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KOG ⊙장르: 액션 MMORPG ⊙플랫폼: PC 온라인 ⊙오픈 일자: 2015년 10월 8일


리뷰에 앞서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 게임을 플레이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우수함, 열등함과는 무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에서 아이마는 내 취향과는 오만 광년 정도는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피와 불꽃이 난무하는 하드코어 액션(컨트롤을 떠나 시각적으로)에 익숙한 나에게 핫팬츠를 입은 꼬맹이와 길쭉한 귀를 가진 여인네가 나오는 게임이 어울릴 리가 없다.

하지만 역으로, 그 덕에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 비슷한 종류의 게임들을 꾸준히 즐겨왔었다면, 기존 작품의 그늘에 가려진 시선으로 아이마를 쳐다보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현재 서비스되는 온라인 게임이니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일 테다. 분명 앞으로 더 개선될 것이고, 차차 나아질 테니 말이다.

짧은 시간이나마 집중해서 플레이해본 '아이마'. 양심, 취향 상 도저히 여캐와 어린이는 고를 수가 없어 스탠다드한 캐릭터 검사로 들이대 보았다. 비록 이런 스타일의 벨트 스크롤 액션 MMORPG는 처음이지만, 오락실에서 던전앤드래곤 원 코인 클리어도 해보았던 나다. 덤벼라. 내 너를 속속들이 파헤쳐 주마.

▲ 강인한 흑인 검사를 만들고 싶었는데... 아...


기계식 키보드를 써도 스킬이 더 세게 나가는 건 아니야

'아이마'가 내세우는 대표 슬로건. 바로 '각이 다른 액션', 그리고 '키보드 액션의 감성을 담은 MMORPG'다. 둘 다 '액션'이라는 코드는 내세운 만큼 액션을 강조한 게임인 것은 알겠는데, 사실 지금 시점에서 액션은 그다지 튀는 소재가 아니므로 그냥 그러려니 싶다.

하지만 '키보드'는 조금 눈여겨볼 만 하다. PC 게임이라면 당연히 키보드를 사용하기 마련이다. 그 비중이 작든 크든, 마우스로만 조작 가능한 게임은 거의 없다. 간단한 조작을 하는 인디 게임이나 퍼즐 정도일까? 하지만 역으로 '키보드'만으로 조작을 하게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마우스'는 현재까지 나온 입력 장치 중 가장 자유로운 조작이 가능하다. 그 이점을 버리고 '키보드' 단일의 조작 체계를 꾸며내겠다는 건, 그만큼 '액션'그 자체를 믿는다는 뜻일 테다.

▲ 오와챠!

다행인 점이라면, '아이마'가 액션 MMORPG임에도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과 유사한 시점과 맵 디자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키보드만 사용해도 게임 자체는 무리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물론 각종 정보 창이나 편의적인 측면에서 마우스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다지 거슬리는 부분이 아니다.

덕분에 액션의 '손맛'도 더욱 살아났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키보드를 더 세게 누르고 있을 정도. 물론 그렇다고 스킬이 더 세게 나가는 건 아니지만, 액션 게임의 쾌감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리듬감'은 훌륭하게 살아난다. 긴박한 상황하의 조작 체계를 키보드와 마우스로 나누지 않고, 키보드 단일 체제로 만든 건 썩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말초 자극 대성공, 하지만 지속력은?

이제 가장 중요한 콘텐츠인 '액션' 그 자체를 바라볼 차례다. '아이마'의 게임 시스템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액션 올인'. 전투 상황을 제외한 타 시스템은 그간의 게임들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시스템들로 꾸며져 있다. 좋게 말하면 익숙하고, 나쁘게 말하면 참신하지 않다.

하지만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단 하나의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고도 성공한 게임들은 즐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이마'의 액션이 과연 생각만큼 잘 짜여 있느냐는 것. '액션'은 아이마의 생명이다. 벨트 스크롤 방식의 레벨 디자인, 그리고 키보드만 사용하는 조작 등 게임의 모든 것들이 '액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외의 시스템들이 생각보다 큰 임팩트를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 '액션'에 대한 기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아이마'의 액션은 확실한 성격을 띠고 있다. '액션'으로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보통 콤보나 어려운 조작을 배치해 '컨트롤을 통한 쾌감'을 일으키는 방식이나, 쉬운 액션과 강렬한 연출의 조합으로 호쾌함을 살리는 많이 쓰인다.


