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년이었다.

박용제 작가의 웹툰 '갓오브하이스쿨'. 게임으로 만들어지기엔 너무나도 좋은 조건의 IP였다. 매력적인 캐릭터, 거침없는 액션, 거기다가 이능력자 배틀물이라니. 게임으로 진출하는 소년 만화의 왕도가 아니던가.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2015년 한 해, 공교롭게도 같은 IP를 사용한 모바일 게임 두 종이 거의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갓오브하이스쿨'이라는 IP로 만들어진 두 게임. 개발사도 다르고, 장르도 달랐다. 공통점이라고는 IP뿐이었다. 하지만 서로 다른 게임성에도 두 게임이 나란히 서지는 못했다. 한 작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식 서비스를 진행했고, 지금까지도 괜찮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하나는 기나긴 동면에 들어갔다.

사실 개인적으로 더 눈길을 끈 작품은 후자였다. NHN엔터테인먼트가 유통하고 SN게임즈가 개발하는 '2016 갓오브하이스쿨 with NaverWebtoon(이하 2016 갓오하)'. 게임 이름이 좀 길긴 하지만, 일단 화면만으로는 게임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등신대 캐릭터가 등장하는데다 액션도 기가 막힌다. 솔직히 처음 보았을 땐 '어쩐지... 저녁' 느낌도 살짝 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조작 위주의 액션 게임은 일견 재미있어 보이고 다른 모바일 게임과 달라 보이지만, 그만큼 플레이 시간이 짧다. 플레이어의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부담이 따르고, 플레이어가 쉽게 지친다. 흔히 생각하는 모바일 게임의 특성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였을까? CBT 이후 SN 게임즈의 동면은 참 길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2016 갓오하가 조만간 출시될 거라는 소식을 알렸다. 한 달에도 수없이 등장하는 모바일 게임의 홍수 속에서 잊을 만 하니 다시 나타났다. 물론 출시 후 반응이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다. CBT 때 얻은 피드백을 제대로 보완했을지, 아니면 그냥 또 지나가는 게임이 될지.

교대역 인근에 있는 SN게임즈.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개발팀 전원이 게임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까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안내를 받아 들어간 작은 회의실. SN게임즈의 두 공동대표가 2016 갓오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기자간담회 당시 게임을 설명하는 SN게임즈 최영욱 대표


Q. 1차 CBT가 1년도 더 전에 진행되었다. 상당히 오랫동안 개선작업을 한 셈인데, 주로 어떤 작업을 했나?

처음 게임을 개발하면서 가졌던 모토가 '조작감'이다 보니 1차 CBT때는 상대적으로 유저의 컨트롤에 많이 의존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많은 피드백이 들어왔고, 더욱 편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임을 보다 캐주얼하게 바꾸는 작업이 필요했다.

또한, 공개 이후 업데이트할 캐릭터에 대한 작업까지 동시에 진행했다. 보다시피 캐릭터 하나하나에 궁극기 모션까지 모두 집어넣다 보니 개발 과정에서도 꽤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라 하나의 캐릭터를 만드는데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Q. 원작 웹툰을 모르는 이들도 많을 텐데, 이들을 위해 만들어둔 장치가 있나?

웹툰을 주로 소모하는 유저층은 10대이지만 더 나이가 있는 게이머들도 많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웹툰 '갓오브하이스쿨'의 인기는 그 자체의 스토리라인과 매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매력적인 요소들을 게임으로 옮기고, 게임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또 플레이하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목표였고, 내부에서는 충분히 이뤄냈다고 생각하고 있다.

▲ 원작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은 확실히 보인다.


Q. 원작과는 다른 방향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것도 가능할 텐데, 생각해 본 적 있나?

박용제 작가가 말하길 아직 몇 년분의 스토리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직은 별도의 스토리 라인을 고민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고민할 날이 올 거로 생각한다. 우리 게임은 모바일 게임이고, 유저가 함께 즐기는 게임이다. 그렇다 보니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원작을 그대로 따라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기존의 스토리는 설정에 가까운 개념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사실상 온라인, 모바일 기반의 RPG 게임은 결말을 오픈할 수밖에 없다. 유저의 손에 결말을 맡기는 거다. 게다가 게임의 목표가 캐릭터 콜렉팅이다 보니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RPG적 요소와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Q. 박용제 작가는 게임에 만족했나?

처음 만화를 그릴 때 머릿속에서 생각하던 게임과 가장 비슷한 게임이 나왔다고 하시더라. 그 외에는 작업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눴지 게임의 감상에 대해서는 딱히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 19일 진행했던 기자간담회 당시 박용제 작가


Q. 웹툰의 내용을 그대로 넣으려다 보면 웹툰의 내용을 모두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고증 관련해서는 문제가 없었나?

테스트 과정에서 고증에 대해 다양한 피드백이 있었다. 가령 특정 기술을 표현함에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원작의 느낌을 살리면서 동시에 게임으로서의 특성도 갖추게 하려다 보니 모든 면에서 만족할 수는 없었다. 박용제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맞지 않는 부분을 맞춰나갔고, 지금에 와서는 크게 문제 될 일이 없다고 본다.


Q. 1년 전 CBT 당시 강조한 부분이 '조작'이었다. 하지만 이번 빌드를 살펴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자동 전투가 꽤 비중을 차지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바뀌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나?

