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나이츠의 영웅들은 각자 자신만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소위 말하는 '한물간 영웅' 취급을 받을지라도 한 때는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각자 장단점을 가지고 있었고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몇 가지 확보하기도 했다.

신규 영웅들이 여럿 추가된 지금. 개발사는 현재 추세에 맞지 않거나 관심을 받지 못한 영웅들을 대상으로 리메이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일부 영웅들을 대상으로 리메이크를 진행하며 새로운 사용처를 만들려는 목적이다. 이를 위해 유저들에게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고, 결과물로 게임 내에 적용된 영웅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영웅들이 리메이크 리스트에 포함됐으며,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는가? '최근 리메이크 된' 혹은 '언젠가' 리메이크가 될 가능성이 보이는 영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가능성을 그려봤다.



■ "이제 흘러간 캐릭터가 아니지 말입니다." - '각성 에반'

시즌 2와 함께 등장한 '각성 에반'은 세븐나이츠에 처음으로 등장한 각성 영웅 중 한 명이다. 2015년 7월 23일 카린 / 아리엘 / 스니퍼와 함께 게임에 추가됐으며 2,000만큼의 고정 대미지와 함께 아군의 체력을 회복하는 탱커로 설계됐었다.

출시 당시에는 '꽤나 단단한' 탱킹 능력과 힐을 통한 아군 보호로 사랑받았다. 루디의 리메이크가 진행되기 전이었으므로, 루디를 대체하여 방덱의 코어 영웅으로 기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각성 에반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관통 고정 대미지'를 가진 발리스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에반이 떠오른 지 약 3주 만의 일이다.

▲ 여러모로 후유증을 불러온 캐릭터랄까?

같은 고정 대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할지라도 '관통'이 없었기에 너무나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패시브로 발동되는 발리스타의 관통 대미지는 에반의 입지를 흔들기 충분했다. 당시 메타는 관통 대미지를 누가 먼저 발동하는가에 따라서 승패가 결정되는 일이 강했다. 방덱에서도 발리스타가 기용되기 시작했으며, 탱커의 비중보다는 발리스타의 비중이 더욱 컸다고 할 수 있다.

이즈음부터 희미해진 에반의 존재감은 '각성 리'의 출시에 이르러 명운을 다한다. '가장 방어력이 높은 대상의 체력을 1로 만들어버리는' 효과는 탱커들에게는 공포이자 천적으로 다가왔다. 각성 리의 패도멸악권은 거의 에반에게 적중했으며, 더는 아군을 지켜줄 수 있는 존재가 되지 못했다.

▲ 패.도.멸.악.권.

메타에 밀려 사라진 뒤에는 세븐나이츠의 초월 확장 등이 업데이트되면서 완전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초기 각성 영웅이었던 만큼, 후속 캐릭터들과는 비교우위를 갖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년 4월 7일 업데이트를 통해 리메이크가 적용되며 딜탱으로써의 면모를 확실히 갖추게 됐다.

공격 스킬의 계수가 증가하고 '체력 비례 피해'와 '관통'이 적용되어 적에게 줄 수 있는 피해가 증가했다. 고정 피해만 주던 각성 스킬에도 공격력 계수가 붙어 대미지가 크게 늘었다. 여기에 3000 만큼의 보호막과 상태 이상 반사를 갖춰 생존력도 향상했으며, 반사 대미지까지 줄 수 있도록 변했다. 여러모로 큰 변화를 맞이한 셈이다.

방어형임에도 대미지가 나온다는 특징은 각성 에반만이 가진 장점으로 승화됐다. 루디와 차별점을 두지 못했던 과거를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을 갖추는 데에 성공했다. 리메이크가 적용된 뒤부터 에반은 루디의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방덱에서 자신의 위력을 뽐내고 있다.

▲ 방어형의 정점이었던 '루디'와 차별화를 이뤄낸 리메이크라 평할 수 있다.


