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반이 지났다. 연초 세웠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이미 까마득하게 잊을 만한 시간이다. 특히 산업 회전 속도가 빠른 정보통신업계, 그중에서 게임 업계에 있어 지난 6개월은 다른 산업에 비해 길다고 느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정부의 지원책, 각종 규제책, 업계의 자구 노력 등이 맞물려 갖가지 이슈를 양산했고, 게임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진흥의 목소리는 여전히 충돌 중이다.

외산 게임에 안방을 내준 온라인, PC 게임.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을 막을 길이 없어 보이는 모바일 게임. 게임에 대한 시각이 다르고 고민에 대한 의견이 갈리지만, 국내 업계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구태의연한 어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업계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그러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반이 흐른 2015년. 게임 업계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2015년 1분기 현황 - "게임이 전체 문화 콘텐츠 산업 수출액의 50% 차지"

▲ 자료 출처: 2015년 1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5년 1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게임 산업 전체 매출 규모는 약 2조 7,405억 원이며, 게임 상장사는 매출액 비중의 25.7%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동기대비 매출은 2.2%, 수출 규모는 8.9% 증가했으며 고용률은 0.4% 증가했다. 다만 영업 이익률은 작년 동기 대비 -14.4%를 기록하며 업계 침체에 대한 분위기를 반영했다.

2015년 1분기 기준으로 게임 산업 상장업체인 ‘엔씨소프트’, ‘웹젠’, ‘넥슨지티’, ‘컴투스’, ‘게임빌’ 등 5개 업체를 제외한 17개 업체는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감소했으나, 컴투스 매출이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해 산업 전체적으로는 매출이 증가했다. 컴투스는 '서머너즈워', '낚시의 신' 등으로 해외 진출 성공 사례로 꼽히는 기업이다.

콘텐츠 산업의 수출을 주도하는 온라인 게임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직접 서비스하지 못한다는 점과 중국 게임의 경쟁력 강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모바일 플랫폼은 편의성 및 접근성을 강점으로 기존 이용 계층뿐만 아니라 여성 및 중장년 층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컴투스, 게임빌 등 모바일 게임사의 글로벌 전략 성공으로 게임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50%의 성장을 일궈냈다. 또한, 고성능 하드웨어 스마트폰의 출시로 인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출시되고 있으며 이용자 수도 역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게임 산업 시장은 매년 10%가량 성장하고 있는 산업 분야로서,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 증가 폭은 둔화하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게임은 2000년 '리니지' 대만 수출을 시작으로 최근 '테라', '검은 사막'에 이르기까지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수준의 수출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다만, 2012년 도입된 ‘셧다운제’의 영향으로 게임 산업의 수출 및 내수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 업계의 총자산 회전율(매출액/총자산)은 0.10으로 국내 콘텐츠 산업 상장사 대비 낮은 수준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02%p 감소한 수치다.



■ 2015년 상반기 동향 - "외산 게임의 점유율 심화 및 모바일 게임의 규모 확대 "

해외 게임의 국내 시장 영향력 지속

국내 게임 산업은 온라인 게임을 필두로 개발력 및 완성도를 확보하면서 국내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해 왔으나,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의 공급 증대와 외산게임 수입으로 인해 점유율이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실제로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외산 게임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국내 온라인 개발사들이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개발 업체들은 ‘검은사막’, ‘엘로아’, '아제라' 등 다양한 신작을 출시하고 있으나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인 편이다.

특히 중국은 정부 주도하에 한국 게임들의 성공 사례와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경쟁력을 단시간에 확보했다.

이 때문에 국내 모바일 게임 개발 업체들은 비교적 높은 개발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모바일 시장이 해외에서 이미 검증받은 대작을 수입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구조로 재편되어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다.

극도로 심화된 시장의 경쟁은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홍보력이 열세인 중소개발업체들에게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정형화된 게임이 봇물 터지듯 나오는데 일조했다. 이런 악순환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역량을 강화하고 해외 진출 성공 사례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6월 4주차 온라인 순위. 외산 게임이 많이 보인다.


