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폭염과 함께 진행되었던 2016 롤챔스 섬머. 이제, 대망의 결승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시즌은 유독 치열했다. 하루가 다르게 순위표가 갱신되었다. 수준 높은 경기가 계속해서 펼쳐졌고,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속출했다. 마지막까지 무엇하나 정해진 게 없을 정도로, 리그에 참여한 10개팀 모두가 치열하게 맞붙었다.

화끈한 경기력으로 무더위마저 주춤거리게 했던 이번 섬머 시즌. 인벤팀에서는 정규 리그 종료를 맞이하여, 치열했던 섬머 시즌을 팀별로 결산하여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일곱 번째 주인공은 삼성 갤럭시(이하 삼성)이다.

▲ '3강'에 가장 가까웠던 팀, 삼성 갤럭시


■ 점점 강해지는 삼성. 봄의 아쉬움을 딛고 도약의 여름을 준비하다.

때는 4월 7일. 삼성은 콩두 몬스터와의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었다. 시즌 초반 좋았던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고 갈수록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에, 포스트 시즌 자력 진출은 이미 물건너갔다. 칼자루는 아프리카 프릭스가 쥐고 있었다. 삼성으로선 최대한 많은 경기를 이기고, 아프리카의 결과를 기다야하는 상황. 세트 득실 하나하나가 아쉬웠기에, 콩두는 무조건 2:0으로 잡아야 했다.

경기는 삼성의 승리였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세트 스코어 2대 1로, 한 세트를 콩두에게 내어주고만 것. 이로써 삼성의 포스트 시즌 진출은 한 걸음 더 멀어지게 되었다. 이후, 아프리카는 가볍게 최종전을 따내며, 삼성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좌절시켰다. 시즌 초반 분위기가 제법 좋았기에, 삼성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 시즌 초반 분위기가 좋았기에, 삼성으로선 아쉬웠던 결과


포스트 시즌 진출이 좌절된 삼성. 그러나 대부분의 팬들이 이러한 결과에 그렇게까지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실제, 삼성이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을 두고 싸울 것이라고 예상한 팬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은 '엠비션' 강찬용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운영으로 많은 경기를 승리했고, 팬들에게 기분좋은 반전을 선사했다. 확실한 강팀이라고 불리기엔 아직은 부족한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마냥 쉽게 볼 수 만은 없는 팀이었다.

가능성은 충분히 봤다. 이제, 강팀이 되기 위한 다음 걸음을 내디딜 차례다. 그렇게 삼성은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결전의 여름으로 뛰어들었다.

▲ '가능성의 봄'을 보낸 삼성. 이제 '도약의 여름'을 만들기 위해, 전장으로 뛰어들다!



■ 엠비션 원맨팀?! 그건 어제까지의 이야기! '5인 캐리' 조합을 갖춘 삼성!

드디어 시작된 섬머 시즌. 삼성은 시작부터 최강의 적을 만난다. 삼성의 개막전 파트너는 바로 '봄의 맹호'라고 불리며 리그의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는 락스 타이거즈. 락스는 이번 시즌에도 SKT T1, kt 롤스터와 더불어 '3강'이라고 분류될 정도의 강팀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결승전의 한자리는 락스가 차지할 것'이라는 추측도 많았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고 했던가. 경기 결과는 2:0, 삼성의 완승이었다. 경기의 주역은 '크라운' 이민호였다. 크라운은 바루스를 선택, 어떠한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미드 캐리'로 난적 락스를 잡아낸 삼성. 이번 경기가 시사한 바는 컸다. 그동안, 삼성은 '엠비션' 강찬용을 중심으로 운영을 펼쳐왔다. 엠비션이 잘 풀리면야 결과도 좋았지만, 엠비션이 말리게 되면 게임 자체가 힘들어졌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크라운이, 이번 시즌에서는 완전히 '각성'했기에 이야기는 달라졌다. 삼성은 '미드 캐리'라는, 또 하나의 확실한 승리 옵션을 손에 쥐었다.

