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면서 가장 몰입하게 되는 대상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세계관이라고 할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퀘스트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가장 많이 접하게 되고, 오랜 시간 지켜보는 것은 바로 '캐릭터'일 것이다.

게임에서의 캐릭터는 유저의 분신이자, 육성해야 할 대상으로, 때로는 주인공으로 존재한다. 게다가 자신들만의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행동하고 움직이며, 유저와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만약 캐릭터에게 상호작용이나 움직임이 없다면? 이는 단순히 '미형'을 가지고 있는 목각 인형에 지나지 않는다. 캐릭터의 생명을 결정짓는 것은 '미의 기준'이 아니라, 움직이고 상호작용하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캐릭터에게 이런 '성격'을 만들어 주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움직임을 부여함으로써, 캐릭터에게 매력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 우리는 그들을 '애니메이터'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번 NDC2015에서는 바로 이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강연이 마련됐다.

강연자는 넥슨 코리아의 김기용 애니메이터. 그는 마비노기 2를 거쳐, 현재는 모바일 신작, '프로젝트FM'의 애니메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이번 강연을 통해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애니메이터가 겪는 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애니메이터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은 무엇일까?'를 설명하고자 했다.

▲ 넥슨 코리아의 김기용 애니메이터


■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 환경은 ‘다르다’

강연은 PC 게임의 환경과 모바일 게임의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시작했다. 모바일 게임은 PC 게임과 다르게, 개발 기간이 짧아졌다. 게다가,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공간은 물론, 조작감까지 변화했다.

이런 변화로 인해서 게임 내에서 보여주는 카메라 시점도 달라졌다. 이전 PC 게임이 3인칭이 주류였다면,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모바일 게임은 일반적으로 ‘쿼터 뷰’를 채택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PC게임 애니메이션에는 리얼한 감정연기와 캐릭터들의 액션이 필요했습니다. 플레이어는 물론, NPC와 오브젝트가 가지고 있는 현실성도 중요했고요. 전반적으로 자연스러운 풍경을 묘사하는 데에 중점을 뒀었죠. 영화에서 사용하던 기술자들도 참여하면서, ‘더 멋지게, 더 스케일 있게’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뒀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에서는 스케일보다는 다른 요소들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캐릭터 자체가 상품화되고, 곧 과금 모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실성보다는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매력이 더 중요하고, 이를 살리기 위한 애니메이션이 필요해진 것이다.

“모바일에서는 캐릭터의 매력을 높이려는 시도들을 해야 합니다. 캐릭터가 상품이 되므로, 구매욕과 수집욕을 불러일으켜야 되기 때문이죠. TV로 치면, 상품 광고와 같은 목적인 겁니다. 좀 더 빠르고 다양한 캐릭터 동작이 필요해진 겁니다.”

모바일에서 캐릭터들의 동작이 짧아지고, 빠르게 보여줘야 하는 이유는, 모바일 게임이 가지고 있는 특징 때문이라 분석했다. 모바일 게임은 출퇴근 시에 플레이하기 때문이고, 애니메이션을 개발하면서, 배속과 같은 빨리 감기 시스템등도 고려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모바일 게임은 유저들이 잠깐 플레이하는 한정된 시간 안에 많은 애니메이션을 보여줘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기도 하고요. 작은 화면에서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거죠.”



■ 어떻게 적응하고 있나요? - 프로젝트 FM이 가진 애니메이션 특징

강연자는 PC와 모바일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현재 자신이 몸담은 프로젝트FM의 사례를 들어가며 말을 이어나갔다. 모바일 환경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고려해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면, 실제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현재 모바일 애니메이션의 추세는 ‘고급화’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2013년부터 게임 그래픽이 고급화되는 경향을 보였고, 이와 동시에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도 함께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개발에 참가하고 있는 프로젝트 FM에서도 이런 추세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FM의 애니메이션은 ‘쿼터뷰를 차용해, 캐릭터들의 애니메이션을 과장’해서 표현한는 것에 중점을 뒀다.


