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인터내셔널(The International, 이하 TI) 예선전을 한국 팀이 휩쓴다?

마음속으론 모두가 원했겠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한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하지만 한국 팀은 그 적은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특히 A조의 MVP 핫식스는 두 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먹구름이 드리워졌지만 뒷심을 발휘해 남은 경기를 모조리 승리로 장식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형제 팀 MVP 피닉스를 두 번 연속 꺾으면서 한국 도타2 사상 최초로 TI 본선 진출을 확정 짓는 쾌거를 이뤘다. KDL이 끝난지 6개월, 도타2 아시아 챔피언쉽(이하 DAC)에서 쓴맛을 본지 불과 4개월 만에 만들어낸 성과였다.

단연 돋보인 선수들은 '포렙' 이상돈과 'MP' 표노아였다. 두 선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제 몫을 다했고, 함께 팀을 승리로 이끄는 쌍두마차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KDL이 끝나고 약 6개월 만의 만남이라서 그런 걸까? '포렙' 이상돈이 대표로 있는 L모 스튜디오에서 만나본 선수들은 할 말이 정말 많은 듯했다.




■ DAC가 끝난 후, 길고 험난했던 팀 꾸리기 과정


Q. 정말 오랜만에 팬들께 인사를 드리게 됐어요. 인사 부탁드립니다!

표노아 : 이런 인터뷰가 정말 오랜만이네요. 안녕하세요, MVP 핫식스의 미드를 맡고 있는 'MP' 표노아입니다.

이상돈 : 캐리를 맡고 있는 '포렙' 이상돈입니다!


Q. 동남아 예선 우승 정말 축하드려요! 예선을 하기 전에 MVP 두 팀이 1, 2위를 할 거라고 솔직히 예상하셨나요?

이상돈 : 기록서에 예측은 그렇게 했지만 막상 싱가포르로 날아가기 전에는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했고 자신도 없었어요. 스크림에서 아무리 승률이 좋았어도 스크림은 스크림이니까요. TNC라는 복병도 있었고 거기다 마지막에 G-가드와의 스크림에선 졌거든요.


Q. 옛날 얘기를 해보죠. 구 MVP 피닉스 시절, 한참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다가 DAC에서 크게 미끄러졌는데,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이상돈 : 사실 IeSF, 드림리그 때부터 불안불안했어요. 드림리그에서는 그냥 좋아 보이는 영웅 있으면 쓰고 그런 식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흥하더라고요. 하지만 팀워크는 많이 안 좋았고, 의견 차이도 심했어요. KDL 파이널위크에서는 제가 세이프 레인 캐리로 파멸의 사도를 썼는데, 그건 스크림에서도 해 본 적이 없는 영웅이었어요. 그냥 운이 좋았죠.

그 상태로 DAC를 가서 15경기를 해야 됐어요. 뉴비를 잡으면서 첫 단추는 잘 뀄는데, EG 상대로 유리했던 경기를 내주고 나서는 의견 차이가 더 심해졌어요. 사실 제가 당시 피닉스 내부에서 오더, 포지션 등에 불만도 있었도 의견도 갈리다 보니 1년 내내 싸운 것 같아요. 두 팀이 다 시애틀에 가게 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결과적으로 그 순간들이 다 도움이 됐지만요.


Q. 'MP' 선수는 KDL 이후에 활동이 뜸했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표노아 : 그냥 조금 실망감이 컸어요. 포커페이스 팀이 다 같이 먼 곳까지 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KDL에선 MVP라는 강팀에게 항상 떨어졌었으니까요(웃음). KDL 시즌4 끝나자마자 휴식기를 가졌어요. 1달 반 동안 필리핀에서 지냈는데, 그동안 게임을 할 의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았어요. 게임을 아마 10게임도 안 했을 거예요. 그냥 쉬기만 했죠, 아무것도 안 하고.

돌아온 후에도 스크림을 거의 안 했어요. 그러다가 메이저 올스타즈 대회에 출전하게 됐는데, 그게 저희들의 유일한 대회였어요. 거기서도 떨어지고 나서는 팀을 해체하게 됐죠.


