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국가대표 '딩 차이롱'(정재영)이 짜장면을 먹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한국인 프로게이머. 이 낯설고 어색한 단어를 수식어로 가진 이가 존재합니다. 바로 피파 온라인3 아시안컵 2015에 중국 대표로 참가하는 한국인 프로게이머 정재영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피파 선수로서 적지 않은 인지도를 얻고 있었던 정재영은 낯선 중국땅으로 향해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갔고 중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누군가는 그가 한국의 치열한 경쟁을 피해 중국으로 도망갔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누군가는 그가 거둔 성공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가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지 못하기에 섣불리 판단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과연, 정재영은 그 낯선 수식어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인터뷰를 통해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그가 들려줄 새로운 기회의 땅 이야기. 그는 왜 중국 선수들의 공공의 적이 되었는지, 어떻게 중국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Q. 한국에 와서 짜장면을 먹는 기분이 어떤가?

중국 짜장면은 내 입맛에 맞지 않는다. 역시 한국 짜장면이 맛있다. 왜 짜장면이 중국 음식인지 모르겠다(웃음).


Q. 중국으로 귀화했다는 소문이 있다. 사실인가?

이름 때문에 생긴 일이다. 내 여권은 초록색이다. 내가 중국으로 귀화했다는 루머는 이제 그만 돌았으면 좋겠다. 워 아이 한궈.


Q. 아시안 컵에 중국 대표로 참가한 소감?

한국 대표로 참여하면 더 좋겠지만, 중국 대표로 참여하게 됐다. 기분이 좀 오묘하다. 이름이 딩 차이롱으로 나와서 내 이름을 찾고 싶은 마음이다(웃음).


Q. 어떤 과정으로 중국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나?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한 후 방황하고 있을 때 중국 프로팀들이 프로게이머 제의를 해왔다. 피파온라인3 프로게이머를 계속할 생각이 없었기에 고민이 많았다. 나는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에 좀 더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중국행을 결정했다.



Q. 직접 가서 경험해 본 중국 피파 리그는 어땠는가?

장단점을 말하고 싶다. 장점은 정식 리그 이외에도 여러 컵대회가 굉장히 많이 개최된다. 대회가 많다는 것은 기회가 많다는 것이고 기회가 많다는 것은 경험이 쌓인다는 것이다. 입상할 기회도 그만큼 많아지므로 대회에 대한 부담감이 적어진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단점은 피파 온라인 대회가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경기 환경이 열악하고 경기 중에도 렉이 굉장히 심한 편이다. 나라가 커서 대회를 참여하기 위해서는 많이 이동해야 한다.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힘들다는 것도 큰 문제다.


Q. 중국 리그에서 성적도 궁금하다.

첫 번째로 참가한 대회는 TGA 2015라는 대회였다. 참가자가 많아서 예선전만 다섯 번을 치렀다. 참가자가 얼마나 많으냐면 내가 예선전을 치른 피시방은 참가 접수까지만 네 시간이 걸렸다. 그 피시방에서만 천 명의 참가자가 있었다. 상해에서는 열 곳의 피시방에서 예선전이 치러졌다. 즉, 상해만 만 명이 참가했다. 다른 도시까지 따진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가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인지도 있고 큰 규모의 대회였기에 그렇게 많은 참가자가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런 큰 대회에서 결승전까지 무패로 올라가 결승전에서 1패만을 기록하고 우승했다. 항상 첫 단추가 중요한데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았고 팬들에게 연락이 많이 와서 기분 좋게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

그다음으로 참가한 대회가 FSL 피파 온라인 스타리그다. 각 지역 서버의 순위경기 랭커들이 참여해서 풀 리그를 치르고 총 24명의 선수가 상위 라운드로 진출한다. 이후 다시 여덟 명이 살아남고 그 여덟 명 듀얼 엘리미네이션 방식을 통해 토너먼트 경기를 치러 우승자를 뽑는다. 그 대회에서 준우승을 기록해 중국 대표로 아시안컵에 참여할 수 있었다.


Q. 한국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었다. 중국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한국에서 할 때는 예선전에서 자주 떨어졌다. 정신적으로 아주 힘들었고 '또 떨어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심적인 부담 때문에 내 플레이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었던 것 같다. 중국 리그에 참여할 때는 프로게이머를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부담감을 떨치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덕분에 오히려 내 경기력이 살아나는 계기가 됐다.



