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처음 '파크라이 프라이멀(이하 '프라이멀')'의 영상이 공개되었을 때 나는 전율을 감추지 못했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와 함께 유비소프트의 기둥을 이루는 양대 프렌차이즈다. 하지만 당시 최신작이었던 4편에서, 나는 적잖이 실망했었다. 물론 리뷰에서는 객관적으로 게임을 평가해 좋은 점수를 주었지만, 사실 '파크라이4'는 전작인 '파크라이3'에 비해 크게 나아진 점이 없었다. 크게 떨어진 점도 없었기에 평가는 좋았지만.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작품의 개념이 바뀌어 버렸다. 더는 총기도, 차량도 등장하지 않는다. 돌과 나무를 조잡하게 엮어 만든 몽둥이와 창,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버린 고대종 야수들만이 게이머를 반긴다. 문명 세계에서 온 주인공이 비교적 '덜 문명화'된 세계에서 바뀌는 자신을 경험한다는 기존 '파크라이' 시리즈의 기본 플롯이 완전히 틀어졌다. 그래. '프라이멀'에서는 너도나도, 세계 자체가 문명화랑 오만 광년은 떨어져 있다.

한동안 잠자던 PS4에 디스크를 넣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기존의 '파크라이' 시리즈처럼 비슷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지, 새로운 시스템들은 어떤 재미를 안겨줄지, 기대와 걱정이 대충 뒤섞은 물감처럼 난잡하게 머리를 휘감았다. 하지만 잠시 후 내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은 이런 상념들을 뒤로 밀어두기에 충분했다. 수십 마리의 매머드가 행진하는 육중함은 어디서도 쉽사리 볼 수 없는 광경일 테니까.

▲ 헐 박력...



여기가 그 말로만 듣던 원시 시대입니까?


'분위기'

▲ 오호?

'프라이멀'을 플레이하면서 기자가 가장 눈여겨본 점은 작품의 전체적인 컨셉. 즉 '분위기'다. 솔직히 말하면 분위기에 초점을 둔 리뷰어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시스템적인 변화. 기술적 발전. 그래 신작이니만큼 전작보다 발전이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파크라이' 시리즈는 대박을 쳤던 3편 이후 그 인기에 묻힌 느낌이 강하다. 수작의 반열에 들었지만 3편의 센세이션을 넘어서지 못한 4편이 이를 방증한다. 유비소프트는 그럭저럭 괜찮은 작품은 잘 만들지만, 모험을 즐기는 개발사는 아니니까.

타 게임에서 컨셉과 설정이 '장치'라면 프라이멀에서는 '무기'다. 아마 이번 작품이 전작과 비슷하게 공간적 배경과 시나리오만 바꾼 채 출시되었다면, 많은 이들이 실망을 금치 못했을 거다. 유비소프트는 전환을 택했다. '퀘이크'와 '언리얼'. 초 미래를 소재로 흥행하던 슈터는 택티컬 밀리터리 슈터가 뜨면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슈터의 대세는 또다시 미래가 되고 있다.

그 와중에 '원시시대'다. 비교적 덜 문명화된 시기도 아닌, 문명이 아예 태동하기도 전의 이야기다. 게임을 이루는 숱한 요소 중 하나일지라도, 너무나 다르다면 차별화 요소가 되어 버린다. 그만큼 '프라이멀'에 있어 '분위기'는 중요한 요소다.

'오로스'

'프라이멀'의 세계를 이르는 말이다. 처음 오로스에 진입했을 때 기자가 느낀 감정은 '낯섬'이었다. 수없이 많은 FPS를 해보았지만 이 정도로 막막한 땅은 처음이었다. 문명의 흔적이 없었다. 일부 이벤트 영역이나, 특정 부족의 거주지 등에는 어설픈 문명의 흔적들이 존재했지만, 이 땅의 80% 이상은 말 그대로 '야생'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지도엔 길이 그려져 있지만, 딱히 길이 필요하지도 않고 길이 길 같이 생기지도 않았다.

▲ 분위기 자체는 만점

하지만 전작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자연경관이 아니다. 3편의 섬이나 4편의 '키라트'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여준 것은 마찬가지니까. '오로스'의 가장 큰 특징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맹수와 야생동물들이다. 지금이야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자칭하고 모든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라 있지만, '프라이멀'의 세계에서 인간은 또 하나의 맹수일 뿐이다. 이기면 먹고, 지면 먹히는 사슬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길을 가다 보면 오로지 '살기 위해' 벌어지는 수없이 많은 싸움을 본다. 집채만 한 코뿔소와 검치호의 박력 넘치는 싸움은 물론, 사슴 무리를 덮치는 늑대, 그리고 인간을 노리는 사자까지 나와는 무관한 싸움이 계속해서 벌어진다.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 또한 그 경쟁에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게임이 다 그러듯 나중에 가면 장난치듯 이길 싸움이겠지만, 초인적으로 강해지기 전 몇 시간만큼은 오로스의 분위기에 취할 수 있었다.