'아이마'의 경우 위에서 예로 든 게임들과 다르지만, 나름 합리적인 방법으로 쾌감을 일으킨다. 바로 '상황에 따른 대응'을 살리는 액션이다. 몬스터가 특정 동작을 취할 때 빠르게 스킬을 사용해 공격을 끊어내거나, 강력한 공격을 빠른 회피로 피하는 등이다. 일방적인 공격의 연속이 아닌, 공격과 방어의 합 대결인 만큼 복잡한 컨트롤보다 상황 파악과 높은 반사신경이 더 필요한 셈. 동시에 앞서 말한 '콤보'도 상당 부분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나름 정교한 컨트롤을 필요로 한다. 액션 RPG보다는 대전 액션의 그것과 더 비슷하다 해야 할까? 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점도 있다.

'아이마'의 게임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액션 자체를 제외하면 상당히 단조로운 편인데,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이 단점이 점점 더 드러난다. 액션 그 자체로는 좋지만, 매번 비슷한 전투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쉽게 질릴 수 있다는 것. 온라인 게임에 필요한 덕목 중 하나가 게임을 지속적으로 플레이하게 하는 동기의 부여인만큼, 이 점은 어느 정도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이다.

▲ 전투 상황이 너무 반복된다는 느낌은 조금 아쉬운 점



'가디언',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게임을 빛나게 만들다

앞서 아이마의 시스템이 대체로 단조롭고, 일반적이라고 말한 바 있지만, 아이마 또한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바로 '가디언' 시스템이 그것. 처음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는 으레 그렇듯 캐릭터의 뒤를 따라다니는 '펫' 정도로 생각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따라다니는 전투 보조형 캐릭터는 다른 게임에도 흔히 존재하는 개념이고, 보기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본 후, 이 '가디언' 시스템이 내 생각과는 다르다는걸 알 수 있었다. 원거리 공격이 주를 이루는 '마법사'와 '궁수'의 경우 내가 인지하고 있던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환수 형태로 주변에 머물며 버프를 주고, 때로는 조작에 따라 독자적인 기술도 쓰는 등 전투용 '펫'의 역할을 한다면, 근접 공격형 캐릭터인 '검사'와 '야수전사'는 완전히 다르다.

▲ 처음 가디언을 얻었을 땐 이펙트에 압도당했다

이들의 가디언 시스템은 선택에 따라 캐릭터 자체가 변화하는 식인데, 어떤 가디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플레이 성향이나 파티에서의 역할, 그리고 캐릭터의 성능이 달라진다. 가디언 시스템 자체가 시간 제한이 있는 일종의 제한적 강화 모드이긴 하지만, 제한 시간 자체가 워낙 길고(15분) 비사용시 적절하게 충전되기 때문에 사실상 필드 전투 상황에서는 가디언을 항상 발동할 수 있다.

이 '가디언 시스템'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게임 구조를 상당히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더불어 가디언 자체에도 등급이 있고, 등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추가되기 때문에 좋은 수집 콘텐츠로서의 의미도 갖추고 있다. 여러모로 좋은 시스템임이 틀림없다.




액션의 실속 '확실', 더 나아질 가능성 '매우 높음'

'아이마'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은 이 정도였다. 현재로서는 누군가가 '훌륭한 작품이냐?'라고 묻는 경우 '경우에 따라서는 훌륭하다.' 정도로 말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해야 할까? 누군가에겐 굉장히 재미있는 게임일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게이머를 만족하게 할 작품이냐고 묻는다면 '글쎄?'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아이마'는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아이마'의 생명과도 같은 핵심은 '액션'이며, 다른 부분은 조금 진부할지언정 그 액션만큼은 잘 살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격변, 혹은 여러 번의 피드백과 수정을 통해 범작이 수작이 되고, 명작으로 거듭난 사례는 충분히 존재한다. 이는 온라인 게임이기에 가능한 점이기도 하고.

국내 온라인 게임 업계에 '가뭄'이 든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나름 기대받는 타이틀들이 차기 출격을 준비하고 있지만, 온라인 게임 전성기에 비하면 상당히 힘이 빠져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와중 새로 등장하는 온라인 게임들조차도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러나 그 와중 기적같이 소생하는 작품들이 있는 것을 보면 '아이마'의 미래도 감히 예단하기 어려울 것 같다. 뼈대는 훌륭히 갖췄으니 유저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더 나은 작품으로 만들어가길 기대할 뿐이다. 겨울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할 만한 게임'을 찾는 게이머들, 그리고 속 시원한 액션에 목마른 게이머들에게 '아이마'는 꽤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