Q. 리빌딩 후에 팀이 꽤 오래 포지션을 확립하지 못했는데, 지금의 포지션은 어떻게 갖추게 됐죠?

이상돈 : 2월에 DAC가 끝나고, '블랙'하고 팀 합류에 대해 얘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태도가 참 애매하더라고요. 우리랑 팀 팅커 중에 하나를 놓고 못 정하고 있었는데, '블랙'을 기다리느라 우리 팀은 4월까지 팀을 제대로 못 꾸렸어요. MVP 피닉스는 그전부터 스크림을 계속하는데 우리는 '블랙' 기다리느라 아무것도 못하니 좀 얄밉기도 해죠.

대회는 얼마 하지도 못했는데, TI5 예선 자리는 확보해야 하고, 메타에 적응도 못하고 이상한 영웅 뽑고 하느라 드래프트도 망가졌어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죠.

저도 사실 캐리에 자신이 있진 않아요. 캐리를 제대로 시작한 게 4월부터니까 겨우 남들 보고 따라 하는 수준이죠. TI에 올라간 팀의 캐리들은 3~4년을 캐리만 한 사람들인데 얼마나 잘하겠어요. 오프레이너도 '바톤', '두부' 등 여러 선수들이 거쳐갔는데, 그중 '선비' 형이 캐나다 시민권자라서 의사소통 문제도 없고, 구 MVP 핫식스에서부터 게임을 해 와서 호흡이 잘 맞아서 결국 오프레이너로 확정됐어요.

▲ 초반의 부진은 가라! 단신으로 팀을 캐리할 정도로 강해진 표노아.

Q. MP 선수는 팀 합류 초반에 경기력이 많이 떨어졌단 얘기가 많았는데, 스스로도 그런 점을 느꼈나요?

표노아 : 제가 게임을 오래 쉬다 보니까 실력이 많이 떨어진 게 스스로도 느껴지더라고요. 연습을 엄청나게 했어요. 그때 경기 한 거 보면 제가 봐도 정말 답이 없었어요(웃음). 스스로 생각해도 예전에 한참 잘 할 때에 비해 지금이 실력이 훨씬 상승한 것 같아요.



■ 죽어라 연습, 또 연습... 의사소통 문제는 MPGL 전에 해결


Q. 팀이 제대로 자리잡은지 얼마 안됐는데, 각종 대회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이상돈 : 4월에 틀이 잡히고, 남은 연습 기간이 2개월 정도였어요. 그래서 '무조건 1천 판, 1,500판 해야 해'란 마인드로 연습만 했어요. 많이 할 때는 오후 3시에 시작해서 새벽 3시까지 스크림을 했어요. 다른 팀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도타2 시작한 이래 가장 스크림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 덕분에 TI에도 올라간 거죠.

표노아 : 그림자 마귀를 저희가 가서 쓰진 않았지만, 저한테는 그림자 마귀로 율의 신성한 홀을 못 가게 하고 어그로 담당이란 이유로 메칸즘만 맞추게 했어요. 미드에서 똑같은 캐릭터만 100번도 넘게 했어요. 재미없다고 징징거렸죠(웃음).


Q. 외국인 선수가 있어서 오더할 때 의사소통 문제가 있진 않나요?

이상돈 : 초반에 문제가 조금 있었어요. 말을 알아듣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인 차이 때문이었죠. 전 외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으니 예를 들어 '제락스'가 'Help me?'라고 물어보면 무조건 도와줘야 될 거 같았어요. 그래서 도와주러 갔다가 같이 죽으니까 화가 나서 "이 상황에서 도움 요청은 좀 아니지 않냐"고 했어요. 그랬더니 '제락스'는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고 아니면 '노'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제 입장에선 "Help me? Somebody help me?"라고 그렇게 불쌍하게 물어보는데 어떻게 안 도와주겠어요. 그래서 "No"라고 함부로 말하기가 힘들어서 도와주러 갔더니 "네가 판단해서 거절해도 되지 않냐"고 하니까 어이가 없었죠. 초반에 제가 '제락스'한테 불만 갖고 있다고 커뮤니티에서 얘기 떠돌았던 게 이것 때문이었어요.

