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인디의 시대다. GDC2016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개발자들 사이에선 '인디포칼립스(Indipocalypse)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었다. 그만큼 인디 게임이 많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우리는 그 인디 게임을 모두 알지 못한다. 하루에만 스팀에 올라오는 PC게임이 8종류고, 애플 스토어에 등재되는 모바일 인디 게임이 450여 종에 달하는 지금이다. 그중에 우리가 아는 게임보다 나은 게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알 수가 없는 거다. 너무나도 많은 인디 게임들 사이에서 반짝반짝 빛날 보석 원석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히 찾아보면 지금 널리 알려진 인디 게임보다 더 멋지고, 우월한 게임들도 존재할 거다. 문제는 우리가 그걸 알 수가 없다는 거지.

▲ 작년 한 해, 애플 스토어에는 164,000여 종의 인디 게임이 등장했다.

비단 소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게임을 널리 알리고, 또 팔고 싶어한다. 게임을 개발하는 그 자체에 욕구를 느끼는 개발자들도 적지 않지만, 대부분의 개발자는 게임 개발에 생업을 맡긴다. 먹고 살려면 잘 팔려야 한다. 근데 우리가 이런 게임들을 모르는 이유는 개발자들이 자신의 게임을 알리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토마스 라이즈네거'는 ICO 파트너에 있는 PR 전문가다. 그는 유럽 시장에 여러 굵직한 게임들을 홍보해왔고, 또 지금도 하고 있다. 그는 GDC2016 현장에서 '인디 게임을 PR 하는 5가지 방법'이란 주제로 연단에 올랐다. 강연장은 세계 각지에서 모인 인디 개발자들로 가득 찼고, 강연자의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강연은 막을 올렸다.

▲ 'ICO 파트너스'의 컨설턴트이자 게임 저널리스트 '토마스 라이즈네거'


※ 게임의 '위치(Position)'를 잡아라

토마스는 먼저 게임의 '포지셔닝'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이는 개발 단계부터 고려해야 하는 과정인데, 쉽게 말해 '타겟 유저층'을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 게임의 '정체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게임이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이며, 이 게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혹은 감정은 어떤 것인지와 같은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동시에, 이 게임이 다른 게임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 즉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토마스 라이즈네거는 덧붙였다.


※ '뉴스'에 내보낼 자료를 준비하라

"미디어는 가장 훌륭한 홍보 수단입니다." 토마스 라이즈네거는 이 말로 두 번째 주제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미디어에 자신의 게임을 '인지'시킨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일단 이름을 들어본 게임이라면, 길 가다 듣게 돼도 한 번쯤 되돌아보는 것이 사람이니 말이다.

▲ 뉴스로 보내기에 좋은 정보들의 예

토마스는 좋은 뉴스의 수단으로 기본적인 소개 자료, 스크린 샷, 트레일러 영상, 그리고 구체적인 일정 등을 이야기했다. 여기서 구체적인 일정이란 게임의 출시 일자, 혹은 베타 테스트 시작 날짜 등을 뜻하는데,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시기를 제시하는 것은 기사를 작성하는 이나 읽는 이 모두에게 '정보'로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토마스는 '트레일러'를 최고의 PR 용 자료로 꼽았다. 그는 짧은 트레일러라 할지라도 게임의 함축적 내용을 담고 있다면 매우 높은 조회수와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트레일러 영상의 적절한 길이는 1분 30초가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 '유튜버'와 '스트리머'

이어 토마스 라이즈네거는 최근 많이 쓰이는 PR 방법의 하나인 '스트리머'와 '유튜버'를 통한 영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스트리머에게 게임을 미리 주고, 게임 플레이를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PR을 노리는 방법인데, 토마스는 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말했다.

▲ 구구절절 당신의 이야기를 설명하지 말라.

일단 개발자 본인의 이야기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는 게임이 필요할 뿐이지 이 게임을 만들기 위해 뭘 어떻게 했고, 내가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얼마나 힘든지 등등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모두 필요없는 사족일 뿐이다.

또한, 대부분의 유튜버와 스트리머들은 게임의 메인 콘텐츠를 한번 즐길 뿐, 그 이상을 노리지 않는다. 이 점은 참작해야 할 점이다. 더불어 모바일 게임은 유튜버들에게 그다지 관심 있는 소재가 될 수 없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한다.


※ 게릴라 마케팅은 위험을 안고 있다.

토마스 라이즈네거가 말한 네 번째 방법은 바로 '게릴라 마케팅'이었다. 게릴라 마케팅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을 통해 게임을 PR 하는, 비정석적인 방법을 뜻하는데, 예를 들면 가로수나 벽마다 붙어 있는 의미 불명의 '~~야 사랑해'라던가, 무작위로 과속 딱지를 뿌려버린 '번 아웃'의 마케팅을 예로 들 수 있다.

게릴라 마케팅은 약간의 예산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며,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의 위험이 뒤따르는 방법이기도 하다. 앞서 예를 든 '번 아웃'의 마케팅은 '불법(...)'이었다. 게릴라 마케팅은 홍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해당 지역의 '금기'를 깬다거나, 불법적 행위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언제나 성과가 좋은 것은 아닌 거다.

▲ 항상 좋은 방법은 아니다.

반면 인디 게임인 '크롤'은 게임 내에 '밸브'의 CEO인 '게이브 뉴웰'을 만들어 게이브 뉴웰의 관심을 끌었고, 완벽하게 대박을 냈다. '슈팅 스타'라는 인디 게임은 유출 버전을 고의로 뿌려 높은 성과를 보였다.

▲ 대박의 좋은 예




다섯 가지 주의 사항

PR은 굉장히 중요하고, 게임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다. 토마스 라이즈네거가 연단에 선 이유도 PR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기본적인 방법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머리로 알고 있음에도, 실제로 성공하는 사례는 드물다. PR 방법에 대해 설명을 끝낸 토마스는 게임을 PR 하는 과정에서 범하기 쉬운 실수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일단 그는 대부분의 인디 개발자들이 PR의 규모를 너무 작게 잡거나, 혹은 시기를 맞추지 못한다고 말했다. 어느 일에나 그렇듯 'PR'에도 좋은 타이밍이 존재한다. 또한, 이왕 할 PR이라면 필요한 만큼의 투자를 통해 효과를 봐야 한다.

그리고 그는 인디 개발자들이 본인의 게임이 '인디'라는 것을 너무 드러낸다고 말했다. '인디'라는 코드는 흥행 이후, 고평가를 받기에는 좋은 요소이지만, 소비자와의 첫 대면에서는 그리 바람직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인디'라는 단어를 신뢰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게이머는 안정되고 거대한 개발사가 만드는 게임을 더욱 좋아한다. 그런 그들에게 '인디'라는 코드를 내세우는 것은 스스로 벽을 하나 더 세우는 꼴이다.

또한, 앞서 말한 '트레일러'의 제작 과정에서도 개발자들은 많은 실수를 한다. 트레일러는 게임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며, 개발 과정에서 쓰인 전문적인 기술 등을 자랑하는 영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PR에 실패한 많은 개발자가 자신들의 게임을 알린 후, 추가 정보를 계속해서 덧붙인다. PR에서 필요한 것은 '간결함'과 '강력함'이다. 대중에게 쉽게 각인될 수 있고, 간단한 PR. 토마스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PR'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라고 충고했다. 인디 게임인 이상, 단순히 게임을 만들었다고 미디어가 접촉하는 경우는 드물다. 미디어가 접근하게 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자신의 게임을 알리는 것. 그것이 개발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말하며 토마스 라이즈네거는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