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만평은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엄청난 승률로 결국 최종 우승을 거둔 SKT T1과 한국 팀의 활약에 대한 내용입니다.

각 대륙의 막강한 상대들이 활약하며 예측 불가의 재미를 만들어 냈던 롤드컵 시즌 5. 그리고 어느새 대망의 마지막 승부까지 끝이 났습니다. 대회 초반에도 한국 팀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상된 시나리오였습니다. 바로 SKT T1이 암울했던 지난 해와 달리 완벽한 기량을 되찾았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역시나 한국 리그에서 보여준 것 이상으로 성숙한 경기력을 보이고, 연승에 연승을 거듭하며 가장 먼저 마지막 무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번 롤드컵 시즌 5에서의 SKT T1은 그야말로 깨지지 않을 '전설', '신'과도 같은 경기력을 보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팀원 모두가 한 몸이 되어, 롤드컵 16전 중 단 한 번의 세트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보란 듯이 승리하며 우승컵을 차지했습니다. 한 세트, 한 세트씩 점점 이겨 가는 모습에서 단편 영화인 '공포스럽게 느린 살인마 (일명 숟가락 살인마)' 가 문득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것보단 훨씬 빠르긴 했지만요.

그리고 저 위의 '단 한 번의 세트'. 절대 지지 않을 것 같던 SKT T1의 기세에 유일하게 큰 흠집을 냈던 팀 역시 한국의 KOO 타이거즈였습니다. 각 대륙의 수많은 팀들을 물리치고 정상의 무대에는 두 한국 팀만이 남게 되었을 때, 팬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대륙 간의 결투를 보고 싶어했던 팬들의 아쉬움과, 최강과 최강이 만나 전설적인 경기를 펼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팬들 사이에서 소소한 마찰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전 세계 팬들의 소감은 후자에 기울었습니다. 마지막 무대에서 SKT T1과 KOO 타이거즈는 흠 잡을 데 없는 명경기를 펼쳐 냈습니다. SKT T1은 팀이 가진 최고의 기량을 아낌없이 선보였고, KOO 타이거즈는 최강의 상대를 앞에 두고 전혀 기죽지 않고 온 몸을 던져 부딪혔습니다. 최선을 다했음을 알기에 상대팀인 SKT T1이 우승컵을 들던 그 순간에도, KOO 타이거즈는 아무런 슬픈 표정 없이 동료들과 어깨를 마주하고 웃을 수 있었나 봅니다.

SKT T1과 KOO 타이거즈, 그리고 아쉽게 결승에 오르진 못한 kt 롤스터까지. 지난 롤드컵 이후 한국의 LoL 분위기가 많은 우려를 낳았던 것과 달리, 이번 롤드컵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한국 팀이 남긴 인상은 단순히 '강함' 그 이상이었을 것입니다. 최선을 다 하는 선수들과 점점 높아지는 경기력, 그리고 놀라운 승부를 한 마음으로 응원하는 전 세계의 팬 문화. 이 모두가 어우러지는 것을 보며, 이것이 한국 팀의 경이로운 강함이 낳은 또다른 카타르시스이고, 이것이야말로 'e스포츠가 점점 발전하는 모습이구나' 하고 느낀 것은 비단 기자만의 감상이 아닐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다음 롤드컵 시즌 6에서의, 더욱 더 성숙해져 있을 한국 팀들의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