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코트(mascot) [명사]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어 간직하는 물건이나 사람.

마스코트의 어원은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서 말하는 '마녀(masco)' 혹은 '작은 마녀(mascot)'입니다. 주로 목걸이나 부적같이 옷이나 신변에 지니는 작은 호부를 일컫는데요,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마스코트가 될 수 있습니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상징에서 한층 더 나아가, 마스코트는 어떤 행사나 단체, 조직을 상징하는 상징물이라는 의미도 갖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스코트는 특정 조직이나 행사의 성격, 문화, 이미지 등을 간단한 시각적 기호로 전달하는 데 아주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많은 게임회사들도 마찬가지로 '마스코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게임회사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게임 캐릭터들이 마스코트를 겸하고는 하죠. '버블보블' 하면 떠오르는 것은 '타이토', '록맨'하면 캡콤이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죠.

이러한 예가 있는 반면, 흥행을 위해 마스코트를 만드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세가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메가드라이브의 '속도'를 전면적으로 내세우기 위해 '소닉'이라는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처럼 말입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에게 익숙한 게임 캐릭터들은 이렇게 바로 게임 회사의 이름을 떠오르게 만들고는 합니다.

이번 주 게임이슈 '콕!'은 유저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게임 회사들의 마스코트를 준비해봤습니다. 어떤 회사는 너무 마스코트가 많아서 하나만 '콕' 찝어야 했고, 또 어떤 회사의 마스코트는 게임업계에 한 획을 긋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다루지 않았다고 너무 실망하지는 마셨으면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행운을 가져오는 것은 무엇이든 마스코트가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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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닉 - 세가의 얼굴이 된 음속의 고슴도치


지금으로부터 약 27년 전, 당시 닌텐도와 함께 가정용 오락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세가에게는 한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회사의 얼굴', 세가를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사실, 그전에 세가의 마스코트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삼성 겜보이를 기억하는 세대라면 알고 있을 팩 없이 돌아가던 게임 '알렉스 키드'가 바로 세가의 마스코트였으니까요.

세가가 필요로 했던 새로운 마스코트의 조건은 이렇습니다. 첫째,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둘째로는 자사의 최신 콘솔인 메가드라이브(세가 제네시스)의 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캐릭터야 했습니다. 세가는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귀여운 동물을 모티브로 할 것을 결정했고, 메가드라이브의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였던 '놀라운 처리 속도'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도록 '속도감 넘치는 동물'을 기획하게 됩니다.

▲ '닌텐도는 못하는' 빠른 처리속도를 보여줄 캐릭터가 필요했던 세가

토끼, 판다 등 다양한 동물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 계속 제시되었고, 그중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아르마딜로'와 '고슴도치'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이었습니다. 두 동물 모두 몸을 둥글게 말아서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이 당시 프로젝트를 총괄하던 '나카 유지' 프로듀서의 게임 기획과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이후 몇 차례의 회의 끝에 최종적으로 선발된 캐릭터는 여러분이 모두 아시다시피 고슴도치입니다. 아르마딜로의 방어적인 면 보다는 고슴도치 가시의 공격적인 면이 게임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렇게 마하의 속도로 달리는 고슴도치 '소닉'은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애초 세가가 바랬던 대로 경쟁사인 닌텐도의 '마리오' 버금가는 마스코트로 성장했습니다.

▲ 그렇게 음속으로 달리는 고슴도치가 세상에 태어났다




초코보와 슬라임 - 일본 양대 국민 RPG의 귀염둥이들


스퀘어의 '파이널 판타지'시리즈와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보통 이 둘을 일본 양대 국민 RPG라고 일컫습니다. 2003년 이후로 스퀘어에닉스로 합쳐지면서 한 식구가 된 만큼, 양대 국민 RPG의 마스코트를 동시에 소개합니다.

초코보는 '파이널 판타지'의 마스코트로, 시리즈마다 다른 형태를 띠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노란 빛깔의 거대한 병아리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파이널 판타지 세계관에서는 주로 말처럼 등에 타는 이동수단으로 쓰이고는 하지요. 게다가, 이동수단으로 쓰이는 도중에는 초코보 전용 BGM이 재생되는데, 타이틀 별로 약간씩 차이는 나지만 기본적인 멜로디만은 항상 동일합니다.

