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이말년. 디시인사이드 '카연갤(카툰연재갤러리)'에서 '불타는 버스'로 히트를 치고 야후에서 '이말년 시리즈'를 연재할 때만 해도 그는 그저 언더에서 반짝 뜬 아마추어 웹툰 작가였습니다. 유명세는 탔지만 그래도 벌이가 시원치 않아 DVD방 아르바이트를 뛰어야 했죠. 부모님은 그런 자식의 모습을 보며 “때려치우고 공장이나 다니라.”며 설득했습니다. 어떻게 시작한 웹툰인데... 이말년은 1년은 더 해보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한 후 운 좋게 네이버 웹툰 작가로 입성할 수 있었죠.

'이말년 시리즈'는 매번 뻥 터지는 웹툰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간간히 터지는 'X맛'이 중독성이 강했고, '이렇게 된 이상', '하하 개판이네'. '와장창' 등 특유의 멘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대세 웹툰 작가로 거듭났죠. 이말년은 게임을 좋아하는 작가로도 유명한데요. 게임을 소재로한 '두덕리 온라인'부터 마구마구, LOL, 하스스톤, 히어로즈 등 손댄 게임마다 화제를 몰고 다녔습니다. 최근에는 하스스톤 게임 BJ를 하고 있죠. 웹툰작가에서 게임 BJ로 발을 넓히고 있는 이말년 작가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 게임&피플은 네이버 제휴 콘텐츠로 모바일 페이지 '게임·앱' 코너에 함께 게재됩니다.


■ 웹툰 작가 '이말년'의 '일상'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작가님이 안산에 산다고해서 인터뷰를 그 근처에서 할줄 알았는데 석계역에서 하게될줄은 몰랐어요.

아니, 근데 사실 인터뷰할 때 제가 사는 곳 근처로 만나자고 하기 그렇더라고요. 왜냐면 저는 혼자고, 다른 분들은 막 사진 찍는 분들 하고 여럿이서 오잖아요. 좀 죄송하기도 하고 그랬어요(웃음).


바쁘실텐데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볼께요. 얼마 전에 '이말년 수필' 새 연재를 시작하셨죠. 태국 여행에서 발을 다친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몸은 괜찮아졌나요?

아 그거 옛날이야기에요. 두 달 전. 지금은 다 나았어요. 제가 문을 세게 연 것도 아니고, 그냥 열었는데 유리문이 확 깨지더라고요. 호텔 측에서 보상으로 먹은 음식의 30%를 할인해주겠다 그러는데. 다리 다친건 안물어보고 그런 이야기만 하니깐 빈정이 확 상해서 그냥 안 먹겠다 때려치워라 했죠.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웃음).

▲ 태국 여행에서 발을 다쳤던 이말년 작가.(출처: 피키캐스트)

그래도 완쾌하셨다니 다행이네요. 새 시리즈는 일상생활을 다루는 것 같은데, 그런 컨셉인가요?

네. 이제 나중에 '기안84와의 일화', 이런 거 다룰 예정이에요. 상수동 반지하 생활 이야기. 옥탑방처럼 열악한데, 곰팡이가 피는 우울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요. 상수동이 원래 엄청 비싼데, 진짜 싸게 방을 구했었어요. 근데 사람이 사는 환경이 아니에요. 원래 창고로 쓰던데라(웃음).

그래도 맛있는 거 많은 거는 좋았어요. 주말에 시끄러워서 보면 공연 같은 거 하고 있고. 그리고 언더에서 놀던 친구들이 놀이터 같은데 게릴라로 나와서 공연하고 그랬어요. 그때 저 있을때 '슈퍼스타K'에 장재인씨 한창 막 뜰락말락하던 때였거든요.


예전 인터뷰 내용을 보니까, 포털 사이트에 자기 이름도 많이 검색해봤다고 했는데, 요즘에도 찾아보곤 하나요?

지금도 해요. 지금도. 궁금하잖아요. 무슨 얘기하나. 하루에 한 번씩은 해요. 그러면 몇 개씩 막 올라와요. 뉴스 쪽은 하루에 한 번 검색해도 안 나와서 잘 안 보고, 커뮤니티 쪽 많이 봐요.

