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에게 제일 반가운 소식 중 하나는 바로 '신작'이 아닐까? 자신이 원하는 시리즈라면 두말할 필요 없고, 일단 신작이라면 관심을 한 번 주기 마련이다. 요즘에는 워낙 모바일 게임이 많이 출시되는 터라, 신작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유저들도 많아진 편이긴 하다.

그러나 굵직한 타이틀들을 가진 대형 개발사가 내놓는 신작이라는 말에는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내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대체 어떤 것인지 살펴보려는 호기심조차 없는 게이머, 아니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어찌 됐던, 영향력이 있는 개발사들의 '신작', 혹은 '대작' 게임들은 분명히 수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던가.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다. 이 업계에서 일 년 사이 프로젝트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제작을 발표하고 테스트까지 진행했던 '대작'이라면 어지간한 일로 프로젝트가 접히진 않는다. 만약 대작의 개발이 중단됐다고 하면 그것은 그것대로 큰 이슈가 되기도 한다.

오늘 '게임이슈 콕!'에서는 앞서 말한 주제 중 국내에서 가장 큰 이슈였고, 그만큼 큰 파장을 남긴 타이틀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국내 게임 업계에서 가장 큰 개발사로 꼽힐만한 양대 개발사들의 합작. 그러나 아쉽게 개발이 중단된 프로젝트. 오늘의 주제는 '마비노기2: 아레나'다.

※ 기사에 사용된 게임 원화의 출처는 '한아름'님의 아트스테이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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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슨이 오랜시간 몰래 갈아온 비장의 무기, '마비노기2'

'마비노기2'는 꽁꼼 숨겨져 있던 넥슨의 비밀 프로젝트였다. '허스키 익스프레스'에 이어서 판타지 액션을 표방한 '마비노기 영웅전'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비노기2'에 대한 소식은 없었다. 2010년 '마비노기 영웅전'이 폭발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관심도가 높아졌을 때, 비로소 '마비노기2'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비노기'가 개척한 생활형 MMORPG의 희망, 그리고 시리즈의 외전 격인 '마비노기 영웅전'이 보여준 뛰어난 액션. 그렇게 한 역사를 장식한 선배들을 둔 '마비노기2'는 당연히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개발은 중반이 넘어선 상태, 그리고 2011년 초 공개가 가능할 것 같다는 서 민 前 대표의 말에 많은 유저들은 기대를 품었다. 그리고 2011년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와 한국 게임 컨퍼런스(KGC)에서 원화와 개발 과정이 공개됐다.

당시 공개된 원화. 많은이들의 환호를 받았다.

NDC2011에서 공개된 것은 '마비노기2'의 원화. 공개된 게임의 원화들은 바로 전작인 '마비노기'에서 볼 수 있었던 켈트 신화의 신들이었다. 바이브카흐의 모습은 전작의상 콘셉트를 그대로 계승했고, 키홀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유사했다. 그리고 에흐네와 누아자도 새롭게 공개됐다.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했고, 그들은 전작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 많은 유저들이 열광했다.

이후 2012년, 넥슨은 자사의 실적발표를 통해 2012년 하반기에 '마비노기2'의 발표를 확정지었고, '마비노기2'는 지스타를 앞둔 넥슨의 지스타 프리뷰 행사를 통해 공개됐다. 그리고 업계를 강타할만한 큰 소식을 내놓았다.

"넥슨-엔씨소프트의 콜라보레이션, '합작'"


국내 게임사 중 가장 큰 두 회사의 협력작. 넥슨은 지스타2012 프리뷰 행사를 통해 마침내 '마비노기2'가 엔씨소프트와 공동 개발작이라는 것이다. 넥슨이 2012년 6월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로 올라섰고, 그동안 소문이 무성했던 '넥슨-엔씨소프트'의 연합 프로젝트가 실체화됐다. 그 정체가 바로 '마비노기2' 였다.