물론 게임이니만큼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오로스의 크기는 그다지 크다고 말할 수 없다. 전작의 자동차나 글라이더 같은 시스템은 볼 수 없으므로 다른 오픈 월드 게임과 비교해도 큰 크기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그 작은 공간 안에 만년설이 휘날리는 고지부터 열대의 정글까지 골고루 채워넣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 리가.

▲ 위로 한 1키로미터만 올라가면 난데없이 빙하시대가 온다.

하지만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기엔 충분하다. 전작과 별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면 그건 '파크라이' 시리즈가 원래부터 비교적 비문명화된 공간을 배경으로 삼아 왔기에 그런 것일 테다. 어쩌면 그래서 유비소프트는 과감히 미래가 아닌 원시를 배경으로 삼았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언어'가 현장감을 더했다. 유비소프트 측은 보다 나은 현장감을 만들기 위해 언어학자들과 함께 독자적인 언어 체계를 만들어냈다. 쓸데없는 장인정신 같지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한국어 버전은 아예 번역까지 원시 톤으로 해버렸다. 게임 시작 이후 이 '휴먼 원시체'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익숙해지니 오히려 그럴싸하고 좋더라.

파크라이 프라이멀 '언어'제작 영상(자막: 치즈퀘이크 님)


그래 멍멍아 네 덕분에 이 게임을 한다.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이제 게임의 골격이 되는 '시스템'을 말해볼 차례다. 사실 유비소프트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은 '시스템'에 큰 욕심을 가지지 않는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비식 오픈 월드'라는 관용어구가 생길 정도다. 비슷한 거점 시스템, 뷰포인트, 그리고 지도에 가득 차는 수집용 오브젝트까지. 유비식 오픈월드는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매우 규격화되었다.

'프라이멀' 역시 마찬가지다. 차기작임에도 프라이멀은 전형적인 '유비 규격'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전작을 해본 유저라면, 금방 게임에 익숙해진다. 어떻게 보면 무기만 총에서 돌도끼로 바뀌었지 전작의 리스킨 버전이라 해도 믿을 정도다. 하지만 유비소프트도 아무 생각이 없는 개발사는 아니니 그대로 내놓지는 않았다. '프라이멀'에서 처음 선보였고, 프라이멀에서만 볼 수 있는 요소. 바로 '야수'다.

'프라이멀'의 주인공인 '타카르'는 '웬자'족의 일원이다. 문제는 이 '웬자'족이 위험이 넘치는 오로스에서 살기엔 딱히 특별한 게 없다는 점이다. 서로 죽고 죽이는 생존 경쟁자인 '우담'족과 '이질라' 족은 사람을 먹는가 하면 불을 다루는 등 우리 나약한 웬자 형제들에 비하면 강력하기 짝이 없다. 그 때문인지 유비소프트는 '타카르'에게 '비스트 마스터'라는 비현실에 가까운 능력을 넣어 주었다.

▲ 딱 봐도 사람 여럿 드셨을 것 처럼 생긴 분

메커니즘은 굉장히 간단하다. 작중 등장하는 야수 중 '포식자'에 해당하는 육식 동물들은 모두 타카르가 던지는 고기 한 점에 정신을 못 차린다. 그 사이 가서 쓱쓱 쓰다듬어 주면 끝. 이제 이 야수는 내 것이다. 물론 '위대한 짐승'으로 분류되는 세 마리 야수들은 콧대가 높아서 단순히 고기를 던진다고 말을 듣는 건 아니지만, 적당히 두들겨 패주면 말을 듣는다.

그러고 나면 이 짐승은 충실히 내 옆에서 머무르며 제2의 전투원으로 활약한다. 야수들은 종류에 따라 미니맵 범위를 더 넓혀준다든지, 혹은 주변의 적을 자동으로 표시해주는 등 굉장히 유용한 능력을 갖추고 있고, '검치호'나 '곰'과 같은 덩치 좀 있는 친구들은 탈것으로 타고 다닐 수도 있다. (타고 내리는 게 귀찮아서 자주 타지는 않지만 타고 다니며 활을 쏘다 보면 기마궁병이 따로 없다.)

물론 어디까지나 '게임'이기 때문에 야수들의 전투력에도 한계가 있고(중무장한 적 정예병이 혼자 위대한 짐승을 때려눕힌다...) 어디까지나 보조의 역할에 불과하지만, 이 드넓은 야생을 혼자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위안이 된다. 나무 뜯고 돌 긁느라 정신없을 때 다가오는 적들을 말끔히 없애놓는 친위병 역할을 해주는 것도 좋고 말이다.