▲ 크라운, 삼성의 캐리 옵션으로 완벽하게 자리 잡다. (영상 출처: OGN)


각성한 것은 크라운 뿐만이 아니다. 봇 듀오 역시 강해졌다. 삼성은 이번 시즌 시작 전, 챌린저스 리거였던 원딜러 '룰러' 박재혁을 영입했다. 뛰어난 피지컬을 보유한 선수기에, 많은 팬들이 룰러의 활약을 기대했다. 하지만 불안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룰러가 챌린저스 리그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과연 이게 롤챔스에서도 통할지에 대해 의문이 따랐던 역시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룰러는 플레이로써 팬들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놓는다. 룰러는 서포터 '레이스' 권지민'과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였다. 뛰어난 피지컬의 룰러와 정교한 스킬샷 능력을 보유한 레이스가 뭉치자, 둘의 시너지가 폭발한 것이다. 그야말로 영혼의 듀오 결성. 이걸로 삼성은 봇 라인에서도 캐리가 가능해졌다.

▲ 영혼의 파트너 결성! 봇 듀오도 강해진 삼성! (영상 출처: OGN)


탑 라이너인 '큐베' 이성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실, 큐베는 기존에도 1인분은 확실히 해주는 선수였다.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캐리의 중심에 있는 선수는 아니었으나, 언제나 든든하게 팀을 받쳐주는 팀의 대들보 같은 선수였다. 이번 시즌에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큐베는 상대적으로 정글 케어를 못 받는 과정에서도 묵묵히 성장하여 1인분 이상을 해냈다.

제 몫은 확실히 해주었던 큐베. 이번 시즌에는 캐리 롤도 완벽하게 수행했다. 1라운드 CJ 엔투스전에서 선보인 환상적인 이렐리아 플레이는, 성장한 큐베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안정감에 캐리력까지 더한 큐베. 삼성을 상대하는 팀들은 큐베도 경계해야했다.

▲ 안정감에, 캐리력까지 더한 큐베! (영상 출처: OGN)


크라운의 각성과 영혼의 봇 듀오 결성, 그리고 단단함에 캐리력까지 더한 큐베. 여기에 엠비션의 단단한 오더와 특유의 캐리력 역시 건재했다. '삼성은 엠비션 원맨팀이다?' 이런 말은 지난 봄까지만 통하는 말이었다. 전 라인에서 캐리할 수 있게끔 진화한 삼성은, 그 탄탄한 전력을 바탕으로 쭉쭉 치고 나갔다.

1라운드 성적은 6승 3패. 상위권까지 노려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구멍이 없는 '5캐리 라인'을 보유한 팀 답게 말이다.

▲ 전 라인에서 캐리 가능, 삼성은 강해졌다.



■ 강해진 삼성. 그러나 아직은 준비가 안됐다?! 대 3강전 전적 1승 5패

삼성은 강하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들은 강팀이 갖춰야 할 조건인 '구멍없는 5라인'을 갖추는 것에 성공했다. 결과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잡아야할 경기들은 확실하게 따냈다. 이번 시즌, 3강을 제외한 나머지 6개 팀과의 총전적은 11승 1패. 1라운드 롱주 전을 제외하곤, 자신보다 기량이 낮은 팀에게는 승점을 확실히 따냈다.

상승세의 원동력은 팀이 추구하는 '단단한 운영'에 있었다. 삼성은 아프리카나 진에어처럼, '극단적인 팀 컬러'를 보유한 팀이 아니다. 삼성은 정석적이고 단단한 운영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강한 전력을 보유하지 못한 팀들은 삼성의 이 단단한 운영에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삼성은 그렇게 12승 6패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다. 그리고 와일드 카드전에서 '극단적 공격성'을 갖춘 아프리카 프릭스를 맞이한다. 아프리카라고 한다면 극단적인 공격성으로, 의외의 변수를 창출하는 데 특화된 팀.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러나 삼성은 여전히 단단했다. 아프리카가 아무리 두드려도 삼성의 단단한 운영에는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삼성은 아프리카의 검을 가볍게 부러트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 아프리카의 검은, 삼성의 단단한 운영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영상 캡쳐: SPOTV)


아프리카를 꺾은 삼성. 그들은 플레이오프에서 '3강' kt 롤스터를 만난다. kt 롤스터는 삼성에게 있어 최악의 악몽과 같은 팀이다. 삼성은 단일팀 체제 이후, kt에게 한 경기는 커녕, 1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완벽한 상성이자, 최악의 천적이었다. 동시에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하는 벽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삼성의 3:0 완패. 이번에도 그들은 상성 관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삼성이 경기를 리드하는 장면도 분명 있었으나, kt가 흡사 마법과 같은 플레이로 이를 받아쳤다. 삼성으로서는 '안되는 날' 같았다. 하늘마저 kt의 손을 들어주는 듯했다.

