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신에게 맞서는 마지막 도전자

정글, 협곡, 다이브를 넘어 이제는 LoL 자체가 되어버린 신, 그리고 이에 대항할 자격을 갖춘 마지막 도전자. 승부는 싱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모른다. 인간은 언제나 신의 영역에 도전해왔고 그 틀을 깨부수며 진화했다.

한국 시각으로 31일 오후 9시, 독일 베를린에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5 대망의 결승전이 펼쳐진다. 정글 신이 된 '벵기' 배성웅과 신에게 도전할 자격을 가진 마지막 정글러 '호진' 이호진의 맞대결은 세기의 탑 라이너 대결만큼 관심을 받고 있진 않다. 하지만 이 승부의 결과가 정해져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벵기' 배성웅의 현재 경기력은 그가 왜 정글신이라 불리는지 잘 보여준다. 그는 협곡을 거닐며 칼날부리와 어울리고 독두꺼비의 턱을 만지다 라인에 도착하면 갱킹을 성공한다. 동선의 낭비도 없고, 상대의 추격에도 유유히 살아가는 모습이 인간 세상에는 큰 관심이 없는 정글신의 산책을 보는 듯하다. 결승전이라고 다를 것 같진 않다. 배성웅은 하던 대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에 도전하는 이호진이 가진 장점은 의외성이다. 호진은 스프링 시즌 중반에 들어서며 뻔한 정글링 루트와 갱킹 타이밍 덕분에 긴 슬럼프를 겪었다. 하지만 섬머 시즌 중반을 넘어서며 다시 제 경기력을 찾고 팀에 큰 도움이 되기 시작했다. 백미는 롤드컵 4강, 프나틱과의 일전에서 자크를 꺼내 든 것이다. 이호진의 자크는 정글 루트가 완벽하진 않았으나 한타 싸움에서 상대의 예상을 뛰어넘는 이니시에이팅으로 쿠 타이거즈의 3:0 승리를 도왔다.

만화나 영화에는 신에게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이 자주 그려진다. 모든 능력에 부족한 인간이 승리하는 모습을 그린 장면에는 언제나 인간이 의외의 무기, 의외의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경기 기량만을 놓고 본다면 배성웅의 우세가 점쳐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호진이 가진 장점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충분히 승산은 있다. 어차피 신이든 뭐든 승부의 링에 올라온 이상 둘 다 패배할 확률도, 승리할 확률도 모두 가지고 있는 셈이다.


■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시즌5 결승전

SKT T1 vs KOO 타이거즈 - 한국 시각 31일 오후 9시
* 5판 3선승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