그동안 넥슨은 캐주얼 게임들에 대해서는 강세였지만 성인층을 공략한 MMORPG에서는 다소 약세였다는 평가를 받았고, 엔씨소프트는 정확히 그 반대였다. 그 둘의 합작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관련기사 : [GSTAR2012] 비밀병기 '마비노기2:아레나', 넥슨·엔씨 콜라보레이션 발표


하지만 막상 게임이 공개되고 나자, 팬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마비노기2'가 선택한 부제는 바로 'ARENA'. 새로운 시도로 호평을 받았던 '마비노기'의 개발 철학을 계승했지만, '판타지 라이프'라는 생활형 MMORPG의 컨셉은 계승하지 않았다.

'마비노기'에서 유저들이 가장 큰 매력을 느꼈던, 그리고 가장 호평을 받았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생활형'이라는 모토였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마비노기 시리즈의 팬들이 기다리는 '마비노기2'의 모습을 더 진보된 그래픽, 그리고 더 진보된 생활형 콘텐츠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렇지 않은 팬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팬들이 원하던 모습은 '판타지 라이프'였던 점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개발자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마비노기'라는 이름을 짊어진 이상, '마비노기'가 추구했던 '판타지 라이프', 특유의 개성을 성립한 '마비노기 영웅전'이 추구하던 액션. 아무리 '마비노기 영웅전'이 외전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마비노기2'는 이 두 가지 작품의 개성을 계승하거나 보여줘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다. 뛰어난 형을 둔 동생. 그들과 비교당하고, 자신이 그것보다 뛰어난 존재임을 입증해야 하는 건 '마비노기2'의 숙명이었다.


'마비노기2'는 사실 태어날 때부터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작품이었다.


■ 전작의 팬들이 원하는 이미지와 달랐던 '마비노기2: 아레나'…


하지만 ‘마비노기2'는 액션 표현에 특화된 자체 개발 엔진 ‘실버바인 엔진(Silvervine Engine)’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개발을 총괄한 김동건 본부장은 게임을 직접 실행하는 ‘플레이어’와 게임을 시청하는 ‘관객’이 게임 내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같이 즐기는 ‘MMO-ARENA’라는 새로운 장르를 제시했다.

그렇기에 팬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컸다. '마비노기2'는 '마비노기' 특유의 가위바위보 전투 시스템을 계승하긴 했다. 하지만 소소하게 양털을 깎고, 과일을 나눠 먹고 도란도란 떠들고 즐기던 '판타지 라이프', 생활형 콘텐츠는 소개되지 않았다. 액션의 묵직함은 있었지만 유저들의 커뮤니티로 이뤄지는 생활은 없었다. 판타지 라이프를 추구하는 팬들에게 있어서 '마비노기2'는 생각과 달랐기에 분노를 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러나 데브캣은 애초에 '마비노기2'는 판타지 라이프를 추구한 게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인터뷰에서도 데브캣의 수장 김동건 디렉터는 "'마비노기2'는 MMO와 액션을 지향한다"고 전했고, 두 게임은 다른 게임으로 봐달라고 누누이 이야기를 해 왔다. 하지만 개발팀에서도 완전히 가능성을 배제한 것 같지는 않았다.

지스타 간담회를 통해 나온 질문에서도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관련기사 : [GSTAR2012] "전작과는 결별! 마비노기2는 MMO와 액션을 지향한다." 마비노기2 김동건 디렉터

(김동건 디렉터, 지스타2012 인터뷰 中) :
"'마비노기2: 아레나'는 생활형 RPG를 표방한 게임은 아니다. 전작과 같은 콘텐츠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 게임을 해보면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생활형 콘텐츠는 현재 트렌드에 맞게 돌아올 것 같다.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에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이 있다면 업데이트해 나갈 것이다.

펫 시스템은 '마비노기2: 아레나'에 없다. 그렇지만 전투 중간에 탑승할 수 있는 동물, 타이탄으로 불리는 골렘, 적으로 만나는 몬스터를 직접 사용할 수 있다."




