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팀 내에서 기자는 '몬헌 폐인'이라고 불린다. 이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라 1년이 넘도록 불리고 있는 것으로, 지금도 꾸준히 교세를 확장중이다. 최근에는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 온라인 발표회에 갔다가 '필이 꽂힌' V모 기자 역시 신도로 끌어 들여 '고가인데다가 소프트웨어가 없어서'라는 이유로 거들떠보지도 않던 PSP까지 구매하게 만들 정도로 신도를 늘려 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덕후 등등 그다지 썩 좋지 않은 대접을 받은 기자였지만, 최근 교세가 확장되고 신도들이 늘어나는 통에 조금씩 주위의 평가가 좋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 내가 왜 몬헌의 교주가 되었지? 하는 의문은 그치지 않고, 머리를 갸웃거리며 그 원인을 찾아 보지만 언제나 결론은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다 몬스터 헌터 때문이다!


이런 한탄과 후회가 반반씩 섞인 탄식을 하면서도 출퇴근 시간 전철 안에서 어김 없이 PSP를 붙잡고 '오늘은 꼭 고급 재료가 나올거야'라는 근거 없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몬스터들을 도륙하는(썰고 있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 2ndG의 신규 몬스터 나루가쿠루가. 소재 하나 때문에 며칠째 사냥중 ]



몬스터 헌터(Monster Hunter). 콘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나 나름 게임 좀 해봤다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이름을 들어 보았을 게임이다. 제목 그대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으로, 플레이스테이션2로 첫 발매가 된 후 지금까지 여러 시리즈가 등장했다.


지금 콘솔 게임기의 시장에서 하나의 큰 획을 긋고 있는 몬스터 헌터는 2004년 3월 초에 플레이스테이션2용 게임으로 게임 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 물론 2003년 E3이나 동경 게임쇼 2003에서도 선을 보인 적이 있지만, 실제 정식 발매는 2004년 3월 11일이다.



[ 폐인생산의 원흉. 최초의 몬스터 헌터 ]



플레이스테이션2의 온라인 기능을 지원하는 온라인 게임이자,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오리지널 시리즈의 작품으로 등장한 몬스터 헌터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게임 잡지인 패미통에서 독창성과 독특한 재미를 인정받아 8/8/8/8이라는 '양호한' 점수를 얻는다.또한 발매 전부터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로 사람들의 흥미 유발을 일으켜, 발매 첫 주에 12만여개가 팔렸다.


하나의 게임 상품으로서 첫 걸음을 내딛은 몬스터 헌터는 꾸준히 판매가 이루어졌고, RPG나 액션 게임이 주를 이루던 일본의 콘솔 게임 시장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시스템으로 인해 기존의 게임에 질리고 새로운 형태의 자극을 찾던 사람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수 많은 개인 홈페이지에 자신만의 사냥 일기가 등록되고, 다양한 공략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또한 2003-2004 일본 GAME AWARD에서 최우수상까지 수상한다.


그렇게 몬스터 헌터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일본 게임계의 특징이라면 특징일 것어고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떤 한 작품이 성공을 한다면 그 인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당연히 차기 작품을 구상하게 된다. 물론 몬스터 헌터 역시 성공한 게임이기에 후속작이 나올 것이라고 팬들은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 후속작이 2005년 1월 20일, 최초의 몬스터 헌터가 나온 지 10개월여만에 등장했다.



[ 몬스터 헌터의 확장팩 G. 국내에서는 한글화가 이루어졌다 ]



새롭게 등장한 속편은 '후속작이라면 보나마나 몬스터 헌터 2겠지?'라는 상상을 뒤엎고 몬스터 헌터 G였다. 보통 2 라던가 II 라는 식으로 이름이 붙게 마련인데, 뜬금없이 G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으니 발매 당시 머리를 갸웃거리지 않았을 팬이 있었을까.


