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농업, 산업, 정보 혁명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발전해왔습니다. 그 속도는 점점 빨라져 21세기에 들어서는 미래 발전 방향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죠. 스마트폰 시대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우리가 지금 AI를 논하고 있을 정도로 말이죠.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인류의 이런 가속 발전을 수확 가속의 법칙 (Law of Accelerating Returns)으로 정의했습니다. 요컨대 돌도끼에서 쇠도끼로 옮겨가는데 10년이 걸렸다면 전기톱의 탄생은 불과 1년이라는 말입니다. 굴삭기 등 각종 건설장비의 탄생은 하루 정도겠죠.

이번 주 '게임이슈 콕!'에서는 인류의 발전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소 황당한 내용도 있고, 게임이라는 속성 덕분에 지나치게 세기말적인 내용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 모든 게 인간의 상상력에서 나온 소재로 그 상상력은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 게임이슈 '콕!'은 네이버 제휴 콘텐츠로 모바일 페이지 '게임·앱' 코너에 함께 게재됩니다.



"사회가 무너질 때, 우리가 일어선다" - '더 디비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수백억 달러의 돈이 움직이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정체불명의 테러집단이 천연두 바이러스를 지폐에 감염시켜 유통합니다. 급속도로 전파된 이 바이러스 때문에 정부의 기능은 일시에 마비되고 뉴욕은 무정부 상태에 빠지게 되죠.

디비전(Division)은 이런 비상 상황에 대비해 훈련된 자율적 조직입니다. 평소에는 일상생활을 영위하지만 테러 등 비상사태가 터지면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디비전 요원이 되어 치안 및 사회 질서를 다시 세워야 하죠. 한국으로 치자면 잘 훈련된 예비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국가의 부름이 오면 언제든지 군복과 전투화를 착용하는 대한민국 남자들에게는 그리 생소한 느낌은 아닐 겁니다.

가상 시나리오이긴 합니다만 이 설정은 미국 국방부에서 실제로 적용한 대 바이오 테러리즘 시뮬레이션 'Operation Dark Winter'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 테러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백신 부족으로 지역별 폭동이 일어나고 천연두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치료법이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가상의 내용이지만 한국은 이미 신종플루나 메르스를 통해 한차례 겪었기 때문에 아마 잘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게임과 다르게 낙타 고기를 먹지 말라는 현실성 없는 정보를 정부가 제공했다는 점이 여러모로 저를 섬뜩하게 합니다.

참고로, 더 디비전은 실제로 일어날 법한 설정과 잘 다듬어진 게임성 덕분에 출시 5일 만에 우리 돈 약 4천억 원을 벌어들이며 유비소프트 역대 최고 매출을 갱신한 타이틀이 되었습니다.


2027年- '북한이 미국을 점령?' 충격적인 설정의 '홈프런트'


▲북한이 미국을 지배했다는 충격적인 설정의 '홈프론트'

통일한국. 참 멋진 말입니다만 이 게임은 적화 통일로 '대조선공화국(Greater Korean Republic)'을 수립한 가상의 북한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남한에 주둔할 명분이 없어진 미군은 본토로 철수하고 북한은 군사력을 모아 2018년 일본을 공격해 점령합니다.

2024년엔 전쟁을 인도차이나반도까지 확대, 본격적으로 강대국들과 전쟁을 벌이기 시작하죠. 군사력과 무기를 충분히 확보한 북한은 급기야 EMP 공격으로 미국 본토를 점령해버리는데요. 플레이어가 게임을 시작하는 시기는 2027년으로 게릴라로 활동해 북한군을 몰아낸다는 설정입니다.

다소 황당한 설정 덕분에 2011년 발매 당시 국내에서 큰 이슈가 됐으나 정작 심의 문제로 국내 발매는 무산됐죠. 다시 봐도 말이 안 되는 가상 시나리오이긴 합니다만, 제3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EMP 등 미래 전쟁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포인트가 다수 있습니다.