(김동건 디렉터, 지스타2012 인터뷰 中) :
"유저들이 원하는 큰 변화가 있다면, 그것에 맞춰서 바꿔나가는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어떤 것이 맞는지는 라이브를 지휘하는 감독의 역할이다. '마비노기2: 아레나'는 전체적인 틀을 잡아놓고 유저들과 대화로 맞춰 나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마비노기2'의 첫 번째 부제는 아레나다. 하지만 다음 이름은 '마비노기2: 타워'다. 각각의 메이저 업데이트는 서로 다른 콘텐츠(놀이 방법)를 제시할 예정이다. 아레나는 남들의 게임을 보면서 같이 즐기자는 테마를 담고 있지만, 타워는 또 다른 콘텐츠가 될 것이다."


부제에 따라서 게임의 콘셉트가 조금씩 바뀌어나갈 수 있고, 새로운 콘텐츠도 추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솔직히 쉽지 않은 결정이고, 쉽지 않은 방식이다. 유저들의 뜻에 따라 게임을 바꿔나가는 것 자체가 '개발 철학'을 가진 게임의 개발 철학을 송두리째 뒤 흔들 수 있기에 위험하다.


김동건 디렉터는 점차 게임이 '하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재미'도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마비노기2'는 LoL이 크게 도약하기 전부터 '보는 재미'를 염두에 두고 개발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시대를 앞서 간 발상이었다.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며 e스포츠로 크게 도약한 'LoL' 역시 e스포츠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UI를 개선하고 관전 모드를 추가하는 등 '보는 재미'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지금의 모바일 게임 역시 단순히 즐기는 것뿐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챙긴 '시청형' 게임이 많다. 시장이 단순히 즐기는 것에서 '보는 재미'까지 챙겨가는 형태로 변화한 것이다.

다양한 방송 채널로 자신의 게임을 보여주는 방송인들에게 유저들을 열광하고 있고, '보는 재미'도 같이 챙긴 게임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마비노기2: 아레나'는 보는 재미까지 챙기려는 관전 시스템을 먼저 공개하지 않은 것일까 싶다. 공개된 시스템이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긴 했지만. 아무튼, 당시 '마비노기2'의 개발 철학 자체는 틀리지 않았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시장의 미래를 잘 예측했다고 할까.


결론적으로, '마비노기2'는 개발진이 그려온 모습과 유저들이 생각한 모습이 완전히 다른 게임이었다. 어느 쪽이 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시리즈로 유저들이 느끼고 즐기는 모습과 개발진이 의도한 바가 달랐던 게임은 지금까지도 많았다. 하지만 '마비노기2'는 정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전작이 시장에 던진 메시지, 그리고 최대 개발사의 합작이라는 점. 기대가 컸기에 팬들의 실망도 컸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비록 팬들이 반응이 엇갈리긴 했지만, '마비노기2'는 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타이틀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 지스타 이후, 개발 잠정 중단까지…


커다란 논란과 팬들의 엇갈린 반응이 있었지만, 아무튼 '마비노기2'는 순조롭게 개발을 이어간다. 2013년 초, '마비노기2'의 개발팀은 엔씨소프트에 입주하여 공동개발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NDC에서도 컨셉 원화를 공개하면서 소식을 전했지만, 그 이후로는 개발에만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워낙에 처음부터 조용히 개발을 해왔던 탓에 큰 소식이 없다 하더라도 조용히 개발되고 있겠거니 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4년, '마비노기2'가 전한 소식은 경악스러웠다. 넥슨 코리아의 前 서 민 대표는 2014년 1월 2일, 넥슨의 사내 게시판을 통해 '마비노기2'의 근황을 알렸다. '마비노기2' 프로젝트는 잠정 중단됐다고.

이 소식에 '마비노기2'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팬들은 '차라리 잘됐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정말 아쉬워하는 유저들도 많았고, 많은 업계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의 심정이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두 개발사의 처음으로 시작해 본 합작 프로젝트라는 의미도 있었건만. 그렇게 '마비노기2'는 잠이 들었고, 지금까지도 넥슨의 품속에서 꿈을 꾸고 있다.

