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 신규 트레일러]


■ 매드맥스 영화, 완전 재밌었어요! 그래서 게임도 기대했어요.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것 하나만 꼽으라면 고민도 않고 '매드맥스'라 말할 겁니다. 액션 좋아하는 제겐 최고의 영화였어요. 팝콘을 들고 갔는데 영화 끝날 때까지 몇 번 집어먹지도 못했어요. 한 입도 못먹게 만들더라고요. 이 '미친' 영화가.

E3 2015 참전 용사로 당첨되었을 때 미국 가서 가장 먼저 해보고 싶었던 게임도 '매드맥스'였습니다. 영화 반 만큼만 따라가도 액션에서는 걱정할 일이 없을 거라 봤죠. 사전에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도 제법 잘 편집되어 있었고, 근접전 역시 요즘 콘솔 액션 게임에서 유행하는 프리 타겟팅을 앞세워 꽤 쓸만해 보였습니다. MS 부스 내 매드맥스 시연 대기줄이 꽤 길었는데도 그냥 기다렸어요. 숨겨진 보석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했죠.

체험관에는 '매드맥스'의 데모 버전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플레이타임은 약 20분 정도, 그리 길지는 않았는데 기승전결이 깔끔했어요. 시스템은 어떤지, 체험해 본 소감은 어땠느지 지금부터 말해볼게요.

* 체험관에서 영상 및 스크린샷 촬영이 불가능했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 근접전, 쫙쫙 붙는 손 맛이 아주...

주인공 맥스의 시점으로 어떤 창고에서 시작합니다. 도적 떼가 점령하고 있는 곳이었어요. 맥스의 절륜한 격투 센스를 느껴보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는 거죠. 별다른 무기가 없어 다 주먹으로 때려 눕히는데, 영상에서 봤던 것과 마찬가지로 '어쌔신크리드', '슬리핑독스', '배트맨 아캄시리즈' 스타일의 프리타겟팅 시스템입니다. 근처에 있으면 알아서 방향을 잡고 싸우고, 회피 겸 반격 키를 따로 배치해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특히, 연출이 마음에 들었어요. 쩍쩍 붙는 손맛을 위해 일부 장면에는 슬로우 모션이 삽입되었고, 주변 사물을 이용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평지에서는 그냥 주먹과 발차기, 혹은 관절기로 때려눕히고, 근처에 바위가 보인다 싶으면 냅다 적 머리통을 잡고 박치기를 시킨다 이거죠. 근접전 난이도는 쉬운 편입니다.




■ 2인 1조 카체이싱 액션, 의외로 쓸만한 동료.

도적들에게 지옥행 급행열차 단체 티켓을 끊어준 다음에는 창고에 가서 탄약을 챙겨야 합니다. 일부 자동차 부품도 떨어져 있는데, 남김없이 모두 주워야 하고요. 아무런 튜닝도 거치지 않은 맥스의 차량으로는 빛나는 8기통 엔진을 얻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철판을 덧대 방어력을 높이고, 광폭 타이어를 장착해 험로 주파 능력을 끌어올렸어요. 옆에서 도우미가 하라는대로 하니, 제법 그럴싸한 차량이 탄생했습니다.

이제 사냥을 가야죠. 여기서 매드맥스 게임 버전만의 독특한 점이 나오는데, 차량에 두 명이 탑니다. 맥스가 운전을 하고, 파트너 한 명이 뒤쪽 짐칸에 탑승했어요. 일종의 NPC인데, 이 친구가 하는 일이 꽤 많습니다. 전투 도중 엔진에 불이 붙으면 잽싸게 꺼야 하고, 내 차량에 달라붙은 적군에게는 따뜻한 샷건 한 방을 선물해야 합니다.



■ "나는야 맥스, 뒤를 돌아보지 않는 남자지."

알려진 것처럼 매드맥스의 맵은 오픈월드로 구성되었고, 상당히 넓게 느껴졌습니다. 개발사가 '아발란체 스튜디오'인 만큼 규모 면에서는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들의 전작 '저스트코즈' 시리즈는 오픈월드 액션 게임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맵 크기를 자랑했습니다. '매드맥스'가 그만큼 크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 좁아터질 정도는 아닐 거란 말이죠.

전체 지도를 보는 버튼이 따로 있는데, 'GTA' 시리즈나 '파크라이4'의 맵 구성과 거의 동일합니다. 아이콘이 여기저기에 덕지덕지 붙은 걸 봐서 서브 퀘스트도 상당한 분량일 것 같았어요.

미니맵에 표시되는 곳으로 가 보니, 뭔가 중요한 것을 수송하는 트럭이 지나가는 중이었고, 이를 호위하는 무장세력이 제법 보였습니다. 정상인이라면 '어이구 그냥 지나가십쇼' 하면서 길 비켜줘야 하겠지만, 맥스가 어디 정상인인가요. 처 자식 다 잃고 오늘만 사는 친구인데 두려움이 뭐 있겠습니까. 그냥 돌진했죠.

그게 고난의 시작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 카체이싱 액션... 어렵다! 너무 어렵다!

