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고 즐기다 어느 덧 당연하게 여기게 된, 너무나 귀한 한국의 모든 것들을 다시 고맙게 여기고 간직하게..."

'비정상회담'을 통해 잘 알려진 타일러 라쉬가 8월 15일 광복절에 관한 글을 SNS에 올렸다. 타일러의 글에는 광복절에 되찾은 자유에 대한 의미와 '한국의 귀중한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한 외국인의 글은 현시대를 살아가며 광복절의 의미를 생각해보지 않던 한국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한국의 가치를 떠올리게 했다.

다른 외국인 '몬테크리스토'의 발언도 재조명받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의 외국 해설진으로 일하는 몬테크리스토는 어디서든 한국 리그가 최고라며 당당하게 주장했다. 롤드컵에서는 "한국인이 많은 팀 승리할 것"이라고 다른 해설진과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그 말이 사실이 돼 국내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오랫동안 롤챔스를 고평가해왔고, 4강에서 두 한국 팀이 결승전에 진출하는 것까지 예측했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롤드컵에서 우승해왔던 한국이 다시 한 번 우승한다는 특별하지 않은 사실이 화두가 됐다.

▲ 출처 : 타일러 라쉬 인스타그램

우리 스스로 롤챔스가 '최고의 리그'라는 점에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다. 해외 대회인 IEM과 MSI에서 한국 대표팀들이 해외 팀에게 패배하자, 일부 팬들은 현실을 비난하며 한국 리그 발전의 한계를 말했다. 교전보다 운영 위주의 경기가 재미가 없다며 소위 '노잼스'라고 부르고, 교전 중심의 해외 리그를 더 고평가하기도 했다.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걸까? 매주 3일~4일씩 방송하며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경기라서 소중함을 잊고 지냈다.

하지만 이번 롤드컵 경기를 통해 롤챔스에 관한 논란을 확실히 잠재웠다. 중국 리그의 고액 연봉이 승리를 보장하지 못했고, '노잼스'라고 폄하된 국내 팀의 운영은 세계 강팀들을 완파하는 힘이 됐다. 제라스, 아지르, 빅토르 중심으로 후반을 바라보는 운영의 경험은 위기 순간에도 침착하게 대처하고 역전의 발판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무패의 SKT T1 역시 상대의 기습에 당했지만, 한 수 더 뛰어난 운영으로 극복했다.

다른 비판으로는 한국 팀이 교전하지 않아 해외 리그보다 재미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SKT T1의 빠른 속도와 KOO 타이거즈의 난타전으로 인해 어느새 그런 말은 사라졌다. 과감한 이니시에이팅과 다이브 전략을 거침없이 활용했고 교전으로 세계 강팀들을 꺾었다.

해외 팀이 메타를 선도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SKT T1과 KOO 타이거즈 모두 최신 스타일을 다른 어떤 팀보다 잘 구사했다. SKT T1의 '페이커-벵기'는 완벽한 '순간이동'을 활용한 합류와 백업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고, KOO 타이거즈의 '스멥' 송경호 역시 공격적인 챔피언을 선택하는 탑 라이너 메타에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이로써, 몬테크리스토의 말이 입증됐다. 많은 한국 팀들은 국내 리그에서 살아남고 올라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점과 롤챔스가 세계 최고의 리그로 최강 팀을 배출해냈다는 것.


다만, 아쉬운 점은 우리 스스로 자국 리그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이 없고, 선수들의 대우가 최고의 수준 아니라는 것이다. 제 3자의 눈으로 바라보기 전, 세계 무대에서 확인하기 전까지 우리 스스로 한국의 리그가 소중하다는 것을 잘 몰랐다. 누군가 한국의 귀중한 것을 말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찾고 지켜나가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진심이 담긴 팬들의 응원 한 마디다. 프로게이머의 멋진 플레이는 확실히 칭찬해주고 아쉬운 점은 더 나은 발전을 위해 격려해줄 수 있어야 한다. 뜻밖에 작은 한 마디에 큰 힘을 받고, 비난에 힘들어하는 프로게이머들이 많다. 잘못한 점은 비난이 아닌 비판이 있어야 하고 그런 바른 문화가 정착돼야 좋은 선수가 자국 리그에 남는다. 실력은 이미 입증된 상태에서 국내 리그를 세계 최강으로, 선수들의 명예를 높이는 것은 팬들의 올바른 응원 문화 정착은 필수요소다.

진심 어린 충고와 선의적인 댓글을 끌어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방송 관계자나 기자가 직접 댓글이나 질문을 전달하고 인터뷰로 답변을 남겨 보다 원활한 팬과 프로게이머의 소통 방법도 마련할 수 있다. 그전까지는 팬들이 프로게이머가 자신의 글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해 가볍게 작성했다면, 이런 시도는 프로게이머와 팬에게 모두 세계 최고의 리그에 걸맞은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프로게이머들의 처우 역시 리그 수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2014년 롤드컵 이후 당대 최고의 삼성 왕조 출신 프로게이머들이 모두 고액 연봉을 받는 해외로 나갔다. 당시 프로게이머들은 경기로 밖에 돈 벌 수단이 없었고, 기업 역시 그들이 어떻게 기업의 이미지 개선과 수익 창출에 도움을 줄지 몰랐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프로팀이 프로게이머와 함께 다양한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한국의 많은 10대-20대가 알고 동경하는 프로게이머들로 다양한 마케팅과 광고 활동을 진행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SKT T1의 '페이커' 이상혁은 한국을 넘어 중국 광고에도 등장했다. kt 롤스터는 스타크래프트2를 대표하는 이영호와 주성욱, SKT T1의 '뱅' 배준식이 시축과 시구-시타 이벤트에 참가했다. 진에어 그린윙스의 '갱맘' 이창석과 '캡틴잭' 강형우 역시 한국 e스포츠 협회의 행사에 참여하고 OGN 방송 객원 해설로 활동하며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특정 게이밍 기어 기업에서는 프로게이머들에게 마우스나 키보드를 협찬해주고 광고 모델로 내세운다.

중국에서는 고액 연봉을 받는 현지 프로게이머들이 광고를 찍으며 후원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 만큼 기업에서 함께 시너지를 내 이익을 창출해나가는 것이다. 한국은 이번 롤드컵을 통해 얻은 세계 최고 리그의 이미지를 잘 활용한다면 충분히 기업과 프로게이머의 대우 역시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전보다 좋아진 프로게이머들은 해외로 나가지 않고 오랫동안 롤챔스와 롤드컵에서 활약하며 한국과 롤챔스, 후원사의 이미지까지 드높여줄 것이다.

우리는 평소 롤드컵 3회 연속 우승팀을 배출해낸 롤챔스를 보고 있다. 2015 롤챔스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던 SKT T1과 KOO 타이거즈는 전 세계의 강호를 꺾고 다시 한 번 국내 리그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줬다.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국내 리그가 최고라는 믿음을 잊지 말고 소중하게 간직하자. 기업과 팬들의 자국 리그에 대한 자부심이 확고해진다면, 롤챔스는 앞으로도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