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6 1주 차 일정이 모두 종료됐다. 한국의 세 팀은 각각 2승 1패로 그룹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지난 시즌까지 말로만 달랐던 해외 팀들의 기량이 이번 시즌에는 정말로 상승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해진 것이 메타다. 이제는 LoL Champions Korea(이하 LCK)만 운영을 잘하는 게 아니기에 상대의 챔피언을 보지 않고, 무턱대고 후반 한타 조합을 구성한다면 다소 허무하게 패배할 수도 있다. 국제 대회는 매번 그렇지만 기간 중에 몇 번의 메타가 뜨고 진다. 이번 롤드컵도 마찬가지였다. 1주 차에서 뜨고, 졌던 메타. 그것들을 한 번 알아보자.


■ 시작과 끝을 정하는 주도권

사실 이번 시즌을 관통하는 주제는 '주도권'이다. 승패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운영은 라인전 주도권으로부터 탄생할 가능성이 크고, 라인전 주도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게임 전체의 방향이 달라진다. 특히, 첫 포탑 파괴 보너스가 생긴 시점부터 주도권은 더욱 큰 가치를 가지게 됐다. 강팀들의 전유물인 '손해 없는 일방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는 역시 주도권이 필수다. 충격적인 1레벨 로밍으로 ROX 타이거즈를 무너뜨렸던 CLG의 아우렐리온 솔 전략이 가능했던 것도 리스크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볍게 로밍 이후, 라인에 복귀했을 때 미니언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밴픽률만 봐도 프로팀들이 주도권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먼저 뛰어난 기동성과 높은 성장 기댓값, 빠른 정글 사냥 속도를 가진 니달리는 24번의 경기에 모두 출전해 18번의 밴을 당하고, 6번 픽되서 100%의 밴픽률을 자랑하고 있다. 승률도 5승 1패로 최상위권이다.

니달리의 핵심은 상대 정글과의 속도 차이에 있다. 이 속도는 경기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니달리를 가져간 팀의 라이너들은 항상 자신감에 차있다. 백업을 오더라도 무조건 니달리가 빠르고, 무난한 2:2 교전을 했을 때도 니달리의 화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 마디로 니달리는 정글 주도권을 픽과 동시에 잡아 밴픽 단계에서 스노우 볼을 발생시키는 챔피언이다. 스카너 같은 픽으로 카운터를 치기도 하지만, 니달리가 보편적으로 더 좋은 픽임은 사실이다.

정규 시즌과 가장 많이 달라진 곳은 역시 탑이다. 탱커의 탈을 쓰고, 딜러들을 압도했던 나르-에코가 크게 너프를 당했다. 이 패치와 동시에 많은 프로게이머가 탑 딜러 메타의 부활을 예상했고, 정확히 적중했다. 정글과 마찬가지로 탑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픽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으로 럼블, 케넨, 제이스가 있다. 정글러와 유기적인 연계가 이뤄지는 것이다.

상대가 라인을 먼저 밀면, 당연히 아군 정글이 카운터 정글을 가는 것에 부담이 없다. 적 탑 라이너가 웨이브를 포기하고 내려오면, 그냥 후퇴하면 된다. 그 자체만으로도 손해니까. 제이스, 케넨, 럼블이 뜨거운 감자가 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리스크 없이 상대에게 조금씩 대미지를 누적시킬 수 있는 것이 이 '주도권'이다.


미드 라인에서 높은 픽률을 보이고 있는 카시오페아-신드라도 마찬가지다. 정규 시즌에서는 패왕으로 꼽혔던 블라디미르는 하향 패치의 영향도 있겠지만, 카시오페아와 신드라에게 상성상 밀려 1승 5패로 저조한 승률을 기록 중이다. 미드 라인에서 오리아나, 블라디미르, 빅토르와 같은 픽을 선택했을 때 필연적으로 정글러에게도 손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위의 탑 라이너 예시와 똑같다. 상대 정글러가 들어와도 아군 미드 라이너가 올 수 없다면, 그냥 캠프를 내주고 후퇴해야한다. 그래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픽들의 승률이 높고, 반대의 경우는 낮다.

