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팀 24시는 기자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글로 풀어보는 신규 코너입니다. 기사로는 쓸 수 없었던 취재 후기나 기자들의 취미활동, 관심 사항 등 자유로운 주제를 선정해 다룰 예정입니다.



혼자 하는 게임도 e스포츠를 해요?
[GAME] e스포츠의 두 가지 면, 경쟁과 공감

[글_ lubic 서동용] 저는 다양한 게임을 좋아합니다. PC, 모바일, 콘솔 게임까지 즐깁니다. 도타2는 플레이 3,000시간을 넘겼고요, 어제도 LoL 솔로 랭크를 다섯 판 넘게 한 것 같아요. 짬을 내서 안톤도 잡았네요. 최근에 빠졌던 게임은 엑스컴2와 폴아웃4입니다. 재밌더라고요.

근데 제가 일하는 분야가 e스포츠 쪽이다 보니, 게임을 할 때마다 '이 게임도 e스포츠화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자주 해요. 엑스컴으로 가정하면 누가 더 빨리 외계인을 전복하느냐 또는 게임이 끝날 때 보여주는 점수로 경쟁하면 꽤 재밌지 않겠냐는 거죠.

e스포츠는 두 가지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경쟁이고 둘은 공감입니다. 경쟁은 단어 뜻 그대로 서로 이기려고 다투는 것입니다. 이건 롤챔스나 스타리그를 찾을 필요도 없이, 아무 스포츠 채널을 켜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그 노력의 결실을 그들의 행위에서 찾을 때 우리는 쾌감을 느낍니다.

두 번째 면인 공감은 선수의 멋진 플레이를 보고 나서 LoL을 켜게 만드는 원동력이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같은 도구를 가진 사람이 한 차원 높은 플레이를 보여줄 때 나도 따라 하고 싶은 욕구를 들게 합니다. 'Faker' 이상혁의 제드가 'Ryu' 류상욱의 제드를 제압한 2013년 여름 그때, 제드의 구매율이 급등했다는 소문은 단지 뜬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만약 엑스컴과 폴아웃 같은 게임으로 e스포츠를 한다면 첫 번째 면인 경쟁은 부각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면인 공감은 훨씬 커져서 대회가 아닌 축제의 느낌을 주게 합니다. 외국에서는 이런 대회들이 있어요. 대표적인 대회인 GDQ(gamesdonequick)는 게임을 가장 빨리 클리어하는 사람이 그 게임의 챔피언이 됩니다. 게임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테트리스, 록맨, 포켓몬스터같이 고전 게임부터 위쳐3, 저스트 코즈3같이 최신 게임도 있어요.

플레이어는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 게임을 시작합니다. 주위의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서 있거나 플레이어 옆에 앉아요. 부스도 없고, 방음 헤드셋도 없으며, 대진표, 승점도 없어요.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은 꼭 보세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경쟁적인 e스포츠 말고 e스포츠의 다른 면이 있다는 걸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한국에도 이런 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던전 크롤 종목이 있다면 꼭 참가할 거예요.





"오, 나 뭔가 진짜 기자 같아!"
[GAME] 막내 기자의 첫 해외 취재기

[글_ Frann 김규만] 여느 때와 같이 출근을 한 지난 3월 초, 정말 뜻하지도 않던 해외 출장 기회가 제게 찾아왔습니다. 워게이밍에서 주최하는 'AC1 전차 복원 기념 호주 프레스투어' 행사였는데, 일정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GDC와 겹쳐서 막내 기자인 제게도 해외 취재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큰 행사는 아니었지만, 해외 취재를 처음 나가는 저로서는 정말 긴장이 됐습니다. 경험이 많은 선배와 함께 가는 것도 아니었기에 '뭐 하나 실수라도 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섰고, 영어로 인터뷰를 진행해본 적도 없어서 더 걱정이 되었죠. 게다가 통역이 없다니, 어휴...