이게 문화적인 차이라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TI5 예선전을 하러 싱가포르로 가기 며칠 전에 이 주제로 '제락스'랑 의견 합의를 봤어요. 이젠 솔로 랭크 하듯이 싫으면 싫다고 말하겠다고 하니까 "OK"라고 하더라고요. 예선 치를 때 도와달라고 해도 그냥 죽게 내버려 뒀어요(웃음).


Q. MPGL에서 한국 팀 사상 첫 해외 오프라인 대회 우승을 차지했어요. 우승할 거라고 예상했나요?

이상돈 : MPGL에 출전할 때 우승을 노리고 간 것도 아니고, 그때 경기가 너무 없어서 여기 참가해서 TI 예선전 자리라도 받자는 생각에 출전한 거였어요.

표노아 : 중국 팀의 약점이 픽들이 거의 다 똑같아요. 당시 레슈락 플레이에 자신이 조금 없었는데 MPGL에서 EP를 꺾고 나서 자신감을 얻었죠.

이상돈 : 기억나는 게 있어요. '제락스'가 미드에서 지진술사로 궁극기를 써서 엄청나게 환호를 받은 경기가 있는데, 사실 그때 나무 사이에서 상대 저주술사가 올라오고 있었어요. 균열로 끊어내고 5:4로 싸우면 무조건 이기는 건데, 굳이 스킬을 안 쓰다가 적진 한가운데에서 궁극기를 쓰더라고요. 제가 싫어하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플레이였어요. 그래도 그것 때문에 이기긴 했으니 뭐라고 더 꼬투리 잡지는 않았죠(웃음).

표노아 : 제가 플레이할 때 가끔씩 능력의 장화 컨트롤 안 하는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 실수를 하면 구박할 때가 있었어요(웃음). 누구랑 경기한 건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제가 저격수를 했을 때 그냥 평타로 공격하면 잡는 상황에서 궁극기 장전하고 있다가 한 소리 들은 적도 있죠(웃음).


Q. TI 예선 준비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을텐데, 연습은 어떻게 하셨나요?

표노아 : 분석을 엄청나게 많이 했어요. 아마 우리 팀보다 상대를 더 많이 분석한 팀도 없을 거예요. '선비' 형하고 '힌' 형이 도타버프 사이트에서 상대가 사용한 영웅, 아이템, 리플레이까지 모든 걸 다 찾아봤어요. 그리고 둘이서 맞 드래프트를 했어요. 예를 들면 '힌' 형이 TNC처럼 드래프트를 하면 '선비' 형이 우리 팀처럼 드래프트를 하는 식으로요.

둘이 하는 거 보면 웃겨요. 드래프트를 하다 말고 뜬금없이 "아 이거 졌어"라거나 "TNC가 이렇게 밴을 할 리가 없어"라고 말할 때가 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죠. 막상 경기에서 상대가 100% 예상처럼 밴픽을 하진 않았지만 얼추 비슷하게 들어맞았어요. 상당히 도움이 됐죠.

이상돈 : 그리고 우리 팀은 무언가 게임 내에서 목표가 있으면 굉장히 잘 해요. 예를 들어 "2분 후에 뭐 있으니까 다 모여서 바텀 밀자"라거나 "다 죽었으니까 바로 로샨 가자"고 하면 손발이 척척 맞는데, 그게 없으면 다들 멍하니 플레이를 해요.

TNC와의 1세트에서는 원래 우리가 5픽에서 혈귀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상대가 마지막 픽에 혈귀를 가져가는 걸 보고 '어?'하더니 30초가 넘게 드래프트 화면만 보고 아무도 말을 안 할 정도였죠.



