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얼마나 가슴 떨리는 단어일까요? 매번 머릿 속으로 데뷔하는 모습을 그려왔지만, 정작 데뷔전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는 많지 않습니다. 처음으로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을 알려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죠. 심지어 청심환의 힘을 빌리는 선수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 데뷔전부터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알린 선수가 있습니다. 진에어 그린윙스의 새로운 미드 라이너 '블랑' 진성민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미 팀에는 '쿠잔' 이성혁이라는 걸출한 미드 라이너가 자리잡고 있어 꽤 오랫동안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진성민. 그는 지난 5월 28일 열렸던 롤챔스에서 롱주 게이밍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고, 꿀맛 같은 승리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이제는 꽤 익숙해진 일산. 진에어 그린윙스 등 다양한 게임단의 숙소가 위치한 곳이죠. 이번에는 패기의 신인 '블랑' 진성민을 만나기 위해 찾아갔습니다. 그와 함께 나눈 다양한 이야기. 궁금하시죠?


Q. 반갑습니다. 팬들에게 인사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미드 라이너 역할을 맡고 있는 '블랑' 진성민입니다. 얼마 전에 진행됐던 데뷔전을 두고 팬들의 반응이 '핫'하더라고요. 많은 관심에 감사합니다.


Q. 진에어 그린윙스에 합류한 계기가 궁금한데요?

작년 11월에 팀에 합류했어요. 동네 친구인 '파일럿' 나우형의 영향으로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우고 있었죠. 둘이서 같이 연습하다가 (나)우형이가 먼저 데뷔하더라고요. 저는 공부 쪽으로 잠시 외도를 하다가 (나)우형이의 권유에 혹 해서 진에어 그린윙스 입단 테스트를 보게 됐어요.

당시에 제가 챌린저 티어 1,000 포인트 쯤이었어요. 입단 테스트에서 '쿠잔' (이)성혁이랑 라인전을 하게 됐는데, 제가 솔로킬도 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어요. 그래서 팀에 합류하게 됐죠. 절대 낙하산이 아닙니다, 여러분(웃음).


Q. 로스터에 등록됐지만, 오랫동안 출전하지 못했어요.

제가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출전 못하는 것에 대해서 아쉬움이 컸어요. 그런데 우리 팀이 스프링 시즌에 4위를 했는데, 그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가 (이)성혁이가 잘했기 때문이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성혁이가 출전하는 것이 당연했던 것 같아요.


Q. 승리 후에 단체 사진 찍을 때 항상 가운데 자리를 독차지하더라고요. 이유가 있나요?

제가 팀에서 키가 정말 작은 편이에요. 그래서 일단 앞자리에 서죠. 가운데 자리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아직도 제가 왜 가운데에 서게 됐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은근히 부담됐어요.



Q. 출전 기회는 잡지 못했지만, 솔로랭크 1위를 꽤 오래 유지했었죠?

스프링 시즌에 출전하지 못해서 내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솔로랭크 성적 밖에 없었어요. 정말 열심히 했어요. 솔로랭크에서 좋은 결과를 내서 출전 기회를 얻고 싶었죠. 그러다가 1위를 찍었을 때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어요. 모든 일이 자신감이 생겼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요?


Q. 늦은 데뷔전에서 승리했어요.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경기 나가기 전 날까지 걱정이 많았어요.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도 많이 못 잤죠. 그만큼 긴장했어요. 현장에서도 긴장감이 여전하더라고요. 다행히 좋게 풀려서 승리를 차지했어요. 그때 정말 행복했죠. 그동안 노력한 것이 결실을 맺었다는 생각에 기뻤어요.


Q. 이제는 어엿한 진에어 그린윙스의 미드 라이너로, '쿠잔' 이성혁 선수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어요.

(이)성혁이가 저보다 두 살 어려요. 그러다 보니 확실히 저보다 라인전이나 피지컬에서 뛰어나요. 제가 더 노력하지 않으면 성혁이에게 밀릴 것 같아요. 그리고 성혁이가 저보다 경험이 많다 보니 팀 게임에서 좋은 모습을 자주 보여요. 저도 앞으로 충분한 경험을 쌓는다면, 계속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성혁이보다 제가 재능 면에서 더 뛰어나다고 생각 중이거든요.


Q. '쿠잔' 이성혁 선수보다 본인이 이건 더 잘한다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이)성혁이보다 운영 능력이 더 좋아요. 그리고 한타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요. 팀 게임에서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운영과 팀 차원의 운영이 있는데, 스플릿 푸쉬나 빨리 라인을 밀고 뭉치는 부분 등에서 제가 성혁이보다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웃음).



