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어떤 챔피언이 롤드컵에서 맹활약할 수 있을지 예상하는 것은 매년 이슈거리가 되었습니다. 또한, 롤드컵에 적용될 패치 내용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지금이며, 실제로 패치 내용을 들여다보면, 챔피언 밸런스와 같이 게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립니다.

롤드컵 최종 버전이 될 5.18 패치에서 수많은 챔피언들이 밸런스 조정되었지만, 그중 유독 눈에 띄는 네 챔피언이 있습니다. 바로 시즌1, 2, 3, 4 롤드컵 우승의 주역 챔피언들인 자르반 4세, 이즈리얼, 자이라, 트위치입니다. 각각 챔피언들은 롤드컵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였지만 지금은 '고인' 취급을 당할 만큼 그 위상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한때 세계 무대 최정상을 호령하던 네 챔피언들은 다시 한 번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 네 챔피언들은 롤드컵 무대에 다시 올라올 수 있을까?


■ EU 메타 확립의 주역 멤버, 자르반 4세!

자르반 4세(이하 자르반)만큼 영광스러운 과거를 가진 챔피언도 없습니다. 시즌 1 롤드컵 때 프나틱의 우승을 이끌며 eu 메타를 전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주역 챔피언 중 하나이며, 이후에도 강력한 갱킹력, 후반 탱킹, 진영 붕괴 능력으로 꾸준히 사랑받아온 챔피언입니다.

자르반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깃창' 콤보는 스치기만 해도 공중에 뜰 정도로 판정이 좋았기 때문에 난전 상황에서도 매우 강했고 게임이 초반에 터지지만 않는다면 후반에 막강한 탱킹력과 이니시에이팅으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망해도 1인분'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챔피언이었기 때문에 솔로 랭크와 대회를 가릴 것 없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한 때 필밴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 프나틱의 롤드컵 우승에 큰 공을 세운 자르반 4세!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깃창' 콤보의 충돌 판정이 큰 폭으로 하락해 플레이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했고 이어서 '데마시아의 깃발'의 추가 방어력 효과가 사라져버렸습니다. 또한, 5시즌에 들어서는 다른 강력한 정글러들이 협곡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탱, 갱킹력 등 모든 면에서 자르반은 그라가스나 렉사이같은 챔피언들을 압도할 수 없었고, 오랜기간 군림해온 '정글왕'의 자리를 현재 내준 상태입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자르반에게 다시 한 번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이번 5.18 패치에서 약간의 버프가 이루어졌습니다. 롤드컵에 적용될 마지막 버전인 5.18 밸런스 패치 내역에 자르반이 이름을 올린 것은 그의 롤드컵 출전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올려주었으며 이는 자르반의 활약을 기다려온 수많은 롤팬들에게 희소식이었습니다.


▲ 5.18 패치에서 기본 방어력 상향


기본 방어력이 27에서 29로 아주 조금 오른 정도지만 분명 자르반의 원활한 정글링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라이엇 또한 수많은 계산을 거쳐 이러한 버프를 결정했다는 점을 패치 노트를 통해 밝힌 바 있으며, 상황만 받쳐준다면 여전히 강력한 면모를 보일 수 있는 챔피언임을 고려해 보았을 때 '정글의 왕'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정글러'라는 타이틀 정도는 복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 무대에서 엘리스, 니달리, 그라가스 등 자르반이 넘어야 할 산은 아주 많기 때문에 롤드컵에서 주력으로 쓰일지는 미지수이지만, 분명 회심의 와일드카드로 사용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과연 다시 한 번 세계 무대에서 자르반의 '뽀더킹!'을 다시 한 번 들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 시즌 2 롤드컵 우승의 주인공, 이즈리얼!

이즈리얼 만큼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챔피언도 드뭅니다. 출시 초기부터 잘생긴(?) 외형과 재밌는 스킬 구성으로 인해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세계 무대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주며 TPA의 시즌2 롤드컵 우승을 이끈 이래로 더욱 인기가 올라 지금도 자주 사용 되고 있습니다. '솔로 랭크'에서는 말이죠.

