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LoL 팬들의 축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5의 결전이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시즌 결승전 무대로 재연됐다. 그간 있었던 모든 리그 서열의 논란을 실력으로 잠재우고 LCK가 세계 최고의 리그임을 증명해낸 자랑스러운 두 팀이 이 자리에 있기까지 시련과 고난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갖은 시련과 풍파에도 쓰러지지 않고, 독기를 품고 성장의 양분으로 삼아 롤드컵 3연속 우승 지역이라는 엄청난 기록과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타이틀을 가져온 것이다. 그들이 어떤 역경을 이겨내고 LCK를 다시 한 번 최고로 만들 수 있었는지 과거부터 현재까지 살펴보자.


■ 날 때부터 맹수, 데뷔와 함께 전성기, 세계 정상에 군림한 SKT T1 !


SKT T1은 협회 소속 게임단 중 CJ 엔투스와 kt 롤스터에 이어 세 번째로 리그오브레전드 팀 창단 소식을 알렸다. 아마추어 고수로 유명했던 '고전파' 이상혁, '광진이야' 채광진, '장병기 마스터' 배성웅을 수십 명과의 비교 끝에 뽑았고, 제닉스 스톰에서 출중한 기량을 뽐내던 '임팩트' 정언영과 GSG소속 서포터이자 AOS계의 한 획을 그었던 '푸만두' 이정현을 영입해 팀 로스터를 꾸렸다.

SKT T1 K 이전까지 아마추어 고수들 소위 말하는 '솔랭 전사'들을 주축으로 리그를 시작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팀 게임과 솔로 랭크는 많은 차이가 있고, 이를 극복 하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SKT T1 K는 보통 솔랭 전사들이 아니었다. 데뷔부터 3위를 달성했고, 다음 시즌인 2013 섬머 시즌 우승으로 롤드컵 선발 최종전에 진출해 바닥부터 올라오던 kt 롤스터를 꺾고 롤드컵에 진출해 우승했다. 데뷔한 연도에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우승했다.

다음 시즌인 2013-2014 롤챔스 윈터시즌에서는 전승 우승이라는 말도 안 되는 위업을 달성했다. 전 세계가 인정한 무적함대 SKT T1 K의 전성기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 첫 번째 시련 - 하루아침에 몰락한 모두가 인정한 세계 최강의 팀


그러나 SKT T1 K의 전성기는 하루아침에 끝났다. 윈터 시즌을 마친 '푸만두' 이정현의 건강이 좋지 않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공개적으로 서포터를 모집했다. 팀의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모든 비난을 받을 자리지만, '독이든 성배'인 줄 알면서도 많은 서포터들이 지원했다. 결국, 진에어 그린윙스의 전 서포터였던 '캐스퍼' 권지민이 SKT T1 K의 서포터를 맡게 됐다.

시즌 시작부터 징조가 좋지 않았다. 2014 스프링 시즌에서 형제 팀인 SKT T1 S와 같은 조에 속하게 됐다. A조에는 프라임 옵티머스와 kt 애로우즈가 속한 상태. 비록, 서포터 교체가 있었다지만 권지민도 1세대 프로게이머였기에 당연히 전승으로 8강에 올라갈 것 같았다. 하지만 개막전부터 형제 팀과 1:1로 비겨 연승 기록이 멈췄고, SKT T1 K답지 않은 경기력이라는 평과 함께 좋지 않은 루머에 시달렸다.

다음 상대인 kt 애로우즈에게 완패해 탈락의 위기까지 겪었지만, 탑 순간이동 잭스를 사용한 프라임 옵티머스의 활약으로 형제 팀과의 접전 끝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8강 상대는 '폰' 허원석이 들어간 삼성 오존이었다. 1:3으로 완패를 한 SKT T1 K는 당시 2부 리그이던 NLB로 떨어졌고 CJ 프로스트에게 1:3으로 패배해 3위로 시즌을 마쳤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두 번째 시련 - 롤드컵 진출 실패