이제 인기 조금 있다고 해서 까는 내용 없을 거라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엄청 많아요 요즘도 핵노잼, 퇴물, 막 이런 거. 칭찬하는 건 거의 없어요. 근데 이게 공감되는 게 제가 생각해도 요즘 제 만화 별로 재미 없거든요. 하하.

솔직하게 말하면 요즘 안 좋은 버릇이 생긴 게, 돈을 안 주면 안 그리게 되더라고요. 결혼도 했고 자식도 먹여 살려야 하니까. 옛날에는 그리는 것 자체가 재밌어서 막 그렸거든요(웃음).


현재 '이말년 서유기'도 함께 연재 중인데, 전작인 '이말년 시리즈' 시즌2를 기대하는 팬들도 많이 있습니다.

사실은 '서유기' 하면서 많이 느끼는 부분이, "왜 했을까?" 이런 거에요(웃음). 정말 힘들어요. 단편 형식인 '이말년 시리즈'는 재밌는 걸 떠나서 매번 아이디어 구상 때문에 힘들었어요. 막 짜증 나기도 했고요. 계속 새로 하고 그래야 되니까. 그러다 보니 하나의 캐릭터로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시리즈, 그중에서도 안전하게 스토리가 있는 고전으로 해보자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이말년 시리즈 할 때도 고전으로 몇 번 했는데 반응 괜찮고 그랬었거든요.

그래서 해볼 만 하겠다 해서 시작한 게 '이말년 서유기'였는데, 이게 오히려 더 제약이 되는 거에요. 이말년 시리즈는 그냥 하다가 막히면 '와장창!'으로 끝내면 됐는데, 이건 이어가야 되니까. 스타일에 적응이 안 되는 거에요. 그러니까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 만화 내용은 자유분방했던 전작에 비해서 좀 경직되고, 힘이 들어가고, 그렇게 되는 거에요. 알고 있어도 힘을 못 풀겠는 거 있죠. 지금은 그래서 싸지르자는 식으로 하려고 하는데, 이것도 잘 안되죠.

사실은 그런 얘기도 있었어요. '끊고, 편한 걸 해보면 어떻겠냐'라고 연재처에서 그러기도 했는데, 제가 많이 봤거든요. 다른 만화 그리시는 분들. 중간에 끊으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냥 미완으로 끝나게 되는 거에요 보통. 근데 미완으로 끝내는 건 좀 아닌 거 같아서, 재미없더라도 이왕 시작한 이상 완성을 딱 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앞으로 1년 안에는 끝내는 걸로, 목표를 잡고 있습니다. 너무 만만하게 봤어요. 단편이 더 제 성향이랑 맞는 것 같은데(웃음).


결혼 전이랑 이후, 만화를 그리는 데 있어 변한 점이 있나요?

다른 점은 우선 생활 패턴이 크게 바뀌었어요. 옛날에는 무조건 밤에 활동하고, 낮에 자고 그랬는데, 그렇잖아요. 게임하고 그러면 보통. 근데 이제는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정상적인 패턴으로 바뀌었죠. 아기 생기면서 더 확실해졌어요. 아기 잘 때 다 같이 자야 되니까.

또 집 주변으로 작업실을 옮기게 된 것도 바뀐 점 중 하나에요. 집중도를 올리려고 작업실을 차렸었는데, 이제 또 이사해요. 작업실을 집으로 합쳐요. 계속 작업실에서 날 새고 다음날에 들어오고 그러니까, 어차피 날 샐 거면 가족들 있을 때 새는 게 좋겠더라고요. 왜냐하면, 아기가 낯설어하고, 어색해하더라고요. 엄마한테만 의존하려고 하고 그랬어요. 요즘에는 그나마 가족들하고 같이 지내니까 아빠가 뭘 해도 가만히 있더라고요. 그런 거 보면서, '아 그래도 붙어 있어야 되는구나' 생각해요. 너무 떨어져 있으면 안되니까, 합치기로 한 거죠.