슬라임은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물방울 모양의 몬스터입니다. 파란색의 몸체에 어딘지 멍청해 보이는 얼굴을 한 이 몬스터는 '드래곤 퀘스트'의 모든 타이틀 및 외전격 작품에서까지 모습을 보이는 유일한 몬스터이기도 하지요. 여러 색깔을 가진 슬라임들이 존재하지만 유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슬라임은 역시 어마어마한 경험치를 보상으로 주는 '메탈 슬라임'이 아닐까 합니다.

초코보와 슬라임은 그 귀여운 모습 덕분에 유저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는 점과, 시리즈를 거듭해오며 항상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 닭..아니 초코보는 언제나 옳은 법




마스터 치프 - XBOX 진영의 영원한 맏형


그의 본명은 존-117이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마스터 치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헤일로' 시리즈는 이제 자타 공인 최고의 콘솔 FPS이자 명실상부한 XBOX 진영의 영원한 맏형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스터 치프와 XBOX의 역사는 2000년 6월 개발사인 번지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면서 시작했습니다. 이듬해인 2001년 첫 번째 XBOX 기종의 런칭 타이틀로 첫 번째 '헤일로'가 출시되었고, 게이머들의 반응은 대단했습니다. 그때부터 마스터 치프는 플레이스테이션에 밀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XBOX 진영을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됐죠.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역할을 너무나도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초창기 XBOX부터 XBOX360, 가장 최신 기종인 XBOX ONE에 이르기까지 마스터 치프는 언제나 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의 든든한 수호자였습니다. 헤일로 시리즈 팬들은 종종 헤일로를 두고 "헤일로가 XBOX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XBOX가 헤일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스타워즈와 스타트랙 시리즈 이후 가장 성공한 SF 장르라는 이야기도 망설이지 않고 이야기합니다.

안타깝게도 그의 명대사인 "이 전쟁을 끝내러 왔습니다"를 이번 세대 콘솔 전쟁에서는 듣기 힘들어 보이지만,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마스터 치프는 언제까지고 묵묵히 XBOX 진영의 맏형으로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테니까요.





라라 크로프트 - 성공을 이룬 에이도스의 '도전'


지금은 리부트와 함께 스퀘어에닉스 유럽의 간판스타로 활약하고 있지만, 라라 크로프트는 영국의 퍼블리셔 에이도스의 마스코트로서, 그리고 역사상 가장 성공한 게임 속 여성 캐릭터로서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믿기 힘든 속설이지만, 툼레이더가 출시를 앞두고 있던 당시에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게임을 만들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믿기 힘든 속설인 만큼 그 근거도 뚜렷하게 찾기 힘들지만,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게임은 그 근거보다도 더 찾기가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툼 레이더'는 일대 혁신을 가져온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권총 두 자루와 함께 세계 곳곳의 유적을 탐험하는 여성 주인공이라니, 라라 크로프트는 이전까지 게임 속에서 존재해 왔던 여성 캐릭터들과는 확연히 다른 성격을 보여주었습니다. 라라는 누군가가 자신을 구출해주기를 기다리거나, 가만히 앉아서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지 않습니다. 분명 퍼블리싱을 결정한 에이도스에게도 기존의 틀을 깬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속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당찬 여성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를 단독으로 세운 '툼 레이더'는 흥행에 성공했고, 도전에 성공한 에이도스는 이후로도 계속 '툼레이더' 시리즈를 유통하며 유명세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레이맨 - 추억 솔솔, 유비소프트의 관절 없는 아이콘


이번에 소개할 온몸이 여섯 조각으로 이루어진 주인공, '레이맨'을 알고 계신다면 여러분은 이제 '아재'라고 불릴 자격이 충분합니다. 컴퓨터를 사면 기본으로 깔려있던 게임으로 기억하고 계신다고 해도 그 사실에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레이맨'은 어쌔신 크리드, 와치독스 등 지금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유비소프트의 마스코트이자, 퍼블리싱을 위주로 했던 유비소프트가 본격적으로 개발의 길에 들어설 당시의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때는 1986년, 기예르모 다섯 형제가 유비소프트를 창립할 때만 하더라도 유비소프트는 EA, 시에라 등의 게임을 프랑스에 유통하는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90년대 초에 들어서면서 유비소프트는 게임 개발로 그 영역을 확장, 1994년에는 프랑스 북부 몽트뢰유 지방에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되죠. 그리고 같은 해에 바로 '레이맨'의 아버지 '미셸 안셀'(Michel Ancel)이 레이맨을 탄생시키게 됩니다.