이어진 2014 섬머 시즌에서도 SKT T1 K의 부진은 계속됐다. IM 2팀에게 2승을 챙겼지만, 당시 1팀의 탑 라이너였던 '스멥' 송경호가 리븐으로 대활약해 1승 1패로 비겼다. 삼성 블루에게 2:0으로 패배해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고, 또다시 SKT T1 K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삼성 화이트였다. SKT T1 K는 1:3의 패배를 다시 겪었다. 2부 리그였던 NLB에서 1위를 했지만, 윈터 시즌까지의 SKT T1 K를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나오지 않던 비난도 쏟아졌다. '페이커' 이상혁을 제외하고는 모든 선수가 기량 문제를 지적받았다. 세체미로 꼽히던 이상혁조차도 패배하는 경기에서는 지나치게 무리한다는 평을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롤드컵 진출의 가능성이 있었다. NLB 섬머 시즌에서 나진 소드를 3:0으로 제압한 SKT T1 K는 서킷 포인트 3위로 롤드컵 직행 결정전에서 삼성 화이트와 맞붙게 됐다. 결과는 0:3의 완패였다. 스코어뿐만 아니라 경기력에서도 완벽하게 밀렸다.

SKT T1 K에게 남은 롤드컵 진출의 수는 선발전을 통해 나진 화이트 쉴드에게 승리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나진 화이트 실드는 바닥부터 올라와 기세를 탄 상태였고, SKT T1 K는 1:3으로 패배했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는 말은 SKT T1 K에게 통하지 않았다. 무적함대가 무너졌다.


■세 번째 시련 - MSI 준우승. SKT T1이었기에 받아야 했던 비난


SKT T1 K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는데,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SKT T1 K의 재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SKT T1은 코치진과 선수들의 노력으로 다시 일어났다. 1팀 체재로 롤챔스 규정이 바뀌면서 SKT T1의 코치진은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SKT T1은 기존의 부대에서 명주를 만들었다.

'페이커' 이상혁과 '벵기' 배성웅을 제외하곤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한 SKT T1 S의 선수들로 팀을 꾸려나갔다. 그리고 이 선택은 LoL 역사상 가장 완벽한 리빌딩이 됐다. 2015 프리 시즌과 스프링 1라운드까지만 해도 SKT T1의 분위기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그러나 경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완벽해져 갔다. 스프링 2라운드를 전승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CJ 엔투스와의 명승부 끝에 3:2로 승리한 SKT T1은 쿠 타이거즈를 3:0으로 꺾고 1년 만에 롤챔스 정상에 섰다.

그리고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가 시작됐다. 롤드컵이 진행되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였다. IEM 월드 챔피언십에서 떨어진 롤챔스의 위상을 SKT T1이라면 다시 세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했다. 그러나 아쉽게 2:3으로 EDG에게 패배하며 SKT T1은 준우승했다. 그 결과로 중국이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말이 2번의 국제 대회의 활약으로 기정사실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따른 논쟁으로 커뮤니티들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 아쉬운 MSI의 패배

하지만 MSI이후 이어진 2015 섬머 시즌에서 SKT T1은 더욱 강해졌다. 17승 1패로 정규 시즌을 마친 뒤, kt 롤스터를 3:0으로 결승전에서 압도해 롤드컵 직행 티켓을 따냈다. 많은 우려와 함께 시작된 롤드컵에서 진짜 실력이 검증됐다. 중국은 몰락했고, 새로운 강자 유럽도 한국에 무너졌다. SKT T1 K 시절 세웠던 기록들을 현재 SKT T1이 새로 갱신하고 있고, 전승 우승이라는 어이없는 기록이 탄생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격'이 다른 실력이다.

이미 롤드컵 결승은 2015 롤챔스 스프링 시즌 결승전의 재연이 됐다. 쿠 타이거즈는 정말 강하지만, SKT T1이 올해 걸어온 행보와 비교했을 때는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상대전적이 압도적이다. 스프링 시즌 2라운드 이후부터 SKT T1이 쿠 타이거즈와 9번 만나서 9번 다 이겼다. 과연, SKT T1이 '전승 우승'이라는 말도 안 되는 위업과 함께 다시 한 번 세계를 정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