하지만 '인기'와 '성능'은 다릅니다. 분명 아직까지도 솔로 랭크에서 픽률 5위 이내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애용되는 챔피언이지만 대회에서는 다른 쟁쟁한 챔피언들에 밀려 예전만큼의 포스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섬머 시즌 '룬 글레이브'를 이용한 미드 강타 이즈리얼이 유행하기는 했지만 한 달도 채 안 되어 사장되었고 AD 이즈리얼의 경우 다른 쟁쟁한 원거리 딜러들에 밀려 주력 픽으로 꼽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 롤드컵 스킨 중(아마도)제일 잘 팔릴 것 같은 TPA 이즈리얼


특성상 탱커를 잘 잡지 못하며 '신비한 화살'을 제외한 모든 스킬이 AP 계수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1:1 상황에서 '비전 이동'까지 활용해 딜을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큰 약점을 보여줬던 이즈리얼입니다. 요새는 정글러들 또한 매우 탱키한 시대이기 때문에 이즈리얼이 힘을 쓰기가 더욱 힘들며 양 팀의 실력이 비슷한 상황에서 게임을 캐리 한다기 보다는 캐리를 받는 픽에 더 가깝습니다.

5.18 패치로 '비전 이동'에 AD 계수가 추가되어 '노딜' 문제가 다소 해결되기는 했지만, 솔로 랭크와 대회 무대 모두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베인에게는 전체적으로 밀리는 모습입니다. 아주 먼 과거에는 '정수의 흐름'을 이용해 베인의 카운터 픽 역할을 수행했지만 지금은 역으로 카운터를 당하는 데다가 게임 후반 베인 만큼의 딜을 뽑아주기 위해서는 '파랑 이즈' 트리가 필수이기 때문에 초중반 구간 힘이 빠질 수밖엔 없습니다.


▲ 후반 캐리를 위해서는 파랑 이즈가 필수적!(영상 출처: 유튜브 CTS LOL TV)


하지만 이번 5.18 패치 이후 청신호가 들어온 것은 사실입니다. 큰 폭은 아니지만 분명 모든 티어 구간에서 승률이 올랐으며 픽률의 경우 상위 티어에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 눈에 띕니다.

모든 것을 종합해 보았을 때 이즈리얼이 다른 쟁쟁한 원거리 딜러들을 완벽하게 제치고 롤드컵 주력픽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직까지 무리가 있지만 이러한 승, 픽률의 변화는 분명 이즈리얼의 롤드컵 등장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 상위 티어에서 픽률이 급상승 한 것을 알 수 있다



■ 서포터계의 한 획을 그은 자이라!!

자이라 또한 한 시즌을 풍미한 챔피언 중 하나입니다. 미드 챔피언으로 설계되어 출시됐지만, 서포터로 그 명성을 떨친 챔피인이기도 하죠. 생존기가 부실한 편이지만 '치명적인 꽃'으로 적 원거리 딜러와 서포터를 끊임없기 괴롭혀 줄 수 있으며 '올가미 덩굴'을 이용한 돌진 메타 하드 카운팅 능력은 자이라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이렇게 강력했던 자이라 서포터는 SKT T1 K의 시즌3 롤드컵 우승에 큰 역할을 수행했고 이후 출시된 SKT 스킨이 그녀의 활약상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 강력했던 과거, SKT T1 K 자이라!


하지만 돌진 메타를 완벽하게 카운터 치며 라인전 또한 OP급 능력을 보여주던 자이라는 결국 너프의 칼날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강력했던 '치명적인 꽃'의 딜은 너프 이후 예전만큼의 포스를 보여주지 못했고 때문에 자이라의 큰 장점 중 하나인 라인전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버렸습니다.

