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엔진 스튜디오 ⊙장르: RPG ⊙플랫폼: PC 온라인 ⊙출시: 2015년 12월 3일 오픈베타


아르피엘... 개인적으로 완전히 관심밖에 있던 게임입니다. 지난 CBT와 미니테스트 때도 '아 저런 게임이 있구나.'라고만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배경 지식을 얻기 위해서 지난 취재 기사와 체험기를 읽어보며 '덕스러움(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이라는 단어를 한 꺼풀 벗겨보니 제법 많은 고민의 결과로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걸 대번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연하고도 이러한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게임 사용자들이 직관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잘 짜인 간결한 인터페이스와 '덕스러움'을 좋아하는 사용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캐릭터성까지. 대작 온라인 RPG들의 틈새를 공략할 만한 매력이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아르피엘'을 체험하고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적습니다.




■ 매우 익숙한 담백함

시연 버전은 캐릭터 생성부터 초반 튜토리얼 성격의 던전 몇 군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시연해 볼 수 있는 캐릭터는 카일, 아이린, 유아, 루, 세실 등 총 5종류로 각각 사용하는 무기와 전투 방법이 달랐습니다. 머리스타일과 머리카락 색, 피부와 눈 등 간단한 커스터 마이징을 완료하면 '아르피엘'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전 검과 가터벨트을 사용하는 '유아'를 골랐습니다. 익숙한 이름이니까요.

요즘 온라인 게임들이 굉장히 세밀한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단출합니다 단출한 커스터마이징이 역설적으로 캐릭터성을 더욱 잘 살립니다. '아르피엘'은 세계관 설정이 비교적 단단합니다. 넥슨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고 할 정도죠. 즉 캐릭터의 외모를 제한함으로써 오는 이미지를 통제해 세계관에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커스터마이징을 몇 시간씩 하며 게임 진입도 전에 진을 뺄 필요도 없는 것도 장점이고요.

▲ 이름이 익숙하잖아요.

'아르피엘'의 첫 느낌은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별도의 가이드 없어도 이것저것 눌러서 조작할 수 있을 듯한 인터페이스가 반겨주죠. 그리고 실제로 그러합니다. 좌클릭으로 이동하고 우클릭으로 공격하는 형태입니다. 스킬은 Q, W, E, R 등 키보드에 할당되어 있습니다. 아주 익숙한 인터페이스죠.

시점도 익숙합니다. 신, 구를 막론하고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포인트-클릭 방식의 쿼터뷰 RPG죠. 이러한 시점에서 사용자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전투를 해야 할지 이미 학습이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아르피엘'의 첫 접근성은 매우 높습니다. 학습된 사용자들은 인터페이스만 보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직관적으로 알게 되니까요. 기타 각성 시스템이나 '아르피엘'에만 있는 시스템은 게임 내 학습을 통해 충분히 습득할 수 있습니다.

[▲ 튜토리얼 영상, 익숙한 인터페이스와 음성이 나온다.]

스킬셋도 직관적입니다. 적어도 제가 시연했던 '유아'는 스킬 설명 몇 번 만 눌러보면 어떤 식으로 콤보를 형성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이 최적의 사냥 방법인지 감이 옵니다.

그래픽 역시 애니메이션을 즐겨봤다면 매우 익숙합니다. 얼마나 익숙한지 소위 '판치라(혹은 panty shots)'같은 요소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집니다.

[▲ 대쉬기와 근접공격으로 이뤄진 유아의 스킬 셋]



■ 지스타 시연버전은 액션에 집중

시연 버전은 튜토리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조작을 배우고 몇 개의 던전을 체험할 수 있었는데요. 다른 콘텐츠 없이 오롯이 전투 관련 콘텐츠만이 있었습니다.

'전투'는 온라인 RPG에서 처음이라 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완전 생활형 게임이 아니고서야 전투는 RPG에서 상당 시간 접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고, 전투의 재미가 떨어지면 게임 전체에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아르피엘'의 전투는 상당히 평이합니다. 평타와 스킬을 적절히 섞어 공격하고 조작을 통해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죠. '각성 시스템'이라는 '아르피엘'만의 고유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시연 버전에서는 큰 존재감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각성 시스템은 사용자가 포인트를 부여해서 캐릭터마다 다른 능력치를 가지게 해 개성을 부여하는 시스템인데요. 초반만 할 수 있는 시연 버전에서는 확인해 볼 수 없었습니다. 다만, 엔진스튜디오의 서재우 대표가 각성 시스템을 통해 캐릭터 간 개성을 부여해 후반 협력 콘텐츠에 시너지를 부여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보아 게임의 중요 시스템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 다양성을 제공할 각성 시스템.

그러나 체험할 수 있는 요소라고는 액션밖에 없었는데 액션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아르피엘'의 전투는 평이합니다. 솔직히 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좀 밋밋합니다. 종잇장 펄럭이는 듯한 타격감이나 반 박자 느린 템포 때문에 그렇죠.

개발사에서도 인지했는지 이 부분은 12월 3일 오픈 베타때는 보완될 예정입니다. 사운드 작업은 현재도 추가하고 있고, 느린 템포는 협동 레이드를 고려해 일부러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전투가 끝나면 컷신이 등장하는 데 이걸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게 구성했거든요. 극적인 연출이나 박진감 넘치는 CG는 없지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용자에게 친절하게 전달합니다. 성우진들의 연기도 매우 좋고요.

[▲ 아르피엘 전투 장면, 간간히 나오는 컷신도 큰 위화감 없다.]



■ 너무나도 짧은 시연 버전... 틈새 시장을 노리는 아르피엘?

이번 지스타2015 시연버전은 너무나 짧았습니다. 30분 남짓한 플레이 시간은 둘째 치더라도 '아르피엘'이 핵심으로 내세우는 '협동' 콘텐츠를 전혀 경험해 볼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협동 채집과 정규 레이드가 빠진, '페이커 없는 SKT'같은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확실히 '아르피엘'은 액션이 강점인 게임이 아닙니다. 뭔가 부족한 타격음과 반 박자 느린듯한 전투에서 '액션 쾌감'을 느끼기엔 좀 무리가 있습니다. 엔진스튜디오 서재우 대표가 말했듯 '아르피엘'은 처음부터 액션에 무게를 두고 개발된 게임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학원이라는 컨셉 속에서 서로 협력하여 커뮤니티 성을 배가시키는 게임이라고 판단하는 게 옳은 방향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여러 취향이 존재합니다. 섹시한 다이너마이트 바디가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아기자기하게 모여 커뮤니티성을 돈독히 하며 게임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마 '아르피엘'은 후자에게 더욱 많은 사랑을 받는 스타일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견해봅니다.

2% 부족한 액션성을 극복할 액션성과 커뮤니티 기반의 협력 콘텐츠가 '아르피엘'의 대중적인 성공을 판가름 지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르피엘'이 대중적인 성공이 아닌 취향에 기반을 둔 틈새시장을 노리는 게임이라면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 아르피엘의 스토리텔링, 성우들의 연기와 배경음악이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