▲게임성 자체는 평작 수준으로 평가 받았다




2033年- 인류의 절반은 곰팡이균으로 죽는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인체에 치명적인 곰팡이균이 퍼져 인류의 대부분이 죽거나 변형된 암울한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게임은 그로부터 20년 후인 2033년을 조명하고 있죠. 주인공 조엘은 엘리를 데리고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위해 비밀 집단 '파이어플라이'로 데리고 가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세기말 인류의 모습입니다.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긴 도시는 이미 폐허가 된지 오래고 감염자들 때문에 밖으로 함부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죠. 살아남은 인간들은 서로 협력하거나 다른 인간 집단을 약탈하는 식으로 질긴 생명을 이어갑니다.

괴물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는 설정은 드라마 '워킹데드'와 비슷한데요. 현재의 삶에 순응하는 인간, 다른 세상을 만들려는 인간, 다 포기하고 살육을 일삼는 인간, 모든 인간 군상을 게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곰팡이균으로 변한 인간의 모습

▲괴물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적은 결국 인간이다.




2034年- 핵전쟁 이후 끔찍한 지하철 삶 '메트로2033'



시대적 배경은 2030년대 러시아. 세계는 핵 전쟁과 생화학전으로 완전히 파괴되었고 지상은 방사선으로 인해 인간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겨우 살아남은 인간들은 어쩔 수 없이 지하로 숨어들었고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역 중심으로 작은 국가를 형성하죠.

완전히 파괴된 러시아는 소련 공산주의자들이 모인 레드라인(Red Line), 순혈 러시아인만 받아들이는 제4제국, 경제와 무역 국가인 한자동맹 이렇게 3개 국가로 쪼개졌으며 어디에서 속하지 못한 사람들은 역마다 소규모 자치 세력을 형성해 삶을 연명합니다.

메트로 2033은 소설 원작 기반의 게임이다 보니 굉장히 탄탄한 시나리오를 자랑합니다. 디테일도 굉장하죠. 핵전쟁 이후 화폐는 휴지조각이 되었기 때문에 메트로 2033에서는 모든 화폐가 총알로 통일됩니다. 돌연변이와 싸우기 위해서도 총알이 필요하고 먹고살기 위해서도 총알은 필수입니다. 사람을 죽고 살리는 단위가 총알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또 재미있는 부분은 국가 간 이해관계입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돌연변이를 물리칠 법도 한데 각 국가와 자치 세력은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입니다. 이 과정에 희생되는 것은 힘없는 서민들입니다. 현실판 정치와도 다를 바 없는 셈이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들

▲하지만, 돌연변이의 공격은 인류를 위협한다




2052年- 자원 전쟁, 원자력 혁명 '폴아웃'



자원이 고갈되고 있는 지구. 자원이 없는 대부분의 국가는 이미 파산했고 강대국 중심으로 인류는 본격적인 자원 전쟁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대체 에너지 기술 개발에 성공해 핵융합 등 '원자력'으로 모든 기술 자원을 대체합니다. 원자력 기술의 발달로 풀아웃 세계관에서는 반도체 등 IT 발전은 미미합니다. 핵무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때문에 반도체 기반의 기술은 언제든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죠.

미국은 이 기술로 인해 인해전술로 밀렸던 美·中 전쟁을 압도하기 시작합니다. '파워 아머'가 개발되면서 그 차이는 더 급격하게 벌어졌죠. 위기에 몰린 중국은 미국이 개발하던 생화학 무기를 발전시켜 자국의 무기로 사용합니다. 이로써 미국의 공격을 막아내는데 성공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이 항체 바이러스를 먼저 개발해버리죠. 이 항체 바이러스는 초인 병사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됩니다.

아무튼 당시 미국 정부는 걱정이 또 하나가 있었는데 바로 핵 전쟁 이후 인류의 미래였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류 자체가 멸망하리라는 사실이 자명했죠. 지하 대피시설 '볼트'로 대거 이주 계획을 발표한 정부는 이 볼트를 통해 정신적, 육체적인 실험을 계획하게 됩니다. 시리즈 최신작 '폴아웃4'에서 플레이어는 볼트 111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핵 전쟁으로 황폐해진 폴아웃 4의 장대한 세계로 여정을 떠납니다.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대표작답게 폴아웃 시리즈의 교훈은 비교적 명료합니다. 핵전쟁 이후 인류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죠.