그렇게 해외 취재를 위한 준비를 하다 보니 출국일이 찾아왔고, 목적지인 호주 케언즈까지는 자그마치 23시간이 걸렸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싱가폴로, 싱가폴에서 브리즈번으로, 브리즈번에서 케언즈로... 세 번의 비행기 이륙과 네 번의 기내식을 경험하고 나니 목적지인 케언즈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제 생애 이렇게 기내식을 많이 먹어본 하루는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싶네요.

케언즈에 도착한 것은 화요일 오후, 행사는 수요일이었기 때문에 동네를 구경할 시간은 오늘밖에 없었습니다. 여름옷으로 서둘러 갈아입고, 준비해온 삼선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향했습니다. 호주 북부 해안에 위치한 휴양지답게 호텔에서 몇걸음만 걸어가면 바다가 펼쳐져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몇 걸음만에 제 삼선 슬리퍼가 끊어져 근처 기념품점에서 호주 국기가 그려진 슬리퍼를 새로 사야 했습니다.

수요일 행사는 생각보다 늦은 시간에 시작했고, 오전에 있던 일정이라고는 아시아 매체 기자들과 함께 점심 식사하기, 케언즈 시티 센터 둘러보기가 다였습니다. 제 마음속에 죄책감이 쌓이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습니다. 선배 기자들처럼 에너지 드링크로 밤을 지새우게 될 모습만 상상해 왔는데 시티 투어라니?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나' 하는 걱정이 뭉게뭉게 피어올랐습니다.

그렇게 느지막이 오후 6시가 돼서야 프레스 투어의 정식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그러자, 어제까지만 해도 하하 호호 즐기던 사람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유쾌하게 농담을 던지던 군사 전문가도, 대만에서 온 기자들과 호주 현지의 기자들 모두 진지하게 취재에 임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걸 배웠죠. 저도 한국을 대표해 참석한 기자로서, 알 수 없는 사명감(?)과 함께 인터뷰에 집중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행사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통역 없이도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후 인터뷰 내용을 기사로 작성하기 위해서는 꼭 녹음을 해야 했습니다. 인터뷰이와 눈 마주쳐가면서 영어로 대화하고, 답변 내용은 한글로 받아 적느라 진땀 나는 시간이 이어졌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뿌듯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인터뷰가 마무리되자 박물관 관계자는 전차에 탑승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대만 및 일본에서 온 기자들과 함께 T-72 전차에 올라타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10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다음날 아침 9시면 다시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에너지 드링크를 샀습니다. '오 나 뭔가 진짜 기자 같아!'같은 이상한 뿌듯함을 가지고 호텔에서 인터뷰를 정리하기 시작했죠. 그제서야 뭔가 출장 온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p.s 새벽 3시 쯤, 대만 기자로부터 "대만 컵라면 한번 먹어볼래?" 하고 페이스북 메세지가 왔습니다. 언제 이런 컵라면을 먹어보겠냐 싶어 그렇다고 대답은 했지만, 답례로 줄만한 게 마땅히 없어서 미안했네요. 앞으로는 이럴 때를 대비해 인사동에서 뭐라도 사서 해외 취재를 다녀야겠습니다. 아, 컵라면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저는 아재가 아니에요
[GAME] 그냥 편하고 싶을 뿐이에요


[글_ Valp 이현수] 1985년생. 우리 나이로 32살. 개인적으로 아직은 '아저씨'라고 불리기에는 조금 이른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주위 기자들은 저를 '아재'라고 부릅니다.

가끔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삐라'를 주워 경찰서나 동사무소 가져다주면 '조달청'마크가 찍혀있는 30cm 자를 받았다고 하면 민주화 시대를 겪은 사람 취급을 받지 않나 '하늘 사랑', '버디버디', '프리챌'을 언급하면 PC 통신 시대로 오해받곤 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쳐도 '자동전투'에 관한 사견을 이야기하면 십중팔구 '아재요'소리가 나옵니다. 전 일단 자동 전투가 없는 모바일게임은 쳐다도 보지 않습니다. 디바이스상의 한계와 UI 등등등의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귀찮기 때문입니다.

이는 PC나 콘솔도 마찬가집니다. '디아블로3' 새 시즌이 열리면 '죽음의 숨결' 모으는 게 너무나 귀찮아 제발 자동전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곤 합니다. 인 앱 결제가 있으면 더 좋고요.