최근에는 텔레포트 메타의 성행으로 바텀 라인이 핫 플레이스가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6레벨 이전의 자이라는 이러한 상황에 브라움, 알리스타 등의 챔피언들에 비해 상황 대처가 쉽지 않은 편이므로 현재는 주력 서포터 자리를 완전히 내준 상태입니다. 또한, 유리 같은 맷집과 느린 기동성 탓에 지금의 메타와 잘 어우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자이라에게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기회를 주려는 것인지 라이엇은 이번 5.18 패치를 통해 자이라의 성능을 약간 개선했습니다. 이전에는 공격 대상이 시야에서 벗어나면 식물은 타겟을 잃고 보초서는 미어캣 마냥 가만히 있었지만, 이제는 공격 대상을 다시 선정하게 됩니다. 또한 자이라가 공격한 대상을 식물이 인식해 같이 공격하게 개선됨으로써 라인전을 패치 전보다는 강력하게 치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내부적으로 상향된 자이라의 식물!


어디까지나 성능 개선이며 직접적인 수치가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자이라의 롤드컵 재진출을 논할 수는 없지만, 이 개선 사항을 통해 분명 '가능성'이 생긴 것은 사실입니다. 자이라의 과거 성행의 이유는 라인전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변화는 분명 자이라의 롤드컵 등장 가능성을 상승시켜줄 요소로 충분합니다.

또한 라이엇 측에서 자이라의 이 기능 개선은 생각보다 큰 변화일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롤드컵 등장 가능성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롤드컵을 '초록색'으로 물들였던 트위치!

트위치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롤드컵 주역 챔피언이었습니다. 정상적인 성장만 이룰 수 있다면 모든 원거리 딜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캐리력을 뽐내며 트위치를 직접 서포팅 해줄 수 있는 룰루나 케일 같은 챔피언들과 함께한다면 무서울 것이 없는 원딜 챔피언 중 하나였습니다.

트위치의 이러한 캐리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스킬이 바로 '매복'입니다. 은신 시간도 매우 긴편으로 약간의 이동 속도 버프만 있다면 순식간에 적에게 접근할 수 있으며 심지어 전투 중에 위기에 처했을 때도 아군이 3초만 시간을 벌어준다면 다시 은신을 한 뒤 딜을 퍼부을 수 있는 위치 선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팀플레이에 이만큼 최적화된 원딜 챔피언도 없었죠.


▲ 활약한만큼 엄청난 세부 묘사(?)를 자랑하는 SSW 트위치!


하지만 시즌4 롤드컵에서 금의환향한 트위치는 곧 치명적인 너프를 당하게 됩니다. 전투 중 은신에 들어가는 시간이 3초에서 6초로 늘어났고 이는 트위치의 생존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너프 이후 대회와 솔로 랭크 모두에서 트위치 픽률이 급격하게 하락했으며 이는 승률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작년 국내 롤챔스 섬머 무대에서 40번 출전해 70%에 육박하는 무시무시한 승률을 뽐내던 트위치지만 이번 2015 롤챔스 섬머에서 단 한 번 모습을 보이는 데 그친 것을 보면 트위치의 너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나마 한 번 나온 것도 패배했죠.

이러한 암울한 상황에 놓인 트위치가 롤드컵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고 이번 5.18 패치를 통해 트위치의 전투 중 생존력이 상향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트위치의 롤드컵 재등장 가능성에 청신호로 작용할 꽤나 큰 변화이며, 실제로 선수들 또한 솔로 랭크에서 트위치를 자주 연습하고 있습니다.


▲ 트위치는 지금 천상계에서도 통한다!(영상 출처: 유튜브 꿀 TV)


5.18 패치를 통해 공격받을 때 은신에 돌입하는 시간이 기존 6초에서 4.5초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아군의 서포팅이 충분하다면 트위치가 활약할 여지는 충분합니다.

또한, 섬머 시즌 가장 핫한 원거리 딜러 챔피언인 베인에게 라인전에서부터 전혀 밀리지 않는 챔피언이며, 상황에 따라 베인에 비해 월등한 캐리력까지 보여주는 트위치이기 때문에 작년에 이어 이번 롤드컵에서도 충분히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과연 트위치는 롤드컵에서 2년 연속으로 맹활약할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 섣부른 판단을 할 수는 없지만 분명 가능성은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