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나틱과 쿠 타이거즈의 경기를 장기전이 될 것이라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 쿠 타이거즈가 롤챔스에서 손에 꼽히는 강팀이지만 프나틱 역시 지난 섬머 시즌 정규리그에서 무패를 기록하며 '탈유럽'이라는 평가를 들었기 때문이다.

두 팀은 1세트 경기에 혼신을 다해 부딪혔고 분당 1킬이라는 엄청난 난전을 벌였다. 1세트 승리는 쿠 타이거즈에게 돌아갔고 프나틱은 세트가 진행될수록 집중력을 잃어가며 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 내용 면에서도 여러가지 볼거리가 많았다. 기대됐던 '스멥' 송경호의 피오라가 '후니' 허승훈의 리븐을 만나 대결을 벌였고 자크, 스카너간의 정글러 대결, 서포터들의 눈치 싸움도 치열했다.

프나틱과 쿠 타이거즈의 경기 한번에 돌아보기. 승패를 가른 액기스만 모아 추려냈다.


■ '후븐'에게 솔로킬을 기록하는 '스오라'

경기 전부터 기대되는 매치업이었다. '후니' 허승훈, '스멥' 송경호는 각각 유럽과 한국을 대표하는 피지컬형 탑 라이너다. 둘 다 각각 리븐과 피오라로 경기를 캐리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둘의 대결에서 눈이 즐겁지 않다면 이상할 터. 그리고 바라던 매치업은 2세트 경기에서 나왔다.

허승훈은 밴픽 창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잡혔다. 송경호가 피오라를 고른 상황. 럼블로 상대할수도 있었지만 허승훈은 리븐을 꺼내들었고 기대되던 매치업이 성사됐다.

송경호는 허승훈의 리븐을 상대로 솔로킬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스킬의 쿨 타임이 짧은 피오라의 특기를 잘살려 리븐의 기술이 모두 빠진 사이에 일방적으로 공격했다. 허승훈은 점멸을 사용해 벽을 넘으려 했으나 탑 라인의 벽은 두껍기로 유명했다. 송경호가 허승훈에게 솔로킬을 기록한 것은 대단했다. 하지만 허승훈도 상대보다 더 많은 시에스를 수급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 쿠 타이거즈가 꺼낸 비밀병기 자크의 인수분해 이니시에이팅

쿠 타이거즈는 프나틱전 승리를 위해 자크 정글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고 노림수가 제대로 먹혔다. '호진' 이호진의 자크는 먼 거리에서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이니시에이팅과 뛰어난 패시브로 인한 생존력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중요한 1세트, 이호진의 자크가 협곡 중앙 부근에서 상대의 추격에 발이 묶이며 젤리 상태가 되었다. 자크가 다시 뭉칠 때까지 그를 보호하려는 쿠 타이거즈와 자크를 잡으려는 프나틱이 격돌을 앞두고 있었다. 프나틱은 자크를 잡는 데 성공했으나 이것이 화근이 되었고 상대의 집중포화를 받으며 한타에서 대패했다.

자크는 호진에게 잘 어울리는 챔피언이다. 특유의 유쾌한 유머감각과 귀여운 외모, 반전 있는 실력을 지닌 이호진과 자크. 팀 분위기가 좋을 때 성적이 더 잘 나온다는 쿠 타이거즈에게 이니시에이팅과 웃음까지 한 번에 줄 수 있는 이호진과 자크는 복덩이임이 틀림없다.




■ 치고 빠지기! 쿠 타이거즈의 기막힌 차륜전

차륜전은 가장 효율적인 전략 중 하나다. 쉽게 말하면 적군과 맞붙는 아군을 계속 바꿔가며 상대가 지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략을 이행하기는 쉽지 않다. 아군과 호흡이 절묘하게 맞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쿠 타이거즈는 프나틱을 상대로 바론 앞 한타에서 일명 '어그로 핑퐁'을 기가 막히게 보여줬다. 앞에서 단단한 아군이 상대의 스킬을 흡수하고 뒤로 빠지면 새롭게 강력한 아군이 나타나 상대를 공격한다. 이미 모든 것을 쏟아부은 상대는 물러설 수밖에 없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이것을 해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고릴라' 강범현의 탐 켄치다. 상대가 공격하는 아군을 집어삼켜 상대의 화력 집중을 방해하는 데 탁월한 탐 켄치는 이번 롤드컵이 재조명한 챔피언 중 하나다. 왕이든 폭군이든 마음대로 부르라던 탐 켄치. 서포터계의 폭군에서 왕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