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라면 '방탈출' 이라는 단어를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처음엔 특정 게임들의 별명같이 쓰이던 이 신조어는 어느새 일종의 장르를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고, '방탈출 '하면 떠올리는 일종의 클리셰들이 있을 만큼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방탈출이란 말은 이제 게임 속의 무엇을 가리키는 것에서 더 확대되어, 특유의 놀이를 지칭하게 됐다. 요즘 사람들은 정말로 밀폐되어 있고, 탈출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트릭을 돌파해야 하는 방 안에서 하는 두뇌 싸움을 현실에서 즐기고 있다. 참 어찌 보면 묘한 취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거기서 오는 스릴은 확실하단 증거가 아닐까.


손노리에서 시작해 이제는 로이 게임즈가 이어나가고 있는 한국 대표 공포 게임 프랜차이즈 '화이트데이'를 컨셉으로 한 방탈출 카페가 만들어진다고 할 때 느낌은 반신반의였다. 사실 기자는 방탈출이라는 문화를 제법 여러 번 경험해 본 쪽이다. 대략 8개 정도 될까. 그럼에도 아직은 마니아 위주의 취미인 만큼, 공포 게임과 방탈출이라는 두 가지 마니아 취미가 결합하면 과연 어떨까 하는 우려와 기대가 같이 들었다.

▲ 비트포비아 오현정 이사(좌)와 로이게임즈 전명진 이사(우)

로이게임즈와 비트포비아의 배려로, 오는 27일 첫 문을 여는 '화이트데이' 방탈출을 한발 먼저 테스트해볼 수 있었다. 어땠는가 하는 것을 방탈출 카페라는 특성상 자세히 적을 수 없으니, 그 소감은 장님 코끼리 만지듯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방탈출 카페' 란?


'방탈출 카페'는 밀실 안에서 주어진 힌트를 토대로 숨겨진 퀴즈를 풀어 다양한 트릭을 극복하고 방을 탈출하는 컨셉의 어트렉션이다. 보통 1시간의 제한 시간 내에 정해진 구성으로 짜인 방 하나를 탈출하게 된다. 퀴즈의 구성은 간단한 자물쇠에서 기계의 힘으로 움직이는 비밀 벽까지 다양한 편이며, 자체적인 컨셉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트포비아는 2007년 헝가리에서 시작, 국내에는 '화이트데이' 방탈출이 있는 신논현 지점까지 총 8개의 지점을 가진 방탈출 카페다. 비트포비아는 약 30종 이상의 테마를 지닌 방탈출을 운영하고 있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화이트데이' 테마의 방탈출 2종을 비롯 총 6종의 방탈출이 준비되어 있는 비트포비아 신논현점은 오는 27일(금)에 오픈하며, 27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 '화이트데이' 방탈출, 그 소감


'화이트데이' 테마의 방탈출은 2종이 준비되어 있었다. 각각 구관과 신관으로 구분했는데, 2개씩 방이 준비되어 있어 총 4개의 방에서 각각 최대 5명까지 4개 그룹이 플레이할 수 있었다. 기자는 4명씩 그룹을 이뤄서 2개의 방의 모든 트릭을 깨고 탈출에 성공했다.

우선 무엇보다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화이트데이' 라는 공포 게임의 테마답게,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방탈출 이라는 틀 안에서 적절하게 버무려 내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트릭을 열심히 풀다 가도 오싹한 느낌에 자물쇠를 돌리던 손이 절로 멈추는 경우를 종종 겪었다.


정확히 어떤 트릭이 있었는지를 말하기는 아무래도 곤란하다. 모든 방탈출 게임들은 아주 사소한 스포일러 만으로도 게임의 재미가 크게 반감되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미루어 볼 때, 몇몇 방탈출 카페의 아쉬운 점들이 이 '화이트데이' 방탈출에서는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를테면, 그동안 경험해 본 여러 방탈출 카페들 중 몇 곳은 별다른 트릭 없이 오직 자물쇠와 비밀번호를 위한 수식 퀴즈만으로 도배되어 있었고, 또 어떤 곳은 조잡한 인테리어와 구성으로 도무지 몰입이 되지 않던 경우도 있었다. 그런 방탈출 카페들은 비록 클리어를 하더라도 우선적으로 그 가격에 대해서 '이게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재미인가' 라는 의문을 들게 했다. 각각의 방탈출 카페의 퀄리티 컨트롤이 잘 안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비트포비아가 준비한 '화이트데이' 방탈출은 그런 곳에 비해서 확실히 비교할 수 없이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다.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훌륭했으며, 단서와 단서가 아닌 것의 구분도 때론 명확하고, 때론 불분명한 정도를 유지했다. 트릭의 다양성도 좋았다. 다양한 방탈출과 많은 지점을 보유한 노하우 덕분이 아닐까. 또 공포 컨셉과 학교라는 곳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에 시각적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점도 좋았다.

또한, 기존의 방탈출 카페에서 종종 트릭이 재미 없어지는 원인 중 하나였던 과도한 수식 및 계산 퀴즈들도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배제되어 있어서, 한두 가지의 퀴즈에만 오래 시간을 투자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난관을 동시에 헤쳐 나가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비디오 게임의 시초가 현실의 스포츠나 보드 게임, TRPG 등을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하던 것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그 비디오 게임이 현실의 게임으로서 나타난 것은 꽤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방탈출 카페는 비디오 게임과 현실의 놀이 양쪽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취미를 잘이어줄 수 있는 문화 중 하나다.

테스트 플레이를 마친 후, 이런 높은 수준의 완성도만 보장된다면 비단 '화이트데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게임 프랜차이즈가 방탈출 카페에 접목될 수 있고 좋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 정도를 말하자면, 기존의 방탈출 카페 경험자라면 필수로 플레이해야 하며, 만약 방탈출을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룸을 한두 개 정도 경험하고 나서 해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관심 있는 게임 마니아라면 한 번 이 취미에 발들여보는 것은 어떨까.





▲ 사전 주의사항을 안내받고 있는 기자 체험단


▲ 탈출에 성공할 경우 기념 팔찌를 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