▲ 워워... 어허! 손!

여기에 한가지 변화가 더 가해졌다. 전작에서 플레이어의 역할은 '주인공'인 '제이슨 브로디', 혹은 '에이제이 갈레'를 조작해 생존하고, 주인공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야생의 땅에서 펼쳐지는 각 부족 간의 생존 다툼을 다루고 있고, 주인공 '타카르'는 최약소 부족인 '웬자'족의 아들이자 모든 웬자족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구세주다. 시골에서 탄생한 사시 합격생 같은 모습이랄까?

그러다 보니 플레이어는 플레이 타임 내내 오로스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부족민들을 구하고, 웬자족을 규합해 부족을 부흥시켜야 한다. 그리고 온갖 위기를 겪으며 구해낸 이 부족민들은 마을에 모여 내가 쓸 보급품을 주워오는가 하면, 부족 수에 따라 경험치 보너스까지 준다. (기대가 높아질수록 애쓰는 타카르의 모습을 표현했나보다….)

▲ 사람 귀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걸 보면 웬자족도 나름 흉악하다

꽤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최근 플레이해본 작품 중 가장 비슷한 컨셉의 시스템은 '폴아웃4'의 빌리징 시스템. 물론 '폴아웃4'에 비하면 시스템도 훨씬 간소화되어 있고 보상이나 구조도 직관적이지만, 적어도 색다른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는 재미있다. 전작의 우호 팩션들이 그저 스토리 상 필요한 '장치'의 느낌이라면, 이번 작품의 우리 부족은 진짜 내가 지켜내야 하고 일으켜야 할 대상과 같이 느껴진다.

물론 '급진적인 변화'라 할 수는 없다. 흔히 '펫'이라고 말하는 동반자 시스템은 그전에도 여러 게임에 도입되었던 시스템이고, 부족 시스템 또한 이전에 등장했던 우호적 팩션을 조금 비틀어 놓은 정도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유비소프트'식 발전이다. 이전의 시스템에 약간의 변화를 가하는 것.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지만, 놀라울 정도는 아니다. 딱 기대한 만큼. 유비소프트스러운 정도다.


게임을 하긴 하는데 왜 해야 하지?


하지만 색다른 컨셉과 새로운 시스템에도 불과하고 '프라이멀'의 메타크리틱 점수는 시리즈 중 역대 최하점을 기록하고 있다. 최고점을 찍은 3편이 90점을 넘어섰고 다른 작품들도 80점대 중반은 기록했다. 프라이멀의 76점(2.29일 현재)은 굴욕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의 줄기가 되는 스토리 플롯이 너무나 특색이 없다는 거다. 3편의 '제이슨 브로디'는 광기의 화신인 '바스'와 엮이고, 섬에서 생존해 나가며 그 스스로 광기에 물들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겪는 인물의 내적 갈등, 그리고 뛰어난 연출은 적절한 시스템과 맞물려 3편을 명작으로 만들었다. 3편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은 4편의 경우 악역을 너무 매력 넘치게 만들어놓는 바람에 오히려 이상한(?) 평가를 받았다. 악역인 '페이건 민'의 팬이 아군인 세이벌과 아미타보다 많으니 말 다했다.

▲ 이 친구들이 딱히 비중있는 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가 생각보다 게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4편과 3편의 시스템은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3편이 4편보다 더 나은 점수를 받은 까닭은 더 몰입할 수 있었고, 더 끊을 수 없는 플레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라이멀'에서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동기는 '웬자족의 부흥'뿐이다. 나머지 동기는 게이머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기자의 경우, 게임 초반에 스스로 목적을 만들었다. 위대한 세 짐승을 모두 내 소유로 만드는 것. 물론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 이르기까진 참 재미있었다. 핏빛 송곳니 검치호의 머리에 몽둥이질하고 큰 흉터 곰에게 창을 던지면서 든 생각이 '와 이거 갓 게임이네'였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세 마리를 다 모으고 나니 게임을 하는 목적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생명력이 긴 게임들의 특징은 게이머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준다는 것이다. '엑스컴'시리즈는 더 높은 난이도가 있고, '매스 이펙트'에는 더 많은 동료와 지명도가 있었다. '콜오브듀티'의 경우도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게이머의 도전욕구를 일으킨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라이멀'은 이 동기 부여가 너무나도 약하다. 망하기 직전이라는 웬자족은 이상할 정도로 많아서 어느 정도 게임 좀 하다 보면 수백 명 단위를 넘어가 버려 도저히 멸망 직전의 종족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야수를 모으는 것도 나름 재미있긴 하지만 결국 쓰는 야수만 쓰게 되다 보니 굳이 낮은 등급의 야수들은 모을 필요가 없다. 검치호를 내버려두고 살쾡이를 뽑을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 이 녀석까지 꼬시고 나니 할 의욕이 사라졌다.