당시 피드백을 전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조작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조작감을 살리면서, 동시에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게임을 만들면서 처음 모티브를 따온 장르가 '대전 격투'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대전 격투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엄연히 조작의 숙달과 연습량에 따른 실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대전 격투의 형식은 따오되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 클라이언트 개발을 맡은 SN 게임즈 박진형 대표


Q. 그럼 CBT 이후 개선 과정을 겪은 현 빌드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자동 전투가 추가되었지만, 우린 아직도 이 게임이 다른 게임에 비해 유저의 숙련도에 따른 실력 편차가 큰 게임이라 보고 있다. 상황에 따라 어떤 조작이 필요한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실행에 옮기는 반사 신경 말이다. 그 때문에 우리가 게임을 개발하면서 강조한 부분도 '직관적 움직임'이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유저가 조작을 하면 지연 없이 액션이 이뤄지도록 게임을 만들었다. 개개인의 숙련도에 따라 자동 전투보다 훨씬 멋진 전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Q. 보스를 직접 잡아 보았는데 일반 적이랑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보스는 일반적으로 일반 적보다 스킬을 굉장히 자주 쓰고 사용하는 스킬들도 모두 다르다. 차력 위주인지, 혹은 무투 위주인지에 따라 공격 스타일도 다르고 공략법도 차이가 있다. 아마 시연 버전에 쓰인 캐릭터가 너무 강하게 설정되어 있어서 그 차이를 느낄 틈이 없었던 것 같다.

▲ 보스들이 곧 플레이어블 캐릭터다.


Q. 적들의 피격 모션이 그다지 다양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궁극기를 쓰거나 스킬을 사용하거나 할 때 모션이 다 똑같던데, 신경을 쓰지 못한건가?

사실 피격 모션은 적마다 10개 정도 존재한다. 하지만 게임 IP의 특성상 등장하는 적들이 모두 인간형이다 보니 모션이 다 비슷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어떤 모션이 나오더라도 비슷한 느낌이 들게 되는 것 같다. 실제로 플레이하다 보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궁극기의 모션이 다소 겹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한계가 오고 말았다. 작중에서는 이름조차 거론이 안 될 정도로 비중이 없는 캐릭터들까지 모두 궁극기를 만들어주다 보니 다소 모션이 겹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 주요 캐릭터들의 궁극기 이펙트는 적잖이 화려하다


Q. 실질적인 게임 전체 용량은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iOS 버전은 언제쯤 공개될 예정인가?

APK 파일은 50메가바이트 정도고 전체적인 게임 리소스는 350메가바이트 정도다. 최대한 하드웨어에 무리가 가지 않게 만들려다 보니 리소스 압축도 많이 했고 최적화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사양은 우리가 확인한 거로는 갤럭시 노트2, S3에서 무리 없이 구동되며 그보다 낮은 스펙의 스마트폰에서도 어느 정도 플레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OS 버전도 안드로이드와 마찬가지로 개발은 완료된 상황이다. 하지만 iOS는 아직 안정화 작업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 4분기 중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Q. 캐릭터를 모으는 게임이다 보니 원하는 캐릭터를 뽑으려면 적잖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하는 캐릭터를 뽑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최고 단계 캐릭터들은 얻기 굉장히 어렵다. 아마 얻기 어려운 캐릭터들을 얻는 가장 빠른 방법은 출석 이벤트가 될 것이다. 그 외의 캐릭터들은 '합성'을 통해 보통 얻게 된다. 합성을 통해 기본적인 캐릭터 베이스를 만들고 나면 진화석을 통한 진화로 성장시키게 될 것이다. 대부분 캐릭터는 6성까지 등장하게 되는 데 거의 비중이 없는 캐릭터들은 6성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 지금도 적지 않지만 점점 늘어날 예정이다.


Q. 현재 개발사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목표는 역시 1위인가?

다들 고조되어 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부담감이 매우 컸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저 올 것이 왔다는 생각뿐이다. 모두가 게임에 만족하고 있고 다른 분들도 힘이 되어준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개발자들의 목적은 1위가 아닐까 싶다.(웃음)


Q. 최영욱, 박진형 대표 각각 두 분이 어떤 영역을 담당했는지 알 수 있나?

나(최영욱 대표)는 UI 디자인과 아트를, 그리고 박진형 대표가 클라이언트 개발을 맡았다. 우리 둘은 어릴 적부터 형 동생 해온 사이고 서로의 의견을 잘 받아준다. 성격은 완전 반대이다 보니 박진형 대표가 가끔 극단적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이면 내가 옆에서 잡아주고 그런다.

박진형 대표는 어떻게든 마찰이 일어났을 때 타협을 보고 결론을 내야 하는 성격이다 보니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더 좋은 게임이 나오게 된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게임을 출시하면서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최영욱: 정말 오랫동안 이 게임 하나를 만들어온 것 같다. 2년 이상 붙잡고 있었으니 말이다. 말할 필요 없이 대단히 많은 열정을 쏟아 부은 게임이고, 재미있으면서 쉽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의견이 충돌해도 더 좋은 게임을 만든다는 목표를 상기하면서 의견을 모았고, 결국, 그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싶다.

박진형: 항상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 아닌, 더욱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이뤄냈다고 생각하고 있다. 도와주신 많은 분께 감사하고,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