약간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이므로, 유저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다리보다, 상체와 팔을 크게 만들었다. 그리고 스킬 사용 시, 무기나 주먹이 커지는 효과를 통해 캐릭터들의 모션을 강조했다. 캐릭터가 움직이는 동선과 점프에도 신경을 쓰고, 약간 과장된 모션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 시키려 노력한 것이다.

“최근 모바일 게임들은 쿼터뷰를 채택하고, 점프를 활용한 액션을 보여줍니다. 프로젝트FM에서도 점프와 리액션을 과장되게 표현했습니다. 스킬 사용 시에, 카메라가 지켜보는 방향으로 점프하는 거죠. 일부러 캐릭터가 자신의 신장보다 더 크게 점프함으로써, 스킬을 사용한다는 것을 유저에게 쉽게 전달하려 했습니다.”

이 외에도, 무기의 회전과 캐릭터의 동선을 신경 써서 전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회전에 붙는 이펙트를 강조해서 캐릭터가 스킬을 쓰는 범위와 액션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캐릭터가 보여주는 자잘한 스탭들을 추가하면, 공격의 방향성을 유저에게 쉽게 보여줄 수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캐릭터의 다양화, 다량화를 특징으로 꼽았다. 성별과 직업군으로 나뉘었던 PC 게임과 달리, 프로젝트FM에서는 캐릭터의 수를 크게 늘렸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탄생했으므로, 각각의 개성과 섬세한 표현을 애니메이터가 살릴 수 있게 됐다.

“캐릭터의 외형부터 큰 차이가 나게 되니, 각각의 성격의 표현이 가능해졌습니다. 포즈 하나부터, 애니메이션 세트까지 캐릭터의 성격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죠.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유저에게 캐릭터에게 친밀감을 주기가 더 쉬워졌습니다.”


■ 캐릭터에게 감정 부여하기 - ‘프로젝트FM의 이모션 특징

강연자는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모바일 게임은 조작법이 변경되며, 캐릭터들의 감정표현이 ‘손바닥에서 눈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한다. 기기를 손바닥에 놓고, 터치로 교감하는 상황에서, 캐릭터가 보여주는 희, 로, 애, 락의 감정을 좀 더 직접적으로 전달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캐릭터에 맞는 감정 표현을 찾는 것에 많은 신경을 썼다. 아이돌 댄스와 캐릭터 성격을 접목하기도 했다. 이와는 별개로, 한 캐릭터의 감정 표현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일단은 ‘승리’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키워드들을 수집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모인 키워드들을 정리하고, 캐릭터에게 맞는 키워드만을 선정하고 추려내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를 통해, 캐릭터에 맞는 모션을 만들었습니다.”



▲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온, '프로젝트FM'의 패배 모션들



■ 모바일 게임은 애니메이터에겐 천국과 같다.

그는 강연의 내용을 정리하며, ‘모바일 게임에서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양한 개성을 보여 줄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모바일 환경은 작은 화면에서도 눈에 들어오도록 다양한 컨셉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매력을 기준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대인 거죠.”

마지막으로, 모바일 게임 애니메이션을 다루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몇 가지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다. 상품 구매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동작들을 참고하거나, 움짤, 코미디에서 등장하는 재미있는 동작들을 참고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요소들을 활용해, 일종의 ‘프로토 타입’을 만들 것을 강조했다.

▲ 김기용 애니메이터가 공개한 자신의 프로토 타입

“자신이 지금까지 봐왔던 재미있는 연출을 제작에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프로토 타입을 제작하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의 가능성과 재미를 검증할 기회가 옵니다. 물론, 부족한 부분과 보완해야 할 점들도 알 수 있죠.”

그는 애니메이터가 프로토 타입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개인 역량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팀의 목표와 비전 공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만의 게임을 개발할 가능성과 로망이 있으므로, 애니메이터가 할 수 있고,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자는 말을 끝으로 강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