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MMORPG, '바람의나라'가 서비스 20주년을 맞는 해다. 20년 전 세상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인터넷이 지금처럼 보급되지 않아 온라인 게임은 더더욱 생소했고, 잘못 인터넷을 했다가는 전화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던 시대였다.

한 게임을 오래 서비스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이 오래될수록 신규 유저를 확보하는 데도 한계가 생기며, 기존 유저를 붙잡아 두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도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는 '바람의나라'에는 뭔가 배울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진행된 NDC 2016을 통해, 바람의나라가 지금까지도 서비스를 계속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강단에 오른 넥슨의 박웅석 바람의나라 프로젝트 디렉터는 지난 20년간의 추억을 돌아볼 수 있는 사진들과 함께 강연을 시작했다.


▲박웅석 바람의나라 프로젝트 디렉터


■ 기억 속 '바람의나라'

▲ 가장 많은 이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인트로 화면

본격적인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박웅석 디렉터는 20년 동안 바람의나라가 서비스되면서 많은 유저들의 기억에 남은 다양한 모습을 공유했다.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은 시절, 바람의나라를 하기 위해 들어야만 했던 모뎀 소리, 1996년도에 처음 사용되었던 인트로 화면과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로딩 스크린 등이 스크린에 펼쳐졌다.

"로딩맵이 존재해야만 했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람의나라 초기 단계에서 유저들이 한 구역을 이동할 때, 예를 들면 1서버에서 2서버로 로컬 서버를 이동하게 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이 중간에 잠시 캐릭터가 '가상계'라는 맵에 머물게 되는데, '가상계'에 머물다가 다음 서버로 이동하게 되는 형태였죠. 그 때문에 유저들은 '로딩맵을 봐야만 했습니다"

추억 속 바람의나라의 모습이 한동안 이어진 이후, 박웅석 디렉터는 바람의나라 20주년인 올해를 맞아 탄생한 미공개 일러스트 및 BI를 공개했다.





■ 바람의나라 BIG 6


이어서 그는 바람의나라 서비스 이후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여섯 가지를 선정해 이야기를 진행했다.

첫 번째 이슈로 그는 정액 요금제에서 부분유료화로 전환했던 사건을 꼽았다. 그동안 정착되어 있던 요금제를 개편할 때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었다고 그는 설명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분유료화를)정착시켰고 지금까지 진행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금제와 관련해서 레벨 5까지만 무료였던 시절, 게임을 즐기기 위해 몇번이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던 사람들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로 그는 '서버 통합'을 이야기했다. 서비스를 계속해오면서, 유저들이 원활하게 플레이하기에는 인원이 부족한 서버가 생길 수밖에 없었고, 개발 의도에 맞춰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로 서버의 수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세 번째로 그는 3D 애니메이션을 도입할 당시를 언급했다. "색다른 변화를 찾기 위해 최신 기술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고 설명한 그는 오히려 이런 시도를 할 당시에 유저들로부터 가장 욕을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당시 공개했던 인트로는 유저들로부터 창피하다는 이야기를 너무 들어서 어쩔 수 없이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그 외에도 스킬 이펙트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해 지금도 변화를 주려고 노력중이라고 설명했다.

네 번째로는 바람의나라 15주년에 등장한 '천인'이라는 신규 캐릭터에 대한 개발 비화를 꼽았다. 그는 '천인'의 개발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개발을 계속할수록 더 높은 퀄리티를 내기 위해 고민하고, 완성도를 갖춰 나가기 위해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다섯 번째로는 기네스북에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MMORPG'로 등재된 사실을 꼽았다. 게임이 지금도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이 기록은 지금도 계속 갱신중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넥슨 컴퓨터박물관에 전시된 1996년 버전 바람의나라 복각판을 만들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당시 데이터가 100% 보존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1996년 당시 게임 잡지 부록으로 나눠주던 바람의나라 버전과 비교해가며 복각을 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 3D 애니메이션 도입 당시 유저들이 창피해(?) 했던 로고



■ 바람의나라 스킨십 - 유저들과의 '공격적인 소통'


이어 박웅석 디렉터는 지금까지 바람의나라를 라이브서비스 하면서 느낀 점과 함께, 앞으로 바람의나라가 지향하는 유저들과의 '공격적인' 소통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공격적'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해석이 될 여지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공격적인 소통'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바람의나라는 2003년, 그래픽 리뉴얼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게임의 전체적인 컬러 톤, 도트 등 거의 모든 게 바뀌었던 적이 있었죠. 당시엔 정말 호불호가 많이 갈렸습니다. "내가 알던 바람의나라가 아니다", "너무 유치해 보인다"는 등의 비판도 많이 받았고요. 하지만, 반대로 게임이 더 산뜻해졌다거나, 쾌적해 보인다는 칭찬도 들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치지 않고 계속 리뉴얼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라이브서비스를 계속하면서 항상 좋은 결과가 있을 수는 없다고 덧붙이며, 결과를 떠나 유저와 진정으로 호흡하는 서비스에 대해 강조했다. 세계관에 맞춰 틀에 벗어나지 않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유저들과 함께 성장하고 발맞춰 나가는 것이 진정한 MMORPG가 아닐까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더불어 그는 "혹시 팬사이트나 버그리포팅, 자유게시판 등 '수동적'인 방법으로 유저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 "바람의 나라, 아직도 서비스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30년을 더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웅석 디렉터는 강연의 주제에 대해 간략하게 말하며, 이어 청중들을 향해 10초 간 서로 인사하고 악수를 나눠보라고 권했다. 이후 그는 유저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런 유저들의 다양한 이탈 포인트를 막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고 설명하며, "그래도 이러한 고민이 한 번이라도 들어갈 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고 설명했다.

"방금 옆자리 분들과 인사하는데도 이렇게 쑥스러운데 유저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요? 유저분들과 스킨십을 갖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임을 서비스하는 분들은 유저들의 이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실 거 같습니다. 유저들은 어떤 때 이탈을 할까요? 오늘따라 기분이 우울해서, 또는 PK를 당해서, 캐시 아이템을 샀는데 별로 안 이뻐서 등... 유저들의 이탈 포인트는 정말 다양합니다. "

그는 끝으로 게임을 서비스해가면서 다양한 콘텐츠와 내용을 어필하게 되지만, 유저들과 진정으로 호흡하면서 성장하는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유저들은 순간순간의 느낌을 기억하고, 또 그 기억을 기억합니다. 그 기억은 콘텐츠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정말 다양하고 작은 서비스에도 크게 감응하죠. 게임을 오래 개발하다 보면 그 중심을 잃기가 쉽고, 생각의 한계가 올 수 있습니다. 그럴수록 소통도 소극적으로 변할 수 있죠. 너무 틀에 얽매이지 말고 더 큰 그림을 함께 그려보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