이후 '마비노기2'를 개발하던 데브캣스튜디오는 모바일 게임으로 방향이 전환된다. '링토스 세계여행'을 첫 모바일 프로젝트로 내놓았고, 이후 '마비노기 듀얼'의 개발을 발표하고 2015년 '마비노기 듀얼'을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마비노기 듀얼'을 두고 김동건 디렉터는 "이번에는 꼭 출시하고 싶다"고 의견을 SNS로 피력하기도 했다. 본인이 직접 이끌었던 프로젝트인 만큼, 그 역시 '마비노기2'에 대한 아쉬움이 정말 컸을 것이다.

그렇게 데브캣 스튜디오의 '마비노기'는 '마비노기 듀얼'로 돌아왔다.

'마비노기2'가 개발이 중단된 이유는 아직도 업계에 가장 큰 비밀로 남아 있다. 무성한 소문과 추측만 돌 뿐이다. 개발에 참여했던 당사자들 역시 프로젝트가 잠정 중단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 업계에서 수많은 프로젝트가 등장하고, 개발 도중에 중단된다. 아무리 대형 개발사의 합작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마비노기2'도 접고 접히는 수많은 게임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혹자는 '마비노기2'가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결별한 사유 중 하나라고 꼽기도 한다.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2012년부터 신경전을 벌여왔던 주식 분쟁의 희생자가 '마비노기2'라는 것. 넥슨이 지분을 매각하고 김택진 대표가 다시 엔씨소프트의 최대 주주로 올라섬으로써 해결된 일이긴 하지만, 그 중심에 '마비노기2'가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상태를 놓고 보면 어느 정도 추측을 해볼만하긴 하다. 하지만 이 사실이 신빙성을 얻을만한 자료나 객관적 사실이 없다. 가장 크게 신빙성을 얻고 있는 건 '양 사의 개발 철학이 달랐지만, 서로 합의하지 못했다'는 의견일 뿐이다.

아무튼, 엔씨소프트와 넥슨에게 '마비노기2'는 긍정적인 콜라보레이션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지만, 결국 양 사 모두에게 꺼내기 불편한 주제로 남았다. 팬들로서는 그저 아쉬울 뿐이다.

이런...멋진...서큐버스를 볼 수 없어서 더...아쉽다...


■ 완전이 아닌 잠정 중단, '마비노기2'의 부활 가능성은?

개발이 잠정 중단되면서 결국 '마비노기2'는 넥슨의 단독 프로젝트로 돌아왔다. 엄밀히 말해 '마비노기2'는 아직 죽지는 않았다. 완전히 접혀 휴지통에 버려진 프로젝트는 아니다. 공식적으로는.

'잠정 중단'이 영구 중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정식 출시가 되지 않았고, 테스트조차 이뤄지지 않았기에 '마비노기2'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팀이 그리던 그림이 아직 유저들에게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솔직히 지금의 PC 온라인 시장은, 가뭄이다. 국내 시장에서 2012년 이후로 출시된 작품 중 '대작'이라고 부를 만한 타이틀은 손에 꼽을 정도. 시장이 PC 온라인에서 모바일 시장으로 옮겨간 것 역시 이런 현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대형 PC 온라인 게임의 개발은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구조다.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큰 이익을 볼 수도 있고, 그 위험이 고스란히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반면에 모바일 게임들은 'PC 온라인'에 비해 다소 리스크가 적다. 아무리 미래 예측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10년을 내다보고 만들어야 하는 대작 PC MMORPG보다는 1년 내지 2년을 내다보고 만들 수 있는 모바일이 개발사에도 그마나 부담이 적다. 그래서 다들 '모바일'을 선택하고, 시장도 그렇게 흘러왔다.

이 여신들을 다시 못본다는 건 아쉽지 않은가?

그렇기에 '마비노기2'가 부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PC 온라인 시장은 다소 가뭄이었지만,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에 열광하던 유저들은 아직 남아 있다. 그리고 그들을 달래줄 만한 대형 MMOG는 "아직 없다."

