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꽝스러운 친구들의 좌충우돌 황당 무단횡단(?) 스토리, '길건너친구들'을 아시나요? 이 게임은 지난해 출시되어 약 9천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게임입니다. 게임 방식은 아주 간단해요. 캐릭터를 조작해서 지나다니는 자동차나 기차 등을 피해 길을 건너면 됩니다. 더 많은 길을 건널수록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게임이죠. 실패하면요? 교통사고가 납니다. 게임 오버죠.

게임은 아주 간단한데 9천만 다운로드라니, 굉장한 수치죠. 대체 어떻게 이 정도로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걸까요? 그 이유를 개발자가 직접 이야기하는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길건너친구들'의 개발자인 앤디 섬(Andy Sum)이 직접 NDC 강단에 올라서 자신들의 개발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됐죠.

먼저 그는 간단히 자신과 회사에 대한 소개를 마치고, 청중들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길건너친구들을 해보신 분이 있으신가요? 있으시면 손 좀 들어주세요."라고요. 놀랍게도 청중 대부분이 손을 들었죠. 활짝 웃으면서 "감사합니다"고 인사를 마친 그는 본격적으로 강연을 이어나갔습니다.

처음 소개된 건 '길건너친구들'의 개발 과정과 출시 이후의 행보입니다. 그는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개발 동기에 관해 설명하면서 '플래피버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플래피버드가 왜 대박이 났을까요? 그게 궁금했어요. '플래피버드'는 아주 단순해요. 게임 플레이도 단순하고 랭킹도 단순하고요. 그리고 좋은 점수가 나오면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자랑하죠. 엄청 인기가 좋았어요.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플래피버드를 플레이하는 걸 쉽게 볼 수 있었지요.

그렇게 '플래피버드'가 대박이 나고, 수천 명의 개발자들이 소위 말하는 플래피버드의 '짝퉁'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러고 싶진 않았어요. 우리는 플래피버드에서 뭔가 특별한 요소를 잡아보고 싶었어요. 여기저기 공유하는 그 현상을 재현하고 싶었다고 하면 될 것 같아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하는 게임. 그런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죠."

▲ '길건너친구들'의 개발자 '앤디 섬'(Andy Sum)

▲ 앤디 섬의 개발 파트너인 맷(Matt Hall)

그의 개발 파트너인 '맷'은 샤워를 하다 문득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여러 가지 게임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하나로 합쳐보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맷은 자신이 예전에 만들었던 게임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프로토타입까지도 제작하지 않았지만, 현재의 '길건너친구들'에 컨셉이 되고 사운드가 만들어진 시초같은 게임이었죠.

개발자인 앤디와 멧은 둘 모두 개인의 다른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서, 게임 개발에 할애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잡은 기간은 6주. 개발 기간이 짧아서 리스크를 많이 안고 가야 하는 시간이었죠. 그는 오히려 이게 행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조심성 없이 접근해서 '꽝'을 뽑아도 좋으니 뭔가 만들어보자는 시도였지요. '로드킬2014'라는 프로젝트명을 가진 이 게임이 바로 '길건너친구들'입니다. 그렇게 제작이 시작됐고, 1~2주 동안 기본 프로젝트를 마치고 프로토타입이 나왔습니다.

▲ 맷이 보여준 '길건너친구들'의 시초격 게임.

▲ '길건너친구들'의 프로토 타입(기본 프로젝트 완성본)

"이게 기본 프로젝트입니다. 지금 보이시는 화면에서 빨간색 부분이 나중에 자동차가 됩니다. 처음 2~3주 동안에 게임의 느낌이 제대로 잡혔어요. 개발하면서 중간 과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았고요. 완성한 다음에 보여주니까, 게임을 하느라 스마트폰을 안 돌려주더라고요.

초반 반응이 좋아서 빠르게 만들자는 의견에 힘이 실렸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게임에 무엇인가를 추가할 때마다 더욱 게임은 재미있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위기감'을 재현해보고 싶었어요.

플래피버드도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잖아요? 그 엄청난 걸 재현해보고 싶었죠. 그래서 언제든지 자동차가 날 덮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심어주도록 설계했고, 난이도 조절에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초반에는 아무것도 살 것이 없지만, 코인을 줌으로써 리스크에 따른 리워드 요소도 같이 넣었고요."


