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NHN 엔터테인먼트는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 3사에 총 규모 60억 원의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각각 20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의 투자를 받게 된 3사는 각각 '블랙비어드', '슈프림게임즈', 'A-33'이었다.

하나씩 둘러 본 이들 게임사 중에서 본 기자가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곳이 있었다. 바로 사이버펑크를 배경으로 한 액션 RPG인 '디스토피아'를 만들고 있는 '블랙비어드'였다. 평소에도 '공각기동대'나 '아키라' 같은 SF물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관심이 안 갈 수 없는 게임이었다.

액션 RPG의 장인, 그리고 SF 아트의 장인이 참여한 게임, '디스토피아'는 어떤 물건일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블랙비어드'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거기서 검은 수염이 가득한, 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의 '블랙비어드' 강건우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블랙비어드 강건우 대표



Q. 투자 받은 액수가 스타트업으로선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닌데, 어떤 과정을 거쳐 투자를 받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강건우 : 처음 투자 이야기가 오간건 올해 7월부터였다. NHN 엔터테인먼트의 조현식 이사를 소개받아 이야기를 시작했고, 정우진 대표와도 투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사실 NHN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먼저 자신들의 게임 사업 비전, 철학을 어필했고, 그것이 우리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국내 시장을 보면 모바일 게임은 특정 장르, 특정 취향에 맞춘 게임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양새다. 반면 저희는 애초에 목표로 했던 것이나 취향적인 부분도 많이 달랐고, 때문에 북미, 해외 시장을 우선적으로 상정하고 있었다. 그만큼 현재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다른 회사들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려한 부분이 분명 있었지만, 오히려 미리 이야기를 해본 결과 NHN 엔터테인먼트와 그런 것이 잘 맞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Q. 현재 개발 규모는 얼마나 되며, 어떻게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나?

강건우 : 지금 당장 개발에 투입된 인력은 22명이다. 하지만 계속 확충해 나가고 있는 중으로, 출시 시점에서는 30명 안팎이 되지 않을까 한다. 현재 계속해서 개발자를 모집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개발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은 다 배치가 되어 진행중이고, 아트, 기획, 프로그래밍 전 분야의 실무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지금도 전 분야의 개발자 분들을 채용하고자 구인 중에 있고, 부디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으면 하고 있다.

처음 창업을 하게 된 때는 2013년 말로, 당시엔 공동창업자인 케빈 백은 미국에서 콜 오브 듀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 이전부터 둘이서 게임 관련 이야기도 많이 하고, 창업 이야기도 간간히 나왔었는데, 그러던 중 제가 참여하고 있던 온라인 게임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었다. 마침 케빈 백도 프로젝트가 완료된 시점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사 창업에 대해 논의했고, 둘 다 회사를 나와 원룸에서부터 시작했다.(웃음) 그러다 인력이 늘어나 사무실을 차리고, 또 더 늘어나서 사무실을 이전하고.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

사실 '디스토피아'를 시작하기 전에, 둘 다 모바일 플랫폼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작고 라이트한 게임들부터 만들어서 모바일 시장을 경험해보자 해서 캐주얼 게임을 3개 정도 만들었었다. 그당시 유행하던 런 게임 같은 장르들로 하나씩 만들어봤다. 그런데 그 친구의 아트 스타일도 있고, 저도 온라인 액션 게임을 주로 만들던 사람이기도 하고, 개발 환경도 있다보니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만족스러운, 재미있는 게임이 안나오더라.

그래서 차라리 이렇게 불만족스럽게 시간을 보내느니 원래 하려던 것을, 좀 부족하더라도 만들어보자 해서 2014년 가을부터 '디스토피아'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다보니 처음엔 프로그래머도 없이 직접 프로그램을 짜기도 했고, 여러가지 재미있는 일들이 있었다. 지금은 완벽히 팀을 꾸린지 꽤 되었고, 본격적인 개발을 한지 1년 정도 흘렀다.