작가님의 학창 시절은 어땠나요? 초등학생 때 라던지. 지금처럼 만화를 많이 그렸나요?

제가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뀌기 전 마지막 졸업자였어요. 제가 83년이니까 딱 마지막 졸업이죠. 노트도 '무슨 초등학교'로 바뀐 거 나오고 그럴 때였어요. 그리고 예상 외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활발하지 않았어요. 조용하고, 튀지 않는 성격이었어요. 물론 노트에 그림도 많이 그렸었고요. 잘 그리지는 못했지만요. 반에 한 명씩 있는 그림 잘 그리는 친구들 있잖아요. 그런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던, 그런 학생이었어요.

▲ 이말년 작가는 자신이 '국민학교' 시절을 보낸 마지막 세대라고 밝혔다.

그럼 언제부터 웹툰을 그리겠다고 결심한건가요? 어떤 계기 같은게 있었나요?

따로 결심을 한 건 아니에요. 그냥, 하다보니까. 대학교 때 졸업 작품 끝나고, 좀 여유가 있잖아요. 4학년 2학기때. 그때 카연갤(카툰 연재 갤러리)에 조금 조금씩 단편을 올렸어요. 처음엔 반응이 없었는데, 이말년 시리즈 단편, '불타는 버스' 편에서 갑자기 반응이 확 좋아져가지고, 그때부터 단편들을 딱 묶어서 '이말년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붙였거든요. 원랜 그냥 단편, 단편 나갔던 거였어요.

그러다 보니 '야후'에서 제의가 왔죠. 그때 제가 4학년 2학기 때였잖아요. 취업 준비도 전혀 안되있고. 토익을 본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토익이 뭔지도 몰랐어요 그때. 아에 그냥, 졸업하면 공장갈라고, 안산 사니까 공단 있잖아요 크게. 대기업 갈려면 미대에서도 원래 토익 공부하고 그랬거든요. 대기업 홍보실에 간다든지. 그래서 토익같은거 중요했어요 원래는.

한푼이 아쉬울때라 야후에서 주는 돈은 정말 고마웠는데 페이가 높지 않았어요. 그때 당시, 시작할때 2009년이었는데. 지금보다 훨씬 낮았어요. 평균이. 근데 야후는 더 낮았죠. 한달에 50만원 정도 받았어요. 그래서 그 당시 밤에는 DVD방을 다녔어요. 웹툰으로 번 돈으로는 생활이 안되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족들하고 사니까, 50만원이면 용돈이라고 생각하고 살 수는 있었는데, 가족들한테 보여주고 싶은거에요.

내가 어느정도 수익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초창기에는 그게 포커스가 돼 있거든요. 내가 따로 살더라도, 이걸로 먹고 살 수 있다 이런걸 보여주고 싶은거죠. 그래야만 가족들이 인정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밤에 DVD방을 했는데, 처음엔 가족들이 '1년만 해보고 그만 해라', '그냥 경험으로 삼아라'. 그랬는데 하다 보니까 1년 마치고 네이버로 가게 되는 계기가 있었어요. 이제 좀 잘될 것 같으니까 좀 더 해보자 한건데, 어떻게 어떻게 하다보니까 잘 풀린거죠.

제 만화는 좀 호불호가 있어요. 절대 1등을 할 수 있는 만화는 아니에요. 사실은 이런 취향의 만화인데도 4등, 5등 하는 것도 신기하긴 해요. 전 '그리는 사람의 캐릭터'가 이상하게 잘 잡혀가지고, 그 덕을 보는 게 좀 컸죠.

▲ 웹툰 작가 '이말년'의 탄생은 어찌 보면 '불타는 버스' 편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을 보면 다른 웹툰의 작가들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평소 다른 작가님들과도 교류가 많이 있는 편인가요?