Q. 중국 리그 선수들의 실력은 어떤가?

처음에는 수준이 낮을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막상 경험해보니 달랐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최상위권 선수들은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고 각각의 선수마다 개성 있는 전술과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래서 처음 중국 선수를 상대했을 때 많이 당황했다. 예상하지 못한 포메이션과 전술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엔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했고 적응이 될수록 내 스타일에 맞는 전술을 꺼내 들 수 있었다.


Q. 직접 경험해보니 한국 선수들의 중국 리그 행이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나?

음식, 문화 등 생활적인 부분에 적응할 수 있다면 중국 리그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힘들다고 생각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내가 속한 팀인 Team WE의 '훈생경기' 김남훈, '미스틱' 진성준 등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었다. 덕분에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었고 적응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Q. FSL 피파 온라인 스타리그가 진행되는 동안 억울한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가?

8강전 경기에서 패자조로 내려가 경기를 치러 결승전까지 올라갔다. 힘들게 올라간 결승전에서 2:1로 승리해 우승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대회 운영진이 분주해지더니 내가 3판 2선 경기를 한 판 더 치러야 한다고 말하더라. 이유를 물어보니 내가 패자조에서 올라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회가 시작할 때도 진행될 때도 그런 규칙에 대해 들은 적도 경험해 본 적도 없었다. 우승을 확정되었다고 생각한 직후, 긴장이 풀렸는데 갑자기 이러한 규정을 알리면서 경기를 다시 치러야 한다고 말하니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결국, 나는 그 대회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경기 규정은 대회 시작하기 전에 확실히 정하고 선수에게 당연히 전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듀얼 엘리미네이션에서 패자조로 결승에 진출했기에 결승전에서 이기더라도 3판 2선 승을 한번 더해야 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미리 알렸어도 이상하다고 생각할 규정이었는데 이기고 나서 이런 규정을 알리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



Q. 중국 리그에서 활동하는 1호 한국인 프로게이머다. 중국에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중국 대회를 할 때마다 피파 선수들에게 '공공의 적'이다. 중국 진출하기 전에 중국 피파 관련 방송을 했는데 중국 피파 선수들을 상대로 많이 이겼다. 또한, 중국 리그에 진출하자마자 대회에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다른 중국 선수들의 견제를 받은 것 같다.

처음 FSL 리그를 시작했을 때 상대 중국 선수가 나를 상대로 골을 기록할 때면 스텝, 관객, 상대 선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환호성을 질렀다. 심적으로 위축도 되고 내가 미운 오리가 된 것 같아 서러웠다. 대회 관계자에게 요청해 상대 선수의 환호성이라도 제재해달라 했는데 받아지지 않았다. 상대 선수는 내가 골을 기록하면 야유도 하더라(웃음). 여러모로 쉽지 않은 중국 리그 생활이다.


Q. 중국 리그 내에서 그렇게 미움을 받으면서 중국 리그 대표로 아시안 컵에 출전했다. 기분이 오묘한가?

일단 이름이 딩 차이롱으로 되어 있는 것이 가장 슬펐다. 지금은 중국 리그 대표 선수들과 친해져 예전 일들이 잊혀져 가는 중이다. 하지만 내 이름은 여전히 어색하다(웃음). 내 이름을 찾고 싶다.


Q. 아시안 컵에서 중국 팀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싱가폴과 첫 대전을 펼친다. 첫 경기를 이기면 결승까지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대회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기복이 심하다. 나도 그렇고(웃음). 그래서 컨디션 조절과 첫 경기가 관건이다. 분위기를 타면 결승까지 달려갈 잠재력을 가진 팀이다.


Q. 아시안컵에서 가장 붙어보고 싶은 팀은 어디인가?

한국(A)다. 가장 친한 강성훈이 팀에 소속해 있다. 연습 경기에는 강성훈을 상대로 매번 이겼는데 대회에서는 항상 강성훈에게 패배했다. 이번 대회에서 강성훈을 상대로 꼭 이기고 싶다. 4강에 진출한다면 한국 팀과 맞붙을 수도 있는데 한국팀 상대로 승리해서 내가 중국 리그로 도망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A)팀은 12일 열린 8강 A조 경기에서 태국에 2:1로 패배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리미티드로 국내에서 활동할 때나 '헝그리피파'로 활동할 때도 항상 SNS로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국내 무대로 돌아와서 활동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