1995년 처음 출시된 '레이맨' 시리즈는 유비소프트를 개발사로서 유명하게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깔끔한 그래픽과 부드러운 동작, 그리고 개성 있는 BGM을 통해 유비소프트의 개발력을 인정받는 한편, 성공적인 게임 캐릭터로서 최근까지도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되고 있죠.

▲ 지난 2015년 모바일로 출시된 '레이맨 어드벤쳐'





루덴스 군 - 코지마 프로덕션의 간판, '놀이하는 인간'


코나미를 떠난 메탈기어 시리즈의 아버지, 코지마 히데오가 작년 12월 세운 '코지마 프로덕션'이 가장 먼저 행보를 보인 것은 바로 회사의 이름과 함께 마스코트를 공개하는 일이었습니다.

가장 처음 공개된 것은 '코지마 프로덕션'의 로고. 메탈기어 시리즈부터 코지마 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아트 디렉터, 신카와 요지가 디자인해서 그럴까요? 마치 중세시대 투구를 쓴 해골의 모습을 한 로고에서는 지금까지 팬들이 접해온 메탈기어 시리즈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 뒤로 코지마 프로덕션의 마스코트의 상반신과 얼굴, 그리고 이름이 차례대로 공개되었습니다. 마스코트의 이름은 '루덴스 군'.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요한 호이징하(Johan Huizinga, 1872~1945)가 제창한 개념인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에 기반한 이름입니다.

지난 E3에서 깜짝 발표한 신작 '데스 스트랜딩' 만큼이나 베일에 싸인 마스코트 '루덴스 군', 우주복처럼 생긴 복장에 거대한 깃발을 든 그의 모습에서는 어쩐지 미지의 세계를 향한 개척자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과연 이 '놀이하는 인간'이 개척하게 될 미지의 영역은 어떤 모습일까요? 코지마 프로덕션의 신작 '데스 스트랜딩'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최근 공개된 코지마 프로덕션의 로고 영상




마리오 - 닌텐도의 명실상부 No.1 캐릭터


별의 커비, 링크, 젤다, 피카츄, 동키콩... '닌텐도'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는 너무 많습니다. 이 수많은 캐릭터들을 기사에 다 적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그럼에도 닌텐도의 명실상부한 아이콘은 세상에 단 하나, 배관공 마리오뿐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죠.

1981년 출시한 아케이드 게임 '동키콩'에서 여인을 구출하는 이름 없는 주인공으로 등장해, 총 게임 판매량 5억 2,800만 장을 기록한 게임 역사의 전설이 될 때가지...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마리오는 항상 유저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며 닌텐도의 마스코트로서 자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과연, 이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요?

▲ 수많은 닌텐도의 마스코트, 하지만 마리오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동키콩' 개발 당시, 닌텐도는 미국 진출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북미 사람들에게 친숙한 캐릭터인 '뽀빠이'의 캐릭터 판권을 사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고, '동키콩'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는 뽀빠이 대신 직접 캐릭터를 디자인하기로 결심하죠. 그렇게 나무통을 피해 위기에 처한 여인을 구출하는 무명의 주인공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마리오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당시 아무런 이름 없이 '점프맨'이라고 불리던 동키콩의 주인공에게 이름을 붙여주게 된 계기는 주인공의 이름이 있는 편이 마케팅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던 닌텐도 미국 지사장의 의견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마리오'였을까요? 가장 유력한 이야기는 당시 닌텐도 미국 지사가 자리하고 있던 건물의 주인 '마리오 시갈'(Mario Segale)로부터 따온 이름이라는 것입니다. 통통한 체형의 이탈리아계 인물이었던 건물 주인이 무명의 주인공과 너무 잘 어울려 망설임 없이 '마리오'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하네요.

만일 당시 닌텐도가 뽀빠이의 캐릭터 판권을 얻는 데 성공했다면 어땠을까요? 만약 건물 주인의 이름이 '마리오'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오늘날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관공 캐릭터가 영영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