다른 작가들하고 별로 안 친해요. 기껏해야 갈 때가 송년회 할 때. 네이버에서 자체적으로 좀 크게 할 때 있거든요. 가수도 부르고. 그때 한번 가고, 저는 그러니까, 다른 작가님들 만날 때가 송년회 때밖에 없는 것 같아요. 평소에는 그냥, 연락하는 사람이 기안84, 호민이형, 일산 쪽 만화 그리는 형들, 다 모여 있거든요 일산에. 곽백수, 양수형. 아무튼, 친한 형들이 있어요. 그 형들하고나 좀, 가끔 보거나 하는 정도고 다른 작가들은 많이 볼 일이 없어요.


일하다 보면 '천재적이다.' 싶은 작가가 있을 것 같아요. 작가님이 인정하는 대단한 작가는 누군가요?

저는 '기안84'. 이게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그런걸 제쳐놓더라도, 만화를 찰지게 그려요. 찹쌀떡같이. 보면서 그 디테일. 그러니까 그림체 자체는 세세한 그런 그림체는 아닌데, 표현을 캐치하는게, 디테일함이 엄청나죠. 보면 소품 같은걸 배경에 딱 얹어 놓는 거. 굳이 안 얹어놔도 아는데, 딱 배치하는 거, 말투나 그런 것들. 관찰력이 되게 뛰어난 것 같아요. 정말 감탄하면서 봤어요. '아, 얘는 오히려 이상해서 그런가? 그래서 더 재밌나?' 이런 생각도 한 적 있었어요. 중요한 순간에 맞춤법 딱 틀리니까 더 웃기고. 그런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이말년 작가님 웹툰은 의외로 맞춤법 오탈자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신경 많이 써요. 헷갈리면 네이버에 검색하기도 하고요. 맞춤법에 철저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꼴 뵈기 싫으니까(웃음). 분위기 확 깨잖아요. 제 만화는 좀 깨도 되긴 하는데, 좀 진지한 만화에서 틀리면 안 좋죠.


혹시 웹툰 연재 중에 있었던 고민거리나,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소재 생각이 역시 가장 고민이 많이 되죠. 마감이 닥쳐오면, 그냥 아무거나 싸지르기도 하고. 가끔 혼자 떠올렸을 때 재미있겠다 싶은 소재들이 있는데, 막상 그려보면 별로 재미가 없는 경우도 많아요. 반대로 아무리 생각해도 소재가 안 떠올라 대충 그려놓고 보면 의외로 빵 터지는 경우도 있죠. 네이버에 '이말년 시리즈' 연재 당시, '벌레 야구' 편이 있었는데, 그냥 완전히 망했죠. 몰아서 보면 재밌는데, 이걸 두 달간 질질 끌면서 그리니까, 독자들이 벌레 좀 끝내라고, 제발 좀 끝내라고, 그랬었어요.

그래도 웹툰 연재 하면서 무단으로 쉬거나 늦는 적은 거의 없어요. 아이디어가 너무 안 떠올라도, 저는 일단 그리고 봐요. 다른 분들 처럼 스토리를 짜고, 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니까. 어떻게 보면 저만 쓸 수 있는 방법이죠.

▲공식적으로 망한 '만흥리벌레 리그 베이스볼'. 자그마치 6주간 연재됐다.(출처: 네이버 웹툰)



■ 웹툰 작가 '이말년'과 '게임'


작가님이 게임을 처음 접했던 때가 궁금합니다. 가장 처음 해본 게임은 뭐였나요?

'페르시아의 왕자'? 아니다. PC 이전에 오락기로 먼저 했었네요. '슈퍼마리오'. 아마 슈퍼마리오를 많이 했었어요. 왜냐하면, 패미컴 사면 기본으로 슈퍼마리오를 끼워줬거든요. PC로는 '페르시아의 왕자'였고요. 국민학교 1학년? 2학년 때인가 PC를 샀는데, 그때 당시에 막 백 얼마 주고 샀어요. 지금 돈으로 치자면 두세 배인 이삼백 만원은 됐겠죠. 과자가 100원, 200원 하던 때에요. 그때는, 말도 안 됐어요 컴퓨터 가격이. 요즘처럼 60만 원에 견적 내주세요. 이런 거 절대 안 됐죠. 최하가 100만 원이었으니까.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가격이 막 떨어지는 건 컴퓨터가 유일한 것 같아요. 다른 건 다 오르는데. 어떻게 그러지?


