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만 되면 나타나는 미모의 서양 누나가 있다.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인터뷰어, '샥즈' 이퓨 더포터러다. 1987년생 그녀는 놀랍게도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2013년부터 LoL 방송을 도맡아 지금까지 4년 동안 라이엇이 주최하는 각 종 국제 대회의 진행자로 활동해왔다.

LCS EU 리그 진행자를 맡고 있는 그녀가 유럽 지역 팀들의 성적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궁금했다. 또한, 인터뷰어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어떤 것이 있을지도 물어봤다. 그녀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게임 이해도 뿐만 아니라 인터뷰어로써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다음은 '샥즈' 이퓨 더포터러의 인터뷰 전문이다.


Q. 반갑다. 한국 LoL 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한국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 별명은 샥즈이고, 저는 유럽 LCS의 메인 호스트이자 월드 챔피언십에서 경기 후 인터뷰를 담당합니다.


Q. 본인이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다가 리포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리포터를 계속 하다보면, 본인이 꿈꾸던 이상과 다른 현실과도 마주치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현재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무엇인가?

인터넷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모든 이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어렵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의견이 있기도 하고, 외부에서 보면 잘 모를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비판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물론 비평과 비판은 성장에 꼭 필요한 밑거름이 되지만, 가끔 인터넷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 감당하기 힘들어질 때가 있다.



Q. LCS EU가 이번에도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G2가 아닌, H2K가 그 주인공이었다. 삼성에게 비록 3:0으로 패배하긴 했지만, 1,2세트 H2K가 보여준 저력은 굉장했다. 정규 시즌에 비해 훨씬 발전했는데, 그들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LCS EU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H2K는 오래 전부터 강력한 팀이라는 평가를 받아오긴 했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같은 유럽 지역 대표팀인) G2에 초반 관심이 집중되었던 점이 오히려 H2K에게 득이 되었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스플라이스도 성장하는 언더독으로 어느정도 조명을 받고 있는 와중에 H2K는 조별 스테이지 2주차때 하루 만에 4승 0패를 기록하며 1번 시드를 확보는 등 조용히 그들만의 시너지를 발견한 것 같다.

시너지를 발견하기까지 H2K는 원거리 딜러인 FORG1VEN선수가 팀 로스터에서 빠졌다가 추가되기를 반복하는 등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고초를 겪었다. FORG1VEN선수가 매우 열정적인 선수이지만, 함께 팀으로 플레이하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팀메이트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극복하고 조별 스테이지 2주차때 시너지를 발견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 갤럭시를 무찌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Q. '트릭-즈벤'과 인터뷰를 했었다. 그들은 EU 지역의 큰 문제중 하나가 잦은 리빌딩으로 팀워크를 다질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시도해보겠다. 내 생각에 예전 EU의 강점은 매크로 운영과 라인 스왑을 통해 불필요한 교전을 피하면서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전략이었던 것 같다. 이러한 매크로 운영 위주의 방식으로 EU는 과거에 재미를 많이 봤었고, Fnatic도 이 전략으로 작년 월드 챔피언십에서 선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올해 G2는 압박을 잘 견디지 못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G2는 매우 대단한 팀이고 충분히 준결승까지 올라갈 실력이 되는 팀이라고 생각하는데, 긴장감이 부족한 탓인지, 긴장을 너무한 탓인지, 아니면 장기전에서 집중력을 잃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G2가 더욱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들에 대한 개선이 있어야 할 거이다.

EU LCS가 과거에 매우 성공적이었던 점이 한 몫한다고 생각한다. Fnatic과 같이 시즌4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보여준 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속 선수들이 많이 이적한 경우가 많다 (Bjergsen과 Yellowstar가 유명한 예).

초창기 EU LCS의 성공이 오히려 선수 유출로 이어지면서 근래에는 매년 팀을 재구성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G2가 이제 팀이 하나가 되었다고 하는 부분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삼성 갤럭시의 경우도 보면 팀이 하나가 되어 엄청난 노력 끝에 성공을 거두었다. (삼성 갤럭시처럼) 팀을 불과 1년만에 하나로 만드는 일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고, G2의 경우에는 1.5년에서 2년이 걸릴 것 같다.


Q. 프나틱-오리진이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였던 시즌5와는 확실히 다르게, 시즌6의 유럽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왜 유럽은 저평가를 당했고, H2K가 4강에 진출했음에도 지난 시즌보다 나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EU가 과소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올해 EU의 스프링과 서머 스플릿 경기들을 보면 작년만큼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작년 Origen과 Fnatic의 경기를 떠올려보면 비록 지역 예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긴장감 넘치고 수준 높았다.

올해는 그때 정도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G2와 스플라이스처럼 챌린저 리그에서 올라와서 월드 챔피언십까지 진출하는 모습은 (e스포츠 생태계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팀들이 매번 우승한다면 흥미도 떨어지고 다른 팀들이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건 우승하는 팀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제 기존의 팀들이 한 번 정신을 차렸기 때문에 내년에 EU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Q. 한국 전문가들은 LCK가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 선수들의 마인드와 노력이 다른 지역과 큰 차이가 나기 떄문이라고 말한다. LCK가 왜 항상 이런 국제 무대에서 강한 것 같나?

4년전에는 한국이 이미 예전에 이미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통해 다져놓은 기반과 풍부한 이스포츠 경험 및 노하우가 있어서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어떤 지역도 더이상 그것만을 핑계로 댈 순 없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젠 모든 지역들이 어느정도 이스포츠 기반을 다지는 면에서 한국의 수준을 많이 따라잡았고 인프라도 많이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단단한 프로 정신과 장시간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는것도 배울 점이고, 좋은 코치와 감독을 찾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팀에 비해 타 지역 팀들이 목표에 대한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생각한다. SKT와 삼성 갤럭시 같은 팀을 보면 코치들이 밴픽 뿐 아니라 선수들의 마인드를 컨트롤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팀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고,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는 것 같다. 이는 타 팀들이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Q.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편했던 선수 한 명과 어려웠던 선수 한 명을 꼽자면? 그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면 좋겠다.

올해는 MSI때 SKT의 울프와 한 인터뷰가 매우 즐거웠다. 일반적으로 통역이 필요한 인터뷰는 어려울 때가 많은데, 복잡한 질문을 할 경우 통역하는 과정이 불편하기 때문에 선수에게 좋지 않다.

그래서 주로 선수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점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나가게 되는데, 울프와의 인터뷰는 서로 재밌게 했었고 인터뷰가 끝난 후에 울프가 나와 함께 사진을 찍자고 부탁해올 정도로 편안하게 진행됐었다. 평소 선수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모습을 더 자주 보게 되기 때문에 울프의 그런 릴렉스된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반면 힘들었던 인터뷰는 작년 Dyrus와 진행했던 인터뷰였던 것 같다. 비록 인터뷰 결과는 매우 좋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매우 감정적이 되어 눈물이 날 뻔 해서 힘들었다. 인터뷰는 내가 주가 아니고 인터뷰 대상자가 주인공이여야 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선수가 받아야할 스포트라이트를 뺏고 싶지 않다.


Q.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인사 한 마디 부탁한다.

한국이 정말 정말 그립다. 2014년 한국 롤드컵때 부산과 서울에서의 경험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 중 하나다. 언젠가 곧 한국에 꼭 돌아가볼 기회가 있어서 팬 여러분을 많이 만났으면 정말 좋겠다.