■ 큰 '멘붕'을 유발한 TNC의 혈귀 픽! MPGL 때를 생각하며 마음 다잡아


Q. G-가드, TNC와 경기를 치르면서 세트 2연패를 했었는데, 많이 불안하지 않았나요?

이상돈 : 저희가 그런 상황에 처하면 떠올리는 게 있어요. MPGL 결승전에서 EP를 상대로 한 세트만 따내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1세트 때 레인전 단계에서부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면서 졌어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가다듬고 쉬는 시간에 'MPGL 때 생각하자'고 되뇌었어요.

표노아 : 제일 멘붕이 심했죠. 특히 TNC와의 1세트에서 혈귀를 빼앗기고 지니까 너무 분한 거예요. 원래 혈귀-제우스 콤보를 하기로 했었거든요. 2세트 드래프트 때는 '포렙'형이 '히든카드고 뭐고 따지다가 한 번 더 지면 우리 떨어진다'고 해서 그때부터는 첫 픽에 혈귀를 계속 가져갔어요. 그러다가 밴을 당했죠(웃음).

▲ MVP 핫식스를 멍하게 만들었던 TNC의 5픽 혈귀!

Q. 5eva, 미네스키를 맞아서는 상대적으로 편안했죠?

이상돈 : 5eva를 상대로 첫 세트에서 혈귀를 가져갔는데 너무 쉽게 이겨서 처음엔 '뭐지?' 했어요. 리나 캐리는 솔직히 모험이었어요. 스크림에선 써 본 적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랭크 게임에서 자주 했으니까 자신 있다고 했었죠.

그때 '폴로슨'이 파도사냥꾼을 했다가 저한테 계속 솔로킬을 당했는데, '설마 이걸 맞겠어?'란 생각으로 스킬을 썼는데 진짜 맞고 죽더라고요. 포기했나 싶었어요. 그런데 5eva가 그 후에 귀신같이 TNC를 2:0으로 잡아줬잖아요. 처음으로 '메라클'한테 진심으로 고마웠어요.

표노아 : 미네스키는 한 세트만 져도 탈락인 상황이었는데 첫 세트를 지니까, 2세트에선 그냥 던지더라고요. 시작부터 상대가 'congrats'라고 채팅을 하니까 무슨 의미인가 싶었는데, 초반엔 잠깐 열심히 하더니 레인전에서 무너지니까 사정없이 던졌어요(웃음).


Q. 형제 팀과의 내전이 성사됐을 때 부담감이 있진 않았나요?

이상돈 : 부담은 없었는데 정말 지고 싶지 않았어요. 이기고 나서도 '힌'형은 정말 좋아했는데, 저는 그냥 그랬어요. 시애틀을 가는 건 좋은데, 와일드카드전만큼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거든요. 제가 원래 경기를 하면서 전혀 떨지 않는데, 유일하게 TI4 와일드카드 때는 떨리더라고요.

게임을 시작할 때는 떨리지 않았는데, TI 특유의 밴픽 화면에서의 음악이 있어요. 그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50만 명이 게임 내에서 관전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보였어요. 그걸 보고 나서 너무 떨리고 부담이 됐어요.

표노아 : 전 형제 팀 내전이라고 해서 별다른 감흥은 없었어요. 이긴 후에도 그냥 일반 대회 경기 이긴 기분이었어요. 본선이 확정된 후에도 그냥 그랬어요. 아마 TI 무대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Q. 최종 결승 4세트, 초중반이 굉장히 불리했는데, 와일드카드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나요?

이상돈 : 그 경기가 좀... 아마 제가 전능 기사였고 우리 팀 캐리가 길쌈꾼이었다면 전 절대 길쌈꾼을 죽게 만들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한 번도 안 죽고 파밍을 하고 있었고, 제 뒤에 '선비'형이 있었는데 디스럽터가 잔상으로 절 데려가는 걸 봤는데 반발력을 안 걸어주더라고요. 설마 잔상 쓸 줄은 몰랐대요.

그 후로 기분이 다운돼서 누구한테 의지하지 않고 게임하겠단 생각으로 조용히 파밍만 했어요(웃음). 미드 한타에서 노아가 흥한 덕분에 뒤집을 수 있었죠.