작가님이 블리자드의 카드게임 '하스스톤'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죠. 이외에 자주 플레이하는 다른 게임도 있나요?

그런 건 없어요. 그, 뭐랄까. 새로 배우기가 싫어요. 그건 성향인 거 같아요. 옛날부터 그랬어요. FPS나 액션, 그런거 잘 안좋아하고, 맨날 시뮬레이션이나 RPG. RPG도 그냥 RPG가 아니고 턴제 RPG. 되게 까탈스럽고, 좋아하는거에 편식이 심하고 그렇죠.

하스스톤은 접근하기가 되게 쉬웠어요. 처음에 CBT때부터 해가지고, 블리자드 이름빨이 있으니까. 캐릭터도 익숙한 캐릭터들 나오고. 그래서 했는데, 처음엔 카드가 많이 없어서 시작하기가 되게 좋았었어요. 조금씩 조금씩 하다보니까 이게 익숙해져가지고. 지금 시작하려면, 박사붐, 라그나로스 나와서 "불의 세례를 받아라!" 이러면 하기 싫어지죠. 옛날엔 기껏 해봐야 설인 나오고 이랬거든요. 카드 게임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는 하는데, 많이 아쉽죠.

그런 게임은 이제 잘 안나오려나봐요. RTS 장르. 다들 'LOL' 같은 게임에 익숙해져 있어서 손 많이가고 그런 건 어떻게 건드리나 싶어요. 저도 못해요. 못하니까 안하게 되고. 막 생각에 잠겨있을 시간이 없어요. 반응해서 계속 팽팽팽 돌아가야 되는데,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으면 다 터져있어요. 그런데, 그에 비해서 턴제 게임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까. 하스스톤 같은 것도 그렇고. 그래서 턴제 게임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일본에는 많이 나온다는데, 한글이 아니니까 할 수가 없어요. 스토리가 이해 안 되면 재미가 없더라고요. 솔직히 스토리 보고 하는 거잖아요. RPG라는게. 스토리 '뽕맛'. 그게 없으면 어느 날 한번 쉬게 되면 손 놓게 되는 거에요. 엄두가 안 나는 거죠.

최근에는 새로운 게임을 많이 플레이하지 않았지만, 게임으로 유입되는 문화적 영향력이랄까? 그게 파워가 엄청나요 진짜. 게임이 갖고 있는 그 영향력이 영화나 다른 매체보다 훨씬 세요. 왜냐하면, 계속 붙잡고 있잖아요. 영화는 두 시간 보면 끝나는데, 게임은 계속하니까, 그 캐릭터나, 우리나라에는 없는 문화 같은 거. 그런 것들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배우게 되는 거죠.

▲ 직접 플레이하는 게임의 경우, 웹툰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한다.(출처: 이말년 서유기. 네이버 웹툰)


작가님은 '마비노기 영웅전', '던전스트라이커', '하스스톤' 등등 게임 브랜드 홍보 웹툰도 많이 그렸는데, 이상하게 게임을 '디스'해서 인기를 더 끌었어요.

평소에 제가 하던 게임이면, 상관이 없죠. 안 하는, 전혀 안 하는 게임들 의뢰가 들어오면 문제에요. 기자님들도 안 하는 게임 리뷰 쓰시는 경우 있잖아요. 하는 게임이면 상관없는데.

'마영전' 같은 경우는 제가 하는 게임이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어떻게 되냐면, 제가 처음에 좀 해보죠 게임을. 당연히 해보긴 하는데, 초보자는 느낄 수 없는 유저들의 어떤 문화가 있을 거 아니에요. 애착을 가지고 있는 직업이 있을 것이고, 논란이 있어서 애증 관계인 그런 것도 있고, 계속 욕하다가 '희화화'된 대상 같은 그런 게 있어요. 그런 걸 초보자는 알 수가 없거든요. 결국 커뮤니티 들어가서 쭉 봐야 해요.

