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템(Postmortem). 포스트모템이란 부검(剖檢), 즉 사후 해부를 통해 사망 원인을 살펴본다는 뜻이다. 하지만 게임 개발에서 포스트모템이란 프로젝트 개발을 끝낸 후 개발 과정을 되돌아보며 어떤 점이 좋았는지,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를 돌아보고 의견을 나누며 다음 프로젝트에서 자양분 삼을 교훈을 얻는 과정이다.

'빅휴즈게임즈'의 팀 트레인 CEO는 NDC2015 현장에서 자사의 '도미네이션즈'를 부검대에 올렸다. 그는 무료 게임이면서 '문명'과 '에이지오브엠파이어'처럼 역사를 소재로한 게임이 큰 인기를 거둘 것으로 보고 '도미네이션즈' 개발에 착수했다.

4월 1일 아시아를 제외한 대륙에 글로벌 출시한 '도미네이션즈'는 그의 생각대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일(19일) 자신의 개발 과정을 돌아보며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의 재미 요소를 파헤쳐 보고 모바일에 최적화 하는 과정을 청중에게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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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휴즈게임즈' 팀 트레인 CEO

과거에는 '문명'과 같은 흥행 타이틀이라고 할지라도 400~5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데 그쳤지만,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와 무료 게임(Free to Play) 비지니스 모델의 확산으로 인해 모바일 게임은 수억 명의 잠재적 유저 풀을 가지게 되었다.

그가 처음 스튜디오를 설립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미국 게임 시장은 좋지 않았다. 볼티모어에 불어온 연쇄 폐업은 개발자들의 실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징가 등에서 나온 고급 인력들과 처음부터 일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명확한 목표 설정 - "문명+클래시 오브 클랜"

그는 게임을 만들기에 앞서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다. 검증된 장르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혁신적인 '무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검증되고 성공한 게임 장르를 선택해 다음 단계로 승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고민의 결론은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검증된 모바일 전략 장르였다. 그리고 모바일 전략에 인류 역사를 녹여내기로 했다. 또한 과금 체계는 무료 게임(Free to Play)으로 결정했다. 이게 뼈대의 핵심이었다.

그는 뼈대에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각 문명을 반영한 특색있는 도시 건설과 친구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동맹 요소. 축복과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는 기술 연구, 그리고 불가사의와 전투 방식.

자신이 생각했던 서사적인 전략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기획안을 만들어 놓고 회의를 하기보다는 최대한 빨리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매일 게임을 플레이하며 좋은 것을 추가하고 나쁜 것은 가차 없이 내려놓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도미네이션즈' 개발 초기를 돌아보며 7가지의 뼈대를 회상했다.


1. 모바일 전략 게임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가 되겠다.

2.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와 '워크래프트'의 관계처럼 '클래시 오브 클랜'과 유사하지만 다른 게임을 만들겠다. 이미 성공한 장르에 인류 역사를 녹여내겠다.

3. 경쟁 게임 대비 20% 정도를 무료로 제공해 관대한 게임이라는 느낌을 주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도미네이션즈'에 5분 미만 무료 시스템과 기본경제 외에도 수렵, 채취 등을 구현했다.

4. '클래시 오브 클랜'의 복잡성을 3이라고 표현한다면 '도미네이션즈'는 4의 복잡성을 가진 게임으로 만들겠다. 이미 '클래시 오브 클랜'이 모바일 전략 게임의 규칙을 유저들에게 전달했기 때문에 그를 바탕으로 좀 더 깊이 있는 요소를 표현할 수 있다.

5. 플레이어에게 의미 있는 선택의 기회를 주자. 시드마이어가 늘 강조했듯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플레이어의 선택이 게임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이 게임 재미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도미네이션즈'는 국가, 병력, 불가사의 등 몇 가지의 선택지를 제공하고 전혀 다른 게임 플레이를 유도한다.

6. 문서를 가지고 회의하는 대신 프로토 타입을 최대한 빨리 만들어 플레이하자. 계속 플레이하며 개선한다면 개발 막바지인 2년 째에는 재미있는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7. '클래시 오브 클랜'이 '워크래프트2'인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정확히 판단하자. 왜냐하면 '워크래프트2'는 장르를 퍼트려서 다른 성공작들이 나올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 반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서양에서 독보적인 MMORPG라 따라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빅휴즈게임즈는 '클래시 오브 클랜'이 '워크래프트2'라고 판단했다. '클래시오브 클랜' 덕분에 장르 기반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이를 기반으로 진일보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인류 역사 IP의 활용 - "SF보다 더 섹시해."

팀트레인 CEO는 인류 역사를 매력적인 콘텐츠라 표현했다. 특히 인류 역사는 모바일 게임처럼 스펙트럼이 다양한 유저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깔때기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도미네이션즈'에서 화약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다. 보통의 플레이어는 그에 합당한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류 역사는 훌륭한 IP이며 전 세계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나폴레옹, 알렉산더, 클레오파트라, 세계 1차 대전 등 배경 지식에 요소 특유의 매력까지 얹혔으니 이보다 훌륭한 IP는 찾아보기 힘들 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역사는 서사 구조이기 때문에 더욱 훌륭하다고 했다. 게임을 통해 역사를 가르치지는 못하지만, 역사를 사랑할 수 있게,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의 흐름에서 등장하는 멋진 기기들은 훌륭한 스토리 텔링 요소가 되기도 한다.