■ "리메이크는 일단 확정. 그러나 약간...?" - '카르마'

푸른 머리가 매력적인 구 사황 '카르마'. 그는 여타 구사황들보다 낮은 존재감, 차별점 없는 스킬 구성과 성능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같은 구사황인 태오, 카일, 연희와 비교하자면 별다른 특징도 성능도 보여주지 못한다. 즉, '카르마'라고 하면 즉각 떠오르는 것이 별로 없다고 하겠다.

리메이크 이전에는 '확정 막기'로 개성을 부여하려 했지만, 관통 고정 대미지가 유행하며 인벤토리 구석으로 자리를 비켜야만 했다. 고정 대미지를 버텨낼 수 있는 생존력이 부족했으니 말이다. 9월 마지막 주에 이르러 첫 번째 리메이크가 진행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애매하고 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그저 그런 버퍼형 영웅으로 취급됐다고나 할까...?

스킬들의 대미지가 증가하고 쿨타임이 줄었지만 '대체재'가 너무도 많았던 것이 문제였다. 무과금 유저들은 고초월 제이브를 사용하는 편이 더 나았고, 사황 선택권 등에서 린을 수급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는 결국, 레이드를 제외하면 별다른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말과 같다.

게다가 각성 델론즈가 등장하며 완전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피해량 증가 버프를 주던 델론즈가 각성을 맞이하며 '빠른 속공 / 큰 피해량 / 상향된 버프'를 가지게 된 탓이다. 가뜩이나 속공이 중요해지던 시점이었기에 카르마를 사용하느니 각성 델론즈를 평성하는 것이 높은 승률을 보였다. 개발자 노트의 말마따나, '상대적으로 그 위용을 잃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 각성 델론즈의 등장으로 확실히 실업자 신세.

뒤이어 마지막 구 사황 연희까지 추가되면서 카르마는 또 한번의 리메이크를 거치게 됐다. 아직 게임 내에 적용된 것은 아니지만 4월 26일에 게시된 개발자 노트를 통해 초안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패시브가 '피해량 + 마법력 50% 증가'로 변경되어 팀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또한, 스킬들의 대미지가 조정되고 일정 스킬에는 치명타가 적용된다. 마법덱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버퍼이자 서브 딜러 정도의 정체성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발목을 잡았던 속공이 상승될 예정임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거쳤음에도 '다시 사용할만한 수준으로 올라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일단 마법력 증가 패시브가 린과 중복될 것이므로 버퍼로써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여기에 턴감소 스킬인 '절망의 폭풍'은 대미지가 감소하고 쿨타임이 증가할 예정인지라, 사실상 너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마법형도 아니니 연희와 유리의 조건부 패시브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대로 적용되면 '전과 다름 없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적어도 증폭은 되어야 낮은 속공을 감수하고 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니 속단하기는 이른 시점. 적절한 리메이크로 다시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 카르마가 절규를 하는 모습이라 전해진다.



■ "여기 사람이 있어요 " - '각성 스니퍼'

스니퍼는 각성 이전과 이후 '여전히 성능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영웅이다. 게임 서비스 초반에야 스니퍼가 보진 딜러로 활약했다고는 하나, 신규 캐릭터의 출시가 이어지며 유저들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스니퍼를 대신할 수 있는 영웅들은 차고 넘치며 '여기에 각성 조각을 투자할 바에 다른 곳에 하는게 낫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영웅 리메이크 투표에서도 선택률 12.2%를 기록하며, 각성 아리엘과 함께 하위권에 자리했다. 각성 스니퍼의 문제는 '모든 스킬들이 하위 호환에 가깝다는 것'과 '그래서 육성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성능이 좋지 못해 사용하는 사람이 없으므로, 투표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 꼴찌가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까?

심지어 '각성 스킬'이 다른 영웅들의 사용 스킬보다 좋지 못하다. 적군 3명의 현재 생명력을 1로 만드는 효과는 각성 스니퍼에게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추후 등장한 '각성 리'와 '노호'는 해당 효과를 무려 사용 스킬로 지니고 있다.

