 휴게공간도 더 마련할 생각입니다. 충전할 장소가 충분하지 않다는 피드백도 반영해 이번에는 충전기 대여 서비스도 시행하고요.


Q. 이번 행사에서 오큘러스VR과 갤럭시 기어 VR 체험 부스가 열리는데요. 넥슨도 향후 VR 쪽으로 뛰어들 생각이 있다고 봐도 될지요?

하하, 그런 식의 의혹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저희는 순수하게 지식 공유의 장으로 확장시키기 위해 플랫폼에 국한하지 않고 최신 게임 트렌드를 보여줄 수 있는 주제로 구성했을 뿐입니다.

요즘은 VR이 핫한 이슈이잖아요. 개발자뿐만 아니라 많은 게이머가 VR에 관심이 있고요. 작년에는 NDC 연사들을 대상으로 오큘러스 시연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래서 오큘러스VR에 연락해 올해 NDC에 참여할 수 있느냐고 제의했습니다. 정말 흔쾌히 공동창업주를 보내겠다고 답변을 보내더라고요. 강연뿐만이 아니라 시연 부스까지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고요.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시연대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 오큘러스VR의 '크레센트 베이'


Q. 참여자를 홈페이지를 통해 선착순으로 받았는데요. 총 몇 명정도 신청했으며 몇 명가량이 선발되나요?

NDC에 오고 싶어하는 분들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신청자 수가 늘어나고 있고요. 그러나 좌석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쾌적한 강연 청취를 위해 일정한 수준으로 관람객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여러 곳에서 연락이 오고 있는데요. 현재 문화부와 서울시에서도 참석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상태입니다. 특히 올해는 '게임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이라던가 '게임과 법' 관련 세션도 있어서 더욱 관심을 두는 것 같습니다.


Q. 해를 거듭할수록 넥슨 관계자 외의 외부 강연자들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작년 NDC에서 많은 분이 '해외 연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NDC 규모가 커지다 보니 반대로 해외 개발자들이 행사를 알고 먼저 연락이 오기도 했고요.

이제는 플랫폼, 장르, 국내외 불문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해진 때입니다. 그래서 넥슨과 국내 개발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최근 게임 산업 트렌드를 고려해서 강연자를 선별했습니다. 물론 선발 기준 역시 국내와 해외 연사 모두 동일하게 적용했고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게임 개발자는 물론이며 학계 관계자과 유저들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식 공유의 장으로 콘퍼런스를 키워가고 싶습니다.



Q. 사실 NDC 규모의 행사를 준비하려면 연사 섭외비나 운영비 등 상당한 비용이 들 것 같은데요. 참가비를 받지 않고 무료로 오픈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원래 NDC는 넥슨 내부 개발자들을 위한 행사였어요.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지식을 공유하고, 반대로 저희도 외부 개발자들과 교류하면서 함께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공개행사로 변경하게 되었죠.

지금 게임 분야에서 기업이 운영하는 콘퍼런스는 NDC 한 개밖에 없습니다. 일부 게임사들이 개최하고 있기는 하지만, 모두 사내 콘퍼런스 위주이거든요.

연사를 섭외하면 당연히 강연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듭니다. 그러나 강연료를 생각하기보다는 업계 사람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게임 업계의 선두 기업으로서 업계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느꼈고, 그 답이 NDC가 아닌가 싶습니다.


Q. 넥슨의 미공개 신작이 NDC에서 공개된다고 밝혔는데요. 총 몇 종인지, PC인지 모바일인지 간략하게 소개 부탁하겠습니다.

신작이 공개된다기보다는 '신작과 관련된 세션이 이번 NDC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 게 정확하겠네요.

NDC세션으로 들어가 있는 신작 게임은 모바일 6종에 온라인 1종, 총 7개 타이틀입니다. 모바일 신작으로는 '광개토태왕'과 '삼국지조조전', '마비노기 듀얼', '듀랑고', '프로젝트FM' 그리고 데브켓의 신작 '프로젝트HOH'가 있습니다. 온라인은 '서든어택2'이고요.