■ 개발 진행과정 - "우리는 이렇게 만들었다."

'도미네이션즈'는 2013년 4월, 10명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플레이할 수 있는 프로토 타입은 3주 만에 나왔으며 그때부터 매일 게임을 플레이하며 매력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추가, 제거했다.

팀 트레인 CEO는 픽사의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와 비슷한 룰 미팅(Rules Meeting)을 통해 의견 교환을 진행했다. 룰 미팅은 참여한 멤버들이 자유롭게 전문가로서의 조언을 꾸밈없이 타진하고 책임자는 조언에 대해 고려하는 의견 교환 방법이다.

게임이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추자 '30-for-30' 베타 테스트를 실시했다. '30-for-30' 베타 테스트는 30일 동안 하루 30분씩 플레이 할 수 있는 테스터를 찾아 그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테스트였으며 그 이후에 가족과 친척들에게 게임을 플레이해보게 했다.

마지막으로 '지오록(Geolock)'을 진행하며 게임 다듬기에 나섰다. 지오록은 일부지역에서 게임을 선출시하여 유저들의 반응과 게임 내 각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빅휴즈게임즈'는 필리핀을 선택했다. 필리핀의 열악한 네트워크 환경과 저사양 하드웨어로 테스트한다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필리핀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을 다듬고 4월 1일 아시아를 제외한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다.


팀트레인은 처음 필리핀에서의 매출을 봤을 때의 참담함을 떠올렸다. 일 인당 1~2센트에 불과했던 매출은 그를 좌절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 좌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스타터팩의 중요성을 배웠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제공하는 상품은 매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 9.99달러로 책정된 '도미네이션즈'의 스타터팩은 일꾼 한 명과 게임 내 재화를 제공한다. 이 팩은 유료 상품 구매 유저의 60%가 구매 경험이 있으며 출시 첫 주 수익의 30%를 차지하기도 했다. 유저가 필요한 요소와 가격을 잘 절충했기에 이뤄낸 성과였다.

한가지 눈여겨볼 점은 '도미네이션'의 매출 40%가 북미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다른 경쟁작들이 북미에서 80% 이상 매출을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결과다. 그만큼 특정 지역 의존성이 낮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류 역사를 소재로 이용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했다.

출시 후 재미있는 데이터도 발견했다. 7가지 국가가 제공되는 '도미네이션즈'에서 자국 문명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리스 같은 경우 77%가 그리스 문명을 선택했다. 팀 트레인은 추후, 국가와 문명 선택에 따른 유저 유지율을 파악할 데이터를 모으면 해당 국가에 맞춰 문명을 더 추가할 계획도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 포스트모템 - "잘한 것, 못한 것 "


강연 말미에 팀트레인은 '도미네이션즈' 개발 과정에서 잘했던 것을 꼽았으며 이어 부족했던 점도 언급했다.

긍정적인 측면

1.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에만 집중한 것.
몇 가지 목표를 새워 개발할 때 부딪힐 수 있는 의문점을 많이 해결할 수 있었다.

2. 경험이 풍부한 개발팀과 함께한 것.

3. 균형 잡힌 비지니스 모델 확립
기본적으로 PC, 콘솔 개발자들이지만, 징가에서 무료 게임(Free to Play) 개발을 경험했기 때문에 균형 잡힌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 일부 디자이너는 게임 디자인에만 집중한 나머지 수익 모델 설정을 전혀 못 하고, 어떤 디자이너는 현금화에만 집중해 게임을 등한시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은 균형을 지킬 수 있었다.

4. 행운
인류 역사를 소재를 사용하는 경쟁작이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IP를 활용해 모바일 게임을 우리보다 먼저 출시했다면 '도미네이션즈'는 이름값에 밀려 빛을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5.훌륭한 파트너 '넥슨 M'의 존재
'넥슨 M'은 우리의 창의적인 목표를 믿어주고 아낌없이 지원해줬다. 특히 베타 서비스와 출시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줬다. 24년간 게임 개발을 해왔지만, '넥슨 M'만큼 훌륭한 파트너는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실수

1. 글로벌 서버 배치
다양한 지역에 서버를 배치해야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특히 러시아 지역이 서버와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 지연이 발생하곤 했다. 러시아 지역에 서버를 배치하면서 해결했다.

2. 파편화된 안드로이드 디바이스
테스트할 때 다양한 안드로이드 기기를 이용해 테스트했으나 실제 출시 후 유럽에서는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했다. 사태파악을 위해 유럽의 기기를 수거해 분석해보니 이름은 같지만 칩셋이 다른 완전히 다른 기기들을 발견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너무 나중에 알게 됐다.

3. 좋은 첫인상을 위해 너무 많은 시간 소비
게임을 접하고 난 뒤 첫 한 시간을 재미있게 구현하기 위해 너무 많은 개발시간을 투자했다. 상대적으로 역사 후반부에는 신경을 못 썼다.

4. 동맹 콘텐츠의 부실함
위에서 언급한 처음 한 시간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다 보니 동맹에 소홀한 점이 없지 않아 있다. 유저 리텐션을 올리기 위해서는 동맹에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5. 인력 계획 오판
현재 '빅휴즈게임즈'에는 34명의 인력이 있으나 많이 부족하다. 최소 40명은 필요한 상황이다. 명백히 인력 계획을 잘못 세운 것이다.


▲ 향후 업데이트될 영상을 보여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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