그러면 애들이 뭘 가지고 놀고 있고, 뭐를 주제로 삼는지 보여요. 당시에는 '리시타' 캐릭터가 완전 안 좋았어요. 그런데도 애착을 가지고 하는 캐릭터. 그런 캐릭터였죠. 그리고 특정 개발자가 엄청 욕먹고 있더라고요. "아, 그러면 이걸 엮어서 '리시타'를 가지고 그리면 되겠다"라고 생각했죠. 게임 자체는 잘 몰라도, 좀 플레이하면서 게시판도 좀 돌아보고, 그런 식으로 했었어요. 결국 게임 자체를 잘 모르는데, 유저들은 '작가 게임 좀 해본 것 같다' 이런 반응을 얻을 수 있게 됐죠.

그 다음은 '던전 스트라이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1편을 그렸었어요.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컨펌도 바로 났고요. 저는 수정해달라고 하면 당연히 수정할 의향이 있었는데, 좋아하시니까, 제가 도리어 물어봤어요. 괜찮겠냐고(웃음). 그렇게 했는데 결국 이슈는 됐죠. '던스'하면 다 알 정도로. 사람들이 잘 안 해서 그렇지, 게임 자체는 세심하게 잘 만든 거 같아요.

반면 'LOL'이나 '하스스톤' 같은 경우는 제가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더 디테일하게 들어갈 수 있었어요. 'LOL'은 소위 '충'으로 불리는 캐릭터를 등장시켜서 이야기 만들면 되거든요.

▲ 홍보용 웹툰임에도 거침 없는 신랄함이 바로 '이말년식' 표현 (출처: 네이버 웹툰, '맨 vs 던전')



■ 웹툰 작가 '이말년'과 '인터넷 방송'



최근 '트위치 TV'에 정식으로 이적했죠. 어떻게 보면 '게임 방송 세계'의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전향하신 것과 같은데, 웹툰 작업과 병행에 문제는 없을까요?

좀 그런 게 있어요. 사실은 방송하는 거 자체가 웹툰을 그리다가 쉬려고 하는 거거든요. 맨 처음에는 그거였죠. '하스스톤'하다가 계속하니까 지겹잖아요. 그래서 재미있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사람들하고 얘기하면서 하려고 켠 거였어요. 맨 처음엔. 그래서 그게 계속 돼서 취미 형식으로 스트레스 푸는, 그런 행동이었던 거죠. 그런데 이게 계약을 하면서, 이것도 이제 일이 되는 게 아닐까, 재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싶은 거죠. 이게 만화에서 한번 겪었던 거거든요. 내가 또 이 전철을 밟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인터넷 게임 방송을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기억나는 에피소드도 많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딱 그런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어요. 있다고 하면 다음팟에서 아프리카 TV로 넘어갈 때. 다음팟 유저들이 막 욕했거든요. 배신했다고. 그래서 그때 '배신맨'이라고 별명도 생겼어요.

그때 저는 이해를 못 했어요. 그 사람들의 주장은 이랬죠. '다음팟이 보기에 더 우월한 프로그램이다, 왜냐하면 아프리카는 광고도 계속 나오지, 프로그램도 가볍지, 화질도 좋지, 무조건 아프리카가 구린데 왜 아프리카로 가느냐' 이거죠. 일정 부분은 맞아요. 그 말이. 왜냐하면 '보는 사람' 입장이라는 거죠. 근데 저는 '하는 사람' 입장이잖아요.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시청자 폭이 넓은, 더 큰 무대인 아프리카로 가고 싶은 거죠.