표노아 : 저랑 '포렙'형이 바텀 병영 밀다가 골렘 4마리랑 싸우게 됐는데, 싸우다가 제가 죽었어요. '포렙' 형이 남은 건 자기가 잡을 수 있다고 하면서 골렘을 때렸는데 체력이 줄어들지를 않는 거예요(웃음). 그러다가 골렘에 맞아 죽었어요.

이상돈 : 예전에 '하오' 죽듯이 죽었지(웃음).

표노아 : 그러더니 화가 났는지 바로 골드 부활 쓰고 궁극기로 다시 넘어갔어요.

이상돈 : 결국 저는 영웅만 때리고 캐리는 노아가 다 한 게임이었어요.

표노아 : '선비'형이 '포렙' 형한테는 반발력이 늦었는데, 미드에서 제가 물렸을 때는 칼같이 반발력을 걸어주더라고요. 덕분에 이겼죠(웃음).



■ 힘들지만, 돌파구는 보인다! TI 본선을 앞둔 MVP 핫식스의 각오와 목표


Q. 형제 팀 모두가 시애틀에 가게 된 후에는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이상돈 : MVP 피닉스가 레이브를 꺾은 후에 다 같이 박수 치면서 좋아했죠. 구 피닉스 팀원이었던 4명이 모여서 '그래도 우리 다 같이 어떻게든 시애틀은 가게 됐네'라며 감상에 젖었고요. 그런데 아직 마지막 경기가 남아있어서 그런지 은근히 기싸움하느라 전략 같은 건 숨기고 뭔가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어요(웃음).

모든 경기가 다 끝난 후에는 애틋한 감정도 들었죠. '힌' 형은 좋아서 날뛰고, (박)태원이 형은 말하는데 눈에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였어요.


Q. 이제는 TI 본선에서 경기를 하게 될텐데, 대회 준비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요?

이상돈 : 앞으로 연습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죠. 혈귀, 허스카같은 카드를 얼마나 더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에요. 전면전으로 나서도 힘든 팀들이니 뭘 숨길 것도 없고, 마침 단판제니까 승산은 있다고 봐요. 거기 있는 팀들을 상대로 다 한 번씩 경기한 적이 있으니 주눅 들진 않는데, 이 팀은 정말 못 이기겠다 싶은 팀이 팀 시크릿하고 VG에요.

표노아 : 저희 팀이 초반을 꽤 세게 가져가는 편이에요. 그런 저희 스타일에 뚫리는 팀과 안 뚫리는 팀이 있는데, 팀 시크릿이 전형적으로 안 뚫리는 팀이죠. 아무리 밴을 해도 카드가 너무 많고, 칠흑왕의 지팡이 타이밍에 한타를 걸자니 그걸 무력화할 픽도 다 갖추고 있고, 스플릿 푸쉬를 할 각도 안 나오고, 초반 난전이 약하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미드에서 '아티지'하고 싸워보고는 싶어요.

이상돈 : 지금이 휴가 기간이지만 MDL, MLG 등 다른 리그는 다 챙겨보고 있어요. 다른 팀들이 플레이를 하는 걸 보면 확실히 돌파구가 보여요. 하지만 해 볼만하다는 거지 절대 쉽게 이긴다는 말은 아니지만요(웃음).

표노아 : 저는 그런 팀 선수들과 붙어본 적이 한 번도 없으니 가늠이 잘 안 돼네요.


Q. 마지막으로 TI를 향한 각오와 팬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려요!

표노아 : 예선 치르기 전 출사표에는 무조건 1위 하겠다고 했는데, 이번엔 우승한다는 말씀은 못 드리겠고 목숨 걸고 경기해서 5위 안에 들도록 하겠습니다. TI에서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이상돈 : 5위? 왜 이렇게 높아(웃음)? 최대한 열심히 분석하고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선 다 이겨서 8강 안에는 들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코치 역할로 '블랙'이나 '쥬베이' 중 하나를 코치로 데려갈까 생각 중이에요. 리빌딩 이후에 좋은 결과로 팬들을 기쁘게 해드려서 기분 좋네요. 잘 준비해서 주모를 외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