▲핵전쟁에 대비해 미국은 국민들에게 방호시설 Vault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힘의 상징 '파워 아머'




2054年- 이것이 근미래 전쟁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



정부와 대테러 단체와 전쟁이 발발한 2054년. 특정 테러 단체가 5개 대륙 5개 원자력 발전소를 동시에 폭발시키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테러 집단의 강력한 공격에 국가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가 되죠. 정부군으로는 테러와의 전쟁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국가들은 세계 최대 민간 군사 기업인 '아틀라스(Atlas)'를 고용하게 됩니다.

정부의 힘을 등에 업은 '아틀라스'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테러 단체와 전투를 벌이며 힘을 키워 나갑니다. 하지만, 그 권력의 힘에 중독된 '아틀라스'는 정부 간섭조차 거부했고, 독자적인 노선을 걷게 되면서 갈등이 커지는데요. 이 내용이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주요 골자입니다.

세계관 자체가 그리 독특한 것은 아니지만 이 게임에서 주목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군인의 전투를 돕는 파워슈트와 전투 드론의 발전입니다. 현시대 드론 기술의 발전을 보면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병사의 전투력을 향상시켜주는 EXO 슈트

▲완전히 박살난 강남 테헤란로

▲정찰, 전투, 자폭까지 드론이 전투에 어디까지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화면




2077年- 킬러 사이보그가 판치는 세상 '사이버펑크 2077'



사이버펑크 2077은 현재 극비 프로젝트로 개발되고 있으며 공개된 정보도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관심도만큼은 최고죠. 지난해 '위쳐3'로 올해의 게임상(Goty)을 휩쓴 CD프로젝트 레드의 차기작이거든요. CD프로젝트 레드의 공동 설립자인 '마르신 이윈스키(Marcin Iwinski)'가 "2017년까지는 게임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공유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당분간 다른 정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티저 영상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은 초현대적 컨셉의 세계관이라는 것. 2077년, 인류는 인간형 사이보그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킬러 로봇을 제작해 악용하는 세력이 발생하죠. 또한, 중무장한 경찰 병력을 비롯해 대테러 전용 부대의 모습도 엿볼 수 있는데요. 인간형 안드로이드의 개발은 곧 AI의 탄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복제양 돌리를 보면서 복제인간 시대를 우려했듯 알파고를 보면서 인류를 멸망시킬 초인공지능의 탄생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겠죠.




2086年- 기억을 사고 판다 '리멤버 미'




인류의 기술 발달은 뇌 과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리멤버 미는 인간의 기억을 사고파는 거대 기업 '메모라이즈'와 이에 맞서 싸우는 집단 '에러 리스트'의 대립을 그린 게임입니다. 메모라이즈는 기억을 조정하는 장치인 '센센(SENSEN)'을 인간의 두뇌에 삽입해서 기억을 조정합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많은데요. 이런 기억을 지워서 스트레스를 막는 것이죠. 하지만 메모라이즈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간끼리 기억을 사고팔게 만들어 기억에 대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즉, 부자들은 일반 사람의 좋은 기억을 사서 행복함을 누리는 대신 가난한 사람은 자신의 행복했던 기억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고, 남은 안 좋은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죠.

또한, 이 사회에서는 센센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도 다수 존재하는데 게임 내에서는 거부반응에 의해 태어난 기형아들이 일반 사람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생각만해도 끔찍한 세상이네요.




2148年- 외계 문명의 힘으로 은하계로 진출한 인류 '매스 이펙트'



2148년 지구에서 보낸 화성 탐사대가 외계 유물을 발견합니다. 이 유물에서 얻은 지식은 외계 문명의 지식 일부에 지나지 않았으나 인류는 이 지식을 통해 우주 진출의 기회를 잡죠.

이후 인류는 명왕성까지 진출에 성공하고 탐사 도중 초광속 이동 경로인 매스 릴레이(Mass Relay)를 발견하게 됩니다. 매스 릴레이를 통해 은하계로 나간 인류는 다른 문명과 조우하면서 급격한 문명의 발전을 이룩하게 되는데, 이 외계 기술을 가리켜 은하계 문명들은 '매스 이펙트(Mass Effect)라 칭합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외계 문명 발견 후 인류도 우주로 진출할 만큼 과학 기술이 진보한다는 내용인데요. 이 무슨 황당한 설정이냐라고 묻는 분들도 있겠지만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유럽·러시아가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 지하 2km까지 채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저그'만 안 나오길 빌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