작중 주요 악역인 두 부족의 부족장들은 게임 중간 잠깐 얼굴을 비친 이후 딱히 존재감을 드러내지도 않는데다가 이 두 부족 또한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이기 때문에 딱히 도덕적인 동기도 생기지 않는다. 사람을 잡아먹고 불태운다고? 그 정도로 '나쁜 놈'을 만들기엔 사람 죽는 게 일상다반사인 시대적 배경이 허락지 않는다. 어차피 저들로서는 내가 온갖 짐승 다 끌고 와 사람을 죽이는 테러리스트일 뿐이다.

여기에 별 볼 일 없는 사이드 미션도 발목을 잡는다. '프라이멀'의 사이드 미션은 몇 종류 되지 않으며, 그마저도 '사냥', '적 부족 정예 처치', '포로 구출', '지역 방어', '호위'등 정형화된 요소인데, 문제는 이 몇 안 되는 사이드 미션을 맵 전역에 깔아놨다. 하자니 귀찮고 안 하자니 맵에 남아 있는 마커가 신경 쓰인다. 마을에서 주민이 가끔 던져주는 퀘스트 또한 지역 조사나 추적 등 딱히 이렇다 할 임팩트가 없다.

그릇은 그럴싸하게 꾸며놓고 패스트푸드를 얹어놓은 느낌이다. 정성스럽게 차린 음식 카트를 보고 혹해 뚜껑을 열어보니 해피밀이 튀어나오는 영화 '킹스맨'의 한 장면 같달까? 물론 그뿐만이 아니다. 전작의 시스템을 전혀 거리낌 없이 가져오는 유비소프트답게 주인공 '타카르'는 나름 원시인임에도 갈고리를 걸고 레펠을 타는가 하면, 대충 만든 돌칼을 마치 표창처럼 던져 상대를 격살한다. 좀 바꿀 때도 되었잖니...


다음은 '소재'만 신경쓰지 않기를


'프라이멀'은 분명히 매력적인 첫인상을 지닌 작품이다. 공룡 시대를 소재로 한 게임은 많았지만, 신생대 영장류를 소재로 한 게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금껏 보지 못한 소재'. 이 점은 프라이멀의 강력한 무기이자, 동시에 정체성이다.

그럼에도 정작 나온 작품은 그 정체성에 심취한 나머지 다른 요소들을 신경 쓰지 못한 범작에 그쳤다. '어떤 게임'이냐고 묻는다면, 한 번쯤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말하겠다. 하지만 '좋은 게임'이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없다. 프라이멀을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3편부터 이어진 낡은 시스템을 한두 개 정도 뜯어고치고, 원시라는 양념을 거하게 부어버린 전형적인 유비소프트식 오픈 월드 정도에 불과하니 말이다.

▲ 그러니까 음... 한 4년 전에도 널 본 것 같아

다른 시선에서 보자면 '유비식 오픈 월드'의 명확한 한계를 보여준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미 검증된 시스템이 주축을 이루는 만큼 게임 자체는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다지 새롭지도 않고, 생각처럼 멋지지도 않았으며, 이 느낌을 나만 느낀 것도 아니다. 평단의 평가는 주관적으로 보이지만 나름 신뢰할 만 하니 말이다. 반면교사의 소재로 쓰이는 것은 조금 슬픈 일이지만, 유비소프트도 생각이 있다면 다음 파크라이 시리즈는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할 거다.

물론 내 느낌이 모든 게이머의 처지를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어떤 이들은 프라이멀을 굉장히 즐겁게 즐겼을 것이며, 또한 즐기고 있을 테다. 나는 게임을 '평가'하고 '관찰'하겠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달렸지만, 그 과정을 즐기는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아쉽다. 일이기에 게임을 했고, 리뷰를 쓰지만 앞서 말했듯 '프라이멀'에 거는 개인적인 기대도 만만치 않았다.

남은 평가는 여러분의 몫이다. 3월 1일이면 '파크라이 프라이멀'이 PC 버전으로 발매되고, 더 많은 게이머가 이 게임을 접하게 될 것이다. 같은 게임도 플레이하는 사람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다가온다. 비록 아쉬운 평가를 했지만, 여러분은 프라이멀에서 또 다른 가치를 찾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유비소프트도 시리즈를 접지 않고 용기를 얻어 다음 시리즈를 더 멋지게 만들어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