모바일 게임의 지속적 성장 및 규모 확대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모바일 게임의 출시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모바일 게임은 게임 산업 분야에서 활성화가 비교적 늦게 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의 고성능화 덕분에 PC게임 못지않게 사용환경이 개선되어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모바일 게임은 PC게임이 상대적으로 사용량이 몰리는 수능 직후, 겨울방학 등에 출시되는 것과 다르게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또한, 중국, 동남아시아, 북미를 중심으로 스마트 기기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대형 퍼블리셔들의 마케팅 물량 공세와 정형화된 게임 라인업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모바일 게임 시장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 산업과 규제

게임은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을 비롯하여 아케이드, 콘솔, 보드, 기능성 게임 등 다양한 연령층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여가 문화의 일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해악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학교 폭력 등 각종 사회 문제에 원인으로 오도(誤導)되고 있으며 2014년에는 사행성 논란이 제기되어 도박, 마약, 음주와 함께 4대 중독 규제 대상으로 분류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산업 진흥법 등 정부 차원에서 육성해야 할 콘텐츠 산업으로 인지하고 지원을 하는 것과 엇갈린 행보다.

2015년 3월,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할 때 획득 확률 및 아이템 구성을 공시함으로써 게임 이용자에게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종류, 구성 비율 등의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게임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게임 업계를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는 F2P의 핵심 수익 모델인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공개하는 자율 규제안을 2105년 7월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게임 기업 전체가 글로벌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나아가는 시점에서 국내법으로 규제할 경우,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및 실효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 2015년 상반기 특징 - "광고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모바일 게임 "

과거 게임사에 있어 TV 광고는 '블록버스터'급 게임임을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 도구에 불과했다. 광고비 대비 효과가 미비해 크게 매력적인 노출 수단은 아니었다. 그러나 '클래시오브클랜'이 TV 광고를 통해 성공을 거두자 TV 광고는 모바일 게임의 대세 마케팅으로 떠올랐다.

‘클래시오브클랜’은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 슈퍼셀에서 선보인 전략 게임으로 기존 게임들이 내세웠던 SNS 연동 흐름에 탑승하지 않고 TV 광고와 옥외 광고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시행해 2개월 만에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애니팡’, ‘모두의 마블’ 등이 4천만 회원을 보유한 카카오톡 메시지와 연계해 게임을 노출하고 이를 친구에게 추천하는 과정에서 아이템을 제공하는 마케팅으로 콘텐츠 홍보 및 흥행을 이끌어왔던 방법에 염증을 느끼던 게이머들의 구미를 자극할 대안으로 떠올랐다.

슈퍼셀의 파나넨(Pannanen)대표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서양 게임이 성공하기 어려운 한국, 중국, 일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국내 모바일 게임 업체도 슈퍼셀의 전략을 참고해 TV 광고에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2015년 1분기 국내 TV 광고비용은 약 350억 원에 달하며 이중 지상파 광고비용은 약 192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자료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 산업 동향분석보고서) 이는 전년도 동기대비 지상파 광고 비용인 17억 원과 비교하면 약 11배 증가한 수치로 그만큼 모바일 게임의 TV 광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쿤룬코리아의 ‘COA’, ‘태극팬더’, 넥슨의 ‘탑 오브 탱커’ 그리고 ‘명량’과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한 4:33의 ‘영웅’, ‘블레이드’는 광고 이후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에서 급격히 상승하는 효과를 경험했다.

▲ 클래시오브클랜 추이. (출처: Nasmedia 모바일 이슈 리포트)

대부분 부분유료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모바일게임은 손쉬운 접근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그만큼 이탈이 쉬우므로 모바일 게임 마케터들은 잔존율(Retention)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에는 돈을 쓰는 유저들이 일부 정해져 있고 이들이 수익을 창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타겟 유저 중심으로 마케팅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 대상연령이 어린이부터 장년층까지 다양해지고 ‘클래시오브클랜’의 성공 이후 절대 유저수가 증가하면 잔존율이 떨어지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대형 게임을 중심으로 불특정 다수를 목표로 한 프로모션에 힘을 쓰고 있다.

또한, 과거 PC게임 광고가 게임의 성공과 재미에 중점을 둔 방식을 채택한 반면, 최근 모바일 게임 광고는 게임의 디자인과 캐릭터에 중점을 둔 네이티브콘텐츠(Native Contents)로 플레이를 권유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모바일 게임 시장은 고품질 게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TV 광고를 통해 ‘타겟유저’에서 ‘매스유저’로 대상층을 이동시키고 있다.



