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킥스타터로 후원금을 모았고 2016년 8월에는 후원금과 게임 내 특전 아이템 판매금액으로 1300억 원 이상의 돈을 모았다. 어지간한 AAA 급 게임을 제작하고도 남을 예산으로 만들고 있는 게임은 바로 '스타 시티즌'.

윙 커맨더와 프리랜서를 개발한 크리스 로버츠에 대한 향수 덕분인지 이 게임은 모금한지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출시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음에도 후원금은 계속 늘어가고만 있다. 윙 커맨더류의 게임에 대한 목마름에 대한 방증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얼리 액세스든 크라우딩 펀딩이든 "돈 먼저 주면 게임 만들어 줄게^^" 방식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타 시티즌을 냉소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꾸준히 게임 쇼에 등장하며 대중에게 게임이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전문 스트리머를 통해 게임의 상황을 언제나 알리려 하는 모습은 높게 평하고 싶다.

'스타시티즌'의 발매일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2.5 알파가 곧 시작될 것이라는 것뿐.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은 딱 15분. 넓디넓고 많고 많은 스타시티즌의 콘텐츠를 텍스트로도 확인해 보기 빠듯한 시간이다. 방에서 일어나 우주선 랜딩 패드까지 가는 데 만해도 5분은 족히 걸리는 게임인데…

체험 버전은 '스타시티즌 2.4' 버전으로 자신의 방 침대에서 일어나서 비행기를 호출하고 에어락을 통과해 랜딩패드까지 가서 이륙한 이후 자유롭게 유영 및 전투를 할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이륙 전부터 피곤하다. 그런데 이거 엄청나잖아!

게임은 전투 중 폭파되는 장면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잠시 후 침대에서 일어나며 조작을 할 수 있게 된다. 방은 조촐하다. 침대 하나와 옷장이 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오브젝트 하나하나와 모두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다.

방문을 나서면 SF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우주 정류장의 화면이 펼쳐진다. 사람들(NPC)가 지나다니고 말도 걸어온다. 아름답다 못해 황홀한 우주의 모습이 한눈에 비쳐드는 창을 가진 바를 지나가면 비행기를 호출할 수 있는 단말기에 도달하게 된다.

이 단말기에서 자신이 탈 비행기를 선택할 수 있다. 함선은 회사명과 함께 함급으로 구분되어 있다. 단순히 이름이나 외형만 다른게 아니라 각종 모듈 및 무장, 항행 능력 등 모두 다 판이하다. 원래 스타시티즌은 돈(현금)을 내고 함선을 구매하는 게임이지만, 시연 버전에서는 이지스 다이나믹스(Aegis Dynamics)의 모든 함선을 이용할 수 있게 해놨다.

개발사인 클라우드 임페리움 게임스는 향후 추가 예정에 있는 아주 다양한 콘텐츠를 위해 함선을 사용 용도에 따라 아주 많이 분류해 놨는데, 아직 콘텐츠가 전투 그것도 도그파이팅 밖에 없는 관계로 전투 성능이 좋은 이지스의 함선들이 인기가 많다.

▲ 단말기로 함선을 호출하고...

단말기를 통해 원하는 함선을 호출하면 몇 번 랜딩 패드로 가라고 알려준다. 여기서부터 인스턴스 월드가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우주 정거장은 모든 플레이어가 모일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그러나 함선들이 출항한 후에는 아주 다양한 인스턴스로 나뉘어 플레이하게 된다. 유비소프트의 '디비전'과 같은 방법으로, 이를 통해 감당 불가능한 트래픽이 발생하지 않게 도와준다고 한다.

랜딩 패드로 가기 위해 실제로 승강장 및 복도를 이동해야 한다. '스타시티즌' 개발 목표가 가상 현실이기 때문에 게임처럼 버튼을 누른다고 바로 이동하는 기능은 없다. 그 과정도 매우 치밀하게 꾸며져 있는데 일단 에어록을 통과해 감압을 마치고 우주 공간으로 나가야만 한다.

그런데 나는 에어록을 열자마자 죽어버렸다.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뭐지?'하면서 다시 함선을 호출하고 에어록으로 들어갔더니 또 죽었다. 다시 방 침대 위. 그제야 방에 있는 옷장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니 옷장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었다. 상호작용 키를 눌렀더니 헬멧을 썼다. 정말 쓸데없는 디테일이다. 그런데 너무 멋지다! 그래! 이런 디테일을 원했다고!

디테일에 감명받으며 다시 에어록으로 향하니 보이지 않는 디테일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무 의미 없이 서 있는 것 같았던 화분도 살랑살랑 흔들리고 조명들도 일정 주기로 빠르게 깜빡인다.

단말기를 통해 함선을 호출하고 지정해준 4번 랜딩 패드로 향한다. 이번에는 에어록을 무사히 통과해 이륙장에 들어선다. 에어록에서 감압이 완료될 때 헬멧에 서리는 김 이펙트에 다시 한 번 놀란다. 이 정도 디테일을 구현하기 위해 이리도 오래 만든단 말인가. 장인 정신이라고 봐야 할지, 낼 생각은 있는 건지 잠깐 다시 생각해 본다.

▲ 랜딩 패드까지 한참을 가야한다. 가는 길도 우주 정거장 기믹이 잘 갖춰져 있다.


막막하다... 막막해. 뭘 해야할지 몰라서 일단 날았다

이륙장에는 내가 호출한 함선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스타시티즌에 등장하는 함선들은 어느 한 군데 똑같은 데 가 없다. 외형은 물론이고 내장재도 다 다르다. 당연히 출입구도 다 다른 이유로 처음 승선하는 함선은 입구를 찾는 데 꽤나 애를 먹기도 한다. 어떤 함선은 비행기처럼 콕피트 옆에 사다리를 작동하는가 하면 어떤 함선은 밑에, 어떤 함선은 날개 밑에 출입구가 있기도 하다.