그때 당시에는 뭐 별풍선을 받아야겠다, 이런 생각은 전혀 아니었고. 다음팟은 당시 천 명이 한계였어요. 지금은 좀 늘었지만. 그때는 사람 자체가, 유저 자체가 없어서, 유동인구가 많은 아프리카로 가는게 성장 가능성이 훨씬 높았어요. 그러니까 여기서는 더이상 성장할 수 없겠다, 생각했죠. 시청자 1,000명 찍고 했을 때였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막 욱해서 싸우고 그랬던 건데, 하다 보니까 이제, 욕하다 정들었어요. 처음에는 분명히 장난 식으로 욕한 건 아니었거든요. 진짜 이해가 안 돼서, 왜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거지? 라고도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도 익숙해지고, 사람들도 장난 식으로 하고, 저도 장난 식으로 받고, 그렇게 됐죠.


웹툰 작업이나 방송이 없는 한가한 시간에는 어떤 일을 하면서 지내나요?

따로 하는 건 없어요. 대신 인터넷 게임 방송 보는 걸 좋아해요. 저도 게임 방송을 하다 보니, 남은 시간에 게임을 하는 일은 더 줄었어요. 예전에는 '히어로즈' 방송만 보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하스스톤' 방송만 봐요. 갓보기, 타요 방송, 이런 거.


근래에 인터넷 개인 방송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너도나도 '스타 BJ'를 꿈꾸며 방송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나름 '인기 BJ' 중 하나인 이말년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고. 그저 취미의 범위가 늘어난 것으로 생각해요. 정말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해도 돼요. 그러면 하면서 느껴지는 부분이 있거든요. 캠이 필요하다, 뭐가 필요하다 이런 거. 그때그때 맞춰서 구입을 하고, 궁금한게 있으면 다른 방송하는 사람들하고 정보 같은 것도 공유하고 하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걸로 돈을 벌고, 직업으로 삼겠다 하는 건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언어부터가 한국어잖아요.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만 후원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1억의 인구가 있어야 한다고 해요. 우리나라 내수만 가지고는 성공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개인 스트리밍도 같다고 생각해요. 만약 '영어'를 썼다면, 전 세계 사람들의 후원을 받을 수도 있고 할 텐데, 그러면 평생 직업으로 삼아도 된다고 보죠.

아니면 하다못해 다른 스타 BJ들 처럼 게임 자체를 좋아하고, 게임 폭이 넓어서 어떤 게임이든 다 소화할 수 있다던가요. 자기 자신이 하나의 '캐릭터'니까. 이런 범용성 없이 게임 하나 잘한다고 하나의 게임만 계속 보여주고 다른 걸 보여준 적이 없으면 이제 불안한 거죠. 다른 것도 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덧붙여서, 게임 방송이라는 게 보는 사람에 따라 이런저런 관점, 기준이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재미 요소'라고 생각해요. 이 사람이 얼마나 게임을 재밌게 하고, 보는 사람과 소통을 하면서 '같이' 한다는 느낌을 주는 지, 이런게 중요하죠. 그런 것들이 없는 상황에서, '되게 편하게 하는 것 같은데? 나도 한번 해봐?' 이런 거는 좀 피해야 한다고 봐요. 뭐 이런 사람 많이 안 계실 거에요. 보통 취미로 하거나 하시지.



■ 웹툰 작가 '이말년'의 '삶'



블로그에 딸에 대한 이야기가 가끔 보여요.

얼마 전에 베트남으로 가족 여행을 갈 때 다 같이 갔어요. 바로 얼마 전에. 그런데 딸이 밤에 집에 가고 싶다고. "내 나라로 돌아갈 거야!", "내 나라로 보내줘!" 이러는 거에요. 그래서 베트남 전통 모자 있잖아요. 그 삿갓같이 생긴 거. 그거 사주니까 계속 쓰고 다니더라고요. 귀엽죠. 요즘은 애 보는 재미로 사는 것 같아요.


장래에 딸이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하라고 해야죠 어쩌겠어요. 자기가 하고 싶다는데(웃음). 그림 실력을 떠나서, 일단은 저희 부모님이 말했던 데로 할 것 같아요. 몇 년 해보고. 그게 아예 못하게 하면 후회로 남으면서, 결국 부모를 원망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걸 최대한 피해야죠. 뭐든지 경험을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다른 일을 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거든요. 젊을 때 무엇이든 해보는 건 상관없어요.