가능성이 없다? 그런 것도 아니다. 애초에 '마비노기'가 등장했던 때를 생각해보자. 2004년, 전투에 크게 집중한 MMORPG와 다양한 온라인 게임이 등장했던 시절, '마비노기'는 생활형 MMORPG라는, 나중에 뜨거운 감자가 됐던 '판타지 라이프'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업계에서는 다소 의문을 표했다. "가능성은 있지만, 이게 성공할 수 있나?"하고. 그리고 마비노기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마비노기'는 '아키에이지'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대체할 수 없는 유니크한 개성을 가진 타이틀이 됐다.

'마비노기2'가 잠정 중단된 이유는 '현재 시장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의 '마비노기2'가 당시 시장에 맞지 않는 타이틀이었다면, 지금에 와서도 맞지 않는 타이틀인가 하는 의문에는 섣불리 답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마비노기2'가 내세웠던 게임성, 추구하던 모습은 현재 국내 PC 온라인 시장에서도 꽤 독특한 편이다. 보는 재미까지 챙기고 관객과 플레이어가 동시에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게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마비노기2'가 기약없는 잠에서 깨어 다시 소식을 알리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있다.


전작이 보여줬던 '판타지 라이프'를 버리고 액션성을 내세운다고 해도, '마비노기2'의 가장 큰 경쟁자는 삼촌뻘쯤 되는 '마비노기 영웅전'이다. 하지만 몬스터의 패턴을 익히고 타이밍을 봐가면서 싸우는 '마영전'과 '가위바위보 상성'을 채택한 '마비노기2'의 전투 개성은 확실히 다르다. 지스타 시연 버전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물리 효과와 상호작용은 마영전에서도 볼 수 없었던 '마비노기2'만의 아이덴티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마비노기2'를 이끌었던 사람은 누구보다도 '마영전'을 잘 알고 있는 데브캣 스튜디오의 수장, 김동건 디렉터다. 그들이 노려야 할 다른 길이 어디인지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게임을 처음 공개했을 때, 그가 이야기한 '보는 재미'까지 추구하는 방향은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혜안이었다. 어쩌면 '마비노기2'는 여전히 '판타지 라이프'를 꿈꾸는 팬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덧 세월도 많이 흘러서 이제 삼촌과 형뻘인 '마영전', '마비노기'가 걸어온 길이 2012년과는 많이 달라졌다. '마비노기2'가 뚜렷하게 내세울 개성의 방향을 잡을 정도로 충분하다.

그래도 뭐, 지금의 시장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게임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개발 방향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한 번 중단됐던 프로젝트를 살리는 건 더 어려운 일이기에 차라리 그게 낫지 않을까. '마비노기2'가 추구한 방향이 있더라도, 다른 방향을 완전히 배제했던 건 아니니까하는 희망도 있다.

'판타지 라이프'를 원하던 팬들이 분노가 강했다면,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새로운 콘텐츠 역시 선보일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에서도 게임이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으니 프로젝트에 생활형 콘텐츠가 가미하는 것 역시 개발 방향에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것으로 전작을 즐겁게 했던 게이머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효과를 노릴 수도 있을 것이다.

'마비노기2'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동안, 몇 가지 타이틀이 '생활형'이라는 타이틀을 들고 "우리가 꿈꾸던 '마비노기2'는 이런 모습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들을 다시 끌어모으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결정은 개발팀, 아니 넥슨의 몫이다. 전작의 팬들을 아우르고 또 다른 '판타지 라이프'를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원하던 건 아니지만 또 다른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인지.

'마비노기2'는 적절한 시기와 더 나은 모습을 약속하고 잠을 자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때가 언제일지는 개발자들이 알고 있을 터. 언제까지나 다른 타이틀들의 밑거름으로 남기에 '마비노기2'는 너무나 아쉬운 타이틀이다. 당장이 아니라도 좋다. 적당한 시기에 유저들의 목마름을 새롭게 달래줄 수 있는 멋진 게임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