Q. 그런 우여곡절 끝에 개발 중인 게임, '디스토피아'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한다면.

강건우 : 일단 장르는 액션 RPG다. 그래픽이나 아트 스타일을 사이버펑크, SF쪽을 지향하고 있다. 아트 디렉터인 케빈 백이 이전부터 현대, 근미래 배경의 일명 초실사풍 일러스트로 유명했다. 자신도 그걸 매우 좋아하고. 그리고 전 '루니아 전기' 나 '블레이드 앤 소울' 같은 액션 RPG 게임 개발에 몸담았었기 때문에 둘이서 '서로 잘하는걸 하자' 하는 생각에 이 방향으로 잡았다.

또 요즘 한국 시장에서는 비슷한 분위기의 판타지 RPG들이 매우 많은 시장 점령률을 보이고 있고, 대규모 마케팅을 동반한 이런 게임들과 마케팅 싸움을 할 여력이 없어서 해외 시장을 노리고자 했고, 그 부분과도 이런 사이버펑크 액션 RPG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Q. '디스토피아' 라는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강건우 : 첫 모티브는 일본의 만화 '총몽'에서 받았다. 액션 RPG이다보니, 장르의 본질이랄 수 있는 액션성을 살리려고 많이 노력했고, 기본기를 잘 채워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런 부분도 중요하지만, 장르 자체가 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게임에 비해서 유저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SF, 사이버펑크적인 소재인데, 이게 오히려 너무 생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SF가 성공사례가 적기도 하고, 이 부분에 대한 우려의 말도 몇 번 들었다. 그만큼 이미 확실한 수요가 있는 외국향 유저들을 노리는 것이기도 하다.

또 한가지는 조작 부분에서 차별화인데, 사실 모바일 액션 RPG는 기기의 한계 때문에 조작 UI가 통일되어 있다. 때문에 조작 버튼의 갯수나 배치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다만 그런 기존의 조작 UI를 더 고차원적으로 활용하는걸 생각할 수 있다.

같은 버튼을 누르더라도 타이밍에 맞추거나, 짧게 혹은 길게 누르거나, 또는 다르게 조합해 누르는 등 여러가지 방식을 구현할 수 있다. 하나의 버튼으로 공격, 막기, 스킬 사용을 모두 구현할 수도 있고, 또 제각각 처한 상황에 따라 버튼 셋이 바뀔 수도 있다. 같은 버튼이라도 여러가지 기능을 유동적으로 할당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추구했다.

리듬액션 게임처럼, 콘솔 게임 중에 '기어즈 오브 워'를 보면 장전할 때 타이밍에 맞춰 누르면 더 빨리 장전이 되는 식의 조작이 있지 않나? 마구 연타만 하기 보다는 유저들이 좀 더 영리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컨트롤 여하에 좌우되는 요소를 넣었다.

쉽고 화려한 것 보다는 깊이감을 더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요즘 모바일 액션 게임들 대다수는 자동 전투 속에서 화려한 전투를 구경하는게 대부분이다. 우리는 진짜 전투를 할 수 있는 손맛을 노렸고, 타겟층도 보다 자기가 직접 게임하면서 실력을 뽐내기 좋아하는 쪽을 겨냥했다.

다른 플랫폼의 경우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많은 교류가 오가는데, 모바일에서는 이미 타 플랫폼에서 검증된 요소라도 도입을 꺼리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미개척지를 개척하고 아이디어,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기존의 모바일과 다른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다.



Q. 현재 개발 진척도는 얼마나 되며, 목표로 하는 일정은 언제인가?

강건우 : 개발자들끼리 농담삼아 하는 이야기로, 한 반 년 하면 되겠다 싶으면 일 년 하면 된다고, 항상 예상치의 2배 정도 하면 된다는 말을 하곤 한다. 지금 저희도 반 년 정도로 보고 있는데, 그 농담처럼 정말 2배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기반 시스템은 다 구현되어 있다. 아이템, 성장 요소, 인벤토리, 전투 등등. 현재는 여기에 더해 PVP 모드 등 굵직한 모드들과 서버 관련 부분 손보고 있다. 손맛, 전투쪽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과 콘텐츠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아마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쯤 시스템을 모두 완성하고 콘텐츠 생산, 폴리싱을 해나가지 않을까.