단언컨대, '매드맥스'의 데모는 처절함 그 자체입니다. 근접전은 할 만한데, 차량 운전 난이도가 굉장히 높았어요. 적 수송차를 호위하는 차량이 약 7대 정도였는데, 운전 실력, 전투력 면에서 주인공 맥스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처음 하는 것을 감안하면, 딱히 제가 못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일단 차량 조작이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분명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 느낌이기는 한데, 의외로 굉장히 잘 미끄러집니다. 게다가 상기했던 대로 적들의 실력이 뛰어나다보니, 운전에만 집중할 상황이 잘 나오지 않아요. 초반부터 이것저것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는 뜻입니다.



일단, 영화처럼 평평한 황무지 지형일 것이란 생각은 버리는 게 좋습니다. 황무지이기는 한데, 고저차가 상당히 뚜렷하고 도로와 도로가 아닌 곳의 주행 느낌이 상당히 다른 편입니다. 도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금새 미끄러져 데굴데굴 굴러가는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어요.

그냥 운전만 해서는 빛나는 8기통 엔진을 빼앗을 수 없겠지요. 적들을 공격해야 하는데, 공격 방식이 꽤 독특합니다. 조준 버튼이 따로 있는데, 이걸 누르면 불릿 타임 수준으로 시간이 느리게 갑니다. 이때 상대 차량의 타이어, 운전자, 혹은 엔진을 조준해 뭐든 쏴야 돼요. 시간을 너무 오래 지체하면 자동 조준 모드가 해제되고, 적의 반격을 허용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적 차량은 작살을 타이어로 쏜 다음, 힘껏 당겨서 뒷바퀴를 뽑아버렸습니다. 바로 데굴데굴 구르더니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가버렸고요. 두 번째 차량은 아까 튜닝한 버너를 작동시켜 통구이를 만들었어요. 이건 좀 리스크가 있는데, 맥스가 탄 차량의 연료를 사용하거든요. 버너 작동 키를 누르면 차량 옆쪽으로 불기둥이 치솟고, 여기에 약 5초간 노출되면 임모탄이 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세 번째 적 차량은 상대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웠어요. 녀석도 버너를 장착하고 있었는데, 머플러에서 불이 나오더라고요. 작살을 꽂기 위해 뒤 쪽으로 붙었는데, 오히려 제가 통구이가 될 뻔 했습니다. 엔진에 불이 붙는 바람에 급하게 차를 세웠어요. 아, 일단 정차부터 해야 파트너가 엔진에 붙은 불을 끌 수 있거든요. 차량도 에너지가 있기에 적당히 수리도 좀 하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그간 쌓아 놓은 부스터를 아낌없이 사용해 곧 적 수송대를 다시 따라붙을 수 있었죠.

작살이나 버너로 제거할 수 없었던 세 번째 적 차량에게는 유도탄을 선물했습니다. 두 방 맞더니 화염에 휩싸인 채 절벽 아래로 떨어졌고요. 나머지 차량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다 처리했습니다. 아, 적 차량의 운전자에게 작살을 꽂아 당겨버린 것도 잊을 수 없는 손맛이었고요.



수송 트럭 뒤 쪽에는 적군이 한 명 매달려 있었고, 맥스에게 쉴새없이 샷건을 쏴댔습니다. 뭐, 강력한 저항은 아니었으니까 저도 점잖게 샷건 몇 방을 녀석에게 선물했고, 이제 수송 트럭과 맥스 단 둘만의 환경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뒷문이 굳게 닫혀 있길래 샷건으로 엔진을 맞추니 그제서야 트럭이 멈추더군요. 아니, 멈췄다기보다는 누더기를 만들었지만 뭐 그걸 굳이 신경써야 하나요. 빛나는 우리의 8기통 엔진이 온전하다는 게 중요한거죠. 차에서 내려 8기통 엔진을 줍는 순간 데모는 마무리되었습니다.



■ 아발란체 스튜디오의 DNA는 유지, 마감새는 조금 아쉽다.

데모 상황을 최대한 생생하게 전달하려 했는데, 머리 속에 잘 들어오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총평하자면 '아발란체 스튜디오다운 게임'입니다. 카체이싱 액션에서 주요 공격 수단이 '작살'인데, 사용 방식이나 연출이 '저스트 코즈' 시리즈의 와이어 액션과 거의 유사합니다. 동작이나 조작감 등 마감새 면에서 'GTA'같은 트리플 S급 게임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전체적으로 모난 곳 없이 잘 나온 게임입니다. '저스트 코즈'가 그랬던 것처럼.

다행스러운 점은 원작 IP의 명성에 누를 끼칠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근접전은 딱히 꼬집어 말할 데가 없었고, 카체이싱 액션 및 튜닝 시스템도 나름 고심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연출도 괜찮았고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운전이 다소 어렵고 생각보다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건데, 이건 개인적인 부분이기에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봅니다.

매드맥스는 2015년 9월 1일 북미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정식 출시 및 한국어화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E3 2015 현장에서 체험해 본 결과 원작 팬이라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무조건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구매 리스트에 넣어 두셔도 후회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