프로젝트 FM의 경우 저희 넥슨 '인큐베이션'실에서 탄생한 첫 작품이에요. 인큐베이션 실은 사내에서 넥슨 게임 외에 별도로 게임을 개발해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팀을 꾸리고 게임을 제작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프로젝트FM'은 더욱 의미가 있는 게임이에요.



Q. NDC 기간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데요. 혼잡할 수도 있는 현장에 대해 어떤 방침으로 운영할 생각인가요?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넥슨 직원은 물론이며 홍보 대행사 분들도 배치할 예정입니다. 그 외에 넥슨 서포터즈 45명도 함께 참여하고요.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스태프들은 무전기를 지참합니다.

작년 같은 경우 세션이 끝나고 퇴장하지 않는 관람객들이 상당수 있어 줄을 서서 기다렸던 분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는데요. 올해는 하나의 세션이 끝날 때마다 모든 참관객이 퇴장한 다음에 입장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할 생각입니다.

건물 간의 이동이 불편했다는 피드백도 있어, 올해는 안내표지를 추가로 더 배치합니다. 참관객들에게는 페이스북과 가이드북을 통해 자세한 안내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오시기 편하도록 매일 5분 간격으로 판교역에서 넥슨 사옥을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배치합니다.

저희가 준비하는 것 외에도 참관객 스스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을 조금만 배려해 준다면 더욱 나은 환경에서 NDC를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편의시설이나 셔틀버스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NDC 모바일 페이지에도 있으니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Q. 올해 NDC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희의 목표는 항상 일관되어 있습니다. '지식 공유의 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관객들의 목소리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현업 관계자들의 이야기도 많이 듣고 있죠. 이를 토대로 일반인, 개발자 모두에게 도움되는 최신 트렌드를 짚어줄 수 있는 분들을 모시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NDC를 키우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면 그다음 목표는 '어게인NDC'의 활성화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GDC를 다녀온 사람들이 '어게인GDC'라는 행사를 열고 강연 내용과 팁을 공유하는데요. NDC도 동일한 성격의 모임이 있습니다. 작년에도 모임이 있었는데 안내가 잘되지 않았죠.

그래서 올해는 '어게인NDC'에 대한 홍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주최 및 운영은 참관객 스스로 하는 것이지만, 회고모임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궁극적인 NDC의 모습은 어떠한 것인가요?

국내에 NDC 같은 자리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해외에서는 타사끼리 의미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아요. GDC를 다녀와 보면 '우리는 왜 비밀로 숨기고 공유하는 문화가 없을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죠. 그게 정말 아쉬운 부분 같아요.

지금도 거대한 중국 자본에 한국 게임시장이 먹히려 하고 있어요. 다른 나라에서 제작된 참신한 게임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죠.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상생과 협력을 기반으로 함께 발전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 그것이 제가 만들고 싶은 NDC 입니다.


Q. 질문에는 없었지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픈 바가 있나요?

매년 느끼는데요. NDC에 쏟아지는 애정과 관심이 어마어마한 것 같습니다. 많은 분이 NDC에 관심을 두시고 방문해 주신다는 점에서는 너무 감사합니다. 다만, 가끔 이러한 애정은 애증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매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누구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희도 피가 마르는 기분으로 준비해요. 하지만 참관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으면 해보자는 게 저희의 신조입니다. 매년 참관객분들에게 양질의 강연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불만이 싫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러한 불만을 토대로 다음 행사를 더 좋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간혹 불만이 비방으로 이어지거나 하는데, 비방이 늘어나면 강연자들도 발표를 꺼리게 됩니다. 저희가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모든 부분에서 완벽할 수는 없고요. 매번 노력하고 있으니 과도하지 않은 조언 부탁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NDC에 방문할 사람 혹은 NDC에 많은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올해도 새로운 것을 다수 준비했습니다. 입맛에 맞는 강연일 수도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강연 내용의 폭을 좀 더 넓혔고 해외 연사를 초청했으니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못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NDC리플레이' 코너에 강연 영상도 빠르게 업데이트할 생각입니다. 내년 NDC도 지금과 같은 관심 속에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하겠습니다.


■ NDC2014 전경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