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폐관수련' 변현우, 그의 등장이 가져온 변화
김홍제 기자 (desk@inven.co.kr)
폐관수련. 무술을 배우는 사람들 중 어느 한 특정 지역에 머물러 모든 연락 수단을 끊은 뒤 수련하는 행위를 뜻하는 말이다.
그리고 무려 824일 만이었다.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던 선수가 돌연 2년 이상의 잠수. 그리고 온라인에서만 활동을 시작하며 '온라인 최강'이라는 타이틀이 그를 따라다녔고, 다시 오프라인에 모습을 드러내 S급 저그 어윤수를 잡아낸 변현우.
자유의 날개 시절 뛰어난 피지컬과 탄탄한 기본기를 중심으로 정상급 테란 중 한 명으로 손꼽혔다. 당시부터 래더에서는 그랜드마스터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스스로 혼자 올릴 만큼 실력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유독 긴장감이 심해 방송 무대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자신의 개인리그 최고 성적은 GSL 4강이 전무했다.
군단의 심장이 발매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모습을 감춘 변현우는 자유의 날개 초기부터 프로게이머 활동을 시작했던 다른 선수들과 비슷하게 자연스레 팬들에게 잊혀갔다. 그리고 2015년 가을 즈음부터 온라인에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던 의문의 테란.
그는 크고 작은 해외 온라인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기 시작했고, 팬들 사이에서도 이 테란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맵핵을 사용하는 유저다', '실존하는 선수가 맞긴 한거냐', '재야의 고수다' 등등. 온라인에서 많은 활약을 펼치며 이 테란의 존재가 변현우로 알려졌고, 공허의 유산이 시작되면서 변현우의 포텐은 더 폭발했다.
공허의 유산 베타 시절부터 80%를 넘는 승률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그랜드마스터 1위를 밥 먹듯 차지했다. 공허의 유산이 정식 발매된 뒤 GSL과 스타2 스타리그 예선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팬들은 과연 변현우가 오프라인에 모습을 드러낼 것인지에 관심을 가졌다.
기자는 1년 6개월 정도 변현우와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생활했다. 변현우가 군단의 심장이 끝날 무렵 등장하며 온라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도 '왜 대회에 나오지 않느냐'고 물으면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없어서'라고 항상 똑같이 답변했다.
그리고 스타2 스타리그 예선이 열리던 2015년 12월 17일. 변현우가 모습을 나타냈다. 사실 변현우는 이날 예선도 크게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있진 않아 보였다. 소속팀인 중국의 X-TEAM 팀리그를 위해 중국에 가야 하는데 서울에 중국 비자 신청을 위해 들렀다가 자신의 실력을 테스트해보기 위함이 예선 참가의 목적이었다. 그리고 변현우는 예선에서 김유진, 황강호 등을 꺾고 당당히 스타리그 16강에 이름을 올렸다.
'연습실 최강'이라는 말이 있다. 연습실에서는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지만, 유독 방송 무대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 사실 이런 선수들은 수없이 많았다. 그래서 변현우 역시 '온라인에서만 잘하는 반쪽 테란이 아니냐'는 말도 끊이질 않았다.
스타리그 예선 이후 변현우와 가끔씩 안부를 주고받았다. 변현우는 본선에 이름을 올리고 나니 방송 무대에서도 본인의 실력을 팬들에 보여주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 같았다. 아무리 온라인에서 최강이라곤 하지만, 중국팀 소속으로 한국에서 홀로 집에서 연습하며 지낸 변현우가 최강팀인 SK텔레콤 T1에서 에이스 저그 어윤수를 상대로 방송 경기에서 이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경기 전부터 많은 스타2 팬들은 '변현우'의 오프라인 경기력을 두고 갑론을박[甲論乙駁]했다. 그러나 그의 경기력은 방송 무대에서도 통했다. 확실히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으나 그의 손은 기억하고 있었다. 2세트에서 초반 유리함을 감안하면 후반으로 갈수록 무리하는 플레이나 실수가 있긴 했지만 824일 만의 방송 경기, 그리고 심지어 넥슨 아레나에서는 첫 경기인 것, 그리고 상대가 어윤수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경기력 자체는 굉장히 뛰어났다.
자유의 날개 시절에도 4강이 최고 기록인, 군단의 심장에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던 선수가 갑자기 예선에 참가에 한 번에 본선에 올랐고, 16강에서 어윤수라는 거물을 2:0으로 잡아내고 8강에 진출한 것이다. 또한, 승리 후 방송 인터뷰에서도 예전과 달리 뭔가 수줍어하면서 할 말은 다하는 모습은 팬들을 더 매료시켰다.
공허의 유산이 시작되면서 이영호, 정윤종, 정명훈 등 많은 거물급 선수들이 은퇴했고, 공식적인 은퇴는 아니지만 게임을 그만두고 군입대를 준비 중인 선수도 상당하다. 게다가 항상 위기설에 놓여 있는 스타2에서 '변현우의 재등장'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제 겨우 16강에서 두 경기를 승리한 것이라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고작 두 경기에 이미 많은 스타2팬들은 변현우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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