■ 국내 게임사들의 관심사 - "해외 진출 "

IP 활용 등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활로 개척

게임 업계는 지속적인 성장 동력원을 찾기 위해 해외 시장 진출에 심혈을 기울여 왔으며 일부 업체에서는 구체적인 성과를 얻기도 했다.

국내 게임산업은 상대적으로 정체된 국내 시장보다는 중국 등 해외 시장의 개척을 모색하고 있으며 실제로 현재 성과 도출 기업 대부분은 해외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는 국내 게임 산업의 성장 편차가 가속화되면서 신작 개발이 쉽지 않자, 국내에서 출시했던 게임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크로스파이어’, ‘포인트 블랭크’, ‘프리스타일’ 등 기존 작품들이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들 게임은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지적 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하기에 신작 개발보다 비교적 높은 수익 달성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PC 온라인 개발사들은 지속적인 흥행작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 수익 극대화를 모색하고, 축적된 자본으로 적극적인 연구 개발 투자를 통해 성장 선순환체계 구축을 꾀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역시 온라인 게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장르의 수요가 증대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 개발력과 완성도가 확보된 게임들을 중심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 중이다. 특히 진입이 자유로운 오픈 마켓의 존재로 인해 앞으로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실제로도 넷마블의 캐주얼 모바일 게임 '모두의 마블'은 출시 2년만에 누적 매출 4천억 원을 기록해 전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10위에 올랐으며, 컴투스, 게임빌, 선데이토즈, 데브시스터즈는 2015 포켓게이머 선정 Top50 개발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대형 퍼블리셔의 선택과 집중

국내 대형 퍼블리셔는 시장 현황을 분석해 모바일 게임 콘텐츠 마케팅 프로세스를 수립한다. 이 과정은 장르와 흥행 가능성 등 다양한 내부 기준을 두고 월별 출시할 모바일 게임들을 나눠 게임마다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을 파악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통상적으로 모바일 게임은 흥행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출시 마케팅 예산을 집중하고 출시 후 각종 지표를 분석해 본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만약 지표가 좋지 못하면 마케팅 활동을 중지하거나, 게임 서비스를 중지함으로써 성과를 낼 수 있는 게임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그러므로 소규모 개발사는 대형 퍼블리셔 입김에 휘둘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며, 퍼블리셔와 마켓에 선택받지 못한 게임들은 대규모 광고 물량 공세에 맞서 자생적으로 생존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또한, 대형 퍼블리셔는 다수 라인업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게임과 계약을 체결하기만 하고, 시기상의 문제, 개발력의 문제 등으로 출시를 차일피일 미루다 게임 출시 자체를 백지화하는 상황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 인력과 대규모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 모바일 시장도 온라인 시장과 마찬가지로 대형 업체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마케팅 비용을 모두 퍼블리셔가 감당했던 구조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넷마블 게임즈의 ‘레이븐’과 넥슨의 ‘탑오브 탱커’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서 각각 TV 광고 비용을 지원함으로써 게임의 홍보와 자사 브랜드에 대한 적극적인 PR을 수행하는 추세다.



■ 국내 게임 상반기 결산 - "내수 시장 한계 극복."

2015년 상반기를 요약하자면 국내 시장은 악재와 호재가 공존된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 시장은 정부 규제와 대작의 부재로 지난 몇 년간 부침을 겪긴 했지만, '메이플스토리2', '리니지 이터널', '트리 오브 세이비어' 등 기대작 출시를 앞두고 있고, '테라'는 스팀 서비스를 통해 북미와 유럽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한,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과하는 소규모 스튜디오의 작품들도 꾸준히 등장하는 추세다.

모바일 게임은 창업 광풍 이후 스타트업이 수없이 쓰러지고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때문에 돈이 될 만한 정형화된 게임만 개발해야 하느냐는 비판의 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경험과 자본이 상대적으로 많은 대기업의 전문적인 서비스와 품질관리로 게임의 질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광풍 후 살아남은 중소 규모의 업체들은 개발력을 인정을 받아 양질의 게임을 기대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온라인 게임과 마찬가지로 1인 개발, 소규모 개발이 활성화되며 신선한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다. '오픈 마켓'이라는 광활한 놀이터를 기반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아울러 스코넥엔터테인먼트나 리로드 스튜디오 등이 VR(가상 현실) HMD를 이용한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VR 시장은 2020년경 3,910억 달러(한화 약 4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상에서 볼 수 있듯 게임 개발사들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수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