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5 8강 3경기가 한국 시각으로 17일부터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렸다. 프나틱과 EDG가 유럽과 중국의 자존심을 건 한 판 대결을 펼쳤다. 팽팽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프나틱이 세트 스코어 3:0 완승으로 벨기에 브뤼셀로 향했다.

조별 예선동안 기대에 비해 아쉬운 경기력을 보였던 양 팀. 8강을 준비하는 동안 얼마나 단점을 보완했을지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양 팀 모두 조별 예선보다 나아진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여기서 프나틱이 더 좋았다. 본인들의 장점이었던 한타 집중력을 더욱 끌어 올렸고, 단점으로 지목됐던 둔탁한 운영을 깔끔하게 보완했다. 과연 유럽의 맹주다운 모습이었다.

확 달라진, 아니 더욱 발전한 프나틱의 경기력과 EDG의 저력. 영상을 통해 훑어보도록 하자.


■ '후니' 허승훈의 속 시원한 이니시에이팅 "데마시아!"

유럽 최고의 탑 라이너, 또는 세계 최고의 탑 라이너 중 한 명으로 손꼽혔던 '후니' 허승훈. 하지만 조별 예선에서는 불안한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상대의 갱킹이나 로밍에 취약점을 드러내기도 했고, 한타에서도 무리한 움직임으로 상대에게 허무하게 끊기기도 했다.

하지만 8강에서 허승훈이 보여준 경기력은 명품이었다. 세 번의 세트 내내 활약했지만, 단연 돋보였던 것은 1세트 자르반 4세로 보여준 속이 뻥 뚫리는 이니시에이팅이었다. 바론 지역에서 대치하던 중, 허승훈의 자르반 4세는 순식간에 적진으로 뛰어들어 싸움을 걸었다. 허승훈이 만들어낸 벽에 갇힌 EDG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프나틱의 나머지 팀원들이 한타 대승을 만들어냈다.

많은 전문가가 "이니시에이팅은 과감함과 침착함이 모두 좋아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한다. 이번에 허승훈이 보여준 속 시원한 이니시에이팅은 그런 점에서 볼 때 백점 만점이었다.




■ "나도 있다"고 외치는 듯한 '페비밴' 르블랑의 트리플 킬

항상 그랬다. 프나틱의 미드 라이너인 '페비밴'은 보여주는 경기력에 비해 낮은 인지도를 가진 선수다. 데뷔 이래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다른 팀원들의 스타성과 경기력에 묻히는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페비밴'은 이번 롤드컵 시즌5에 들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EDG와의 대결을 앞두고, 많은 사람이 '폰' 허원석의 압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페비밴'은 시종일관 허원석보다 멋진 경기력을 선보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2세트 초반 봇 라인에서 벌어진 교전에서 '페비밴'이 보여준 르블랑의 움직임은 마치 "르블랑은 이렇게 하라"고 가르쳐주는 듯 했다.

항상 조용히 1인분만 하는 미드 라이너로 평가받았던 '페비밴'의 반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가 4강에서는 또 어떤 캐리력을 선보일 것인지 벌써 기대된다.



■ 경기 내내 고통받던 '코로1'의 화끈한 덩크쇼

롤드컵 시즌5가 시작되기 전, EDG는 주전 탑 라이너로 활약했던 '코로1' 대신 '어메이징J'를 선발 기용했다. 변화하는 메타에 '코로1'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믿었던 '어메이징J'가 조별 예선 내내 아쉬운 경기력을 보이자, EDG는 '코로1'에게 기회를 줬다.

오랜만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얻은 '코로1'은 8강 내내 고통받았다. 라인 스왑 과정에서 상대의 집중 견제에 쉽게 킬을 내주며 팬들의 날선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1'의 진면모는 3세트 중반에 드러났다. 미드 라인 한타에서 '코로1'은 경기 내내 고통받았던 설움을 한 번에 털어내는 시원한 덩크쇼로 트리플 킬을 달성했다.

팀의 4강 진출이 좌절된 후, '코로1'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그가 보인 눈물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패배의 쓰라림을 딛고 일어나 다시 한 번 활약하는 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 마지막 한타 대승! 벨기에 브뤼셀 행 급행열차에 오른 프나틱

이번 EDG와의 8강에서 프나틱이 보여준 경기력은 깔끔했다. 특유의 한타 집중력은 물론, 단점으로 지목됐던 운영의 미숙함을 잘 극복한 모습이었다. 프나틱은 큰 실수 없이 EDG를 압박했고, 어느덧 4강 진출을 목전에 뒀다.

경기를 끝내려는 프나틱은 바론 사냥을 시도하며 상대를 유인했다. 바론 버프를 내줄 수 없었던 EDG 역시 싸움을 피하지 않았다. 여기서 '옐로우스타'의 알리스타가 멋진 움직임으로 변수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바론 버프를 몸에 두르자 마자 프나틱은 맹공을 퍼부었고, EDG의 마지막 의지는 꺾이고 말았다.

그렇게 프나틱은 대륙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내며 벨기에 브뤼셀로 향하는 급행열차에 올랐다. 4강에서 만나게 될 kt 롤스터 혹은 KOO 타이거즈를 상대로도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유럽의 롤드컵 결승 복귀에 대한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