그는 '길건너친구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걸 목적으로 한 게임이라, 무료로 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게임이 대박이 나면 돈을 벌지 못해도 행복할 줄 알았다고 하네요. 당시에는 단순히 '많이 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의 이러한 심정은 공동 개발자인 '멧'과도 일치했습니다.

앤디 개발자가 말한 핵심은 입소문. 바이럴이었죠. 입소문이 나기 위해서 게임을 최대한 재미있고 웃기도록 설계한 것이 핵심이었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만큼 재미있는 것. 그리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쉽게'라는 키워드에 맞춰서 하이스코어 시스템도 만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길건너친구들'의 끝은 '사망'이에요. 그런데 그냥 죽으면 낙담하겠죠? 끝이 재미없으면 게임을 다시 할 이유가 없죠. 사람들을 웃기게 하고 싶었어요. 끝을 재미있게 꾸미고 싶었죠. 그래서 캐릭터 사망씬도 재미있게 만들고, 사람들에게 편하게 공유할 수 있을 만한 시스템도 몇 개 넣었어요.


▲ Rate us! 같은 시스템도 '재미'와 '공유'를 위해 넣었다고합니다.

자, 그래서 개발 시작은 7월이고요, 개발 완료하고 앱스토어로 보낸 건 10월이에요. 그리고 11월에 출시했고요. 출시하고 난 다음 유투브에도 영상이 많이 올라오고, 피쳐드에도 많이 올라갔어요. 앱스토어에 런칭하고 2주 동안 약 6억 원을 벌었죠. 그런데 매출 지표를 보니, 인앱구매보다 광고 매출이 여섯 배 정도 높더라고요. 이걸 1:1로 맞춰보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죠.

문제는 캐릭터가 너무 많다는 거였습니다. 사람들이 뭘 사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먼저 캐릭터를 플레이해 볼 수 있는 '캐릭터 트라이얼'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3.99달러짜리 인앱결제를 넣은 건데, 이게 제대로 먹힌 것 같아요(웃음)."

이어서 그는 '길건너친구들'을 서비스하면서 진행한 몇 가지 업데이트를 소개했고, 90일 동안 5천만의 다운로드가 달성됐다고 전했습니다. 지금은 9천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했다고 하네요. 90일동안 1천 만 불, 약 100억을 벌었다고 밝혔습니다.


출시 90일 동안 매출 지표

구글플레이 이후 매출 지표


다음으로 앤디 개발자는 "우리 게임이 왜 성공했을까요?"라는 자문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 요인을 전했습니다. 그가 가장 크게 꼽은 요소 중 하나는 '현지화'입니다.

"안드로이드 시장은 미국 다음으로 한국이 많아요. 계산을 해보니 한국 인구의 11%가 우리 게임을 해주셨더라고요. 그리고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도 다운로드 1위를 달성했어요. 감사합니다. 사실 예상을 못한 건 아니었어요. 어느 시장에서 현지화를 하는 게 괜찮을지 지켜봤고, 일본과 한국을 선택해서 현지화를 진행했지요.

우리는 '길건너친구들'로 전 세계적인 사회적인 현상을 만들고 싶었고, 그러려면 많은 언어로 현지화를 해야 했죠. 지금도 업데이트를 적용하려면 11개 언어로 번역을 해야 해요. 그래서 일부러 말을 최대한 줄였어요. 가능하면 이미지로 대체하고, 어린이들이나 말을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게임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는 특정 문화가 아는 요소를 게임에 넣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사람마다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내 나라에 있는 뭔가가 게임에 있으면 정말 좋아한다는 겁니다. '길건너친구들'도 이런 점에 맞춰 특정 지역마다 업데이트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구정이나 크리스마스 등의 공휴일이나 비가 많이 오는 영국의 날씨를 반영한 업데이트, 2층 버스나 호주 사람들만 아는 '드랍 베어'등등. 마지막으로 그는 '길건너친구들'를 제작하면서 참고할만한 다양한 팁들을 공유하고 강연을 마쳤습니다. 아, 최초로 다음 업데이트에 들어갈 한국의 캐릭터도 공개했습니다. 이름은 '태권도 마스터'. 이렇게 생겼답니다.

▲ '길건너친구들'의 신규 캐릭터, '태권도 마스터'(업데이트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