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명가(名家)는 영원한 명가!

3월 3일 강남 인벤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HCC 시즌5 4강 승자전에서 골든위습이 '크라니쉬' 백학준의 극적인 역올킬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앞서 두 선수의 영패로 위기의 순간에 올라온 백학준은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며 대티슬 팀을 몰아 붙였고, 시즌 중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슬시호' 정한슬 선수까지 꺾으면서 '돌클라시코'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하는 결승 진출에 성공한 골든위습 팀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천신만고 끝에 결승에 선착했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

백학준: 너무 좋다. 이번 시즌은 마치 등산처럼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면서 올라오는 기분으로 온 것 같다. 8강 패자전부터 그런 느낌으로 하나씩 올라왔는데, 이제 정상을 눈 앞에 둔 것 같아 기쁘다.
박수광: 그냥 너무 좋다. 뭐라고 표현이 안된다.
정재헌: 오늘 경기를 이기면 이 시즌이 한 번 남고, 지면 두 번의 경기가 더 남는 상황이라 짧게 가고 싶었다. 바람대로 돼서 다행이다.


Q. 상대는 HCC에서 숱하게 만나왔던 전통의 라이벌 대티슬이었다. 오늘 경기는 어떻게 준비했는가?

백학준: 오늘은 사실 좀 위험하게 준비했다. 원래 경기 2~3일 정도 전에 상대가 어떤 덱을 들고 나올지 구상하면서 그에 맞춰 준비를 하는데, 대티슬 팀의 경우에는 뭔가 답이 안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등급전에서 잘 먹히던 덱을 그냥 들고나와서 다소 불안했는데, 덱에 대한 기본기나 숙련도가 잘 발휘되어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박수광: 사실 어제 온라인 대회를 치른 후에 몸이 갑자기 아파서 특별히 준비를 못 했다. 결국 그 집중력 차이로 오늘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경기를 한 것 같다.
정재헌: 최근 몸이 급격히 안 좋아져서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사실 같은 팀의 '카필라노' 이윤재 선수가 시키는 대로 준비했다. (웃음)


Q. '올킬 마스터' 백학준 선수의 기세가 무섭다. 매 경기마다 변화무쌍한 덱을 선보였는데, 오늘 덱 라인업은 어떤 생각으로 준비한 것인가?

백학준: 우선 지난 대티슬 인터뷰에서 '서렌더' 김정수 선수가 따로 준비한 게 있다고 했었는 데, 그걸 보면서 이번에는 안티-어그로 스타일로 가져오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래서 그걸 이기기 위한 실마리를 찾는 데 주력했고, 안티-어그로형 덱에 지지 않을 덱을 골랐다. 드루이드도 원래 보여주던 어그로가 아닌 평범한 미드레인지 형태로 바꿔서 왔는데, 이런 부분들이 잘 먹힌 것 같다.


Q. 오늘 올킬을 예감한 순간이 있다면? 반대로, 오늘 경기 중 최대 위기는 언제였는가?

백학준: 김정수 선수와 경기할 때, 4경기 손님 전사를 상대로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근데 첫 턴에 동전 한 닢과 다르나서스 지원가를 내놓는 실수를 했고, 그래서 알 수 없는 드루이드 미러전까지 갔던 게 가장 위기였던 것 같다. 올킬을 예감한 순간은 정한슬 선수와의 경기에서 내가 먼저 내놓는 박사 붐이 거울상에 안 걸렸을 때 오늘 나에게 운이 왔다고 생각했다.


Q. 흔히 피보나치 전사라 불리는 컨트롤 전사 덱의 운영이 빛났다. 해당 덱 운영에서 팁이 있다면?

백학준: 원래는 방밀 전사를 잘 못 했는데, 최근 반 년간 잘하는 선수들 영상을 보면서 많이 연구했다. 보통 그런 선수들은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운영을 잘하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들이 중요한 것 같다. 생명력이 좀 낮아지더라도 카드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형태의 운영이 핵심이라고 본다.
박수광: 그 덱이 복수 2장, 난투 2장을 쓰는 덱인데, 이게 드루이드를 상대로는 사실 애매한 부분이 있다. 버티는 덱이다 보니, 이런 광역기가 애매해지는 매치업에서의 과감한 활용이 중요하다고 본다.


Q. 박수광 선수는 올킬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최근의 두 경기에서는 '백학준 역올킬쇼'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다소 들쭉날쭉한 경기력이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박수광: 개인적으로는 항상 똑같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경기에서는 왜 지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백학준: 우리 팀은 세 명 모두 최대한 다른 덱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래서 지든 이기든 항상 나름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잘 맞물리면 올킬도 하고, 그게 아니면 허무하게 지는 기복이 생기는 것 같다. 오늘은 내가 잘 맞아 떨어졌고, 박수광 선수에게 운이 좀 없었던 것 같다.


Q. 정재헌 선수는 팀이 우승했던 해에는 0승을 기록하거나, 출전하지 않았다. 이 기묘한 징크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재헌: 이상하게 팀 리그는 기량이 마음대로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백학준: 정재헌 선수는 예선에서도 올킬도 했고, 나름 최고의 활약을 했다. 그런 부분을 보면 기량 측면에서의 문제는 없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경기에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웃음)


Q. HCC 정규 시즌이나 개인전에서 한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팀 측면에서 이런 부침이 어떤 동기를 부여했는지?

박수광: 그 부분에서는 좀 생각이 다른 게, 우리 팀은 꾸준히 잘했고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백학준: 우리 팀은 시작부터 잘하는 선수를 모아서 가장 우수한 팀을 만드는게 모토였다. 그렇게 선수를 모으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이상적인 그림이 누군가 컨디션이나 기량이 좋은 선수 하나가 끌어주는 형태의 그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에는 이런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예전에는 그냥 '내 몫 정도만 하면 어떻게 되겠지' 했는데, 요즘은 '내가 어떻게든 해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준비한다. 그런 생각 측면에서의 변화가 큰 것 같다.


Q. 아직 4강의 다른 세 팀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 세 선수 모두 만나고 싶은 팀이나 상대가 있다면?

백학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도 말했듯, 선비 팀이 올라왔으면 한다. 워낙 잘 아는 친구들도 많고, 시즌3 결승에서 졌던 복수도 하고 싶다.
정재헌: 항상 우리와 라이벌 팀인 대티슬 팀이 한번 더 올라와서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
박수광: 하밥하 팀이다. 4강에 올라온 다른 팀들에게는 모두 승리한 경험이 있는데, 하밥하 팀만 꺾으면 모든 팀을 상대로 한 번씩은 이기는 셈이 되는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결승에 임하는 각오의 한 마디?

정재헌: 개인적으로 '갓승 우승'의 전통을 이어가도록 하겠다
박수광: 누가 오든 우리가 우승을 하겠다. 올라오는 팀은 마음을 비우고 올라오셨으면 한다. (웃음)
백학준: 오늘 경기 준비할 때 정말 힘들었는데, 오늘 잘 풀리는것을 보니 기본기를 믿고 준비하면 잘 풀릴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