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진출로 가는 마지막 티켓을 두고 벌이는 와일드카드전. VWI 우승자 무적함대와 대역전극 끝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핵이 만났다. 양 팀 모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경기에서 저력을 발휘한 쪽은 무적함대였다. 우승팀답게 엄청난 경기력으로 경기 내내 핵을 압도했고 마침내 핵을 꺾으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자존심 회복을 위한 기회를 스스로 잡은 그들! 무적함대의 승리 요인을 파헤친다.
■ 그에게 링고를 쥐어줘선 안돼..!
무적함대의 VWI 우승을 이끈 주역 영웅은 '상호'의 링고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결승전 때는 저격 밴을 2연속으로 당하며 등장하지 못했지만, 그전까지의 경기를 놓고 보았을 때 '상호'의 링고는 분명 다른 팀들 입장에서 위협적이다. 실제로 VWI, VIPL 두 대회를 합쳐 링고 픽에 성공했을 때의 무적함대는 항상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웬만한 경우가 아니라면 무적함대를 상대로 링고를 밴 하는 것이 정석임을 말해준다.
하지만 pQq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루인'의 페탈을 견제하기 위해서였을까. '핵'은 밴 카드를 링고가 아닌 페탈에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실수였다. 게임 초반 상대 셀레스트에 비해 약간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전체적인 경기에서 날아다니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준 '상호'의 링고였다.
정글 듀오인 '루인'과 '와인'이 초반 싸움을 훌륭하게 해준 덕에 링고의 레인전은 자연스럽게 풀렸다. 갱킹의 위협 없이 CS 수급을 원하는 대로 했기 때문에 셀레스트와의 레인전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고 빠른 기동성을 이용해 항상 한 발 빨리 한타에 참여했다.
링고의 성장을 막지 못한다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핵은 캐서린 로머의 장점을 살려 링고를 잘라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여기에는 무적함대의 정글 듀오가 시야 확보를 잘해 놓은 것도 한 몫 했지만 상호의 적절한 아이템 활용도 크게 작용했다. 수풀에서 순간적으로 튀어나와 '무자비한 추격'을 넣으려 하는 캐서린에게 전혀 당황하지 않고 '반사의 완갑'으로 대응했다. 라인이 심하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만약 링고가 잘렸다면 큰 손해를 보고 핵에게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골드 차이가 이미 크게 벌어져 방심할 수 있었던 싸움에서도 '상호'의 링고는 침착했다. 굳이 셀레스트를 잡으러 깊숙이 들어가기보다는 앞 라인 부터 녹여나가는 식으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가장 잘 성장한 링고가 최대한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자 핵의 입장에서는 돌파구가 마땅히 보이지 않았고 별다른 저항을 해보지 못한 채 경기를 내줬다.
'상호'의 링고가 위협적이라는 것은 이미 핵 입장에서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캐서린이 페탈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므로 상성적인 측면에서 페탈을 밴한 것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링고를 푼 것은 확실히 모험이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만약 링고를 풀고 페탈을 밴하기보다 페탈에 대한 파훼법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땠을까라는 핵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 그야말로 무적! 한타력과 운영력을 고루 갖춘 무적함!
'상호'가 링고를 가져가긴 했으나 핵 입장에서도 파훼법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게임 초반, 캐서린+아다지오 정글 듀오는 교전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기 때문에 아군 레이너의 적절한 합류만 있다면 정글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무적함대의 노련함이 게임 초반부터 빛나기 시작했다.
무적함대는 공격적으로 상대 정글로 들어가기보다는 수풀에 지뢰를 심고 낚시 플레이를 했다. 게임 초반 무리하게 정글 침투를 했다가 실패하게 되면 정글 주도권을 빼앗기게되고 자연스럽게 링고는 캐서린의 강력한 갱킹에 노출되게 된다. 이를 알고 있는 무적함대는 침착하게 수풀에 지뢰를 심은 후 상대 정글 듀오에게 모습을 노출해 소규모 교전을 유도했다.
어찌 됐든 핵 쪽의 정글이었기 때문에 셀레스트의 합류가 더 빠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2:3 싸움이 열렸고 정상적이라면 핵이 승리해야 했지만, 이 교전은 무적함대가 '설계'한 싸움이었다. 핵 선수들 모두가 지뢰를 밟아 체력이 낮은 상태로 전투에 임했고 결국 첫 한타를 지고 만다. '와인'의 글레이브가 상대 아다지오를 '야수의 돌진'을 이용해 지뢰밭으로 밀어버리는 모습만 보아도 이 한타가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타에 참여하지 않은 '상호'의 링고는 자연스럽게 프리 파밍을 했고, 정글 상점에서 쇼핑까지 마친 상황. 셀레스트를 상대로 CS를 크게 앞서나가며 레인전을 압도했다. 만약 수풀에 지뢰가 없는 상태에서 싸움이 일어났다면 무적함대는 이러한 스노우볼링을 굴릴 수 없었을 것이다.
무적함대의 이후 운영도 빛났다. 이미 골드 차이가 극심한 가운데 핵이 이 경기를 역전하기 위해서는 '갤럭시' 셀레스트가 잘 성장하는 수밖엔 없었다. 이전 경기에서 스카프로 역전용사가 된 것도 크게 본다면 상대의 레인 푸쉬로 인해 CS 수급이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적함대는 영리했다. 게임을 완전히 지배하기 시작한 시점에서도 미니언 광산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때문에 레인은 핵의 생각대로 밀려주지 않았고 셀레스트는 게임 후반이 되어서도 '반사의 완갑'하나 갖출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다. 두 배가 넘는 골드 차이에 레이너도 잘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 놓인 핵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상대의 '던짐'을 받아치는 것이었으나 앞서 언급했듯 무적함대는 끝까지 침착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결국, 빈틈없는 무적함대의 압승으로 게임은 마무리되었고 4강전의 주인공 또한 무적함대가 되었다. 유리한 상황에서 전혀 방심하지 않고 조금의 틈도 허락지 않은 무적함대는 그들의 4강전 경기를 벌써부터 기대하게할 만큼 멋진 경기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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