승선하면 자동으로 콕피트로 들어가는 컷신이 짧게 연출된다. 콕피트나 주위 환경이 매우 섬세하게 구현되어 있는데 더 놀라운 것은 어느 하나 허투루 미적 용도로 만들어진 게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 누를 수 있으며 플라이트 스틱에 대응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규모가 큰 함선의 경우 출입구에서 콕피트까지 걸어가야 한다. 함선 내부를 철저하게 구성해 실제 함선을 설계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잘 꾸며 놨다. 함선의 내부 구조, 배관 그리고 창밖으로 장전된 탄두까지 볼 수 있다. 속된 말로 '쩐다!!!'라는 말을 시연 중에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이브 온라인'이나 'X3'와 비교조차 힘들다. 물론 저 두 게임은 스타시티즌 보다 닦인 콘텐츠가 있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복좌 혹은 여러 명이 탈 수 있게 설계된 함선에는 두 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탑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명은 파일럿이 되고 다른 한 명은 견시 및 무장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가 고른 함선은 단좌 형식이었기 때문에 혼자 우주로 나갔다.


막상 우주로 나오면 뭘 해야 할지 막막하다. 정해진 메인 퀘스트나 미션이 없고 엄청난 양의 정보만 패널에 가득하다. 일단 자유롭게 드라이브(?)를 해보기로 했다. 떠다니는 운석을 하나 정하고 이를 따라다니기로 했다.

함선의 움직임은 물론 함선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몰아본 두 기의 함선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워낙 좋은 플라이트 스틱이라 묵직한 느낌이 있어서 운항하는 맛은 있었다. 스로틀을 올려 속도를 조정할 때 좌우를 다르게 조작하면 요잉도 할 수 있게 돼있다.

기본적으로 스러스터가 기체 끝에서 분사하면 반발력으로 함선이 튀어나가는데 약간의 시간 차가 존재한다. '퉁'하고 스러스트가 가동하면 '슉'하고 나가는 느낌이다. 쫀쫀한 카본의 탄성력 같은 느낌이랄까? 다만, 완벽하게 우주의 물리현상을 구현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 속도는 존재한다. 스러스트 분사를 중단하면 함선도 천천히 멈춘다.

특이한 점 중의 하나가 중력이 가해지면 블랙아웃이 된다는 점이다. 가속 후 격하게 코너를 돌다 보면 돌다 보면 검은색 화면이 유지되는데 버그가 아니라 파일럿이 기절하는 것을 구현했다고 한다.

한가로이 유영하는 것도 좋지만, 윙 커맨더의 크리스가 만든 게임이나 도그파이팅을 반드시 해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지나가는 배에 아무렇게나 발포해봤다. 그러자 마른 날에 날벼락을 맞은 함선은 급히 선회하더니 나에게 공격을 가해 왔다. 나도 급선회하면서 응전을 하는데 생각보다 시야가 매우 좋다. 어지럽지도 않으면서 콕피트 시점에서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어 좋았다.

한참 도그파이팅을 벌이는 도중 스태프가 일어날 시간이라고 말해줬다. 정말 짧게 한 것 같은데 벌써 15분이 흘러가 버렸다.



이대로만 발전! 아니... 그냥 나와만 다오

일단 전투가 윙 커맨더의 도그파이팅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물론 멀티 스로틀까지 지원되는 고가의 플라이트 스틱을 썼을 때 어떤 비행 게임이 재미가 없겠냐만은 확실히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나 '에이스 컴뱃'에서는 느끼기 힘든 그 '무엇'이 있었다. 무중력 상황에서 벌어지는 게임을 비교 상대로 하자면 '엘리트 데인저러스'보다 경쾌하고 'X3'보다는 묵직한 느낌이었다.

개발사가 공개한 플랜에 있는 기능과 콘텐츠가 전부 구현되려면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이렇게 디테일에 집착하는 데 그 작업은 언제 끝날지... 시연 컴퓨터임에도 아주 자주 프레임 드롭이 발생했고 심하면 프리징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마 '스타시티즌'에 '알파'가 붙지 않는 날은 근 시일 내에 안 올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이미 크라우드 펀딩으로 출시한 게임들을 몇 개 봤다. '웨이스트랜드2'나 '필라스오브이터니티' 처럼 아주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게임이 있는가 하면 '마이티넘버나인' 처럼 유저들의 기대를 저버린 게임도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개발사는 이번 주 토요일(현지시각) 알파 2.5 이후의 2.7 로드맵을 공개하며 행성의 절차적 생성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계속해서 진행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긍정적이다.

스타시티즌이 현재 고수하고 있는 후원 정책이나 구입정책은 절대 매력적인 보상 설계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팬들은 가능성을 믿고 계속해 투자를 진행하며 테스터를 자처하고 있다. 지금껏 보여준 비주얼은 성공점을 줄 만하다. 다만 콘텐츠와 최적화를 어떻게 할지. 아니 최적화는 아주 미래의 문제고 콘텐츠를 어떻게 추가할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계획대로 게임계를 뒤흔들 수 있는 혁신작이 될지 많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혹평을 들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지켜볼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X3' 시리즈 신작과 '엘리트 데인저러스'에 개인적으로 크게 실망한 이유가 즐길만한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스타시티즌은 온라인 게임으로써 어떻게 이를 극복해나갈지 궁금하다. '스타시티즌'은 언제나 장바구니에 있는 게임이다. 그 장바구니 자체가 썩어버리기 전에 제발 나와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