Q. '디스토피아'라는 게임과 '블랙비어드'라는 개발사가 이런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강건우 : 게임사들 중에서도 액션 RPG라는 코어한 장르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회사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멤버 중에는 큰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맡아 본 사람들이 많고, 그런 이들이 모여서 실제로 이런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내고 선보이면서 '실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또 더 나아가 단순히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어떤 특별함을 만들어 내는지 선보일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또 세계시장 공략, SF 장르, 액션 부분 등 이런 특징들은 지금 출시되고 있는 모바일 대작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부분일거라 생각한다. 요즘 나오는 대작이라고 하는 액션 RPG들은 사실 놓고 보면 구분이 잘 안간다.

게임을 만들면서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가, '지하철에서 누가 게임을 하는걸 볼 때 그 사람이 플레이하는 게임이 우리가 만든 게임이라는걸 확연히 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다. 그만큼 생소하더라도 특별하고 기존과는 다른 게임을 만들고 싶다.



Q. 라이브 서비스 및 퍼블리싱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강건우 : 지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직접 퍼블리싱 할 수도 있고, 관련 경험이 많은 회사들과 협력을 할 수도 있다. 사실 개발자 중심의 회사다 보니까 걱정이 많다. 서비스 경력이 있는 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Q. 앞서 말했듯 PC 플랫폼에서 큼직한 프로젝트를 통해 게임을 만들어 왔는데, 모바일 게임을 선택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강건우 : 처음 창업을 논의할 때에는 모바일 플랫폼이 지금처럼 성행하던 시기가 아니었다. 때문에 당시에는 온라인, 콘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재작년부터 본격적인 창업 준비를 했는데, 그때부터 모바일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처음부터 수십명 단위의 대규모 개발팀을 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초창기부터 개발 인력이 많이 필요한 플랫폼은 힘들었다. 유니티 엔진 등 개발툴도 많이 발전했고, 보다 소규모로 게임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개발 환경이 갖추어 졌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모바일도 충분히 주류 플랫폼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공상의 영역에서 생각만 하던 모바일 게임들이 실제로 만들어지고,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리가 '이런게 될까?'하고 생각하던 게임들도 실제로 만들어지더라. 그래서 더 늦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모바일로 뛰어들게 됐다.



Q. '디스토피아'의 설정과 배경에 영향을 준 것들이 있다면?

강건우 : 앞서 말한 '총몽'이나, 애니메이션 '아키라' 같은 SF 애니메이션이 많고, 영화 중에선 '엘리시움' 같은 것이 있겠다. 공통적으로 사이보그 등의 소재를 다루기도 하고, 또 '총몽'이나 '엘리시움'을 보면 철저히 계급제로 나뉘어진 사회에서 높은 곳에 사는 고위층과 땅에 사는 하층민의 갈등 같은 소재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디스토피아'의 배경은 알 수 없는 공격을 받아 초토화 되어 황폐한 고철더미로 변해버린 지구로, 그래서 '디스토피아'다. 그런 상황 속에서 다시 유토피아를 건설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 스토리가 될 것이다. SF보다는 사이버펑크 라는 표현이 좀 더 맞지 않을까 싶다.



Q. 게임을 기다릴 유저분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강건우 : 사실 '디스토피아'가 대박을 치면 좋은건 당연하다. 하지만 저희는 좀 더 크게, 길게 보아서, 앞으로도 계속 게임을 만들어나갈 것이기에 보다 궁극적인 목표는 따로 있다. 해외에 너티독 같이 자기 아이덴티티가 분명한 회사들이 있지 않나. 우리는 이 회사가 만드는 게임은 어떤 게임인지, 또 어떤 재미가 있고 어떤 맛이 날지 그런 개성이 확실한 게임 회사가, 또 유저가 그걸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게임사가 되고 싶다.

'디스토피아'가 우리의 강력한 IP가 되어서 여러가지 방향으로 더 확장을 해나간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이게 중요한 시작이라고 생각해 설정, 스토리 등에도 많은 투자를 해나가고 있다. 그래서 유저들이 그걸 더 즐기고, 맛보고,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