그 궁금증은 곧 밝혀졌다. G란 Great의 약자인 것이다. 몬스터 헌터 G란 2편이 아닌 '확장팩'의 개념으로, 나중에 등장하게 될 정식 2편의 시스템을 일부 사용하여 1편과 2편의 다리 역할을 함과 동시에 1편에서 부족한 점을 보강하는 목적으로 발매된 것이었다. G에서는 더욱 강력해진 몬스터와 장비품들을 볼 수 있었으며, 몬스터 헌터만의 액션에 적응한 경험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전거리를 안겨 주었다.


몬스터 헌터 G의 인기가 채 식지도 않았고 '다음은 틀림없이 2편이겠지'하는 팬들의 기대는 2005년 겨울 또 한 번 몬스터 헌터 개발팀에게 망치로 뒤통수를 맞게 된다. 이번에는 PSP였다.



[ 몬스터 헌터 포터블에 등장한 아이루 키친 ]



2005년 12월 1일, 또 하나의 몬스터 헌터가 몬스터 헌터 포터블(이하 포터블)이라는 이름으로 PSP로 등장했다. 몬스터 헌터 하나로 너무 우려먹는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는 잠깐. 몬스터 헌터 포터블은 겉보기에는 몬스터 헌터지만 알맹이는 1도 아니고 G도 아닌 새로운 시리즈로서의 몬스터 헌터였다..


PSP의 통신 기능을 이용하여 '어디서나 수렵'이라는 모토 하에 등장한 포터블은 당시 NDSL에 밀려 변변한 소프트웨어도 못 내놓고 기계의 성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PSP를 일거에 음지에서 끌어올려, PSP 전성시대의 막을 올렸다.


집에 설치된 플레이스테이션2의 온라인 기능을 이용해서 접속할 수 있었던 몬스터 헌터가 어디에서나 PSP만 있으면 사냥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당시 비교적 열악한 일본의 온라인 환경으로 인해 인터넷이 보급되어 있지 않은 탓에 몬스터 헌터를 쉽게 즐기지 못했던 사람들도, PSP만 있으면 온라인 플레이가 가능해졌다는 이유로 PSP의 판매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몬스터 헌터-몬스터 헌터 G-몬스터 헌터 포터블로 이어지는 3연속 성공에 힘입은 개발팀은 후속편 마무리에 박차를 가했고, 2006년 2월 16일 정식 후속편인 몬스터 헌터 2(DOS)(이하 도스)가 발매된다.



[ 극악한 플레이 타임. 몬스터 헌터 2 ]



플레이스테이션2의 온라인 기능을 더욱 강화하였고 기존 3작품을 모두 끌어안은, 몬스터 헌터의 집대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도스는 상당한 분량의 즐길 거리를 제공하였다. 그 대신 과도한 분량의 증가 때문이었을까, 플레이 시간만을 늘려 놓았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스터 헌터의 팬들은 그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한 번 빠지면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몬스터 헌터의 마력이었으니까.


정말 도스 하나만으로도 몇 년을 우려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몇 천시간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고,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았을 볼륨에 질릴 정도였다.


그러나 몬스터 헌터의 개발팀은 쉬지도 않나 보다. 2007년 2월 22일 또 나왔다. 플레이스테이션2가 아닌 PSP였다. 그렇게 등장한 몬스터 헌터 포터블 2nd(이하 포터블2)은 말은 2였지만 사실상 포터블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시리즈로, 철저하게 PSP의 사양에 맞춰서 쾌적하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포터블2가 개발중이라는 뉴스는 2006년 7월 여름방학 시즌을 맞추어 발표되었고, 큰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2006년 동경 게임쇼에 플레이 가능한 버전을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동경 게임쇼 사상 유래 없는 장사진을 이루어 한 번 플레이하기 위하여 4시간여를 줄을 서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었다.