이번 롤드컵에서 해외 팀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주도권을 잡는 픽을 골랐을 때, 확실하게 스노우 볼을 굴릴 줄 알기 때문이다. 프로 레벨에서 정말 간단한 운영이다. 주도권만 잡으면, 상대 정글로 파고들고 시야를 장악하고 로밍을 가는 것. 얼마나 쉬운가?

한국팀의 강점이었던 라인 스왑이 패치로 인해 봉쇄당한 것도 해외 팀에게는 좋은 흐름이었다. ANX와 INTZ가 반전의 주인공이 된 것에는 '라인 스왑'이 없어진 면도 꽤 큰 기여를 했다. 라인전 기량이 미치는 영향보다는 픽의 상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치니까. 챔피언 상성만 잘 고른다면 해외 팀이 높은 라운드에 진출할 가능성도 크다.


■ 대회 도중 변하는 메타! 적응력이 관건

대회 도중 메타가 바뀐 곳도 있다. 바로 봇 라인이 그 주인공이다. 롤드컵 이전까지만 해도, 봇 듀오는 그저 거들 뿐이었다. 진, 애쉬 구도가 대부분 경기에서 나왔다. 롤드컵에서도 애쉬와 진은 여전히 등장하고 있지만, 그 비율이 확실히 달라졌다. 서포터도 마찬가지다. 라인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원거리 서포터 나미가 수면 위로 올랐다. 원거리 딜러들도 이에 맞춰 이즈리얼-케이틀린과 같은 초중반 라인전과 극 후반 캐리력이 뛰어난 챔피언들이 높은 픽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루시안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여기서 국제 대회 특유의 메타 변화가 이뤄졌다. 나미-카르마가 주류를 이루자 그들의 카운터 픽인 알리스타가 주목받고 있다. 나미와 카르마의 고질적인 문제 생존기가 없고, 체력이 약하다는 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알리스타는 초반 라인전에서 다소 견제가 힘들지만, 소규모 교전이나, 중후반 한타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알리스타의 승률은 8승 1패로 서포터 중 최고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알리스타가 이렇게 좋은 승률을 보이는 것에는 탑 딜러 메타의 영향도 있다. 럼블, 제이스, 케넨의 단점이 무엇인가. 정돈된 진영에서 선공을 했을 때와 기습을 당했을 때 챔피언이 발휘할 수 있는 성능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솔로 랭크를 하다보면 탱커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뼈저리게 느껴질 때가 있다.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 번만 삐긋하면 패배하기에 좀처럼 뭔가를 시도 할 수가 없다. 시간이 무난하게 흘러가고 상대가 주도권을 잡는 상황이 발생한적이 종종 있을 것이다. 대만의 맹주인 FW가 결단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 것도 탱커의 부재 때문이다.


알리스타는 이에 최적화된 챔피언이다. 강력한 탱킹력으로 상대의 뒷 포지션을 잡을 수도 있고, 움직임만으로 상대의 후퇴를 이끌어 낼 수가 있는 부담스러운 챔피언이다. 아무리 프로게이머라 해도 알리스타를 상대로 거리 조절에 실패하면 죽음뿐이다. 물 몸 서포터들의 픽률 상승과 탑 딜러 메타의 등장으로 알리스타가 최대 수혜자가 됐다. 아마 이번 주 차에서는 브라움, 알리스타, 탐 켄치, 레오나와 같은 탱커 서포터들이 주목을 받지 않을까 싶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메타의 흐름을 좇지 못한다면 2주 차에서는 더 많은 이변이 발생할 수도 있다. 탑 딜러 메타의 등장으로 다시 조금씩 등장의 낌새를 보이고 있는 탱커들. 더 많은 연구로 딜러와 탱커의 밸런스를 잘 잡는 팀이 상위 라운드 진출에 성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