만약 직업을 다시 선택할 기회가 생긴다면?

지금 이거. 꿀 빨고 있는 거. 웹툰작가요(웃음). 다시 이 일을 할 거 같아요. 다른 일을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군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데, '나는 불합리한 것을 정말 못 참는구나' 생각했거든요.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면, 저희 부대는 구타도 없고 되게 편한 편이긴 했어요.

그리고 취업한 애들, 그런 애들 이야기 들어보면 사회에서 막 인간관계, 무슨 일이 힘든 게 아니고 불합리하게 요구하는 뭐 그런 거 있잖아요. 대표적으로 '성과 가로채기'. 이런 거. 아니면 사람 짜증나게 만드는. 조금 정신 이상한 애들 한 명씩 있대요. 그런 사람이 없을 수가 없대요. 조용하던 애가 갑자기 변하던가. 하여튼, 5명 모이면 한 명은 꼭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거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 심한데, 웹툰 작가는 혼자 일하고 제때 일만 끝내면 되니까 좋은거죠.

또 지금 수입에도 완전 만족하고 있어요. 오히려 일을 줄이면 줄였죠. 한때는 무조건 많은 일을 받아서 더 많이 벌려고 혈안이 됐던 적도 있었는데, 그때 느낀 게,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 행복의 양과 비례하지는 않더라고요. 필요한 만큼 이상의 돈이 생긴다고 해서 그 돈으로 인한 행복이 생기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적당량만. 내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봐요.


'이말년' 하면 '트위터'로 또 유명했었죠. 최근에는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데, '트위터'를 그만두게 된 이유가 있나요?

한창 트위터 열심히 할 때 팔로워도 꽤 있었거든요. 하다가, 주변에 트위터 하시던 분들이 하나씩 훅훅 가시기 시작했어요. 실언해서. 그러니까 느낌이, 제 차례가 바로 다음에 올 거 같은 거에요. 정말 '실언'이라는게 하려고 해서 하는 게 아니고 하다 보니까 나오는 건데, 트위터가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분위기 타서 할 때가 있거든요. 정말 바로 다음이 제 차례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때,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그냥 계정을 삭제해버렸어요 (웃음). 내버려두면 실수 할 것 같아서. 아마 내버려뒀으면, 정말로 뭔가 있었을 거에요. 이 트위터 속성상 100번 재밌게 해줘도 한번 실수하면 한번에 가버리거든요.


나름 성공한 '웹툰 작가'이자 인터넷 방송 BJ '이말년'.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를 듣고 싶습니다.

거창한 포부 같은 건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고, 잘 안되면 그때 가서 또 할 수 있는 일이 있겠죠? 그러니까 지금 제가 하는 일을 최대한 열심히 하는 거. 이게 중요하다고 봐요.

한번은 완전히 망하거나, 계약이 전혀 없으면 어떻게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산책하면서 생각했는데, 이때 떠오른 게 '야채 장사'. 야채 떼다 팔면 될 거 같은 거에요. 가게 이름도 지어놨어요. '총각 야채'. 아줌마 상대로요. 좀 이야기도 하면서(웃음). 비록 이제 총각은 아니지만, 프로 레슬링 경기에 '기믹'이 있듯, 저는 '총각' 기믹으로, 영업적인 마인드로 하는 거죠. 괜찮지 않나요?


마지막으로 평소 '이말년표' 만화를 사랑하고 지켜보는 팬들과, 인터뷰를 보게 될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매화 만화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독자들의 댓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챙겨서 봅니다. 거의 다 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2~3,000개 있어도 다 보거든요. 걱정마세요. 이젠 상처 잘 안 받아요. 이미 닳고 닳았어요(웃음). 단련됐거든요. 그러니 부담 없이 더 많은 관심 주셨으면 좋겠고, 현재 네이버에 연재 중인 '이말년 서유기'. 서유기는 어떻게 해서든 더 재미있게 그릴 테니까 꼭 보시고. 아니, 안 보셔도 돼요. 클릭만. 클릭은 꼭 해주세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