[ 최초의 100만장 판매. 몬스터 헌터 포터블 2nd ]



포터블2의 발매와 동시에 또 한 번 PSP의 판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파이널 판타지나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전통인 '구매를 위해 새벽부터 줄서기'라는 광경이 재현되었다. 첫 주에 발매 75만개를 달성했으며 그 기세를 몰아 2주만에 100만장 판매를 달성하여, PSP 최초의 밀리언 셀러로 기록된다.


PSP의 통신 기능을 살려 파티 플레이에 최적화되어 등장하였으며, 기존의 포터블의 데이터와의 연동 등 언제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새롭게 만들어진 포터블2는 도스에 실망하여 돌아섰던 팬층까지 되돌아오게 만들었다. 또한 2007년 한 해를 풍미한 PSP용 대작 러쉬의 신호탄 역할을 하기도 했다.


포터블2는 우리 나라에서는 기존 G나 도스 시절에는 일부 매니아층에만 알려졌던 몬스터 헌터를 대중적인 게임으로 끌어 올리는데 큰 역할을 하였으며, 중,고등학생들까지도 PSP 몬스터 헌터의 매력에 빠뜨려 버렸다.


온라인 기반으로 제작된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일본의 온라인 게임 붐에 힘입어 2007년 여름 PC 온라인 버전인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 온라인(이하 프론티어)의 서비스를 시작한다. 도스 기반으로 제작된 프론티어는 오픈 베타 당시 접속자의 폭주로 동시 접속 10만명 수용이 가능한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져서 오픈 베타 테스트가 1주일 연기되었다.



[ 빨리 나와라.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 온라인 ]



현재 일본 내 가입자 50만명에 동시 접속자 7만명을 유지하는 프론티어는, 서비스 당시 도스 기반이라는 비판을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이벤트를 통하여 이미지를 바꾸고 있으며, 지난 3월 2.0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후 이번 4월 말에는 2.5 업데이트가 기다리고 있다.


거의 1년에 하나 꼴로 발매되는 몬스터 헌터의 시리즈의 전통답게, 몬스터 헌터 개발팀은 올해 3월 27일 또 하나의 사고를 친다. 몬스터 헌터 2nd G(이하 포터블2G)다. 발매 전부터 장안의 화제가 되었으며, 기자 역시 발매 당일 게임기 매장으로 달려가게 만든 주범이기도 하다.


포터블2를 기반으로 G라는 이름답게 확장팩의 개념으로 등장한 포터블2G는 기존 포터블2에서 지적받았던 불편한 점을 개량하고, 미디어 인스톨 기능을 이용하여 로딩시간을 대폭 줄여 더욱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수렵생활의 동료인 고양이 동료 오토모 아이루의 추가 등으로 게임 컨트롤이 부족한 사람이나 여성들까지도 몬스터 헌터로 대거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 100만장 판매 최단기록 갱신. 몬스터 헌터 포터블 2nd G ]



역시나 포터블2의 줄서기 행렬은 이어져 발매 4일만에 판매 100만장을 돌파했으며, 일본과 한국의 오프라인 시장에는 PSP의 물량이 동이 나버리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그로 인해 웃돈을 주고 PSP를 구입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으며, 그 열풍에 대한 결정타로 4월 1일에 이루어진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 온라인의 한국 서비스 발표는 만우절 거짓말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경천동지할 충격을 몰고 온다.


2008년 전반기에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실시하고, 후반기에 오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인 프론티어는, 몬스터 헌터만의 독특한 게임 방식으로 인해 수 많은 게임 관련 사이트와 게시판에서 성공의 여부에 대한 끊임 없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성공과 실패의 여부에 상관없이,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한 사람의 팬으로서 올해 여름 전후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첫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기다리는 것은 기자 한 사람뿐만은 아닐 것이다.






특별기획 2부, "몬스터헌터, 그들이 열광하는 이유!"로 이어집니다.


Inven Fact - 이민규 기자
(fact@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