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그리고 '모바일'. 매우 잘 어울리는 단어입니다. PC나 콘솔 같은 하드코어한 플랫폼이 아닌 모바일 기기에서 '캐주얼' 게임은 물 만난 고기처럼 어울리죠. 물론 '미들코어'로 분류되는 리얼리즘 코어 게임들이 대세를 이루는 지금입니다만, 여전히 '캐주얼'의 감성은 모바일이라는 음식에 잘 어울리는 소스입니다.

'에버: 리틀히어로' 역시 캐주얼한 감성을 내세운 게임입니다. 이목구비중 한두개쯤은 없어도 볼만한 SD캐릭터와 눈이 편안한 비주얼. 누가 봐도 쉽게 시작할수 있을 것 같죠.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 보면, '에버: 리틀히어로'는 무턱대고 '캐주얼'로 밀어붙이는 게임이 아닙니다. 다양한 서브 콘텐츠와 밀도높은 내러티브까지, 코어 게임에서나 볼법한 요소들을 '캐주얼'이라는 감성으로 감싼 게임이라 할수 있죠.

따스함이 끝나고 다시 찬바람이 불던 날, 마포의 한 스튜디오에서 명실상부 '네임드' 게임업계 여성 MC인 '레나', 그리고 전문 해설가 '오성균'과 여러 미디어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여성 게임 덕후' 임소정까지 세 사람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에버: 리틀히어로'를 직접 체험해보고, 게임에 대한 감상을 나눠 보는 자리였죠.



촬영이 끝난 후, 세 사람과 잠깐 시간을 내 방송에서 미처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세 분의 게임 전문가들은 과연 '에버: 리틀히어로'를 어떻게 보았을까요?

▲ 좌측부터 '임소정', '레나', 오성균'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촬영하신다고 고생 많으셨어요. 먼저 게임을 시작하기 전, 첫 느낌이 어땠는지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오성균 :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썩 좋은 게임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양산형'이라는 단어에 맞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죠. 뻔한 SD캐릭터와 뻔한 배경, 그리고 어디서 본듯한 시스템에 중국 게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날개'까지 화룡점정을 찍었죠. 첫 인상은 그냥 그런 스탠다드한 게임이었어요.

레나 : 중국에서 만든 게임이라는걸 듣고 나서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물론 중국 게임들 중에도 괜찮은 작품들이 있고, 때로는 빼어난 작품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부정적인 면도 많이 보여주는 것이 중국 게임이니까요.

처음 보았을때 조금 놀란 것은 내가 생각하던 '중국 게임'보다는 확실히 비주얼면에서 괜찮았다는 점이에요.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비주얼 컨셉이 강세인 현 시장에서 캐주얼 감성을 드러냈다는 점도 괜찮다고 생각했고요.

▲ 첫 인상은 딱히 특별하지 않았다고


Q. 수 시간동안 촬영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신만큼, 지금은 첫인상과 상당히 달라졌을것 같은데, '에버: 리틀히어로'가 다른 게임들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레나 : '내러티브'가 굉장히 강조되어있다는 것이 특이했어요. 보통 최근 나오는 모바일 게임들을 보면 '스토리'라는 요소가 그저 장식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요. 이런 저런 설정을 붙이지만 결국 플레이로 들어가면 매번 비슷하게 보이는 요소들을 그저 이름만 조금씩 바꿔놓은 경우가 많죠.

하지만 '에버: 리틀히어로'의 경우 메인 게임을 진행하면서도 스토리를 계속해서 읽게 되요. 플레이 타입 또한 단순한 전투의 반복이 아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요. 공들인 것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오성균 : 어떻게 보면 '의아하다'싶을 정도로 내러티브를 강조했더군요.

임소정 : 캐릭터별 콤비네이션이나 전투 한판 한판마다 개발자들이 만든 컨셉과 세계관이 묻어나지 않는 곳이 없어요. 흔히 보기 어려운 구조죠.