게이지를 채워야 발동할 수 있는 각성스킬과 쿨타임만 지나면 쓸 수 있는 사용스킬의 비교 결과는 뻔하다. 타겟 수가 많다고 할지라도 1회용으로 끝나는 것보다는 자주 사용하는 편이 아군에게 이득이니 말이다. 같은 각성 조각을 소모한다면 당연히 '각성 리'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뒤이어 진행된 투표에서도 5,336표를 얻으며 '꼴찌 직전'을 달성했으니, 각성 스니퍼의 리메이크는 여전히 요원하다. 각성 조각을 소모하며 스니퍼를 육성한 이들에게도 사용 방향을 찾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아. 뭐... 연출은 괜찮았었다. 신선했어.



■ "마덱이 뜨니까.. 나..나도?" - '각성 아리엘'

각성 아리엘도 스니퍼와 마찬가지로 '잊혀진 각성 영웅'이다. 처해있는 상황도 유사하고 대체할 수 있는 영웅들이 많다는 것까지 같다. 굳이 차이점을 따지자면 각성 스니퍼보다는 쓸 곳이 있다는 정도랄까? 아군 전체의 치명타 확률을 증가시키거나 실명을 거는 등, 준수한 스킬 구성임에도 막상 쓰려고하면 애매한 느낌이 강하다.

이는 '비슷하되 효과가 좀 더 좋은 영웅'들이 많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치명타 확률 증가를 패시브는 '각성 루리'가 등장하면서 의미를 잃었고, 턴 제한이 있는 무효화 5회는 턴감소 캐릭터가 즐비한 현 시점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 매력적인데 특이점은 없달까?

하지만 조금만 손을 보면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패시브로 아군 치명타 50% 증가, 실명 / 이로운 버프 제거를 가지고 있는 사용 스킬들. 그리고 아군 재사용 시간 초기화 + 적군 재사용 시간 30초 증가라는 스킬 구성은 조금만 조정하면 지금에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마침 마덱이 부상하는 시점이기에 아리엘의 리메이크를 요청하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 마덱에서 치명타 확률을 올려주는 '각성 라이언'과는 다른 가치와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취급은 받지 않으리란 의견이다. 앞으로 마덱 위주로 메타가 흘러간다면 리메이크 순위권에 안착할 날이 오지 않을까?

▲ 마덱이 흥하니 언젠가는....



■ "아니야 나도 있어." - '각성 실비아'

위의 두 영웅들과는 다르게 '각성 실비아'는 한 시대를 풍미했다. 강력한 대미지와 디버프로 극딜덱의 시대를 이끌기도 했으며, 불사라는 변수로 승리를 따내는 일도 잦았다. 방어력을 깎는 디버퍼 '에이스'보다 속공이 높았으므로 '빠르고, 강하게' 승부하는 극딜덱에게는 안성 맞춤인 영웅이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뿐. 불사 캐릭터들에게는 악몽인 '각성 챈슬러'와 '카일'이 등장하며 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극단적으로 공격에 치중한 실비아는 더이상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에이스마저 더블 디버프로 재설계되며 성능면에서도 한참 뒤쳐졌다.

▲ 결투장에서 불사는 크게 장점이 없는 시대라고 해야할까?

스킬 구성을 살펴보면 나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손에 꼽는 디버퍼이자 딜러로써의 위치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높은 대미지 하나만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이로운 버프제거에 너무나도 취약하다는 점. 그렇다고 마법형 불사라는 컨셉을 바꾸기는 어려워보인다.

따라서 리메이크를 하는 데에는 애로사항이 있다. 캐릭터의 컨셉트와 장점을 포기하면서까지 리메이크를 해야할 필요가 있을까란 반론이 가능하기 때문. 콘셉트부터 스킬 구성까지 변경하지 않으면 주목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첫 투표에서 22.5%라는 적지 않은 유저가 각성 실비아의 리메이크를 원했음에도 2차 투표에서 빠진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한다. 다만, 직접적인 조정보다는 다른 영웅과의 시너지를 노려볼 기회는 남아 있다. 성능이 떨어지는 편이 아니므로 개발사의 적절한 조정과 업데이트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 일단 기본적인 능력은 충분한 편. 언젠가는 빛을 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