또 섬세한 컨트롤을 해야만 하는 게임도 싫어합니다. 그래서 턴 방식 게임을 선호합니다. 작년에 가장 많이 즐긴 게임이 'FM 2015'와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인데 둘 다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거든요. 맥주 한 잔 하면서 천천히 한 수 한 수를 고민하는 게임을 오랫동안 즐겼죠. 아니면 예전 '툼레이더'처럼 화끈하거나요. 모바일 게임 같은 경우 거의 완전히 자동으로 진행되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제가 하는게 아니라 폰이 하는 매니지먼트 처럼요.

그런데 미세한 컨트롤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화끈한 일러스트가 있으면서, 아이템 혹은 지갑으로 시간을 단축하는 게임을 '아재 게임'이라고 부르더군요. 현재 인터넷상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되고 있고요.

게임은 지극히도, 당연하게도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는 '기호'물품이자 행동입니다. 시간을 줄이고자 인 앱 결제를 이용하는 것도 취향이고, 별 컨트롤이 없는 게임을 좋아하는 것도 기호입니다. 그런데 이런 게임을 좋아할 뿐인데 어느 순간인가 '겜알못 아재'가 되어버렸더군요.

뭐 크게 개의치는 않습니다. '영웅본색'에서 주윤발이 "신을 믿느냐고? 내가 바로 신이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제 취향대로 계속 즐길 겁니다.





클래시 로얄과 모바일 e스포츠의 부흥
[GAME] 클래시 로얄은 국내에서 모바일 e스포츠로 성공할 수 있을까

[글_ Rakii 이동연] 스타크래프트부터 시작해 현재의 리그오브레전드까지. PC 플랫폼으로 플레이 가능한 많은 게임이 대한민국 e스포츠에서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e스포츠로 시선을 돌려보면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모바일 e스포츠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많은 국내·외 게임사가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둔 게임은 없습니다.

작년에 그나마 가능성을 보여준 게임은 '베인글로리'와 '난투' 두 게임이 있습니다. 두 게임 모두 해외에서 성공적인 모바일 e스포츠의 흥행을 이끌었던 게임으로, 해외 흥행의 기세를 이어 대한민국에 진출해 국내 모바일 e스포츠의 부흥을 이끌고자 했죠.

그러나 아쉽게도 두 게임 모두 국내 흥행에 실패하는 바람에 '난투'는 흐지부지되어버렸고, '베인글로리'는 꾸준히 리그를 개최하고 있지만, 호응도는 그다지 크지 않은 상태입니다.

e스포츠로 성공하기 위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바로 '재미'와 '게임사의 의지' 두 가지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흥행과 팬은 저절로 따라오며, 이스포츠 대회를 원활하게 이끌기 위한 게임 밸런스 및 세부 사항을 게임사에서 지속적으로 조절해줘야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3월 2일 출시한 슈퍼셀의 네 번째 게임 '클래시 로얄'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췄습니다. 우선 게임이 정말 재밌습니다. 실시간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1:1 승부에서 짧지만 숨 가쁘게 진행되는 한 판. 그곳에서 펼쳐지는 고도의 심리전 및 다양한 전략은 플레이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도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게임사의 의지' 부분도 현재로서는 문제없습니다. 이스포츠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부분은 공정성인데요. 슈퍼셀에서는 게임 내 친선경기를 진행할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카드 레벨을 고정하는 패치를 진행. 카드 레벨의 유불리함이 없이 실력으로만 승부를 겨룰 수 있게 패치를 진행했습니다. 대회를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또한, 다른 게임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따라 하듯, 랭커들의 리플레이를 볼 수 있는 'TV 로얄'이라는 콘텐츠를 게임 내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보는 재미도 충족시키면서 사람들이 랭커들의 플레이를 따라 할 수 있는 기반도 갖춰져 있습니다.

이 같은 근거를 통해 클래시 로얄이 국내 모바일 e스포츠의 부흥을 이끌 수 있을만한 게임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클래시 로얄을 해보신 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