Q. 방송 중에 '다채로운 서브 콘텐츠'에 대해 말씀하시는 걸 들었어요. 직접 해보시니 어떻던가요?

임소정 : 서브 콘텐츠 중에 장르가 '탄막 회피'로 완전히 변해버리는 순간이 있어요. 매우 가벼우면서도 재미있는 방식이죠. 앞서 '심도있는 내러티브'를 장점이라고 했지만, 이 점이 단점으로도 작용하곤 하는 게 게임을 하다 보면 그 진중함에 묻히는 느낌이 있거든요. 하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중간마다 등장하니 오히려 한번 '쉬어갈 수 있는' 기점이 되어주는 것 같아 좋았어요.

레나 : 중국에서 만든 게임 치고는 '잘라내기'를 굉장히 잘 한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중국산 모바일 게임을 여러 가지 해봤는데, 거의 공통적으로 중국산 모바일 게임들에는 너무나도 많은 콘텐츠가 들어가 있어요.

좋게 말하면 '다양'하지만, 나쁘게 보면 '잡다'해요. 사실 게임의 전체적인 컨셉이나 분위기와 맞지 않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요. 하지만 '에버: 리틀히어로'의 경우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지만, 결코 '과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필요 없는 콘텐츠를 과감히 쳐낸 거죠. 물론 조금 어울리지 않는 콘텐츠들도 존재하지만, 어디까지나 '납득이 가는' 수준이에요.

오성균 : 다른 게임의 '무한의 탑'에 해당하는 '백층탑'또한 상당히 특이한 구조를 띄고 있어요. 많은 게임에서 이런 무한정 도전형 콘텐츠는 '수치 증가'를 통해 난이도를 높이곤 해요.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더 강력하고 단단한 적이 나오는 식으로 무한정 증가하는 거죠.

하지만 '에버: 리틀히어로'의 백층탑은 아예 각각의 층이 전부 분리되어 다른 모습을 띄고 있어요. 어떤 층은 '추격', 또 어떤 층은 '호송', 또 어떤 층은 '보스 사냥'과 같이 매 층이 다른 형태를 띄고 있고, 게임을 쉽게 질리지 않게 만들어주죠.

▲ 정말 뭔가 '많다'.


Q. 근래에 이르기까지 '모바일 시장'에서 강세는 앞서 말한 '리얼리티 비주얼'이었어요. 물론 캐주얼을 노린 게임들이 적지 않았지만, 주류 시장에 합류하기는 쉽지 않았죠. 'SD 캐릭터'와 '캐주얼풍 비주얼'은 어떤가요?

임소정 : 저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항상 가슴 큰 여자 캐릭터만 보다가 SD캐릭터를 보면 신선하면서도 덜 질리는 기분이에요. 물론 사람에 따라 비주얼의 호불호는 갈리기 때문에 누군가는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일단 저로서는 눈이나 정신적인 피로감이 덜했다고 말할수 있어요.

레나 : 오히려 그 점이 이 게임이 드러낼수 있는 강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대세인 '리얼리티'를 따라가는 것은 오히려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본의 게임들과 같은 선상에서 레이스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거든요.

하지만 SD 캐주얼풍 비주얼에 대한 수요는 항상 존재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게이머들이 캐주얼을 원하고 있어요. 그런 유저들에게 '에버: 리틀히어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거라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에버: 리틀히어로'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남기면서 마무리짓도록 하죠. 각자 한마디씩 부탁드릴게요.

임소정 : 일단 신선해요. 물론 게임을 오래 해본 것이 아니니만큼, 이 신선함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저도 장담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일단 뚜껑을 딴 순간에는 참신하죠. 동시에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게임이라 생각해요.

레나 : 저도 게이머인만큼, 많은 분들이 게임을 단 하나만 즐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주력으로 하는 게임이 있어도 우린 여러 게임을 하니까요. 제 느낌은 이래요. 굳이 과금을 할 필요 없이 '사이드'로 즐기더라도 부담없이 즐길수 있는 작품. 그것이 '에버: 리틀히어로'라고 생각해요.

오성균 : 개발 산업이 '대작' 게임, '플래그쉽' 게임으로 흘러가는 요즘이에요. '에버: 리틀히어로'의 출시는 그 흐름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그 강렬한 홍수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설 수 있다면 길이 남겠지만, 그게 쉬워 보이지는 않네요. 게임 자체는 괜찮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