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유료화가 시장에서 가장 수익성 좋은 모형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대부분 게임은 사업 모형으로 부분유료화를 선택하고 있으며 유저들의 결제를 적절히 유도하는 게임 아이템 제공은 기획자들의 주요 역량 중 하나가 되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데이터를 사용함에도 유저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해야 하는 것이다.

결제와 소비가 수익과 직결되는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전략 게임은 대세 장르로 꼽힐 만하다. 유저의 결제 욕구를 자극하는 '소비 욕구 충족 조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전략에서 유저의 소비는 제값 주고 산 자원으로 필요한 건물과 유닛 생산에 사용함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행하는 소모와 만족감은 '행복한 소비'의 중요 요소로 유저로 하여금 과금하고 싶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문명'과 '시대'라는 명확한 주제와 그에 어울리는 그래픽을 무기로 한 '도미네이션즈'도 이런 소비의 요건을 잘 갖추고 있다. 추가 결제 없이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자원과 크라운을 구매하고 사용함으로써 뽑기라는 불완전 획득을 위한 소비 대신 소모에 따른 합리적인 소비로 유저의 과금을 유도하고 있다.

▲ 상점은 확률성 아이템 없이 자원과 생산 시간 감소에 사용하는 크라운, 평화 조약 아이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미네이션즈는 게임의 특성과 자원 소모, 그리고 재화 사용이 적절한 시너지를 내며 좋은 성과를 보였다. 게임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집계된 출시 5일 차에는 구글 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 13위를 달성했고 이내 10위권으로 자리를 옮기며 철옹성 같은 매출 10위의 벽을 뚫어냈다.

최근 다양한 게임을 출시하며 적극적으로 모바일 시장 공세에 한창인 넥슨의 첫 매출 10위 타이틀이라는 점도 회사 차원에서는 고무적인 일일 터.

하지만 순항 중이던 흥행 질주도 게임 크랙이라는 암초를 만나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특히 상위 시대로 빠르게 진행한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 불거진 게임 불법 프로그램의 의혹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유저가 불법 프로그램 사용 유저와 만나기 시작하면서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 크랙 앱 논란과 함께 흥행 행진도 잠시 멈춘 상태다.




■ 다양한 기능 보유, 도미네이션즈 크랙과 모드의 실체

크랙(Crack)은 소프트웨어의 데이터를 임의 수정하는 것으로 제작자가 프로그램 복제나 내용을 변경하는 행위를 통틀어 일컫는 행위다. 모바일 게임 앱에서 크랙은 능력치나 자원을 수정자가 원하는 대로 수정하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도미네이션즈의 크랙 앱도 수치 변경 기능이 있다.

현재 음지에서 유통 중인 도미네이션즈 크랙 앱과 지원 모드는 자원과 크라운을 무한대로 상승시켜주는 자원 해킹, 건물 생산에 필요한 국민의 수를 한계 이상 늘려주는 인구 해킹, 전투 시 출진 병력 제한을 없애주는 병력 해킹, 건물 건설에 필요한 레벨 제한을 없애주는 레벨 해킹 등을 지원한다.

보다시피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들로 빠른 성장을 원하는 유저들을 유혹하고 있다. 게임 내 수치를 조작하는 메모리 해킹으로 별도의 과정 없이 해당 파일만 받아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불법 프로그램이 빠르게 확산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 최대 필요 인구수 이상의 건물을 업그레이드하는 크랙 앱 사용 유저.

물론, 대부분 게임이 크랙 앱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하지만 도미네이션즈에서 더 크게 논란이 되는 것은 상기 언급했던 게임이 추구하는 과금 포인트에 있다.

도미네이션즈의 과금은 현금을 사용한 만큼 고스란히 이득을 보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즉, 결제하지 않아도 크랙 앱만 사용하면 원하는 수십, 수천만 원어치의 이익을 앉은 자리에서 얻을 수 있다. 이는 선량한 유저로 하여금 현금 사용에 대한 심리적 만족감을 줄이고 결과적으로는 소비 심리마저 위축시켜버린다. 논란이 길어지면 매출에 악영향을 끼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발 빠른 사후 처리, 부실함이 두드러진 글로벌 서버의 보안 체계

해킹 논란이 유저 이동이 빠른 모바일 게임 흥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문제가 불거진 이후의 대처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불법 프로그램 논란이 미처 커지기 전인 9월 9일에는 메모리를 수정해 게임 내 데이터를 변경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하는 보안 강화 패치 안내 글을 게시했고 2일 만인 11일에는 실제 패치가 이루어졌다. 해외 개발사와의 협의, 마켓 승인 등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됐다.

기술적인 방법과 함께 행정적인 대처도 함께 진행했다. 23일 강화된 제재수위를 적용한 운영 정책 변화를 공개한 것이다. 운영 정책은 강제적인 집행력이 없을 뿐 불평등하지 않은 이상 법적 효력을 발생하기 때문에 관련 사건이 발생했을 때 행정처리를 진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 운영 정책 변경으로 행정적인 방법을 동시에 진행했다.

