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5가 4강 두 경기와 대망의 결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많은 이변과 명장면이 지나가고 단 네 팀만이 남아 소환사의 컵을 차지하기 위한 진검승부에 돌입한다.

4강 1경기는 SKT T1과 오리젠이다. SKT T1은 '무실 세트' 전승 우승을 노리고 있는 명실공히 최강 LoL 게임단이다. 이에 맞서는 오리젠도 만만치 않다. 특유의 '아웃 복싱' 스타일을 잘 살려 여러 강호를 물리치고 4강에 입성했다. 그만큼 4강 1경기를 지켜볼 수많은 팬은 관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양한 관전 포인트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양 팀이 보여줬던 챔피언과 조합이다. SKT T1과 오리젠은 이번 롤드컵 들어 명확한 특징이 있는 조합을 자주 선보였다.


■ '탑과 미드의 변화무쌍함'에 원딜 캐리 접목한 SKT T1

SKT T1은 항상 변화무쌍한 챔피언 조합을 구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캐리를 담당할 수 있는 모든 선수가 출중한 경기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린' 장경환과 '페이커' 이상혁은 잘 다루는 챔피언의 수도 많아 조합 구성의 다양화를 직접 이끄는 것으로 유명하다.

▲ 탑과 미드의 밸런스를 중시한 SKT T1


이번 롤드컵에서도 SKT T1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장경환은 피오라와 다리우스 등 '롤드컵 메타'에 잘 어울리는 챔피언뿐만 아니라 레넥톤과 럼블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상혁의 드넓은 챔피언 폭이야 두말하면 잔소리며 '이지훈' 이지훈 역시 두 번 출전해서 두 번 모두 다른 챔피언을 가져갔다. 포인트는 탑과 미드에 서로 강력한 타이밍이 다른 챔피언을 배치해 밸런스를 고려했다는 점이다.

SKT T1은 장경환과 이상혁 혹은 이지훈이 상대를 뒤흔들 동안, 조금 더 확실한 캐리력을 선보일 챔피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뱅' 배준식에게 돌아갔다. 배준식은 이번 롤드컵에서 단 한 번의 시비르 픽 말고는 모두 캐리력이 상당한 트리스타나와 칼리스타 등을 선택했다. 자연스럽게 '울프' 이재완은 배준식을 지키기에 쉬운 알리스타나 브라움, 탐 켄치를 주로 활용했다.

▲ 후반 캐리는 '뱅' 배준식의 몫


이처럼 SKT T1은 이번 롤드컵에 특화된 챔피언 조합 몇 가지를 구상해둔 것으로 보인다. 탑과 미드 라인에 캐리가 가능한 챔피언을 번갈아 가며 세워두고, 최종적으로는 원거리 딜러가 날뛸 수 있게 만들어줬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은 배준식이 이번 롤드컵에서 유행하는 징크스를 한 번도 가져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혹시 모를 변수 차단을 위해 생존기가 없는 챔피언은 꺼리는 듯하다.


■ "버텨라, 그럼 열릴 것이다" 오리젠의 특이한 챔피언 조합

SKT T1이 라인전과 운영, 한타 집중력 등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오리젠은 몇몇 능력치에 집중한 모습을 보였다. 1-3-1 스플릿 푸쉬와 자로 잰 듯한 타이밍에 한타를 여는 능력, 이 두 가지다. 이를 위해서 오리젠은 정형화된 챔피언 조합을 자주 선보였다.

▲ 안정적인 라인전을 지향하는 탑과 미드


스플릿 푸쉬 구도를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드 라이너가 든든히 버텨주는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오리젠은 '엑스페케'에게 오리아나와 애니비아처럼 라인 클리어에 쉬운 챔피언을 자주 쥐여줬다. 그 누구보다 스타일리쉬한 플레이를 선호하던 '엑스페케'는 팀의 운영을 위해 안정적인 모습으로 변신했다.

SKT T1의 장경환이 최근 유행하는 '딜탱' 챔피언을 선호한다면, '소아즈'는 AP 대미지 위주의 챔피언을 주로 선택했다. 그중에서도 라인 클리어에 특화된 룰루를 자주 기용했다. 원하는 타이밍에 한타를 열 수 있는 말파이트와 케넨도 선보인 적 있지만, '소아즈'의 주요 목적은 룰루를 이용한 빠른 라인 클리어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 오리젠의 봇 듀오는 변화무쌍하다


오리젠에서 캐리를 담당하는 것은 '니엘스-미티'로 구성된 봇 듀오다. 준수한 라인전과 한타에서의 위치 선정, 적절한 스플릿 푸쉬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니엘스'는 칼리스타와 코그모, 징크스 등 후반 캐리력이 엄청난 챔피언뿐만 아니라, 한타 상황에서 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비르도 선보였다. 이를 보좌하는 '미티' 역시 변화무쌍한 챔피언 폭을 선보였다. 공격적인 애니와 쓰레쉬뿐만 아니라 수비에 특화된 브라움과 탐 켄치도 자주 선택했다.


■ 챔피언 폭을 토대로 예측한 SKT T1 vs 오리젠

위에서 언급했듯이 SKT T1은 탑과 미드의 균형 아래 원거리 딜러가 안정적으로 캐리 할 수 있는 조합을, 오리젠은 탑과 미드가 버티며 원거리 딜러의 성장을 돕는 조합을 자주 선보였다. 양 팀의 조합은 '원거리 딜러 캐리'를 목표로 한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다. 라인전에서 한쪽으로 승기가 기울지 않는다면, 양 팀이 선호하는 조합의 차이에서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 오리젠의 미드를 뚫어야 하는 SKT T1


일단 탑 라인에서는 장경환의 딜탱 챔피언과 '소아즈'의 AP 챔피언이 자주 만날 것이다. '소아즈'는 원거리에서 장경환을 견제하며 라인 클리어에 비중을 둔 플레이를 할 터. 장경환이 '소아즈'의 실수를 잘 노리지 않는 한, 두 선수 간의 라인전에서 큰 사고가 벌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는 미드 라인 역시 마찬가지다. '엑스페케'는 이번에도 본인들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안정적인 챔피언을 선택할 것이 분명하다. 오리젠의 핵심 전략이기도 한 미드 라인 수성은 SKT T1이 돌파해야 할 벽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SKT T1은 적극적인 미드 라인 개입을 통해 이를 극복할 가능성이 크다. '벵기' 배성웅과 '울프' 이재완의 폭넓은 움직임이 중요하다.

▲ 버텨야 산다! 오리젠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만약 SKT T1이 상대의 미드 라인에 흠집을 낸다면 자연스럽게 '니엘스'와 '미티'의 힘도 빠질 것이다. 오리젠의 봇 듀오는 탑과 미드의 든든함 아래 조용히 성장하는 플레이를 자주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오리젠의 봇 듀오가 SKT T1의 봇 듀오와 비슷한 라인전 양상을 보이더라도 다른 팀원들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는 힘들다.

이를 종합해보면 양 팀의 승부처는 미드 라인이다. SKT T1이 '엑스페케'가 버티고 서 있는 미드 라인을 얼만큼 잘 두드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반대로 오리젠의 미드 라인이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는다면, 오리젠의 반격이 매서울 것으로 보인다.


■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시즌5 4강 1경기 일정

SKT T1 vs 오리젠 - 24일 오후 11시 30분 (한국시각)
- 5판 3선승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