▲ 아쉬운 장면의 연속. 삼성은 이번에도 kt를 넘지 못했다. (영상 출처: OGN)


하지만 '안되는 날', '운이 없었다' 라는 것은, 프로의 세계에서 변명에 불과하다. 확실히 kt가 삼성보다 더 잘했고, 더 강했다. 그렇게 삼성은 3강 앞에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앞서 언급했듯, 삼성은 약팀과의 경기들은 대부분 잡아냈다. 3강을 제외한 전적 11승 1패가 그것을 방증한다. 하지만 이것은 돌려말하면, 강팀에게는 손을 쓰지 못했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삼성의 대 3강전 전적은 1승 5패. 개막전에서 락스를 한 번 잡아낸 이후, 모든 경기를 패했다.

약팀과 강팀간의 상대 전적에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삼성이 펼치는 단단한 운영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삼성의 단단한 운영은 그야말로 양날의 검이었다. 특유의 단단함을 토대로 약팀들은 수월하게 잡아냈으나, 이것이 강팀과의 경기에선 오히려 독이된 것이다.

자신만의 색깔없이, 그저 단단함만으로 3강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강팀들은 손쉽게 삼성을 잡아냈다. 오히려, 강팀들에게는 아프리카나 진에어처럼, 자신만의 색깔을 갖춘 팀들이 더 까다로운 게 사실이었다. '자신만의 무기로 변수를 창출하는 능력', 삼성에겐 그게 부족했고, 이러한 이유로 3강 바로 아래 자리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 섬머 시즌의 삼성은 3강 아래에 위치하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영상 캡쳐: SPOTV)



■ 삼성, 강팀으로 가는 마지막 과제를 부여받다!

삼성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강해졌다. 팀적으로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하자, 엠비션을 영입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전력에 빈틈이 많은 것은, 엄청난 연습량을 통해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했다. 그들은 분명히 점점 강해졌고, 순위 역시 계속해서 상승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특유의 단단한 운영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올렸다. 실제, 삼성 위에는 '3강'으로 분류되었던 세 팀 밖에 없다.

이번 섬머 시즌은 삼성에게 있어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좋은 성적을 올려 자신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아직 롤드컵으로 가는 길은 열려있으니까. 팬들 역시 삼성 경기는 믿고 보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삼성은 강팀의 기본이 되는 '단단한 운영'을 펼칠 줄 아는 팀이 되었고, 그것을 증명해냈다.

하지만 강팀은 그저 단단한 운영을 펼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당장 삼성의 천적인 kt 롤스터만 봐도 단단한 운영은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한 수 앞을 읽는 플레이, 탑 라인의 엄청난 캐리력, 그리고 깜짝 조커 챔피언 기용과 같은 자신만의 색깔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단단한 운영과 더불어 자신들만의 고유한 색깔과 무기를 갖춰야,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강팀으로 가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는 확실해졌다. 그들은 자신의 단단함을 베이스로 하여, 자신들만이 가질 수 있는 색깔을 만들어 가야한다. 과연 삼성은 그들만의 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그 어떤 팀보다 3강에 가깝고, 발전 가능성 역시 충분한 삼성. 롤드컵 대표 선발전과 차기 시즌 순위의 향방은 '삼성의 발전 정도'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승리에 배고프다면, 3강을 잡고 최강이 되고 싶다면, 자신만의 색깔을 장착하라!
(사진 출처: 삼성 갤럭시 게임단 공식 페이스북)


■ 2016 섬머 시즌, 삼성 갤럭시 인포그래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