하지만 메모리 해킹을 가장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인 루팅 감지로 해당 기기에서 실행할 수 없어졌음에도 불법 프로그램 유저는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이는 도미네이션즈의 독특한 서버 운영 정책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도미네이션즈는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글로벌 빌드와 아시아 빌드 등 총 2개로 나뉘어 운영된다. 이렇게 나뉜 서버의 유저 정보는 별도로 관리되며 연동을 통해 다른 서버에 계정 정보를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유저 관리와 달리 전투는 서버와 상관없이 한 곳에서 이루어진다. 크랙 앱이 성행하는 글로벌 서버의 영주를 적으로 만나거나 해당 유저가 나의 영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 보안 강화 패치 이후에도 글로벌 서버의 크랙 앱 유저에게 공격당한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서버의 유통을 맡는 넥슨M(2013년 설립된 넥슨의 자회사로 게임 개발 및 글로벌 퍼블리싱 및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이 크랙 앱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도 이번 논란 불법 프로그램을 부추겼다. 출시 6개월이 지났음에도 크랙 유저가 활개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을 찾는 움직임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국내에서 크랙 앱의 사용이 막히고 해외 서버의 부실한 보안책을 틈타 글로벌 버전으로 눈을 돌린 유저도 많다. 글로벌 서버에서 플레이해도 아시아 서버 유저와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어 미지원을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다는 계산에서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글로벌 버전 크랙 앱에 한국어화 패치를 덧입혀 플레이하는 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 한국어화 패치 공유 글이 인기를 얻으며 크랙 앱을 마치 아시아 버전을 플레이하듯 즐기는 일부 유저들.





■ 필요한 건 퍼블리셔 간의 적극적인 협력

불법 프로그램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야 하는 첫 단계는 출시 전부터 보안 체계를 확실히 다잡아 앱 '크랙이 쉽지 않은 게임이다.'라는 인식을 심는 것이다. 하지만 도미네이션즈는 개발사인 '빅휴즈 게임즈'는 물론 전신인 '38 게임즈'를 포함해 처음으로 개발하는 모바일 게임으로 보안에 대한 뚜렷한 인식 없이 게임을 출시되었다.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불법 프로그램 논란은 예견됐다는 의견도 여기서 나온다.

▲ 메모리 해킹은 여타 불법 프로그램보다 쉽게 유통되는 만큼 게임 출시 전 철저한 보안 검증 과정이 필요했다.

사전 보안은 흔들렸지만, 여지는 있다. 글로벌 서버의 크랙 앱 사용 자체를 막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면 이미 퍼질 대로 퍼진 크랙 앱 근절도 못 할 일만은 아니다.

이를 위해 우선 크랙 앱이 사용되지 못하도록 서버에 상관없이 보안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또한, 관련 모드를 사용할 수 없도록 글로벌 서버도 루팅 시 게임 진행이 불가능하게 변경해야 하며, 일부 보안 시스템은 루팅 감지를 해제하는 어플로 간단히 우회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안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게임 내적인 보안 외에도 잦은 업데이트로 불법 프로그램 개발자를 지치게 하고 불법적인 이용자를 번거롭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크랙 앱과 함께 게임 수치를 변경하는 모드 사용이 게임의 빌드를 따라 새로이 작업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언급했듯 하나의 서버에서 전투가 진행되기에 같은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양 퍼블리셔 간의 긴밀한 협력을 최우선시해야 한다.

▲ 서버 간의 퍼블리싱이 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양쪽의 협력이 있어야만 한다.





■ 연어 유저는 없다, 불법 프로그램 논란을 잡는 것은 지금이 적기

상승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도미네이션즈는 아직 숨겨둔 무기를 모두 꺼내 들진 않았다. 계몽시대까지 공개한 시대(Age)는 아직도 공개할 것이 남아 있고 버름한 전투와 길드 사이의 틈을 메꿔줄 길드전도 추가될 예정이니 말이다. 이런 중요 콘텐츠를 꺼내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로 높은 매출 순위를 올린 것을 근거 삼아 앞으로 추후 더 높은 순위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도 오롯이 유저들이 남아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아직 본격적인 유저 이탈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불법 프로그램 논란으로 게임을 즐기는 선량한 유저들의 의욕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 특히 비슷한 장르, 비슷한 접근성을 가진 대체 게임이 하루가 멀다고 등장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빠져나간 유저를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폭넓은 유저를 가진 지금의 상태를 유지해야 빛났던 성장이 바라지 않게 될 것이다.

▲ 별도의 게시판을 만들어 불법 이용자에 대한 제재 강도와 적용 범위를 크게 늘리며 보안 강화에 힘쓰고 있다.

명확한 답이 없는 것이 불법 프로그램과 관련된 문제이다. 하지만 결단을 내릴 시기는 명확하다. 바로 지금이다.

실제로 넥슨은 최근까지 유저 30,000여 명을 이용 정지시키는 등 불법 프로그램 이용자에게 철퇴를 내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시아와 글로벌 서버에 상관없이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제에 대한 답을 정확히 알고 행하는 셈이다.

불법 프로그램 유저와 일반 유저 간의 갈등, 결제 유저의 박탈감, 성장에 대한 의구심. 이런 감정이 깊어지기 전에 지금과 같은 꾸준한 제재와 보안 강화로 불법 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액션과 RPG로 점철된 모바일 시장에 오랜만에 등장한 웰메이드 전략이 뇌리에서 잊힌 옛 게임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