Q. 실제로 팀 게임을 해보니 어땠나요?

연습 때는 제가 생각한대로 플레이를 했는데, 대회에서는 생각대로 되지도 않고 실수도 정말 많이 했어요. 2세트에서 브라움이 오는 걸 제가 놓쳤던 경험이 있어요. 만약 연습이었다면 그걸 파악했을텐데, 긴장을 많이 하다 보니 놓쳤죠. CS도 잘 안 먹어졌고요. 승리해서 기쁘긴 하지만, 그런 점은 많이 아쉽더라고요. 지금 다시 데뷔전을 할 수 있다면, 좀 더 완벽한 플레이를 보여드릴 수 있었을 것 같아요.


Q. 진에어 그린윙스 특유의 지공 스타일과 본인의 스타일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분이 오해하고 계신데, 우리가 지공 스타일을 지향하진 않아요. 마음먹은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다 보니, 안정적으로 후반을 바라보게 되는 거예요. 지금은 최대한 빠른 경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어요. 저도 빠른 스타일을 더욱 선호해요. 그런데 막상 경기에 나가 보니 안정적인 스타일을 추구하게 되더라고요. 그만큼 대회 경기가 가지고 있는 압박감이 엄청나요.


Q. 숙소 분위기는 여전히 좋나요? 과거 진에어 그린윙스 소속 선수들 인터뷰마다 유쾌한 숙소 분위기가 화제가 됐었죠.

유명했던 '수건 도둑 사건' 당시에는 제가 팀에 없었어요. 그래서 잘 몰라요. 하도 도둑질이 성행하다 보니 선수들마다 개인 물품을 마련하는 추세예요. '스위트' (이)은택이도 얼마 전에 개인 수건을 마련했어요. 은택이랑 '트레이스' (여)창동이 형이 개인 수건을 쓰다 보니 나머지 사람들이 쓸 수건이 풍족해졌어요.

대신 양말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남자들만 있다 보니 다들 빨래하기 귀찮아 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바닥 등 눈에 보이는 곳에 양말이 있으면 그냥 막 신어요. 저도 그러는 중이고요(웃음). 양말을 많이 사놔야 할 것 같아요.


Q. 연예인 민경훈을 닮았다는 평가가 있어요. 들어봤나요?

들어봤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주변에서 계속 그러더라고요. 저야 유명하고 잘생긴 분과 닮았다고 해주시니 기분 좋죠. 원래 별명이 '꼬마'였어요. 제가 워낙 키가 작잖아요.


Q. 진에어 그린윙스 내에서 외모 순위를 매기자면 어떻게 될까요?

1위는 당연히 '블랑' 진성민이죠(웃음). 2위는 '소환' (김)준영이에요. 귀엽게 생겨서 인기가 많더라고요. 3위는 '윙드' (박)태진이 형.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요. 우수에 찬 눈빛? 4위부터는... 거기서 거기라서 순위를 매기는 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꼴등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스위트' (이)은택이에요. 그냥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와요(웃음).

▲ 띠용~


Q. 팀 내에서는 누가 가장 잘 챙겨주나요? 친구인 '파일럿' 나우형 선수를 제외하고요.

'윙드' (박)태진이 형이 잘해줘요. 제가 약간 소심한 편인데, 먼저 말도 많이 걸어주고 언제나 든든해요. 팀의 맏형인 '트레이스' (여)창동이 형은 게임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려줘요. 그걸 듣고 정말 많이 배우는 중이에요. 정리하자면, 창동이 형은 선생님이나 아버지의 느낌이고, 태진이 형은 어머니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어느덧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네요. 신인으로서 섬머 시즌 각오가 남다를 것 같아요.

개인적인 목표는 '쿠잔' (이)성혁이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거예요. 아직은 신인이다 보니 경험을 쌓고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어요. 그리고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닮고 싶어요. 함께 라인전을 하게 되면 압박감이 상당해요. 저도 그 선수처럼 나를 상대하는 다른 미드 라이너에게 압박감을 주고 싶어요. 또 다른 한 명은 '이지훈' 이지훈 선수처럼 되고 싶어요. 자기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최대한 해내는 선수라고 생각하거든요.


Q. 어떤 미드 라이너로 기억되고 싶나요?

다른 미드 라이너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 미드 라이너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리고 머리가 뛰어난 선수, 똑똑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고요. 눈 앞에 있는 것만 보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선수라는 말이 더 정확하겠네요. 열심히 성장해서 꼭 제가 존경하는 '페이커' 이상혁 선수처럼 되고 싶어요.


Q. 그럼 마지막으로 '페이커' 이상혁 선수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만약 대회에서 만나게 된다면, 저는 아직 초보자니까 살살 해주세요(웃음). 제가 평소에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보면서 배우는 것이 정말 많아요. 그런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블랑' 진성민 사진 : 남기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