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온라인이 일부 유저들의 고의적인 게임 방해 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17일 '판게아 2주 01' 세션 도시 공방전에서 중국이 소환한 결전병기 '마수 베히모스'가 다른 문명의 도시가 아닌, 바위산에서 무의미하게 파괴되고 만 것이다.

그와 함께 중국의 시청이 공방전 초반에 아즈텍에게 연이어 점령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첩자로 의심되는 중국 문명의 유저가 도시의 방어 상황을 살펴보고, 몇 분 뒤 아즈텍 유저들이 해당 도시를 공격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은 문명 발생지 코앞까지 아즈텍이 진출하는 것을 눈 뜨고 바라봐야만 했다.


▲ 중국 문명 발생지 코앞까지 진출한 아즈텍의 도시

▲ 중국 유저의 사기를 크게 꺾어 놓았던 베히모스 바위산 트롤 사건



■ 고의적인 트롤, 장기적으로 해결할 계획이지만···.

고의적인 트롤링과 첩자를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점령 때문에 의욕을 상실한 중국 유저들은 공식 홈페이지의 자유 게시판에서 드러눕는 행위를 상징하는 이모티콘인 ●▅▇█▇▆▅▄▇ 를 사용해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는 중이다.

그런데 문명 온라인에서 고의 트롤링이나 첩자 행위가 이슈가 됐던 건 이번만이 아니다. 파이널 테스트에선 이집트의 문화 승리를 위해 특정 길드가 중국으로 건너가 이집트의 군사 도시를 부수는 일이 있었고, XL게임즈의 부 계정을 사용해 다른 문명의 상황을 확인하는 소위 '첩자' 행위는 지금도 암암리에 벌어지는 중이다.

게다가 도시의 그리드 안에 전초기지를 연이어서 짓거나 완성된 우주선 부품 차량을 우주선 발사대가 아닌, 과학 승리를 막으려는 적에게 가져가서 일부러 공격 목표가 되게 하는 등의 게임 승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고의적인 트롤링도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게임 시스템을 악용하는 일들이 점점 심해지자 XL게임즈에서는 1월 13일에 시청과 우주선 부품의 청사진 가격을 올리는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개발자 노트를 통해서 장기적으로 트롤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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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롤링에 대한 임시방편으로 시청 청사진 비용이 상승했다.



■ 시스템 마련은 필요하지만, 초보의 실수와 고의 트롤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고의 트롤링이나 첩자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트롤링이 게임을 방해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정상적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의 큰 타격을 줬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로마나 이집트 등의 다른 문명에도 고의 트롤링은 있었지만 같은 수준의 트롤링이라도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중국에는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사실, 트롤링은 고의성을 판별하기 어려우며 게임에 적응하지 못한 초보자의 실수를 트롤링으로 착각할 때도 있다. 게다가 문명 온라인은 일반적인 AOS나 MMORPG의 전장처럼 진영별로 같은 인구끼리 싸우는 것도 아니라서 첩자 행위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전장이라기보다는 필드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의 트롤링이나 첩자 행위가 정상적인 게임의 흐름을 망치는 것도 사실이다. 도시 공방전이 문명 온라인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은 만큼, 공방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고의적인 트롤러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첩자를 제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고의 트롤러가 마음껏 활개칠 수 없는 시스템은 꼭 마련되어야 한다.

이에 유저들은 트롤링의 고의성을 판별하기 위해 유저들을 '재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추가되기를 바라고 있다. XL게임즈의 아키에이지에서 이미 재판 시스템이 있는 만큼, 문명 온라인에도 이와 같은 시스템이 추가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물론 게임 시스템이 다른 만큼 문명 온라인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다시 거듭나야 하지만 말이다.


▲ 문명 온라인에도 아키에이지 같은 재판 시스템이 적용될 수 있을까?



물론, 이러한 재판 시스템 추가된다고 해도 고의적인 트롤링에 대한 완벽한 해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시스템의 허점이나 버그를 악용해서 공정한 대결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고의 트롤링을 방지할 대책은 꼭 필요하다. 트롤링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점차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지금이야말로 보다 빠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